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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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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33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27 20:40
조회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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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화

DUMMY

별에 별걸 다 바꿀 수 있었다.

헤어스타일, 눈 색깔, 키, 몸무게 등등.

그녀가 말한 대로 성별까지.

대신 그 비용은 1만 골드.

이러니 캐쉬 상점에서 골드를 팔 수밖에.


ID 역시 1천 골드를 내면 변경이 가능했다.

그래서 아까 웬디가 uualvcns같은 무작위 ID를 만든 것.

아마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에 와서, 외형과 ID를 모두 바꿀 예정이겠지.


아무튼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하나 같이 커스터마이징에 빠져 열심히 공을 들이고 있었다.

내 바로 옆의 플레이어는.


“오우야...”


가슴과 골반은 최대 크기로, 허리는 최소크기로 줄여놓았다.

특히 이런 놈들을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는 남자인 넷카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디오. 외형을 바꿀 셈인가?”


어느새 사람들을 비집고 내 옆으로 다가온 로니.


“아니. 너무 비싸.”


커스터마이징은 말 그대로 커스텀일 뿐.

외형만 바뀌는 것이지, 능력치 변화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안 그래도 골드를 쓸 곳이 많은 데, 굳이 여기에 골드를 쓸 필요는 없었다.

해서 구경을 마친 나는 다시 사람들을 비집고 곧장 건물 밖으로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 마법사 길드.


“여긴 좀 낫네.”


태초의 마을에서의 초라한 건물과 달리, 이곳 마법사 길드 건물은 그래도 마법사가 거주하고 있을 곳처럼 생겼다.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에는 NPC 테오도르가 있었고, 건물 구석의 책상 위에는 서적과 더불어 유리로 만들어진 여러 실험도구와 플라스크가 있었다.


“어서 오시게. 이곳은 처음인 것 같구만.”


내가 다가가자 반갑게 말을 건네는 테오도르.

곧바로 떠오른 판매창에는 여러 서적들이 있었다.

가격은 모두 개당 100골드.

총 6개의 마법서.

그리고.


“이게 초급 연금술이구나.”


미소바가 말했던 초급 연금술 책 역시 이곳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허나 굳이 지금 배울 필요는 없었다.

포션을 만들 재료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

해서 연금술은 제쳐두고, 일단 마법들은 어떤 게 있나 한번 살펴보았다.


파이어 볼, 아이스 랜스, 라이트닝, 블레스드 힐, 쉴드, 레지스턴스.

인벤을 살펴보니 수중의 골드는 대략 2,300.

쉴드는 이미 배웠기에, 나는 나머지 다섯 서적을 구입해 그 자리에서 마법을 익혔다.


[파이어 볼] [중급]

MP 소모 : 10

마법력 : 20

*시전자의 지력이 높을수록 대상 주변에도 피해를 입힙니다.


[아이스 랜스] [중급]

MP 소모 : 10

마법력 : 20

*피격당한 대상의 움직임이 20% 느려집니다.


[라이트닝] [중급]

MP 소모 : 10

마법력 : 40


공격 마법들은 기존 볼트 마법의 상위 호환이었다.


[블레스드 힐] [중급]

MP 소모 : 10

HP 회복 : 10


블레스드 힐 역시 힐의 상위 호환.


[레지스턴스] [하급]

MP 소모 : 10

저항력 증가 : 5

지속시간 : 1시간


쉴드가 방어력을 올려주는 버프라면, 레지스턴스는 저항력을 올려주는 버프.


이렇게 나름 거금인 500골드를 지출해, 일단 배울 수 있는 마법은 모두 배웠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로니. 이제 네 차례야.”


“무엇을.”


“스킬 배우러 가야지.”


부화의 마을에서 배울 수 있는 전사 스킬 ‘배쉬’.

지난 레이드에서 다르크가 보여주었던 바로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나는 로니를 데리고 곧장 전투술 교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허수아비가 여깄었구나.”


널찍하게 자리 잡은 훈련소.

마당에는 허수아비, 아니 정확히는 사람 모양의 목각인형이 일정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배쉬를 익히기 위해 각각 목각인형과 다투고 있었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내.


“거기!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할 셈인가! 좀 더 고개를 숙여야지!”


대충 살피고 있는 것 같았지만, 고전하고 있는 플레이어를 보면 그때그때 충고를 해주고 있었다.

바로 이곳 교관인 NPC 레이너.

잘생긴 중년 남성으로, 딱 봐도 교관같이 생긴 외모였다.

그의 앞으로 다가가자.


“반갑군. 처음 보는 얼굴인데, 자네도 전투술을 익히러 왔나?”


“아니요. 제가 아니라...”


나는 물끄러미 로니를 쳐다봤다.


“아. 자네인가 보군. 그래. 제대로 싸워본 적은 있나?”


그런 레이너의 질문에.


“너 같은 풋내기한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군.”


제대로 카운터를 꽂아 넣는 로니.


“풋내기? 하하. 재밌군. 자신감이랄지 자만감이랄지. 아무튼 당당한 모습은 보기 좋구만.”


하지만 이에 웃음으로 되받아치는 그도 보통은 아니었다.


“아무튼 날 찾아왔다는 것은 스킬을 배우기 위함이겠지. 내가 가르쳐줄 스킬은 바로 배쉬라네. 강력한 일격으로 상대를 기절시킬 수도 있는 스킬이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설명.


“하지만 그저 세게 때린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배쉬의 핵심은 바로 급소를 공격하는 것. 저기 목각인형을 보게나.”


고개를 돌려 목각인형을 보니.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 곳이 보이나? 그곳이 바로 사람으로 치면 급소인 곳. 머리나 가슴 말이네.”


그의 말대로 몇몇 군데가 초록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조건은 간단하네. 연속으로 두 번 급소를 공격하는 데 성공한다면 배쉬를 익힐 수 있을걸세.”


너무 쉬운 거 아닌가?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네. 마법이 깃든 목각인형은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지. 감각이 좋다면야 빨리 성공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참이 걸릴걸세. 아무쪼록 무운을 빌겠네. 그리고 이것.”


로니에게 연습용 목검을 내미는 레이너.


“목각인형이 파손되면 안 되니 이것을 사용하게.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성공한다 해도 인정하지 않겠네.”


그 말에 로니는 모닝스타를 등에 메고 목검을 받아들었다.


주위를 살핀 후 우리는 곧장 홀로 서 있는 목각인형에게 다가갔다.

사방에서는 다들 목검을 쥔 채 대련에 한창이었다.

누군가는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맞든 말든 냅다 공격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어렵나?”


이에 궁금해진 나는 로니에게 손을 뻗었다.


“일단 나 먼저 도전해 볼게.”


목검을 건네받은 나는 목각인형의 정면에 섰다.

그러자 복싱선수처럼 두 주먹을 들어 올리는 녀석.

뭐가 됐든 일단 휘두르고 본다.


탁.


“오호... 제법이네.”


정확히 팔로 검을 막아내는 녀석.

이번엔 찌르기.

하지만.


툭.


“오...”


녀석은 가볍게 손으로 검 끝을 쳐냈다.


이제 안 봐주고 제대로 한다.

나는 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녀석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속사포처럼 공격을 쏟아내었다.

하지만.


“미쳤네 이거.”


귀신같이 모든 공격을 방어해내는 녀석.

몇 차례 더 공격을 퍼부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이에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녀석에게 바짝 붙는 것.

그때 마침 빈틈이 보였다.

이를 놓치지 않고 얼굴을 향해 목검을 찔러넣는 순간.


탁!


역시나 귀신같이 막아내는 녀석.

그리고.


퍼억.


“어억!”


녀석이 손바닥으로 나를 밀쳐냈다.

아프다거나 HP가 깎이진 않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

겪어보니 사람들이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있었다.

절대 쉽지 않다.

두 번은커녕 한 번도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


“내가 하지.”


결국, 지켜보던 로니가 내게서 목검을 앗아갔다.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한 손으로 가볍게 목검을 쥔 로니.

잠시 숨을 고른 후.


휘익.


잽싸게 펼쳐진 공격.

하지만.


탁.


가볍게 막아내는 목각인형.

이후로 로니는 목검을 몇 번 더 휘둘렀다.

그때마다 막히는 공격.


“뭐야. 엄청 잘 할 것처럼 나서더니만.”


나랑 뭐 별로 차이도 없구만.


“지금까진 연습이다. 감을 잡기 위한 것이지.”

“네. 그러시겠지요.”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자세를 잡는 로니.

얼핏 보면 조금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오...”


확연히 달라진 그의 안광.

이제야 본 게임을 시작하는 건가.

정적만이 흐르던 순간.


휘익.


또다시 펼쳐진 목검 베기.

역시나 팔을 들어 방어하는 목각인형.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팔에 닿기 전에 검을 끌어당긴 로니.

그리고 이어진 찌르기.


탁!


“......!”


정확히 녀석의 미간에 적중하였다.


...장난 아닌데?


다시 떨어져 자세를 잡는 로니.

역시나 숨을 고른 후.


타앗.


잽싸게 녀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에 반사적으로 로니를 밀치려 양손을 뻗은 녀석.

하지만.


후욱.


로니는 잽싸게 몸을 숙인 후.


탁!


녀석의 양팔 사이로 검을 찔러 올리며 정확히 턱을 가격했다.

단 두 번의 공격으로 도전 성공.

미친 전투 감각.

솔직히 이건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로니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야 몸이 풀린 것인지, 곧바로 이어진 세 번째 공격.

기묘한 페이크를 섞어서 이번 공격 역시 녀석의 심장부를 가격하는 데 성공했다.


쉬지 않고 이어진 네 번째 공격.

놀라운 감각을 선보이며 이번 역시 녀석의 발길질을 피하며 공격에 성공.

그리고 연이어 다섯 번째 공격이 펼쳐지려던 찰나.


“그만! 그만하게. 그 정도면 충분하니.”


로니를 지켜보던 레이너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아무튼 이로써 로니가 배쉬를 익히는 것은 확정된 상황.

하지만.


“자네, 보통 솜씨가 아니군. 쉽게 볼 수 있는 몸놀림이 아닌데 말이지.”


더 중요한 게 있지.


“지켜보고 있자니 오랜만에 내 피가 끓더군. 어떤가. 자네 혹시 나와 대련 한번 해보지 않겠는가?”


걸려들었다.

내가 노린 것은 바로 레이너의 히든 퀘스트.

사실 이 퀘스트의 발동조건이 애매했다.

레이너의 이목을 끈다는 것.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몰라, 나는 로니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원체 밉상이라 어그로를 잘 끌기 때문.

물론 이번 어그로는 그의 뛰어난 검술 덕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와의 대련에서 승리해야 퀘스트가 최종적으로 완료된다.


“굳이 애송이와 검을 섞고 싶진 않은데.”


“애송이? 하하. 이거 나를 너무 얕본 것 아닌가? 이래 봬도 전투술 교관이라네. 실력 없이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냐.”


“교관을 시킬 자가 어지간히도 없나 보군.”


“후후. 그런 얕은 도발에 넘어갈 내가 아니라네. 아무튼 어떤가. 진정한 전사라면 말이 아닌 실력으로 대화해봐야 하지 않겠나?”


귀찮아하는 로니.


“로니. 한번 해봐. 왜? 질 것 같아?”


“흥.”


이에 나는 로니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속삭였다.


“너, 빨리 힘을 되찾고 싶다며. 내가 강해져야 너도 빨리 힘을 되찾을 거 아냐. 그러니까 해봐. 너 자신을 위해서라도.”


“성가시군.”


투덜투덜 대는 로니.

그러면서도 곧잘 교관을 따라 대련장으로 이동한다.


짜식.

어차피 할 거면서 츤츤거리기는.


아무튼 대련장 안으로 들어온 우리 셋.


“언제까지나 대련일세. 그러니 나도 잠시 방어구를 착용하겠네.”


거치대에 걸려있는 갑옷을 착용한 후, 그 역시 목검을 들고 로니 앞에 섰다.


“규칙은 간단하네. 어느 부위가 됐든 공격에 먼저 성공하는 사람이 1점. 그렇게 총 5점을 먼저 따내는 자가 이기는 거로 하지. 어떤가?”


한마디로 펜싱 경기 같은 룰.


“마음대로.”


룰이야 어떻든 로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듯했다.


“그럼... 제가 심판을 보나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전사들끼리는 몸으로 아는 법. 누구의 검이 먼저 닿았는지는 서로 말 안 해도 알 수 있지. 자네의 그 느린 눈으로는 쫓아오기 힘들 걸세.”


“......”


새끼, 말하는 거 하고는.

나는 로니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로니. 그냥 조져버려.”


“후후.”


그렇게 대련준비는 끝.

두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기 위해, 나는 멀찌감치 뒤로 물러섰다.

정적만이 감도는 대련장.

심판은 필요 없지만, 경기 시작은 알릴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서로 검을 겨누며 준비 자세를 취하고.


“3, 2, 1. Fight!”


내가 손을 들어 올림으로써 마침내 결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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