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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맨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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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펜맨
작품등록일 :
2018.12.11 03:01
최근연재일 :
2019.03.11 06: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8,190
추천수 :
248
글자수 :
176,724

작성
18.12.12 06:00
조회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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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0쪽

2. 아버지의 이름으로 1

DUMMY

"일어나거라 어서! 일어나!"


"아빠..?"


신비록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몇시지? 벌써 아침인건가.'


시계는 새벽 3시 21분을 가리켰다.

어두워서 긴가민가했지만, 아버지가 맞았다.


"뭐야. 아빠.. 나 수능인거 몰라?"


신비록의 아버지는 고고학 박사시다.

평생을 해외만 돌아다니셨다.

그러다 이틀 전,


<하나뿐인 아들인데, 수능날 고사장까지는 데려다줘야하지.>


라고 국제전화로 말씀하시더니,

어젯밤에 귀국하셨다.


불과 여섯시간 전,

집으로 온 아버지와 짧고 어색하게 상봉했다.


이불 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비록은 그것이 가슴팍에 닿아서야 두꺼운 책임을 알았다.


"아빠 이게 뭐예요."


책을 전해주는 아버지의 손은 차가웠다.


"얼른 일어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비록아, 아빠말 잘들어. 이 책. 절대 아무한테도 빼앗기면 안돼. 알겠어? 알겠어?"


아버지가 차가운 손으로 내 뒷목을 꽉 쥐셨다.

비록은 잠이 깨며 머리가 맑아졌다.


"아, 알겠어요. 무슨일이야 아빠. 무슨일인데. 뭔데."


어둠 속이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그대로 내 손목을 끌어당겼다.

잠옷바람에 구르다시피 밖으로 나왔다.

11월의 서늘한 공기가 아파트 복도를 채우고 있었다.


아버지는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복도 창가로 다가가셨다.

아버지만큼이나 키가 자란 나도 곁으로 가 밖을 보았다.


고요한 새벽 3시의 아파트 단지..

검은 차량 3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아. 잘들어.. 아버진 지상으로 내려가서 경찰이랑 경비를 부를거야. 너는 최대한 높이.. 아니다. 옥상에 올라가서 숨죽이고 있으려무나. 별 일 아니니까 울지말고, 그리고 그 책.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넘겨선 안돼! 절대로!"


아버지 말씀을 듣고나서야 내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오래된 책이 부숴질 정도로 꼭 껴안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버지는 할 말이 많으신 듯 했지만 복도센서조명이 꺼지는 걸 기점으로 계단을 내려가셨다. 할 수 있는거라곤 눈물을 닦으며 반대로 올라가는 것 밖에 없었다.


다리가 힘없이 휘청거렸다. 평소에는 별 볼 일 없던 복도계단이 지옥벼랑같다.

옥상이 가까워지자, 절대 들려서는 안될..

굉성이 아파트 단지를 뒤흔들었다.

총성이었다.


밖을 내다보면 총알이 이마를 꿰뚫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계속 계단만 올랐다.

옥상에 다다를 즈음엔 기어오르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옥상문은 열려있었고,

수능날 새벽 공기가 잠옷새로 파고 들었다.

아버지 걱정에 추위따위는 안중에 없었다.

옥상 난간에 매달려 총성이 난 아파트주차장을 내려다보았다.


큰 소리에 놀란 건너편 아파트주민들이 불을 밝히고 같은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찔하다.

15층 높이의 옥상에.

시력이 나쁜 눈깔에도.

주차장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아버지임을 알 수 있었다.


까마득히 먼 지상, 어두운 새벽별빛 속에서도 아버지의 손톱, 머리카락 한 올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비극이었다.


검은정장괴한 세 명이 아버지를 둘러쌌다.

두 명은 쭈그리고앉아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고, 한 명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을 놔줘!"


"나쁜놈들아!"


"누가 경찰에 신고 좀 해요!"


이웃들은 창 밖에 얼굴도 내밀지않고 고래고래 소리질러댔다.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 모습을 돌이켜봤다.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는데도 옥상 난간 뒤에 숨어 벌벌 떨고 있는 나를..

이런 내가 아버지를 위해 소리치는 이웃들을 욕한다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주저앉았다.

옥상 주변을 살폈다. 있다.


누군가 키우다 잊은 소형 화분들이었다.

화분을 집어들자 말라비틀어진 이름모를 식물은 그대로 부숴져버렸다.


이걸 던져서 맞춘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도 전에 화분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맞을리가 없지..

점처럼 작아지는 화분이 아버지에게 닿지않기만을 바랐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콘크리트바닥에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들리지않았다.

다시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진정한 기적이었다.


혼자 떨어져 주변을 경계하던 검은정장이 장난감인형처럼 누워있었다.

아버지에게 붙어있던 나머지 두 명은 갑작스런 공격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화분조각을 손에 쥔 검은정장이 옥상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마주 쳤다.

그의 손에 들린 시커먼 것은 누가 보아도 권총이었다.


다시 양손에 화분을 집어들었다.

검은정장 둘은 내 위치를 확인하고 아파트 입구로 달려가고 있었다.


분명 맞을 리 없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화분 두 개가 아파트 입구에 거의 다다른 두 검은정장 정수리에 내다 꽂혔다.


세 명의 검은정장이 어이없이 쓰러지자, 검은 세단 3대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 단지 도로입구에 경찰차가 떼지어 진입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늦었다.

아파트 건물로 검은정장 다섯이 이미 들어왔다.


옆 통로로 도망가려 했지만, 반대편 아파트 옥상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들어왔던 옥상문을 잠궜다.

철판문이니까 버틸 수 있을거야..

그 생각은 몇 발의 총성에 무너졌다.

철제손잡이가 맑은 철소리를 내며 뽑혀나갔다.


문이 열리고 다섯 명의 검은정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죽음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다리가 후들거려 옥상 난간을 짚었다.


오늘 치룰 수능만 끝나면.. 즐거울 일이 가득할 줄 알았는데..

지금 내게는 저들이 쏘는 총알에 부숴지거나 스스로 몸을 던져 땅바닥에 부숴지거나 할 미래 밖에 보이질 않았다.


다가오는 검은정장들은 검은 복면과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총을 겨누고 다가오는 저들과 대화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등 뒤에 밝은 서광이 비쳤다.

그래도 수능 날 뜬 해는 보고 죽는구나..


...벌써 해가 뜬다고?


벼락같은 총성이 연달아 들렸다.


총알은 등 뒤에서 날아들었다.

검은정장들은 으깨진 채소처럼 사방팔방으로 피를 튀기더니 푹 쓰러졌다.

뒤를 쳐다보니, 로봇 머리처럼 생긴 헬리콥터가 떠있었다.

헬리콥터는 좀 더 위로 날아올랐다.

시커멓고 굵은 밧줄이 쏟아지더니 경찰특공대들이 내려왔다.


"신영호 박사님 되십니까?"


프로펠러 바람소리에도 또렷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가..아빠가.."


아빠가 총에 맞으셨어요.

아빠가 다치셨어요.

구급차를 불러주세요.

아빠를 구해주세요.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빠 밖에 없었다.


특공대의 무전기에서 지직소리가 들렸다.


<지상팀입니다. 닥터 신병확보, 현재 레드아웃상태.>


"여기는 팔콘 에이, 팔콘 에이, 닥터의 아드님 신병확보했다. 확인"


아빠를 만나야 돼. 봐야 돼.

옥상문으로 달려갔다.

아직 검은정장 잔당들이 남아있을지 몰라 경찰특공대는 날 붙잡았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건지 모두 뿌리치고 계단에 도착했다.


1층까지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은 나지않지만 눈 앞에 아파트 입구가 보였다.

응급대원들이 보였다.

그들 속에 누워계신 아버지가 보였다.



"아빠.. 아빠! 아빠!"


내가 옆에 다가가도 인지하지 못하셨다.

아버지는 초점없는 눈으로 허공에 손을 허우적대고 계셨다.


아버지의 손이 땅으로 떨어졌다.

그제야 붙잡은 그 손은 세상 그 무엇보다 차갑고 딱딱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모든 소리와 빛이 우주 멀리 날아가버린 듯 공허했다.


명치가 지끈거렸다.

피흘리는 아버지를 내려다보며 정신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갈라져나온 두번째 정신은 몸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내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 장면이 생애 가장 참혹한 기억이 될거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시게 되셨군요.. 신비록씨, 지난 상담 이후로도 이명이 들리거나 환각이 보이신 경험은 없으신거죠?"


"네, 괜찮습니다. 충격은 컸죠. 건강도 많이 회복되고 나쁠 것 없습니다."


정신과 여의사가 무릎에 댄 차트지 위에 무언가를 북북 써갈겼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곱게 포개어 접었다.


"청소년기에 이런 일을 겪으면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후에 큰 트라우마로 작용하실 수 있으십니다. 어른스럽게 대처하시려고 스스로를 얽매지마세요. 이건 의사와 환자관계를 떠나 세상에 좀 먼저 태어나고 살아본 어른 입장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힘들 땐 힘들다. 아플 땐 아프다. 본인에게 좀 더 여유를 주세요."


"잘 알겠습니다."


"이전과 동일하게 약물처방하겠습니다. 다음 상담은 보름 뒤로 하죠."


"네"


여의사는 못마땅한듯 팔짱을 꼈다.


"저기 잠시 둘만 대화를 나눠도 될까요?"


여의사가 말을 건낸 건,

옆에 서있던 국정원 요원이다.


"안됩니다. 신변보호절차상 외부인과 단 둘이 있게 할 순 없습니다."


"제가 이 분을 이겨먹기라도 할까봐 그래요?"


여의사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160cm도 되지않는 작은 체구였다.


"잠깐이면 되요."


덩치가 두 배나 큰 국정원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비록아"


"네"


"내가 의사 생활 십 년이다. 눈만봐도 처방약 안먹는거 알아. 왜 그래 도대체?"


"먹으면 하루종일 졸려요."


"그러라고 처방하는 약이야. 먹고 자, 너 요새 잠 안 자지? 다크써클 내려온거봐. 이런 식이면 앞으로 니가 뭘 하든 난 동의서 하나도 안써줄거야."


"잘 먹을께요."


"저번에도 그 말했지?"


"이번엔 먹을께요."


"그리고 그거. 약간 의존증인거 알지?"


의사는 손가락질했다.

내가 앞으로 메고있는 백팩을 가리켰다.


"이래야 편해요."


"모르겠다.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정상이거든? 근데 감이 안좋아. 의사가 아니라 좀 더 살아본 어른입장에서 느끼는거다. 불안해 니 눈."


"괜찮아요."


방긋 웃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의사는 한숨을 쉬고 떠났다.


벌써 삼 개월이다.

아버지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안전가옥에 갇혀 지낸지 삼 개월이다.


창 밖에는 펄펄 눈이 내리고 있었다.

떠나가는 의사의 자동차가 점처럼 작다.


어째서 이 곳이 안전가옥일까...

했지만, 생각해보니 서울하늘아래 이 곳만큼 안전한 곳도 없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엘타워 최상층이 이제 나의 집이다.

이 방구석이 나의 유일한 세상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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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서울에 피는 꽃 4 +1 18.12.25 630 11 15쪽
13 13. 서울에 피는 꽃 3 +1 18.12.24 645 10 11쪽
12 12. 서울에 피는 꽃 2 +3 18.12.22 671 9 17쪽
11 11. 서울에 피는 꽃 1 +1 18.12.21 771 11 17쪽
10 10. 이야 +6 18.12.20 764 11 12쪽
9 9. 을지고 졸업식 2 +1 18.12.19 769 8 12쪽
8 8. 을지고 졸업식 1 +1 18.12.18 776 8 9쪽
7 7. 아랫층 그녀 2 +5 18.12.17 821 13 12쪽
6 6. 아랫층 그녀 1 +2 18.12.16 838 9 14쪽
5 5. 마법사의 탑 +2 18.12.15 915 10 13쪽
4 4. 아버지의 이름으로 3 +1 18.12.14 1,012 12 12쪽
3 3. 아버지의 이름으로 2 +4 18.12.13 1,042 17 13쪽
» 2. 아버지의 이름으로 1 +3 18.12.12 1,251 11 10쪽
1 1. 방구석 대마법사 18.12.11 1,430 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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