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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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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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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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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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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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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4화

DUMMY

부화의 땅 전체에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님이 도적 왕 비스를 쓰러뜨렸습니다.]


게다가.


[몬스터 도감 완성! 도적 왕 비스!]

*도적 왕 비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도적 왕 비스의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스탯 +2


[업적 달성 : 약탈의 숲의 새로운 왕]

도적 왕 비스를 쓰러뜨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업적.

당신의 용맹함이 부화의 땅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보상 : 스탯 +5


도대체 그 기술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로니가 비스를 쓰러뜨렸다는 것이다.

뼈 흉갑은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리고 비스는 생기를 모두 뺏긴 미라처럼 몸이 바짝 말라버렸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로니는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나를 보며, 주먹을 말아쥐고 입에 갖다 댄 뒤 검지를 펴고 손을 위로 들었다.

일종의 세레머니처럼.


로니는 곧바로 귀환석을 사용해 마을로 사라졌다.

그러자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해 쏠렸다.


“디오님! 바... 방금 로니가 뭘 한 거예요?”


가장 먼저 나에게 달려와 묻는 니싸.

...너보다 내가 더 궁금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와 저마다 떠들기 시작했다.


“디오님! 저도 흑마법 좀 가르쳐주세요!”


“소환수는 어디서 얻었어요?”


“개부럽다 진짜. SSR 급 소환수라니.”


이럴 땐 그냥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

나를 에워싼 사람들의 머리 사이로 다르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 역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궁금한 게 가장 많으면서도 심경이 복잡한 건 바로 그녀일 터.


그런데... 나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렇게 둘러싸 버리면...


“후후후. 흑마법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선택받은 자만이 쓸 수 있죠. 그럼 제 할 일은 끝났으니 저는 이만.”


“자... 잠시만요!”


“어딜 가요!”


궁금한 게 많은 이들을 두고 나는 급히 로그아웃했다.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는 잠시 접속기기에서 빠져나왔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냉장고에서 후추 박사를 꺼내 한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리고 푹 퍼진 슬라임처럼 소파에 누워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30분이 지나고 나는 다시 게임 속으로 접속했다.


다행히 모두들 떠나 아무도 없었다.

레이드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었다.

나는 잿더미가 되어버린, 비스가 있었던 가장 큰 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지팡이로 뒤적거리기도 하면서 잔해들을 하나씩 살폈다.

아마 다른 이들은 이를 거들떠볼 생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절반가량을 헤집었을 무렵.


“여깄네.”


내가 찾던 것은 바로 나무 의자.

정확히 말하면 의자의 한쪽 다리였다.

의자의 절반이 타버렸지만, 다행히도 내가 찾던 다리는 타지 않고 무사히 남아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나는 재빨리 이를 인벤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마을로 귀환해 한달음에 여관방으로 이동했다.


“로니!”


놀란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로니는 느긋하게 옆으로 누운 채 팔로 머리를 받치고 있었다.


“늦었군.”


“인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럼 뭐가 중요한가.”


내가 갑자기 화를 내자, 제임스는 괜히 나와 로니를 번갈아 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거 뭐였냐고 그거! 갑자기 창이 시커멓게 물들더니, 비스를 한 방에 죽였잖아!”


“무엇이긴. 조금은 돌아온 나의 힘이지.”


“...돌아온 힘?”


이에 나는 금안으로 로니의 스킬 창을 살펴보았다.


[데스 블로우] [?급]

*힘만큼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재사용 시간 : 10분


“데스... 블로우?”


“그렇다. 기본적인 기술이지.”


말은 기본적이라고 했지만, 절대 기본적인 스킬이 아니었다.

힘만큼의 추가 피해.

즉 현재 힘이 120인 로니의 경우 120의 피해량이 추가된다는 뜻이었다.

배쉬와 비교해본다면 무려 5배의 추가 피해량.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참으로 우습군. 디오, 나의 진정한 힘을 보고 싶다면 어서 더욱 강해져라. 항상 말하지 않았는가. 네가 강해져야 나 역시 힘을 되찾는다고.”


스킬 해금 조건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나의 스탯이 올라갈수록 로니의 스킬이 하나씩 해금된다는 것.


“그리고 이것. 받아라.”


그러면서 로니는 여전히 누운 채로 나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이건 아까...”


“도적놈이 뱉은 것이지.”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납작한 돌.

그곳엔 처음 보인 기이한 붉은색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잠깐만. 이거 혹시...”


[피의 룬석] [D급]

*초당 HP 회복 : +1


미쳤다.

설마 이게 나올 줄이야...

아이템의 등급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리젠율을 올리는 템은 D급이라 해도 매우 고가에 거래된다.

현재 경매장 시세로 무려 3만 골드.


[룬석 칸이 개방되었습니다. 장비창을 확인하십시오.]


룬석을 받아들자, 새로운 장비 칸이 열렸다.

이에 장비 창을 열어보니, 가장 밑에 다섯 개의 둥근 칸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었다.

즉, 최대 5개까지 룬석 착용이 가능하다는 말.


나는 조용히 로니 옆으로 다가갔다.


“로니. 잠시 앉아봐.”


“무슨 일인가.”


“아, 일단 앉아봐.”


누워있던 로니는 마지못해 몸을 일으켰다.


“뭐 하는 짓인가.”


“안마라고 하는 것입니다, 로선생님.”


너무 기특한 나머지, 나는 그의 어깨에 양손을 올리고 성심껏 주물러주었다.

물론 뼈밖에 없지만.


“별짓을 다 하는군.”


“그래. 이런 걸 얻었는데 별짓 정도는 해야지.”


그런 나의 행동이 우스웠는지, 로니는 코웃음을 쳤다.


“이상한 짓 그만하고 이거나 받아라.”


갑자기 내게 손을 내미는 로니.


“또 뭔데?”


“이것도 나왔더군.”


손바닥을 펴자, 로니가 그 위로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


아까와 같은 크기의 납작한 돌.

다만 문양의 색깔은 푸른색이었다.


[마나의 룬석] [D급]

*초당 MP 회복 : +1


순간 현기증이 났다.

이건 무려...

5만 골드짜리 룬석이었다.


.

.

.


“업진살 살살 녹는다.”


오늘은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 한우를 사 왔다.

무려 1++로.

평소엔 그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한 번 먹어줘야 한다.

어제 8만 골드가량의 득템을 했기 때문.


입안에 기름기가 가득하다 싶으면, 후추 박사로 개운하게 씻어내린다.

아아... 이게 교미지.

참고로 사람은 육식동물이다.

그래서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비스가 룬석을 드랍할 확률은 꽤 낮은 편이었다.

둘 중 하나만 나오기도 어려운데, 어제는 너무나도 운이 좋게 둘 다 나와버렸다.


문득 생각해보면 조금 허무한 생각도 들었다.

하룻밤에 수익이 800만 원.

나의 3달 치 월급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돈이 되는 게임이다 보니 생업으로서 Heaven & Hell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닌 게임.

골드 그 자체가 현금이나 다름없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편의점을 그만두고 그 시간에 골드를 버는 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에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간만에 소고기로 포식한 나는 대충 식탁을 치운 후 컴퓨터 앞에 앉아 공식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부화의 땅에서 할 일은 대부분 다 했다.

히든 던전을 제외하고는 도감도 거의 다 완성한 상황.

유일하게 남은 것은 트롤이었다.


부화의 땅 다음 지역은 날갯짓 고원이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트롤의 숲을 지나야만 했는데, 이 역시 만만치가 않은 일이었다.

숲 자체가 워낙 크기도 하고 사방에서 트롤이 몰려오다 보니, 혼자서 지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해서 여러 길드가 손을 잡고 다 같이 길을 뚫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내가 있는 부화의 마을 게시판에서도 조만간 날을 한번 잡자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고 있었다.


물론 부화의 마을을 떠나기 전에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바로, 밀린 히든 퀘스트를 처리하는 것.

준비가 거의 다 된 퀘스트도 있었고, 아닌 퀘스트도 있었다.

해서 오늘은 완료할 수 있는 퀘스트들은 모두 다 완료할 생각이었다.


대충 계획은 세웠으니, 나는 다음으로 습관처럼 유튜브에 들어갔다.

역시나 인기 동영상을 차지하고 있는 Heaven & Hell 영상들.

그중 가장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벌써 깼다고?”


날갯짓 고원의 필드 보스인 거대 여왕개미 레이드 성공 영상.

영상의 주인공은 자타공인 최강의 길드로 불리는 ‘드래곤 나이트’.

이들은 한참 전에 트롤의 숲을 돌파해 날갯짓 고원에 도착한 최초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아직 카이사 대륙의 모든 길드가 서로 경합을 벌여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 올라온 영상만 보더라도 이들을 능가하는 길드는 현재 존재하지 않았다.


장비부터 때깔이 다른 정예 플레이어들.

그럼에도 다른 길드들보다 더 많은 길드원 수.

들어가고 싶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길드도 아니었다.

드래곤 나이트는 그야말로 플레이어들의 선망의 대상.

그중 가장 빛나는 것은, 단연 길드 마스터인 ‘하데스’.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암녹색의 검이었는데, 이는 콘 다음 단계의 금속인 아콘으로 만든 것이었다.

전장을 누비면서도 검을 지휘봉 삼아 길드를 지휘하는 그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댓글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같은 남자가 봐도 ㅈㄴ 멋있네.

-역시 믿고 보는 드래곤 나이트.

-나는 왜 드래곤 나이트에서 안 받아 줌?

--아재요. 아재는 호박 나이트나 가이소.

-나는 언제 저런 템 끼나.

-제발 꼬추는 3cm...


등등.


공식 랭킹 같은 것은 없지만, 하데스는 사실상 누구나가 인정하는 랭킹 1위였다.

압도적인 강함. 압도적인 재력.

물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니, 나는 그가 강하든 돈이 많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저 영상이나 재밌게 볼 뿐.


나는 다시 뒤로 돌아와 또 어떤 인기 영상이 올라와 있나 살펴보았다.


“...어?”


썸네일을 보니 매우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제목은 [히든 클래스 흑마법사가 나타났다!]

설마 하고 영상을 클릭해보니.


“내 이럴 줄 알았다.”


썸네일의 주인공은 바로 로니.

처음 딱 봤을 때 이 대굴빡이 딱 우리 집안사람 같았다.


내용은 어제 내가 참여했던 도적 왕 레이드.

시점은 1인칭으로만 녹화가 되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선 다소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당시의 현장감이 살아 있었다.

영상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로니의 막타인 ‘데스 블로우’.

비스 공략 영상은 여러 개가 있었지만, 이토록 쉽게 잡은 것은 이 영상이 처음이다.

중간엔 자막으로 소환수의 이름은 ‘로니’라고 편집까지 해놨다.

대체 누가 녹화해서 올렸나 보니, 채널 이름이 BK니싸.


“...너였구나.”


그리고 로니가 귀환한 후, 영상의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뜬금없게도 내 얼굴이었다.


“미친...”


전국에 얼굴이 팔릴 뻔했지만, 다행히 후드를 쓰고 있었다.

덕분에 얼굴이 가려져 있었으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도 두 금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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