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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35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25 22:05
조회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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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9화

DUMMY

로니가 가리킨 곳은 잡화점.


“잡화점이야. 말 그대로 이것저것 파는 곳이지.”


“이것저것이라면?”


“뭐... 유리병이나 바느질 도구 이런 것들.”


“듣기만 해도 재미없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광을 찌푸리는 로니.


“그럼 저긴 뭐 하는 곳인가?”


“대장간. 무기랑 갑옷을 팔지.”


“한번 보고 싶군.”


궁금해하는 로니를 위해 나는 잠시 발길을 돌려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란센트에게 다가간 로니.


“이런 것들도 무기라고...”


못 볼 것이라도 본 것 마냥, 그는 안광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손에 쥔 모닝스타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개중엔 나은 걸 골랐군. 손상되지 않는 것으로 말이야.”


“손상이 왜? 중요한 건가?”


모닝스타에는 손상 불가라는 옵션이 붙어있다.


“약한 놈들을 상대할 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강한 놈들을 상대할수록 중요하지. 드레이크만 하더라도 어지간한 날붙이로 공격했다간 금방 손상되고 마니까.”


드레이크라...

한참 뒤의 얘기일 것 같은데.


“그리고 골렘 같은 놈들도 마찬가지. 그 자체로 돌덩이나 다름없는데 검으로 내려치면 어떻게 되겠나?”


“날이 다 상하겠지.”


“그러한 이유다.”


그래서 그런 몹들을 상대할 때는 둔기류와 같이 손상이 안 되는 무기가 필요하다는 뜻.


아무튼, 로니가 이곳에 흥미도 식은 겸 우리는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곧장 밖으로 나와 가죽 공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볼트의 가죽은 충분했다.

나는 인벤에서 가죽 50개를 꺼내 한 아름 안은 채 리데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오오... 코볼트의 가죽을 이렇게나 많이! 혹시 제게 모두 팔 생각이 없습니까? 보통 가방 만드는 데만 쓰이니 좀처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말이지요. 제가 좋은 값에 쳐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수락했다.


[‘리데의 소망’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 : 800골드, 스탯 +5


이로써 또 하나의 퀘스트도 완료.

옆에 있는 로니를 보니 이번에도 가죽 방어구들을 보고 실망한 모양이었다.


다음은 의류점.

보나 마나 실망하겠지만, 한번은 구경시켜 줄 겸 데리고 들어왔다.

판매창에 있는 천 옷들을 살피던 로니.

그러다 갑자기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디오. 마법사의 길을 가는 것은 어떻겠나?”


“마법사?”


“그렇다. 전사가 꼭 둘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 말은 자기가 전사 역할을 하고, 내가 마법사 역할을 하라는 뜻.


“뭐 그렇긴 하지.”


조합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그런 편이 좋았다.

하지만 마법사는 선뜻 택하기 쉬운 직업이 아니었다.


공격 마법들이 강한 것은 분명 장점이었다.

하지만 마법을 쓸 때마다 마나가 소모된다는 것은 명백한 단점.

HP와 더불어 MP 역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에, 마법사는 사냥 지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전투 중에 MP가 바닥나기라도 한다면 곧바로 도망쳐야 한다.

마나 없는 마법사는 그야말로 허수아비 신세이기 때문.


하지만 이런 취약점을 보완해줄 전사가 있다면, 후방에서 전투를 보조하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남은 히든 퀘스트를 위해서도 고려해볼 만했다.

앞서 살펴본 바로, 마법사 길드의 NPC인 아스트의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는 지력과 MP가 각각 30이 되어야 하는 상황.


“믿을 만해?”


“무엇을.”


“너 말이야. 내가 너 믿고 마법사 해도 되냐고.”


“흥.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군.”


“그래. 까짓거 뭐...”


스킬만 보더라도 로니가 전사 역할을 하는 게 당연했다.


“결정했다. 가자.”


해서 나는 곧장 밖으로 나와 발길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 것인가?”


뒤따라 오는 로니.


“신전.”


“무슨 일로.”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나도 너처럼 힘만 찍었거든.”


머지않아 당도한 신전.

우리 둘은 나란히 여신상 앞에 섰다.

그리고 내 앞에 떠오른 두 메뉴.


[빛의 계단]

[새로운 탄생]


나는 새로운 탄생을 눌러 스탯을 초기화했다.

그간 모인 스탯은 총 55개.

많이도 모였다.

게다가 그 수도 퀘스트를 위해 딱 맞는 개수.

나는 곧바로 이를 MP와 지력에 나눠서 투자했다.


“됐다.”


이로써 나의 MP와 지력은 각각 30.

갑작스러운 마법사로의 전환이었지만, 막상 택하고 나니 이 길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자. 나 다 끝났어.”


하지만 요지부동으로 여신상을 바라보고 있는 로니.

처음엔 그저 신기해서 쳐다보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잘 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사뭇 깊어 보이는 안광.

묘하게도 그 안에 슬픔, 회한, 증오와 같은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아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


침묵하는 로니.

왠지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지던 무렵.


“그랬었지. 역사에 길이 남을 숭고할 희생이 될 것이라고... 가증스러운 년.”


그리곤 몸을 돌려 먼저 신전 밖으로 걸어나갔다.


왜 저래?

하여튼 중2의 사춘기가 이렇게 무섭다.


곧 따라 나온 나는 이번엔 마지막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마법사 길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오... 내 수십 년 인생에 이렇게 재능을 보이는 이는 처음 본다네!”


뭘 또 수십 년까지야.


아스트의 퀘스트 완료 조건은 더욱 특이했다.

지력과 MP가 각각 30일 것.

그리고 그가 가르쳐주는 마법을 다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초보자용 옷을 입을 것.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 조건을 모두 만족하게 되었다.


“허허. 이것 참... 주책맞게 눈물이 다 나오려고 하는구만.”


그러면서 아스트는 구석에 있던 작은 상자에서 마법 책을 하나 꺼냈다.


“받게나. 그리 대단한 마법은 아니지만, 자네라면 충분히 익힐 수 있을 테지. 앞날이 창창한 마법사에게 주는 내 작은 선물이라네.”


[‘아스트의 눈물’을 완료하였습니다.]

보상 : 마법서 ‘쉴드’, 스탯 +5


이렇게 아스트의 퀘스트까지 완료하여, 나는 태초의 마을의 모든 히든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쉴드네.”


부화의 마을에서 배울 수 있는 버프 마법, 쉴드.


[마법서 ‘쉴드’] [하급]

학습 조건 : 지력 20 이상.


나는 곧바로 책을 펼쳐 쉴드를 배웠다.


[쉴드] [하급]

MP 소모 : 10

방어력 증가 : 5

지속시간 : 1시간


방어력이 중요한 게임인 만큼 그야말로 필수적인 마법.

덕분에 돈 들이지 않고 이 자리에서 바로 배울 수 있었다.

이왕 온 김에 나는 아직 배우지 않고 있었던 아이스 볼트와 파이어 볼트도 마저 배웠다.

그렇게 마법사로서의 전직을 깔끔하게 마친 순간.


[업적 달성 : 태초의 선구자] [유일]

가장 먼저 태초의 마을의 모든 퀘스트를 달성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유일한 업적!

앞으로도 늘 선구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보상 : 스탯 +10


“......”


예상치 못한 보상이 하나 더 들어왔다.


.

.

.


다음 날.


“파다보나. 디오 노래 순서대로 틀어줘.”


“네.”


그리고 곧 흘러나오는 나의 영웅의 노래.

웅장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오늘은 드디어 부화의 마을로 떠나는 날.

이미 선발대들이 많이 제보해놓았기 때문에, 부화의 마을 및 그 지역에 대한 정보는 충분했다.

마을 지도, NPC, 판매 아이템, 몬스터 등등.

쭉 살펴보니, 어느 정도 내가 가야 할 방향의 가닥이 잡혔다.


그때 마침 귀에 들어온 가사.


Light inside the darkness that it needs, yeah.


또 하나의 명곡 The Last in Line.


잠시 눈을 감고 몸을 뒤로 젖혀 감상에 빠졌다.

지린다...

이게 정령 사람이 부르는 노래란 말인가.

그리고 다가온 클라이막스.

주먹 쥔 손을 위로 뻗으며 힘차게 따라 부른다.


“If we're evil or divine! We're the last in line!”


크으... 죽인다.

하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미안함.

비루한 성대로 그의 곡을 망친 것 같달까.

아무튼, 오늘도 이렇게 경건한 의식을 치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거대한 새의 알 같은 접속기기 안에 누워 곧장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뜨니 태초의 마을.

그런데 평소와 달리 광장 옆에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둘러싼 듯 둥글게 몰려있었다.

무슨 일 있나?

설마... 로니 이 녀석.

...사고 친 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곳으로 다가가 한 플레이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무슨 일 있나요? 왜 이렇게 다들 몰려있죠?”


“아, 방금 오셨나 보네요. 누가 여기서 웬디를 봤대요!”


“웬디요?”


“네! 왜 그 있잖아요. 가수 웬디.”


“아...”


저번에 편의점 스크린 광고에서 봤던 그녀.

연예인들이 하나둘 시작하더니만, 웬디는 이곳에서 시작하는듯했다.


“근데 지금은 없나 보네요.”


“네. 앞에 사람이 하는 말 들어보니까, 갑자기 사람이 너무 몰려들어서 일단 로그아웃했나 봐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빙 둘러있는 곳의 중심이 웬디가 로그아웃한 곳이라는 것.

워낙 유명인사다 보니, 그녀가 다시 접속할 때까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근데 그게 나랑 뭔 상관인가.

어차피 일면식도 없는 사이.

호기심을 해결한 나는 잠시 뒤로 물러나 맵을 켰다.


“여깄었네.”


다행히 맵 상에 나타난 로니의 위치.

장소는 다름 아닌 신전이었다.

신전 안으로 들어가자, 벽에 기대어 여신상을 쳐다보는 로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로니. 뭐해 여기서.”


그러자 그는 벽에서 등을 떼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왔군.”


“응. 나 없는 동안 뭐 하고 보냈어?”


“말 안 듣는 녀석들을 손봐주었다.”


“누구?”


그러면서 금안으로 로니의 인벤토리를 살펴보자.


“아... 공동묘지에서 사냥했구나.”


해골 병사가 드랍하는 잡템이 그의 인벤토리에 있었다.

소지한 골드는 147.

그리고.


“오... 많이도 모았네.”


10개의 강화 주문서.

현실에서 내가 자는 동안 계속 사냥한 모양.

이 정도면 거의 자동사냥 수준이다.


“근데 너도 언데드면서 언데드를 사냥해?”


“어차피 말 안 듣는 놈들. 상관없다. 인간도 종종 같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가.”


“...그렇긴 하지.”


그렇게 말하니 딱히 할 말이 없네.


“가자 이제.”


“그러지.”


어제 헤어지기 전에, 오늘은 부화의 마을로 갈 것이라 얘기해 놓았다.

그렇게 곧장 마을 입구를 떠나 오솔길을 따라 걷던 무렵.


“너 수아르 좋아하지?”


“증오한다.”


“부끄러워하기는.”


괜히 농담 한번 해봤지만, 로니의 반응은 쌀쌀했다.

저 정도면 진짜 싫어하는 것 같은데.

저번에 여신상을 보며 한 말도 그렇고, 오늘도 이렇게 여신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 보면 뭔가 사연이 있긴 한 모양.

하지만 누구나 말하고 싶지 않은 사연은 하나쯤 있기에,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길을 따라가며 지나쳐가는 몹들을 보니, 새삼 그간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나 고블린.

첫 수치를 안겨줬지만, 그래도 그 덕에 업적을 얻고 로니를 만나게 된 것을 생각하면 고맙기도 했다.

한마디로 애증의 몬스터.

그렇게 고블린도 지나치고 부지런히 걸어 목적지까지 반쯤 왔을 무렵.


“...뭔 소리지?”


어디선가 희미하게 아우성이 들려왔다.

잠시 좌우를 살핀 후 뒤를 돌아봤을 때.


“뭐야 저건.”


아까 마을에서 보았던 사람들이 여전히 뭉친 채로 천천히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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