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58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7.08 22:10
조회
522
추천
11
글자
12쪽

31화

DUMMY

“키야... 훌륭하십니다. 로선생님.”


창고 안에는 오크 장군의 아머가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내가 자는 동안 오크 장군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뜻.

오크 장군의 갑옷들이 넉넉히 모이면 강화를 시도할 예정이었다.

헌데 이젠 포션을 만들 수 있으니, 목표량을 모으는데 걸리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궁술 스킬은 안 배웠지?”


“그런 얄팍한 술수는 배우지 않는다.”


얄팍하기는. 좋기만 한데.

하지만 배우려고 해도 어차피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궁술 스킬은 지력도 요구하기 때문.

상남자 중에서도 상남자인 로니는 오로지 힘만 바라보는 외길 인생러.

그런 녀석이니 지력을 올릴 리가 없다.


아무튼 오늘도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뻔하디뻔한 오크 장군 사냥.

이제는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녀석과 인사라도 나눠야 할 판이다.


건틀릿을 획득한 후, 우리는 다시 부화의 마을로 돌아왔다.

오늘의 진짜 목표는 바로 그레이 울프.

놀보다 조금 더 강력한 녀석으로, 주로 가죽을 드랍한다.

열심히 달린 우리는 그레이 울프가 출몰하는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음... 많이 있네.”


사람도 많고 울프도 많은 곳.

하지만 그렇다고 놀의 출몰지역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그레이 울프] [하급]

HP / MP : 50 / 0

공격력 / 마법력 : 30 / 0

방어력 / 저항력 : 7 / 8


공격력 하나는 대단한 녀석.

하지만 아직까지는 로니가 버틸 만한 수준이다.

다만 이 이후로 넘어가면, 확실히 방어구 강화가 필요한 상황.


“로니. 오늘은 활로 사냥하려고?”


“그렇다. 한 번 써보긴 해야겠지.”


곧장 사냥감을 물색하는 로니.

마침 멀지 않은 곳에 혼자 동떨어진 녀석이 있었다.

녀석에게 활을 겨눈 후 활시위를 당기자.


피잉!


[???이 그레이 울프에게 39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크으... 미쳤다.

참고로 웨폰 마스터는 말 그대로 무기라면 다 적용된다.

즉, 활도 포함된다는 말.

원래 궁수는 사거리가 긴 대신 공격력이 낮고, 연사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공격력이면 그런 단점들을 상쇄하는 수준.


화살을 맞은 녀석은 곧바로 로니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서 날아간 화살에 절반도 오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어 다음 사냥감을 물색하는 로니.

화살은 다음 희생양을 향해 날아갔다.

결과는 역시나 마찬가지.


“나 잠시 가죽 좀 줍고 올게.”


내가 손쓸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드랍템들을 줍는 것뿐.


로니는 자리를 지키면서 몸만 이리저리 돌리며 계속 화살을 날려 보냈다.

이 정도면 거의 뭐 자동포탑이다.

그렇게 주변의 울프들이 씨가 마르자, 우리는 곧장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레이 울프 우두머리] [중급]

HP / MP : 120 / 0

공격력 / 마법력 : 35 / 0

방어력 / 저항력 : 10 / 11


역시나 사자만 한 덩치를 자랑하는 우두머리.

생긴 것만 봐도 위압감이 대단했지만, 그래 봤자 훌륭한 가죽 공급원이다.


녀석은 화살을 맞고는 곧장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두 번째 화살까지 맞았지만, 여전히 멀쩡한 상태.

타이밍이 애매했다.

세 번째 화살은 맞추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그럴 땐 또 방법이 있다.

활 대신 창으로 바꾼 로니는 달려드는 녀석에게 배쉬를 사용했다.


“우우우...”


구슬픈 소리를 내는 녀석.

그렇게 우두머리 역시 눈앞에서 가죽을 떨구며 쓰러졌다.


로니는 다시 활을 들어 사냥감을 물색했다.

그동안 나는 드랍템을 주울 뿐.

아... 행복하다.

셔터맨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머지않아 주변을 다 정리한 후, 우리는 또다시 자리를 옮겨 사냥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쉴 틈 없이 반복하며 사냥한 덕분일까.

생각보다 빨리 녀석들의 도감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냥은 계속할 생각이었다.

히든 퀘스트를 위해서라도 가죽이 필요하기 때문.

해서 정리된 주변을 돌며 가죽들을 줍던 순간.


“...이렇게 멀리 왔었나?”


한참 사냥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바위산 근처까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저 앞에 보이는 던전의 입구.

바위산의 산하에 생기는 인던, 늑대 동굴이었다.


한번은 가긴 해야 하는 곳이지만, 지금 가기에는 애매하다.

몹들도 까다로울뿐더러, 둘이서 클리어하기엔 아직 벅차기 때문.

해서 다시 그레이 울프나 잡으러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


“저기, 혹시 늑대 동굴 가시나요?”


나에게 말을 걸어온 전사 플레이어 ‘역날검’.

그리고 그 뒤로 세 명의 전사들이 더 있었다.

문양으로 보니 모두들 같은 길드였다.

길드 이름은 초야의 검객들.

...검객?

판타지 게임에 웬 검객?


“아뇨. 그냥 있길래 한번 본 거예요.”


“그러시구나. 그런데... 혹시 직업이?”


“마법삽니다.”


하여튼 이놈의 복장.

빨리 초보자용 갑옷을 벗든가 해야지 원.


“잘됐네요! 안 그래도 저희끼리 가볼까 했는데, 마법사가 있으면 더 좋죠!”


예상치 못한 상황.

역날검은 선뜻 나에게 같이 갈 것을 제안했다.

당장 급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잠시 머리를 굴려보니, 이 기회에 한 번 탐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죠. 그럼 잠시만요. 로니!”


나는 혼자 멀뚱히 서 있는 로니를 향해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이분은 궁수신가 보... 어? ID가 없네요?”


“아, 플레이어가 아니에요.”


“네? 그럼...”


“그냥... 소환수 같은거라고 보시면 돼요.”


“소환수요?”


소환수라는 말에 모두들 눈이 조금 커졌다.


“아니, 소환수가 있다는 건 처음 들었는데 그런 것도 있나요?”


역시나 전에 만났던 궁수 길드 사람들과 같은 반응.

해서 나는 그때처럼 대충 비밀이라고 둘러댔다.


“그렇구나. 아무튼 부럽습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한번 구해보고 싶네요. 하하.”


슬쩍 로니를 보니, 눈빛이 못마땅해 보였다.

나는 그런 로니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귀찮아지는 것보단 낫잖아. 그냥 소환수인 척해. 아 그리고.”


나는 이들을 다시 한번 살핀 후, 말을 이어나갔다.


“계속 활 들고 있어. 웬만하면 쏘지 말고.”


뭔가 찝찝한 느낌이 있었다.

네 사람 모두 눈빛이 이상한 느낌.

하지만 무어라 단정할 수 없었기에, 나는 일단 그들과 합류하기로 했다.


[늑대 동굴] [중급]

*강력한 울프들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최대 입장 가능 인원 : 6명

*입장 제한 : 사용 스탯 110 이하

*참고 : 주먹만으로 모든 적을 처치하면 숨겨진 던전이 열립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그렇게 이들 넷과 함께 동시에 입장.

동굴에 들어온 나는 곧바로 모두에게 쉴드를 한 번씩 돌렸다.


“역시 법사가 있으니까 든든하네요. 우리도 이제 다른 직업을 받아야 되나?”


“에이. 형. 그러면 길드 이름부터 바꿔야죠. 전사만 받는다고 이름을 초야의 검객들로 해놓고는.”


“그렇긴 하네. 그래도 막상 쉴드 받으니까 좋다 야. 방어력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던전에 들어온 이들은 전혀 긴장하는 기색 없이 서로 잡담을 나누었다.

대충 들어보니 서로 형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그중 역날검이 가장 나이가 많은듯했다.


금안으로 살펴본 이들의 방어구는 +2 강화가 된 C급 상점표 갑옷.

그래도 무기는 강철 롱 소드 +4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롱 소드는 한 손 무기인데, 왜 방패는 안 들고 있는 걸까?


“그런데 디오님. 아니 어떻게 된 게 디오님보다 소환수가 더 템이 좋아요? 이거 오크 장군 세트 아니에요?”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아니 이 비싼걸...”


역날검이 운을 띄우자, 그제야 이들은 로니의 갑옷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무어라 대충 둘러댈까 생각하던 중.


“그래도 뭐 그럴 수 있죠. 저 어릴 때 PC방에서 그런 아저씨 봤어요. 옷은 후줄근한 추리닝에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자기 캐릭터는 장비가 장난이 아닌 거예요. 아마 그 당시로 치면 몇백만 원은 넘었던 것 같은데.”


“아, 형. 또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예요. 형 어릴 때면 컴퓨터가 있긴 했어요? 그리고 그때 몇백만 원이면 집도 살 수 있는 돈 아닌가?”


“아냐 새꺄! 그때도 21세기였다고! 그리고 뭔 몇백만 원으로 집을 사 미친놈아. 당시에도 집은 억 단위였어.”


“그래요? 그거는 기와집이겠죠. 형은 초가집에 사셨다면 서요.”


“이 새끼가 뒤질라고.”


“큭큭. 그리고 21세기라니. 역시 아재가 쓰는 용어답죠.”


확실히 친한 사이인 것 같았다.

그렇게 뒤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걸어가던 중.


“어? 이제 나오네.”


앞장선 역날검이 몹을 발견했다.


[화이트 울프] [하급]

HP / MP : 55 / 0

공격력 / 마법력 : 33 / 0

방어력 / 저항력 : 8 / 9


우선 보이는 것은 두 마리.

로니가 등에 멘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려 하자, 나는 그 손을 막으며 작게 속삭였다.


“아직 쏘지 마. 일단 힘을 숨겨.”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로니.

나도 모른다.

그냥 이상하게 지금은 그러고 싶었다.


“자! 가자 검객들! 피의 축제다!”


“갑시다!”


“후후. 피 맛을 보여달라고 검이 울부짖는군.”


뭐가 저리들 신이 난 걸까.

아무튼 네 사람 모두 동시에 튀어나가 롱 소드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막무가내로 공격을 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니었다.

둘씩 나뉘어 한 마리씩 상대했는데, 합이 제법 잘 맞았다.

적당히 어그로를 나눠 갖기.

그리고 위험하다 싶을 땐 배쉬.

인제 보니 한두 번 맞춰본 솜씨가 아니었다.


“가뿐하네. 너희도 괜찮지?”


“네. 형은요?”


“나도 별거 없지 뭐.”


생각보다 쉽게 끝난 전투.

HP가 떨어진 이에게 힐을 넣어주고,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또다시 마주친 울프 한 마리.


“누가 할래?”


“형 먼저 해요.”


“그래. 잘 보고 배워라.”


“아, 이 형 또 시작이네.”


그리고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역날검.


“디오님. 잘 보십시오. 검술이란 무엇인지 보여드리죠.”


“......”


뭘까 이건.


아무튼 역날검은 자신 있게 울프를 향해 나아갔다.

허리춤에 검을 다시 찬 채로.


“와라! 이 똥개 자식!”


그의 도발이 먹힌 걸까.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는 화이트 울프.


이에 역날검은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 자세를 낮춘 채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저거 발도술 자세 아닌가?


때마침 달려드는 녀석.


“보여주마! 나의 비기! 비천어검류, 용상섬!”


그러면서 그는 위로 뛰어오르며 검을 크게 올려쳤다.

그리고 떨어져 내리면서는.


“용퇴섬!”


검을 아래로 내리쳤다.


...맙소사.


물론 기술이 나가는 건 아니었다.

그래 봤자 평타 공격.

이후 두 차례 검을 더 휘두른 후.


“최종 오의! 천상용섬!”


생지랄을 하는데, 그래 봤자 그냥 평범한 배쉬였다.

그렇게 마무리를 한 후, 다시 허리춤에 검을 차는 역날검.


“......”


“보셨습니까? 휘몰아치는 폭풍을.”


...내가 지금 뭘 본 걸까.


그때 마침 또 다른 울프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에 나서는 또 다른 플레이어.


“아! 형!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까요! 도대체 언제 적 만화를 보고 저러는 거야. 비켜봐요. 내가 제대로 보여 줄 테니.”


그의 ID는 젠삼츠.


하아...

얘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 쓰는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109화 +2 24.03.19 24 0 16쪽
108 108화 24.03.14 37 0 12쪽
107 107화 24.03.11 43 0 11쪽
106 106화 24.03.07 45 0 11쪽
105 105화 24.03.04 43 0 11쪽
104 104화 24.02.29 47 0 11쪽
103 103화 24.02.26 54 0 12쪽
102 102화 24.02.22 53 0 11쪽
101 101화 24.02.19 47 0 12쪽
100 100화 24.02.16 51 0 11쪽
99 99화 24.02.13 50 0 12쪽
98 98화 24.02.06 55 0 12쪽
97 97화 24.02.02 55 0 12쪽
96 96화 24.01.29 55 0 12쪽
95 95화 24.01.26 53 0 12쪽
94 94화 24.01.21 62 0 12쪽
93 93화 24.01.18 63 0 11쪽
92 92화 24.01.16 68 0 12쪽
91 91화 24.01.07 74 0 12쪽
90 90화 24.01.01 76 0 11쪽
89 89화 23.12.26 83 0 11쪽
88 88화 23.12.20 80 0 11쪽
87 87화 23.12.16 87 0 11쪽
86 86화 23.12.01 90 0 11쪽
85 85화 +1 23.11.14 104 1 11쪽
84 84화 23.10.25 94 0 12쪽
83 83화 23.10.06 110 0 11쪽
82 82화 23.05.24 160 0 12쪽
81 81화 23.05.19 134 1 11쪽
80 80화 23.05.16 145 1 12쪽
79 79화 23.05.06 164 0 12쪽
78 78화 23.04.25 185 1 11쪽
77 77화 23.04.02 208 2 12쪽
76 76화 23.04.01 183 2 11쪽
75 75화 23.03.31 186 2 12쪽
74 74화 23.03.30 175 2 11쪽
73 73화 23.03.29 183 2 12쪽
72 72화 23.03.28 180 2 12쪽
71 71화 23.03.27 188 1 11쪽
70 70화 23.03.26 188 3 12쪽
69 69화 23.03.25 187 2 11쪽
68 68화 23.03.24 188 1 12쪽
67 67화 23.03.23 191 2 11쪽
66 66화 +1 23.02.03 250 3 12쪽
65 65화 +1 23.02.02 221 3 11쪽
64 64화 23.02.01 226 4 12쪽
63 63화 23.01.29 236 3 11쪽
62 62화 23.01.26 232 3 12쪽
61 61화 23.01.20 255 4 11쪽
60 60화 23.01.18 277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