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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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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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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7.15 22:10
조회
455
추천
7
글자
12쪽

38화

DUMMY

한참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 마침 시작된 입질.

로니는 재빨리 낚싯대를 끌어당겼다.


바늘에 걸려 파닥이는 물고기.

이를 끌어와 손에 쥐자, 물고기는 곧바로 블러드 허브로 변했다.


“나중에 디오에게 줘야겠군.”


그리고 다시 낚싯줄을 연못에 던지는 로니.

또 한 번 정적이 감돌자, 결국 스트레이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런 취미가 있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취미가 아니다.”


“그럼...”


“그냥 하는 것이지.”


“재미는 있으십니까?”


“없다.”


“헌데 왜...”


“재미가 없으니까 하는 것이다.”


“......”


그렇게 다시 침묵이 흐르고.


“이곳의 생활은 마음에 드십니까?”


“그럭저럭.”


“왠지 즐거워 보이십니다.”


“흥. 즐겁고 말고 할 것이 어디 있나.”


로니의 눈치를 살피는 스트레이크.

또 한참을 침묵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말하라.”


“언제... 돌아오십니까?”


“때가 되면.”


“아직은 그때가 아닙니까?”


“그렇다.”


“......”


또 침묵이 흐르자, 이번엔 로니가 입을 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속 시원히 하라.”


“...군데군데 반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서 돌아오시어 우리의 땅을 다시 다스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있을 때도 그랬다. 마치 예전엔 조용했던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군.”


“하지만...”


“그래서 너에게 검을 맡기고 간 것이 아닌가.”


“그 검은... 제가 감히 쓸 수 있는 검이 아닙니다.”


“흠...”


길게 한숨을 내쉬는 로니.


“너에게 검을 맡겼다는 것은 나의 권한을 위임했다는 뜻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설마 놈들을 제압할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뜻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평소 내가 하던 대로 하라.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 그래도 끝까지 반기를 드는 놈이 있으면, 그땐 나의 이름을 말하라. 감히 기어오르지 못할 것이다.”


“......”


“어찌 대답이 없는가! 그리하겠다고 답하라!”


“...그리하겠습니다.”


확답을 들은 로니는 다시 연못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폐하께서는 어찌 계시는가.”


“여전하십니다.”


“사원의 문은 열리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


로니의 안광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의 심정을 잘 알기에, 스트레이크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것이지... 그건 그렇고, 내가 말한 자는 데리고 왔나?”


“예. 한번 보시지요.”


스트레이크는 품에서 작은 단지를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슈우우우.


단지 안에서 하늘색 기운이 빠져나와 곧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여... 여긴 어디...”


유령인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로니를 발견했다.

그리고 물끄러미 로니를 내려다보고 있자.


“무엄하다! 당장 무릎 꿇지 못하겠는가!”


뒤에 서 있던 스트레이크가 벼락같이 소리쳤다.


“헙! 사... 살려주십시오!”


그 말에 겁을 먹은 유령은 곧바로 두 무릎을 꿇었다.


로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의 앞에 섰다.


“영특하게 생겼군. 연금술은 해본 적이 있나?”


“그... 그렇습니다. 살아 있을 때 몇 번 해보긴 했지만...”


“능숙하지는 않다는 것이군.”


“그... 그것이...”


유령이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제대로 못 하고 있자, 뒤에 있던 스트레이크가 대신 말을 거들었다.


“경험은 많지 않으나, 아주 똑똑한 자라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게다가 손재주도 좋은 편이라 가르치면 금방 해낼 것입니다.”


“그렇군...”


다시 한번 유령을 살피는 로니.


“네가 데려왔으니 믿을 만하겠지. 고생 많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로니는 벌벌 떨고 있는 유령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하늘색 연기가 되어 로니의 손안으로 흡수되었다.


로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돌덩이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하염없이 연못을 바라보며 말했다.


“스트레이크. 걱정하는 네 마음은 잘 알고 있다. 외환도 끊이지 않는 데다, 반란까지 일어나니 하루라도 마음 편한 날이 없겠지. 하지만 나 역시 요양이나 하자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


“끝도 없이 반복되는 싸움을 거치며 깨달은 것이 한가지 있었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것. 해서 나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알다시피 그 전쟁이 바로 승부수였지.”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후후. 너 역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세간에선 그렇게 떠들어 댔었다. 결국 그들이 이겼다고.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다. 그 전쟁은 내가 던진 승부수의 절반일 뿐. 나머지 절반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시작했다고 봐야겠군.”


그렇게 로니는 알 듯 말 듯 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기다리거라. 때가 되면 스스로 돌아갈 것이다.”


“예.”


“할 말이 없으면 인제 그만 물러가라.”


로니의 명에 스트레이크는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작별의 예를 갖춘 후, 투구를 쓰고 일어나 말을 이끌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떠나는 동안에도 로니는 오로지 연못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그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

.

.


“아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온 것 같냐.”


실제로는 사흘만의 접속이었다.

하지만 평소 매일 접속했다 보니, 유독 지난 이틀이 길게 느껴졌다.

게임 중독에 걸린 것인지, 이젠 하루라도 접속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 지경.


이전 같으면 접속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맵을 켜 로니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편리한 메신저가 생겼기 때문.


손을 펴고 마음속으로 나타나라고 생각하자, 곧 검은 연기가 일더니 이내 검은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니한테 가서 여관방으로 오라고 그래. 로니가 누군지는 알지?”


새는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 새를 로니에게 보낸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다시 연기가 되어 내 몸에 흡수된 녀석.

아마 즉각 연락이 갈 것이니, 기다리고 있으면 로니가 올 것이다.


늘 하던 대로 나는 창고를 먼저 확인했다.

안에는 오크 장군의 건틀릿과 부츠가 하나씩 들어있었다.

그리고 C급 강화주문서도 7장이 있었는데, 아마 로니 혼자 망자의 땅에서 사냥한 것 같았다.

아직은 나의 쉴드가 없이는 혼자 사냥하기 어려웠을 터.

해서 7장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참 고마운 일이었다.


여관방으로 들어온 나는 역시나 포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가량 지났을 무렵.


“왔군.”


“여~ 로선생.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흥. 어디서 이상한 말투를 배워온 건가.”


“배우기는. 그냥 맨날 똑같이 인사하면 재미없잖아.”


하지만 로니는 별 감흥이 없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책상 위에 블러드 허브 하나를 툭 던져놓았다.


“웬 허브?”


“낚시해서 건졌다.”


“오! 낚시? 웬일이야? 혼자 낚시를 다 하고.”


허나 이번에도 로니는 대답하지 않고 곧장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갈 생각인가.”


“음... 늑대 동굴?”


“광석 때문인가?”


“그런 것도 있고. 또 도감도 완성해야 되니까.”


“그렇군. 그럼 바로 가지.”


“아이, 급하기는. 있어 봐. 이것만 만들어 놓고.”


이왕 용액을 끓이기 시작했으니, 이것만 마무리하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이제 포션을 만들 자가 있으니.”


“......?”


무슨 말인가 싶어 나는 멀뚱히 로니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손바닥을 펼치는 로니.


슈우우우.


그의 손바닥에서 처음 보는 하늘색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기운은 점차 뭉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여... 여긴 어디... 으, 으악!”


정체불명의 푸르딩딩한 사내는 로니를 보고 기겁했다.

그리곤 곧바로 무릎을 꿇더니.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달라며 바짝 엎드렸다.


...뭐냐 이 상황은.


“로니... 이건 또 뭐야?”


“일손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일손? 내가? 언제?”


“인제 와서 발뺌하는군. 누가 너 대신 포션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 그거?”


아니... 그건 그냥 푸념하듯이 말 한 거지.


“그럼 이... 사람이라고 해야 되나 뭐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이 자가 나 대신 포션을 만들 거라고?”


“그렇다.”


황당하네...


“근데 이 자는 그 새랑은 다른 거야?”


“다르다.”


“어떻게?”


내가 볼 땐 기운의 색깔만 달랐지, 로니의 손에서 나타나 형상을 갖추는 건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새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것. 한마디로 나의 작은 화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와 관련이 없다. 그저 똑똑한 놈으로 하나 데리고 온 것이지.”


“데리고 왔다고? 어디서?”


“우리들의 땅에서.”


“거기가 어딘데?”


“언데드들의 고향.”


언데드가 고향도 있었나?


“저기요. 얘 말이 맞아요?”


“마... 맞습니다. 죽음의 평원에서 왔습니다.”


죽음의 평원?

처음 듣는 곳인데.


“아무튼 거기있던 양반이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그... 그게...”


사내는 말을 할 듯하면서도 슬쩍슬쩍 로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요. 해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나름 안심을 시킨다곤 했지만, 사내는 여전히 로니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해서 내가 계속해서 안심시켜주자, 그는 그제서야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사실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공부나 하면서 지냈지요. 그런데 어느 높으신 분이 오셔서 자신과 함께 어디론가 가자고 하셨습니다.”


“높으신 분?”


“예.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따위는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분이라는 것을요.”


높으신 분은 또 누구야.


“그래서, 그다음엔 어떻게 됐어요?”


“그분이 작은 단지를 열자, 저는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그때 이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는요?”


“다시 이분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이렇게 밖으로 나오니... 지금 이 상황이 된 것입니다.”


야이 씨...

이거 사람으로 치면 인신매매 아니냐?


“아무튼 경황없이 잡혀 왔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여기라는 뜻이네요?”


“...그렇습니다.”


허허...

어이가 없네.


“그러면... 그쪽도 언데드라는 거에요?”


“예... 저도 죽은 지는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유령 신세가 됐지요.”


아... 유령이었구나.


“아무튼 디오. 너를 대신해서 일할 자다. 마음껏 부리도록.”


아니, 짜식아...

그건 너나 그렇게 하는 거고...


“근데 혹시 연금술은 해봤어요?”


“어... 사실 몇 번 밖에 안 해봤습니다.”


“흐음...”


사실 따지자면 나도 아직 연금술은 초보다.

하지만 이 유령은 왠지 나보다 훨씬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외모가 한평생 연구에만 매달린 소위 학자 같은 외모였기 때문.


“그럼 일단 이리 와봐요.”


그러자 쭈뼛거리며 다가오는 유령.


“여기 이 책이 연금술 책이에요. 안에 포션 만드는 법이 적혀 있으니까, 한번 읽어보고 따라 해봐요. 재료야 또 구하면 되니까 실패할까 봐 걱정하지는 말고요.”


“아아, 예...”


유령은 아직 상황이 낯선지, 말과 행동이 경직되어 있었다.

해서 나는 좀 더 긴장을 풀어주고자 통성명이나 하기로 했다.


“어쨌든 인사나 합시다. 나는 디오고, 얘는 로니예요.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아... 그러셨군요. 인...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제임스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제임스.”


음... 뭔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이름인-


“뭐!? 제임스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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