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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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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67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2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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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
추천
10
글자
11쪽

20화

DUMMY

“여기요! 여기! 나 손 한 번만 잡아줘요!”


“아 좀 비켜봐! 나도 좀 보게!”


“와! 시발! 존나 이쁘네!”


대여섯 명의 경호원의 경호를 받는 그 가운데에, 바로 가수 웬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에워싼 수많은 사람들.

연예인 한번 보겠다고 난리를 부리는 장면이 현재 내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뭐 저렇게 극성맞을까.


“디오. 저건 무슨 일인가?”


“저기 한가운데에 되게 유명한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 보려고 몰려든 거야.”


“네가 사는 세계에서 말인가?”


“응. 엄청 유명한 가수거든.”


“가수?”


“그러니까... 노래 부르는 사람. 음유시인 같은 거지.”


“그렇군.”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로니.

딱히 저 소란에 끼고 싶지 않아, 나는 잠시 옆으로 비켜섰다.


사람이 많다 보니 그녀 역시 빨리 갈 수 없는 상황.

해서 천천히 걷고 있는 나와 속도가 비슷해, 결과적으론 나란히 가고 있는 꼴이 되었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그녀 역시 부화의 마을에 도착할 터.


하지만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있나.

사람들의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져 갔다.


“아니, 그냥 악수 한 번만 해달라고요. 시발 뭐 악수하면 손이 닳나?”


“유명하면 다야? 사람 이렇게 개무시하는데. 니가 성공한 게 다 대중들 덕분인 거 몰라!?”


자고로 분위기는 흐름을 타는 법.

이젠 비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몇몇은 노골적으로 웬디와 접촉하려 했다.

그러자 목소리를 높이는 경호원.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일단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자제해주세요!”


“지랄 마! 우리가 속을 것 같냐?”


그때, 한 사람이 냉큼 손을 뻗어 웬디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만하시라구요!”


이에 경호원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세차게 밀쳤다.


“하... 이제 사람도 치네? 분명 니가 먼저 친 거다.”


밀쳐진 사내는 결국 롱 소드를 뽑아 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경호원을 공격했다.


“후후. 재밌군. 역시 인간들이란...”


허나 이런 모습이 재밌는지, 로니는 웃으며 이를 관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PK.

롱 소드를 휘두른 사내의 아이디가 흰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했다.

이를 기점으로, 다른 이들 역시 짜증을 쏟아내듯 경호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상황.


제대로 싸우기만 한다면, 장비가 우세한 경호원들이 쉽게 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섣불리 대응할 수도 없었다.

정당방위로 같이 싸웠다간, 괜한 트집이 잡혀 논란거리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


“미친놈들...”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욕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가 바로 다른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는 걸 방해하는 놈들.

연예인도 사람 아닌가?

일단 계정을 만들고 접속했으면 그 역시 다 똑같은 플레이어.


“로니. 안 되겠다. 저 새끼들 잡고 가자.”


“좋다. 마침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싸우기 전에 나는 상태창을 열어 남은 스탯을 지력과 MP에 모두 투자했다.

지력 40 그리고 MP 35.

준비 끝난 나와 로니는 서로 갈라져 이 아수라장에 합류했다.


죄 없는 플레이어를 먼저 공격할 경우, 아이디가 주황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결국 그를 죽이게 되면, 타락이라는 페널티를 받고 아이디가 붉은색으로 변한다.

반면 주황색이나 붉은색 플레이어들을 공격하거나 죽일 경우는 페널티가 없다.

해서 마음껏 놈들을 처단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


나는 우선 약해 보이는 녀석을 물색했다.

그리고 조용히 아이스 볼트를 소환.

한참 웬디에 정신이 팔려있는 그의 뒤에 바짝 붙은 후.

잘 가라.

나는 그의 가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었다.


쩌저적.


볼트가 영 좋지 못한 곳에 맞았다.

뭐 어때.

거긴 서늘할수록 좋다는데.

아무튼, 그렇게 1킬을 달성한 나는 또다시 사냥감을 물색했다.

그러면서 로니가 갔던 곳도 한번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쪽에서 말없이 한 녀석이 사라졌다.

아마 로니의 제물이 되었을 터.

왜소한 그의 체구가 오히려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인파에 묻히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기 때문.


파이어 볼트는 불타오르는 이펙트가 너무 눈에 띄고, 라이트닝 볼트는 터지는 소리가 크기 때문에 암살에 적당하지 않다.

해서 나는 다시 아이스 볼트를 소환했다.

모두들 그녀에게만 정신이 팔려있어 일이 너무나도 쉽게 풀려갔다.

한 놈씩 사라지는데도 아직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상황.

그렇게 하나하나 줄여나가다가 제법 수가 많이 줄어들고서야.


“뭐야!? 왜 이렇게 많이 줄었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이들.

이에 나는 잠시 뒤로 빠졌다.


“로니! 이제 그만하고 이리 와!”


“흠... 아쉽군.”


한참 재미 보던 로니 역시 잠시 암살을 멈추고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인간들.


“넌 뭐 하는 새끼야?”


“새끼?”


콰릉!


“크악!”


함부로 입을 놀린 녀석은 그렇게 라이트닝 볼트 한 방에 고꾸라졌다.


“또 죽고 싶은 사람?”


“......”


다시 한번 내 손에 소환된 라이트닝 볼트를 보자,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게임 좀 하겠다는 사람한테 뭐 하는 짓들이야 이 새끼들아! 싸울 생각 없으면 당장 꺼져!”


“......”


이미 분위기는 내 쪽으로 넘어온 상황.

그래도 일말의 부끄러움은 있었는지, 이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10초 준다. 10, 9, 8...”


아직도 떨떠름해 하는 놈들.

정신 못 차렸네.


“6, 3, 0.”


굳이 순서대로 셀 필요가 있나.


콰릉!


그렇게 한 놈이 또 죽자.


“저런 미친 새끼!”


그제야 남은 놈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모두 달아났다.

어휴... 병신들.

놈들이 멀리 사라진 것을 본 후.


“가자. 로니.”


다시 길을 떠나려던 찰나.


“저, 디오님! 잠시만요!”


경호원 중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원래 제가 게임할 때 꼴 보기 싫은 놈들은 종종 패고 다녔거든요.”


“아아... 네.”


멋쩍게 웃는 사내.

그리고 뒤이어 웬디와 다른 경호원들 역시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아...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정말 피하고 싶은데.

아무튼, 대충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감사했습니다. 디오님. 가수 웬디라고 해요.”


“네.”


말 안 해도 안다.

당신 모르면 한국인이 아니지.


“......”


“......”


그리고 이어진 어색한 침묵.

다시 한번 나는 이 게임의 해상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웬디의 모습도 이런 모습이겠지.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죠. 또 이상한 놈들 들러붙기 전에.”


“아... 네.”


어차피 목적지는 같은 곳.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와 로니, 웬디 일행은 그렇게 같이 길을 따라 걸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부화의 마을 입구에 가까워졌을 무렵.


“디오님. 저흰 이만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호원 중 한 명이 말했다.


“네. 그러세요.”


일단 로그아웃하고 나중에 사람 없는 새벽 시간대에나 다시 접속하겠지.

그렇게 가볍게 그들 일행에게 목례하고 마을로 걸음을 떼려던 순간.


아...

안 되겠다.

나는 몸을 돌려 웬디에게 다가갔다.

그런 나를 보며 눈을 깜빡이는 웬디.


“그... 뭐... 이것도 그냥 게임이니까 즐기세요. 안 그래도 현실에서 스트레스 많이 받을 텐데.”


“......”


내가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딱히 생각이 안 나 돌아서던 순간.


“아 그리고.”


갑자기 할 말이 떠올라, 나는 다시 웬디에게 몸을 돌렸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의 눈.

아름답지만 슬픔과 외로움도 함께 담겨있는 눈빛.

왠지는 몰라도, 나는 그냥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울고 싶을 때는 그냥 울어요. 참지 말고.”


그리곤 이번엔 정말로 돌아서서 마을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다시 뒤를 돌아보니, 웬디 일행은 모두 로그아웃하고 없었다.

그제야 나는 숨을 길게 내쉰 후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나대지마 심장아.”


현실처럼 심장이 뛰진 않지만, 그래도 뭔가 터질 것 같은 느낌.

솔직히 존나 이뻤다.

가까이서 봤을 땐 순간 아찔할 정도로.

왜 삼십육계에 미인계가 있는지 이해가 갔다.


근데 그게 뭐 어떤가.

나랑 알고 지낼 사이도 아니고.

아무튼 이 일은 일단락됐으니, 나는 마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크긴 크구나.”


이제 새로운 둥지가 될 부화의 마을.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9개의 태초의 마을이 길을 따라가면 하나의 부화의 마을로 모이게 된다.

즉, 태초의 마을에 비해 인구가 9배나 몰린다는 뜻.

그에 걸맞게 마을의 크기 역시 태초의 마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다.

진짜 제대로 된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

게다가 이런 마을이 카이사 대륙 전체에 수백 개가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가장 먼저 마을의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직진했다.

그리고 그곳에 둥둥 떠 있는 타운 스톤에 손을 대자.


[부화의 마을 229]

[태초의 마을 및 다른 부화의 마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젠 마을 간의 이동이 가능해졌다.

물론 일정 골드를 내고.

태초의 마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얼마 하지 않았지만, 다른 부화의 마을로 이동하는 것은 꽤나 비쌌다.

해서 어지간한 일이 없으면 이곳에 정착할 계획.


타운 스톤도 활성화해놨으니, 이젠 마을을 둘러볼 셈이었다.

어딜 먼저 갈지를 정하기 위해 우선 맵을 켰다.

잘 축약되어 있는 마을의 모습.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었다.

맵을 좀 더 축소시켜 보니.


“와... 넓긴 넓네.”


마을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필드 역시 한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맵을 밝혀야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미소바가 준 지도 덕분에 타운 스톤을 활성화하자 맵이 다 밝혀진 것.

게다가 점으로 나타나 있는 몹들의 분포까지.


“놀랍군.”


옆에서 이를 보던 로니도 흥미로운 눈빛으로 맵을 바라보았다.


“이 지도는 어디서 난 것인가? 평범한 지도가 아니군.”


“평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사기급이지.”


“흠...”


“알고 싶어? 어떻게 구한 건지?”


“그렇다.”


하지만 맨입으로 그게 되나.


“그럼 너도 뭔가 좀 얘기해봐. 네 본명이라든지.”


“갑자기 알고 싶지 않아졌다.”


안 넘어오네.

영악한 자식...


아무튼 시답잖은 말은 제쳐두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태초의 마을과는 다른 모습.


“저건 엘프 같고, 저건 드워프인가 보네.”


실제의 모습이 아닌 커스터마이징이 된 모습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성형술사가 있기 때문.


“로니. 성형술사 먼저 보러 가자.”


“마음대로.”


성형술사의 집은 마을 입구 근처에 있었다.

마치 마녀가 살 것 같은 오두막 같은 건물.

들어가 보니,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는 굉장히 세련되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방문해 북적이고 있었는데, 그 인파 가운데에 보라색 화장을 한 마녀 같은 여인이 서 있었다.


성형술사 NPC 시트살프.

좁은 틈을 비집고 그녀에게 다가가자.


“호호. 어서 오시오. 원하는 외모가 있다면 말씀하시길. 골드만 충분하다면 성별까지도 바꿔 줄 수 있다오.”


그리고 내 앞에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창이 하나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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