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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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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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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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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7화

DUMMY

“휴... 일단 이 정도만 하자.”


총 10번의 던전 뺑뺑이를 돈 후, 내가 얻은 장신구는 총 5개.

피의 반지 2개, 피의 목걸이 1개, 마나의 반지 1개, 마나의 목걸이 1개였다.

모두 D급으로, 능력치는 HP 혹은 MP를 10만큼 증가시켜주는 것으로 동일했다.


법사이니만큼 마나의 반지와 목걸이를 착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마나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하기에, 나는 피의 목걸이와 반지를 선택했다.

모두 착용하니 HP가 30이나 증가하여, 나의 HP는 총 45가 되었다.

이 정도면 방어력이 낮긴 해도 해골 석궁병에게 세 방까지 맞아도 버틸 수 있는 HP였다.


마나의 반지와 목걸이는 일단 로니에게 주었다.

스킬이 배쉬밖에 없긴 해도, MP가 늘어났기에 앞으로 쿨타임이 될 때마다 여러 번은 쓸 수 있을 것이다.


해골과 좀비 그리고 귀부인의 도감도 완성할 수 있었다.

히든 몬스터인 만큼 각각 스탯 2개를 보상으로 준 덕에, 이번 사냥만 해도 총 6개의 스탯을 얻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용무는 일단 끝이 났다.

해서 나는 다시 마을로 귀환한 후, 여관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디오. 지하묘지로 가는 것이 아니었나?”


“갈 거야. 나중에.”


“왜 지금 가지 않나?”


“포션 만들어야 되거든. 좀 만들어 놔야 돼.”


그러면서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포션을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급한가?”


“급하다기보다는... 지금 만들어 놓으려고. 나, 이틀 정도 여기 못 오거든.”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응. 부모님 집에 가.”


“그렇군...”


설이 지났는데도 알바를 하느라 본가에 가지도 못했다.

해서 미루고 미루다가 가는 것이 바로 내일.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나 대신 이틀간 일을 해주시기로 했다.


“아, 참고로 이틀은 내가 사는 세계 기준으로 이틀이야. 그러니까 여기 기준으로는 열흘 조금 넘는다고 보면 돼.”


“당분간은 못 본다는 말이군.”


“그렇지.”


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눈과 손은 포션을 만드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차분히 침대에 걸터앉는 로니.


“포션 만드는 것은 지겹지 않은가?”


“지겨워. 처음엔 재밌었는데, 이젠 별로 재미가 없네.”


물론 그래도 몇 번 만들다 보니 조금 실력이 늘긴 했다.

처음엔 리큐르 한 병으로 포션 반병밖에 채우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래도 6할은 채운달까.


“나 때문에 고생이군.”


“고생은 무슨. 혼자 있을 때는 내가 못 도와주니까 만들어 놓는 거야. 원래 그래. 우리 엄마도 나 가끔 볼 때마다 반찬 잔뜩 싸주시거든. 참고로 나 내가 사는 세계에서 혼자 산다.”


그러면서 나는 슬쩍 로니를 쳐다보았다.

뭔지 모를 사연이 많은 녀석.

그러고 보니 얘는 가족이라는 게 있나?

괜히 이런 얘기를 꺼내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 싶었지만, 눈빛을 보니 그런 건 아닌 듯했다.


“아무튼, 그래서 만드는 거지. 있으면 어쨌든 쓰잖아. 아-! 누가 나 대신 포션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후후.”


그렇게 나는 포션 제조에 집중하는 동안, 로니는 또다시 사냥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려 했다.


“너 다시 여기 왔을 때 나 없으면 그냥 간 거라고 생각해. 그럼 당분간 잘 지내고 있어라. 사고 치지 말고.”


“흥. 쓸데없는 걱정을.”


우리는 그렇게 우리 방식으로 미리 작별인사를 건넸다.

아무튼 포션 3개를 만든 후, 나는 창고에 이를 넣어놓고 잠을 자러 가기 위해 곧장 로그아웃했다.


한편 그 시각 로니는.


“때가 됐군.”


사냥을 잠시 멈추고, 그는 손을 활짝 폈다.


슈우우우.


손바닥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곧 금빛 눈을 가진 검은 새의 형상을 갖추었다.


“스트레이크. 연금술을 잘 하는 똑똑한 놈을 하나 데려와라. 시간은 열흘 뒤. 장소는 새를 따라오도록.”


그러자 새는 그의 말을 잘 기억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레이크를 찾아가라.”


그리고 그가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검은 새는 재빨리 하늘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

.

.


한없이 소파와 한 몸이 된 나는 슬라임처럼 푹 퍼져 누워있었다.

아아. 이게 천국이구나.

그렇게 격렬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무렵.


“아들~ 이리 와서 밥 먹어.”


마침 엄마가 점심을 차려주셨다.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잔치국수.

거창하진 않아도 깔끔하고 시원해서 좋다.

이상하게 밖에서 사 먹으면 이 맛이 안 난단 말이야.


“역시 우리 여사님밖에 없네.”


그렇게 후루룩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더 먹어. 여기 더 있어.”


“됐어. 배불러 이제.”


“많이 먹어야지. 그렇게 말라서 되겠니. 볼 때마다 더 마른 것 같네.”


“뭐가 말라. 딱 보기 좋구만. 그리고 나도 이제 서른이라 그런지 자꾸 배만 나오는 것 같아.”


하여튼 부모님들 눈에는 자식들이 다 빼빼 말라 보이나 보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이번엔 딸기를 내주셨다.


“아이고. 이 귀한걸.”


“평소에도 좀 사 먹고 그래. 맨날 비싸다고 구경만 하지 말고. 너 돈도 벌잖아.”


“그렇긴 하지. 근데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


원래 자취하면 그렇게 된다.

이놈의 과일들은 왜 그렇게 비싼지.

특히 가격을 보면, 저 돈으로 국밥이나 사 먹는 게 낫겠다 싶어 더욱 손이 가질 않는다.


그렇게 후식까지 마무리한 나는 괜히 푸념하듯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 나는 엄마한테 좋은 아들인가?”


“당연하지. 우리 아들만큼 좋은 아들 없지.”


역시, 어머니의 사랑이란.


“왜 갑자기. 누가 뭐라 그래?”


“아니, 그냥... 내가 불효자인가 싶어서. 아직도 알바만 하고 있고, 딱히 이룬 것도 없는 것 같고. 내 한 몸은 건사해서 좋은데 우리 여사님 마음은 어떤가 싶었지.”


“사고 안 치고 몸 건강하면 그게 효도야. 엄마는 우리 아들 잘 지내고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하니까, 불효자니 뭐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말고.”


바다가 넓다 해도 어머니의 마음보다 넓겠는가.

이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나는 성공해서 제대로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역시 우리 엄마 국수가 최고네.”


그렇게 그릇과 수저를 치운 후, 나는 오랜만에 내 방이었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옷장 및 창고로 쓰이고 있는 방.

하지만 구석 한켠에는 내가 쓰던 책장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많이 버리고 없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했던 책들은 아직 꽂혀 있었다.

그렇게 옛 추억을 떠올리며 제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이거 아직도 있었네.”


나는 어느 책 하나를 꺼냈다.

제목은 바로.


“데미안...”


처음 읽었을 때는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이었다.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 중 하나.

당시엔 멋모르고 읽었었는데, 이게 뭔 내용인가 싶었다.

물론 스무 살이 넘고 나서 다시 한번 읽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서른이 된 지금도, 나는 이게 왜 청소년 권장도서인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어려운 책이랄까.


책도 세월을 맞은 것인지, 종이가 다 누렇게 변해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책을 넘기던 중.


“오. 득템.”


책갈피 용도로 꽂아놓은 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했다.

이로써 국밥 한 그릇 획득.

나는 곧바로 이를 접어서 냉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공교롭게도 그 페이지는 데미안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 있는 페이지였다.

새, 알, 아브락사스가 어쩌고저쩌고.

대충 세계를 파괴하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내용이다.

아무튼 모르겠다.

지금 봐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

나는 책을 다시 꽂아 넣고 바닥에 누웠다.

오랜만에 보는 내 방 천장.


가만히 있자니 너무 조용해 나는 폰으로 노래를 틀었다.

기타 전주로 시작하는 디오의 또 다른 명곡.

The Temple of the King.


“크으...”


명곡의 특징은 전주가 시작될 때부터 감탄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명품 보컬.

자동으로 내 입술은 가사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루한 목소리로 부르던 중, 마침내 다가온 마지막 순간.


“of the temple and the king! 윽... 크흠...”


물론 삑사리는 덤이다.

그렇게 다시 한번 디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마음을 비운 상태로 있고 싶었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런저런 잡생각이 오고 갔다.

그러던 무렵.


“...로니는 뭐 하고 있을까.”


눈을 뜨니, 문득 그쪽 세계에 있을 로니가 생각났다.

오늘은 Heaven & Hell 오픈 이후 처음으로 접속하지 않은 날.

물가에 애를 내놓고 온 기분이었다.

짜식... 또 어디 가서 사고 치고 있진 않겠지.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하며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폰에서는 다음 디오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번엔 명곡을 망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입을 다물고 노래를 감상했다.

부럽다. 디오...

나도 디오처럼 노래를 잘 불렀으면 얼마나 좋을까...


.

.

.


그 시각.


“야, 저거 뭐냐?”


“뭐?”


“저거! 우리 쪽으로 오는 것 같지 않냐?”


“응? 그런가?”


태초의 땅에서 그레이 울프를 사냥하던 두 플레이어는 저 멀리서 무언가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게임상에서 시간도 밤이다 보니,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해서 멀뚱히 지켜보고만 있던 무렵.


“...뭐가 저렇게 빨라?”


조그마한 점이었던 것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어어... 어어! 도망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두 사람.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하지만.


“미친... 뭐야 저거!”


그들을 향해 달려오던 무언가는 엄청난 도약을 선보이며 그들을 뛰어넘었다.

땅에 착지한 것을 보니 검은 말이었다.

그리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흉흉한 중갑옷을 입고 있는 누군가가 그 말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의문의 존재는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방금 우리가 뭘 본 거냐?”


“......”


말은 계속해서 달리고 달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앞에, 검은 새가 길을 인도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곧 숲에 도착한 이들은 나무가 무성히 심어져 있음에도, 귀신같이 몸을 놀리며 나무를 피해가며 달려나갔다.

그렇게 머지않아 도착한 곳은 바로 연못.

그곳에서 왜소한 누군가가 돌덩이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검은 새는 곧 그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

그리곤 검은 연기가 되어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왔군.”


그가 왔음에도 로니는 낚싯대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말에서 내리는 의문의 존재.

2미터가 넘는 거한은 곧장 로니의 근처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투구를 벗은 후 땅에 내려놓고 말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그제야 고개를 돌리는 로니.


“별일이야 있었겠느냐. 오랜만이군. 스트레이크.”


거한 역시 로니와 같은 언데드인 해골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흉흉한 기운은 절대 평범한 언데드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일어나라.”


“예.”


로니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는 스트레이크.

반면 로니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아무 말 없이 연못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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