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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26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2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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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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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4화

DUMMY

[???에게 힐을 시전하였습니다. HP가 7 회복되었습니다.]


언데드에게 힐이라니.

사실 힐은 언데드에게 공격으로 간주 된다.

회복량만큼 피해를 입히는 것.

하지만 그 피해량이 적다 보니, 보통은 공격마법을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나저나 로니도 이 상황이 웃긴 모양.


“후후. 힐을 받는데도 회복이 된다니.”


아마 이 역시도 계약의 영향일 터.


다시금 날아드는 흉악한 도끼.

하지만.


후웅!


가까스로 피한 로니.

저것도 피해지는 거였구나.

사실 이 게임엔 회피 기능이 없는 줄 알았다.

근데 지금 보니 그런 것도 아닌 모양.


푸욱!


창의 긴 사거리를 이용해, 로니는 또 한 번 공격에 성공했다.

이에 분노하는 녀석.


“쿠오오오!”


이번엔 공격패턴이 달랐다.

낮게 횡으로 휘두르는 도끼.

이번은 확실히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던 찰나.


퍼억!


녀석보다 한 수 빨리 로니의 배쉬가 들어갔다.

잠시 기절한 녀석.

간발의 차이로 도끼질이 멈췄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로니.


[강철 창이 그대로 관통하였습니다!]

[???이 오크 장군에게 56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와우...”


관통상까지 터지자, 오크 장군의 HP는 벌써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쪼그마한 녀석에게 당한 게 분했던 것일까?

더욱 흥분한 오크 장군.

이제는 페이즈가 바뀐 건지, 물불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지랄발광.

아주 주변에 있는 걸 다 박살 낼 기세였다.


허나 이런 상황에서도 로니는 침착했다.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빈틈을 기다리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공격.

물론 그렇다고 녀석의 모든 공격을 다 피할 순 없었다.

그럴 때면 내가 힐을 넣어주면 끝.

그렇게 몇 차례의 공격을 주고받은 끝에.


“쿨럭... 내... 내가... 이따위...”


오크 장군이 검은 피를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님이 오크 장군을 쓰러뜨렸습니다.]


이 지역 전체에 퍼지는 메시지.


그리고.


[업적 달성 : 오크의 천적]

오크 장군을 쓰러뜨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업적.

당신의 용맹함이 태초의 땅에 널리 퍼질 것입니다.

*보상 : 스탯 +2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이 업적을 위해서라도 한 번은 오크 장군을 사냥해야 했다.

필드 보스 레이드시, 기여도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 1인만이 달성할 수 있는 업적.

지난번 레이드 때는 당연히 다르크가 달성했을 것이다.

물론 이번엔 로니가 해낸 것이지만 어차피 우리는 업적이 공유되기에, 나 역시도 보상을 받게 된 상황.


“수고했어. 로니.”


“흥. 몸풀기도 되지 않는군.”


아니.

그런 것 치고는 꽤 맞은 것 같은데.


그리고 오크 장군이 쓰러진 곳에 놓인 시커먼 무언가.


“오... 좋아.”


[오크 장군의 아머] [D급]

방어력 / 저항력 : 6 / 3

*+2 강화 : 방어력 +2

*세트 효과 : ?


내심 가장 먼저 나왔으면 아이템이었다.

집어 든 후 살펴보니 외형도 꽤 괜찮았다.

확실히 장비는 룩도 중요하다.

오죽하면 룩딸이라는 말도 있겠는가.


“입어봐.”


아머를 건네자 곧바로 갈아입는 로니.

이럴 땐 또 고분고분하다.


“오. 괜찮네.”


그의 체형에 맞게 축소된 아머.

제법 어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여워 보였다.

물론 아직 세트가 다 갖춰지지 않아 조금은 엉성해 보이긴 했지만.


“그 아머는 나 줘.”


그리고 원래 내가 입었었던 초보자용 아머는 다시 내가 입기로 했다.

허름한 초보자용 옷보다는 낫기 때문.

초라한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어력은 조금 챙길 수 있었다.


“나도 옷을 사든가 해야지 원.”


아무튼 그렇게 레이드는 손쉽게 성공.

일을 마친 우리는 곧장 귀환석을 사용해 다시 부화의 마을로 돌아왔다.


“로니. 나 이제 나가야 해.”


“이세계로 돌아갈 시간이군.”


“그래.”


들을 때마다 이상한 말이다.

이세계라니.

나에겐 현실인 세계가 로니에겐 그렇게 느껴지는 모양.


“나 없을 동안 너는 어디 있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것이다.”


“정처 없이?”


보나 마나 사냥하거나 마을에 앉아있겠지.

이런 생각이 들자 순간 마음이 짠해졌다.

집도 없는 노숙자 같은 신세라니.


“안 되겠다. 따라와.”


그냥 두긴 뭐해서, 나는 로니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여긴...”


“응. 여관.”


도착한 곳은 마을 내에 있는 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던 여관 주인 NPC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묵을 곳을 찾으시나요?”


“네. 비용이 어떻게 되죠?”


“방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릅니다만...”


“제일 작은 방은요?”


“하루에 20골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루란 게임 시간으로 하루.

Heaven & Hell에서의 하루는 현실 시간으로 4시간.

즉, 이곳에서의 6일이 현실에서의 하루와 같다.


여관방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그저 게임 내에서 사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나는 100골드를 지불하여 5박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을 하나 구했다.

그리고 바로 그곳으로 이동.


“계속 밖에서 돌아다니지 말고 여기서 좀 쉬고 그래. 그... 다 큰애가 밖에서 아무 데나 눕고 그러면 안 돼.”


“별 이상한 걱정을 다 하는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무튼 나 간다. 이제 진짜 자러 가야 돼.”


“흥.”


막상 떠나려니 괜스레 드는 걱정.

뭔가 물가에 애를 내놓고 가는 심정이랄까.

그렇다고 계속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

어쨌든 방을 잡아줬으니, 나도 조금은 마음을 놓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

.

.


다음날.


“이모. 오늘은 제육 곱빼기요.”


“웬일이래. 곱빼기를 다 시키고.”


“돈이 좀 들어왔거든요.”


“자다가 하늘에서 떨어졌나?”


“아니요. 땅에서 주웠어요.”


쉬는 날인 오늘은 역시 루틴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늦잠을 자고, 뒷산에 가볍게 산책한 후 단골집에서 점심 먹기.

오늘 같은 날은 남자의 소울 푸드인 제육볶음을 먹어줘야 한다.

그것도 곱빼기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어제 오크 장군의 아머를 먹었기 때문.

경매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으로 대략 1천 골드.

현금으로 치면 10만 원이다.

그만한 걸 얻었으니, 이 정도 기분은 낼 법했다.

뭐 그래 봤자 제육이지만.


아무튼 다 먹고 집으로 와서 하는 루틴도 정해져 있다.

샤워하고, 상남자의 방식으로 몸을 말린 후 디오의 노래 듣기.

그리고 기기 안으로 들어가 Heaven & Hell에 접속.


잠시 후 눈을 뜨니, 어느덧 어제 로그아웃했던 여관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뭐야 이게 다?”


시커먼 가죽들이 여관방 침대를 뒤덮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블랙 울프의 가죽.


“몇 개야 이게.”


얼핏 보아도 최소 수십 개.

개중에는 우두머리의 가죽도 하나 있었다.


“와... 밤새 사냥만 한 건가?”


맵을 켜서 로니의 위치를 확인하니, 역시나 블랙 울프가 출몰하는 곳에 있었다.

진짜 사람이 아니긴 아니구나.

나는 사실 로니가 내심 플레이어가 아닐까 여전히 의심했었다.

예를 들면 몬스터인 척하는 운영자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그런데 처음 만난 이후로 쉬지 않고 24시간을 활동하는 걸 보니, 확실히 플레이어는 아닌 듯했다.

사람이었다면, 아마 수면 부족으로 죽었을 상황.


일단 접속한 걸 알리기 위해 로니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플레이어라면 해당 ID를 통해 귓속말을 보낼 수 있었지만, 로니에겐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본명도 모르는데 귓속말은 무슨...

결국 연락하려면 직접 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볼일이 있었다.

무기와 방어구를 한번 살펴보는 것.

일단 무기를 먼저 보기 위해, 나는 곧장 방에서 나와 목공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십시오. 찾으시는 물건이 있습니까?”


이곳의 주인인 여성 엘프 NPC 엘루드.

나무를 다루는 곳인 만큼 엘프가 운영하는 듯했다.

내 앞에 떠오른 판매창에는 지팡이와 활이 있었다.

우선 지팡이부터 살펴보니.


[참나무 지팡이] [C급] 100골드

마법력 : 8

*+2 강화 : 마법력 +1

*+4 강화 : 마법력 +1

*사용 제한 : 지력 20 이상


참고로 지팡이는 양손 무기로 간주 된다.

전사 무기에 비하면 그 위력이 한참 낮은 수준.

하지만 공격 마법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다고 볼 수 있었다.


이어서 활.


[참나무 활] [C급] 100골드

공격력 : 10

*+2 강화 : 공격력 +2

*+4 강화 : 공격력 +2

*사용 제한 : 힘 15 이상


나쁘지 않은 무기.

근접 무기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지만, 강화를 통해 어느 정도 보강할 수 있다.

힘 제한도 다소 낮은 것은 궁수의 특성 때문.

궁수는 어느 정도 마법도 곁들여야 빛을 발하는 직업이다 보니, 전사만큼 힘에 많이 투자할 수가 없다.

즉, 전사와 마법사의 특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는 직업.


더 구경할 건 없어서, 나는 곧바로 지팡이를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손에 쥐어 보니, 그제야 마법사티가 조금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색이 초라한 것은 여전했다.


곧바로 방어구를 알아보기 위해 나는 의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명 로브] [C급] 100골드

방어력 : 1

저항력 : 4

*+2 강화 : 저항력 +2

*+4 강화 : 저항력 +2

*사용 제한 : 지력 20 이상


저항력에 특화된 옷.

마법사용 방어구답게 하늘하늘한 것이 물리 공격에는 매우 취약해 보였다.

아직은 저항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무명 모자] [C급] 100골드

방어력 : 1

저항력 : 2

*+2 강화 : MP +5

*+4 강화 : MP +5

*사용 제한 : 지력 20 이상


모자는 그래도 쓸만했다.

강화한다면 MP를 올려주기 때문.

하지만, 지금 C급 강화 주문서의 가격이 너무 비쌌다.

현재 시세가 개당 200골드가 넘는 상황.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게임이건 현실이건 돈이 문제다.

이놈의 돈만 많았으면, 이런 걱정을 하지도 않을 텐데.


문득 나는 제작 스킬인 재단술을 배워볼까도 생각했다.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제작템이 상점템보다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돈이 많이 들기 때문.


아무튼 옷을 사는 것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차라리 로니가 템을 갖추면, 다시 초보자용 갑옷을 받아 입는 게 더 나아 보였다.

최대한 버틸 만큼 버티다가 안 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고,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와 곧장 로니가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로니! 나 왔어!”


도착하고 보니 역시나 사냥 삼매경에 빠져있는 로니.

외침을 듣고는 곧바로 창을 거두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죽은 줄 알았다.”


“뭔 소리야?”


“잠을 자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그럼 이틀이 넘도록 잠만 잤다는 것인가?”


“이틀? 아...”


그러니까 로니 입장에서는 이틀인 셈.


“이곳 세계랑 내가 사는 세계는 시간이 달라. 여기보다 6배나 길다고. 아니지. 말하고 나니 좀 이상하네.”


“......?”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곳에서 6일이 내가 사는 세상의 하루랑 같다고.”


“...신기하군.”


뭐... 로니 입장에서 보면 그럴지도.


“그래서 대충 따지자면, 이곳 시간으로 이틀을 자고 나흘은 깨어있다고 보면 돼. 그게 나한테는 하루라고.”


“이틀을 잠만 잔다니. 그건 거의 기절한 것 아닌가?”


“아냐 그런 게. 대신 나흘 동안 깨어있잖아.”


“흠... 참으로 신기하군. 이세계는 그런 곳인가.”


“서로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거지.”


“그렇군...”


말하고 나니 꽤 철학적인 대답이었다.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자가 이렇게 한 공간에 같이 있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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