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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님의 서재입니다.

동전 한 닢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중·단편

완결

[악천후]
작품등록일 :
2016.04.01 18:27
최근연재일 :
2016.04.01 18:47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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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2
추천수 :
20
글자수 :
3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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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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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동전 한 닢 (완결)

DUMMY

13


“자네가 장호인가?”

급작스런 물음에 장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살폈다. 낯선 인물이었다. 날카로운 인상에 다부진 모습의 중년인이었다.

“예. 그렇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장호는 경계하며 대답했다. 왠지 꺼려지는 인물이었다.

“시간 좀 내주겠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분명 강요하는 인상이었다. 중년인은 말을 마치자마자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여겼는지 몸을 돌렸다. 장호는 어찌할까 고민하다 이내 하던 일을 멈추었다.

“잠깐 밖에 다녀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장호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재촉해 중년인을 따랐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중년인은 장호를 어느 객점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차양을 내려 막아놓았는지 방안은 어두웠다. 장호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캄캄하여 방문 앞에 멀뚱히 서 있었다.

“이리 앉게.”

중년인은 어둠에 익숙한지 성큼성큼 걸어 의자에 걸터앉았다. 장호는 더듬더듬 움직여 중년인이 내민 의자에 자리 잡았다.

“이렇게 불러서 미안하네. 자네에게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어 그런 것이니 이해하게.”

음성은 멀리서 들려왔다. 자신을 인도한 중년인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방안에 있었다. 갑작스레 들려온 낯선 음성에 장호는 흠칫 놀랐다.

잠시 후 어둠에 익숙해진 장호의 시야에 또 다른 중년인 하나가 들어왔다. 차분한 표정으로 장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선 중년인과는 달리 선한 얼굴에 강인함이 느껴지는 사내였다.

“무슨 일로 저를······.”

장호의 음성이 떨렸다. 괜히 따라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마치 뭔가에 이끌리듯 중년인을 따라왔지만, 심상치 않는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낮에 차양을 내려놓은 사람들이라. 뭔가를 숨기거나 꾸미려는 사람들이 분명했다. 결코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장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방을 나서라고 종용했지만, 한편으론 젊은이 특유의 호기심이 만류하고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묻겠네. 귀검 막굉이란 자를 아는가?”

어둠 속의 중년인이 물었다. 귀검 막굉? 들어본 이름이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큰 부상을 입고 나타나 불과 보름 만에 사라진 인물. 그 자의 이름이 막굉이라 했다.

“귀검은 모르겠으나 막굉이란 분을 만난 적은 있습니다.”

장호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좋군.”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지만 만족한 음성이었다.

“막굉에게서 동전 한 닢을 받았다고 하던데 맞나?”

장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기에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걸 어떻게······.”

장호의 놀란 반응과 말에 중년인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호탕한 웃음이었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그리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러나 웃음이 그치고 중년인의 눈빛을 대하자 장호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장호를 노려보는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장호는 자신을 향해 서늘한 칼날이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 동전을 지니고 있는가?”

“그, 그렇습니다만 왜 그러시는지······.”

장호는 의혹의 눈길로 중년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자가 자네에게 그 동전을 주며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 사실인가?”

도대체 이 사람은······. 장호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게 알고 있단 말인가? 이 사람에게 독심술이라도 있단 말인가? 천리안이라도 가졌단 말인가?

“어떻게 그것을 아셨습니까?”

장호의 물음으로 중년인은 ‘귀검의 동전’에 얽힌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었다. 중년인은 만족스러웠다.

‘귀검 이놈. 네놈의 생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중년인, 노량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서렸다. 주루에서 ‘귀검의 동전’에 관한 소문을 듣고 혹시나 하여 조사를 했었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는다는 말처럼 혹시나 하고 조사를 시작했었다. 조사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막굉의 흔적이 끊어진 지점에 작은 산골마을이 존재했고, 그곳엔 아이들 아홉 명과 청년하나가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소문이 사실일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강호가 발칵 뒤집힐만한 대형 소문의 진상을 이토록 빨리 확인할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그 당사자를 손아귀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신이 살수들을 움직인 당사자였기 때문이었다. 노량은 자신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짓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동전을 보여줄 수 있겠나?”

장호는 불안했지만 선선히 품속을 뒤져 동전을 꺼냈다. 보기엔 평범한 동전이었다. 다만 낯선 두 글자. 귀검이라 새겨진 글자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을 발했다.

“이것이······.”

장호에게서 동전을 받아 든 노량의 입에서 감탄이 흘렀다. 하나의 동전. 하지만 그 어떤 동전보다도 가치가 있는 동전.

“하하하······.”

노량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광기에 휩싸인 광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 장호는 두려움이 와락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노량의 웃음소리가 그쳤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더니 장호에게 다가왔다. 장호의 앞에 있던 중년인도 덩달아 몸을 일으키더니 방문 앞으로 걸어가 섰다.

“이 동전이 어떤 것이지 아느냐?”

노량은 장호의 눈앞에 동전을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장호는 어떤 의미의 물음인지 몰라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모를 테지. 이 동전은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큰 가치를 가진 동전이다. 이 동전 하나면 수십 수백 명의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고, 수많은 금은보화를 가질 수도 있고, 천하에서 제일가는 무예를 익힐 수도 있다. 너는 어떤 것을 원하느냐?”

장호는 이 자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하고 동전과 노량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 자는 미친 것이 틀림없다. 한낱 동전 한 닢을 두고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장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자신이 미친놈들에게 이끌려와 엉뚱한 고초를 당하는 것이라고. 괜한 호기심에 그를 따라왔다고 후회했다. 장호가 아무런 말이 없자 노량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은 너의 것이지만, 너의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가지시오. 난 이만 가야겠소.”

노량이 미쳤다고 확신한 장호는 ‘귀검의 동전’이든 뭐든 달라는 대로 주고 방을 나서고 싶었다. 어차피 기념 삼아 간직한 것 일뿐 그에게 큰 의미를 주는 물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것은 네가 가져야 한다. 너만이 이것을 쓸 수 있기 때문이지.”

노량은 장호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며 웃었다. 그의 웃음엔 득의가 실려 있었다.

“난 이만 가야겠소.”

장호는 동전을 쥔 채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노량이 그의 양어깨를 잡고 누르는 바람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왜 이러시오. 난 가야겠소. 일이 밀렸단 말이오.”

장호는 목청을 높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마치 천근의 무게로 짓눌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장호는 순간 두려워졌다. 젊은 자신이 중년의 사내가 가볍게 잡고 누르는 것을 거스르지 못하다니. 말로만 들었던 무림인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장호는 이들이 자신에게 뭔가를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고아에다 가진 것 없는 자신에게 무림인이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단 둔하지는 않구나. 그렇다. 난 네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하려 한다.”

“이 동전과 관계있는 일이오?”

“그렇다. 이 동전의 주인인 너. 세상에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좋소. 말씀해 보시오.”

이 동전이 그렇게 큰 힘을 지닌 것이라면 이 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본래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고픈 마음이었다. 분명 이 자들은 금은보화나 무예에 관한 것을 원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막굉에게 찾아가 동전을 내밀고 이 자들이 원하는 대로 금은보화나 명검 또는 무예책자를 얻어서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너무 빨리 무너져 내렸다.

“너는 이 동전을 들고 그를 찾아가 자결할 것을 요구해라.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뭐, 뭐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당황하기 십상이다. 장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노량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자결을 요구하라니. 도대체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르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어떤 미친 자가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겠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그 어떤 사람이 자결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겠소. 괜히 그런 말을 했다가 그의 노여움을 산다면······. 난 할 수 없소.”

“넌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나를 위협하는 것이오? 나를 죽이기라도 할 참이오?”

노량의 말에 장호는 당당하게 말했다. 어디 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지만 막굉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그로서는 얼토당토 않는 일을 시키려는 노량이 이상해보였다.

“아니, 너를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너를 보호해 줄 것이다. 네가 죽으면 이 동전은 아무런 효능도 발휘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노량의 말에 장호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다. 이 자의 말대로 자신이 죽으면 이 동전은 쓸모가 없게 된다. 그러니 이 자는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적당한 고문이 뒤따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장호의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고문하고 싶으면 하시오. 난 당신이 요구하는 바를 할 수 없소.”

“내가 왜 너를 고문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난 너에게 털끝만큼도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아끼는 사람이라면······.”

노량은 말을 끝맺지 않았다. 여운을 남긴 말. 그것으로 충분했다. 노량의 말에 장호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생과 다른 여덟 명의 고아들. 그들은 장호에게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약속. 동생을 돌보겠다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했다. 더불어 고아들까지.

“다, 당신 그 아이들을 어떻게 했소?”

흥분한 장호는 입술을 떨었다.

“걱정하지 마라.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아이들은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너의 선택에 달려있다.”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을 하는 노량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픈 충동을 억지로 가라앉히는 장호였다. 움켜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악다문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왔다. 분노를 억제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맘껏 터트릴 수는 없었다. 절대로.


14


막굉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날씨도 좋고 몸도 나아졌지만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의 예감이 틀린 적이 없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은 언제나 맞아 떨어졌다.

“느낌이 좋지 않군.”

막굉은 검을 뽑아들었다. 거의 두 달 동안 손에 쥐지 않았던 검이다.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을 동고동락한 애검이었다. 요즈음의 무림인들은 거들떠보지 않을 초라한 검이지만 그에겐 세상 그 어떤 명검 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막굉은 조심스레 검을 닦아나가기 시작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검을 바라보며 막굉은 감상에 젖어들었다. 수없이 많은 적들을 베어온 검이었다. 이 검에 피를 뿌리며 죽어간 자가 몇이었던가? 검에 반사된 태양빛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은퇴할 때가 된 것인가?”

그랬다. 삼십 년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막굉이었다. 앞을 가로막는 것은 그 누가 되었든 베어 넘겼었다. 그러는 와중에 만들어낸 적들이 달려들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죽이고 또 죽였다. 종국엔 그 누구도 쉽게 넘보지 못할 만큼 철저하게 무자비해졌다. 덕분에 최근 십년 동안은 무료하기까지 한 삶이였다. 더 이상 그를 어찌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나 무리는 없었다. 그런데 두 달 전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그녀가 보낸 것이다.

“해어화······.”

막굉은 나직한 음성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십년. 그녀는 어여쁜 소녀였고, 막굉은 중년에 접어든 나이였다. 그러나 나이는 문제되지 않았다. 소녀는 중년의 막굉에게서 그 어떤 젊은이보다 뜨거운 열정을 발견했고, 막굉은 해어화에게서 잃어버린 순수함을 발견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와의 관계가 어떻게 하다 틀어지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막굉은 옛 추억을 더듬으며 회한에 잠겼다.


해어화는 정원을 거닐다 문득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뭐지? 이 느낌은······.”

불안한 느낌이었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기이한 느낌. 해어화는 자신의 내면에서 이는 작은 파문을 느꼈다. 진정이 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뭔가 터질 듯한 느낌.

해어화는 안절부절못한 채 정원을 서성였다. 그렇게 예쁘게만 보이던 꽃들이 오늘따라 시들어버린 느낌이었다. 불안감은 점점 가중되었다. 하지만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는 없었다. 요즘 들어 신경 쓰는 일이 많아서 일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분명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하고 초조한 느낌이었다.


노량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질 순간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심장 박동이 거세졌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자신이 그토록 꿈꾸었던 일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그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장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꼭 이래야만 하는가. 이 방법밖에 없는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자신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에 의해 놀아나는 꼭두각시인형일 뿐이었다. 움켜 쥔 손아귀에 땀이 흥건했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걸음걸음마다 천근의 무게가 느껴졌다.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왜 하필 자신에게······.


15


인기척을 느낀 막굉은 손질하던 검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의 앞에 겁에 질린 장호의 모습이 보였다. 못 본 사이 장호는 초췌해져 있었다.

“왔군. 오랜만이야.”

막굉은 담담한 음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예. 건강은 괜찮으신 것 같군요.”

장호는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차 한 잔 하겠나? 얼마 전에 친우가 다녀가며 귀한 차를 가져왔네.”

장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기다리게.”

잠시 후 막굉과 장호는 마주앉았다.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차를 앞에 두고 마주앉은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끔씩 차를 홀짝거릴 뿐이었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제가 찾아온 것은······.”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낸 것은 장호였다. 그는 서글픈 눈망울로 막굉을 바라보았다. 막굉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장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잔잔한 호수와 같이 맑고 깊었다.

“알고 있네. 누군지 모르지만 자네를 찾아내는데 성공했군.”

장호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안엔 막굉이 주고 간 동전이 땀에 흥건히 젖은 채 쥐어져 있었다.

“전, 전 정말 여기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

장호는 울먹이듯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네. 자, 그것을 보여주겠나?”

장호는 땀에 젖은 동전을 조심스레 탁자위에 올렸다. 햇빛에 반사된 동전이 빛을 발했다.

“내가 자네에게 준 동전이 맞네. 그래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막굉은 동전을 흘낏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호는 머뭇거렸다. 몸이 떨렸다. 마치 오한이라도 든 듯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다. 장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막굉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는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이며 장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장호의 입이 열렸다.

“제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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