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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29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23 22:15
조회
706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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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8화

DUMMY

“보셨습니까? 이 해골 자식아?”


한껏 어깨가 올라간 나는 이미 다 썩고 뼈만 남은 녀석에게 썩은 미소를 날려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도발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것... 어떻게 구한 건가?”


“뭐?”


“방금 네가 먹었던 그것 말이다.”


“아아. 사탕? 그게...”


잠시 뜸을 들이고.


“말할 수 없다.”


“......”


아아.

묵비권을 행사한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구나.


“그게 도대체 무엇인지 알긴 하느냐?”


“몰라~ 뭔 상관이야. 이미 먹고 없는데.”


미소바가 준 사탕.

설명이 자세히 적혀있진 않았다.

그저 1회 공격에 한해 위력이 두 배로 증가한다고만 적혀있었을 뿐.

사실 나도 궁금하긴 했다.

확실히 평범한 사탕은 아닌 것 같은데, 녀석이 저렇게 놀란 걸 보면 생각보다 더 대단한 물건일지도...


하지만 여기서 빈틈을 보이면 대화의 주도권이 또다시 넘어간다.

해서 이럴 땐 알게 뭐냐는 식으로 뻔뻔하게 나가는 게 상책.


“후후.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리는 녀석.

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조그마한 놈이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커.


“역시. 전혀 예상치를 못하겠군. 내가 선택한 자다워.”


또 시작이네 이놈.


“보아라.”


그러면서 녀석은 손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뭔데 또.”


속는 셈 치고 뒤를 돌아보자.


오...


안쪽 벽에 포탈이 형성되어 있었다.

밖으로 향하는 기존의 푸른 포탈이 아닌, 처음 보는 주황색의 포탈이.

잠시 그것에 한눈 팔려있는 동안, 녀석이 먼저 포탈에 다가갔다.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


나도 곧 포탈 앞으로 다가섰다.


[홉고블린 땅굴] [중급]

*사나운 홉고블린들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최대 입장 가능 인원 : 4명

*입장 제한 : 없음

입장하시겠습니까?


홉고블린 땅굴이라...

게다가 난이도는 중급.


“혼자서는 무리다. 숨겨진 던전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니.”


“그렇겠지 뭐.”


확실히 녀석은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듯했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터. 헌데 이 중요한 곳을 아무에게나 공개할 셈인가?”


“......”


맞는 말이다.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되는 곳.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히든 퀘스트도 중요하지만, 이 히든 던전이야말로 1급 기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털어놓을...


아니.

그렇지 않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결국, 비밀이 퍼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


“그러니까, 같이 손을 잡자 이건가?”


“후후. 이해가 빠르군.”


이미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와 손을 잡는 것.

서로가 이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배신하지 않는 한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갈 일은 없다.

그 말인즉슨.


“계약을 하자는 거군.”


“그렇다.”


돌고 돌아 다시 계약 이야기로.


나는 잠시 녀석을 쳐다보았다.

몬스터인지 NPC인지도 알 수 없는 녀석.

생각해 보면 딱히 내게 해를 끼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도움을 주면 도움을 줬지.

이 숨겨진 던전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사실 금안을 갖게 된 덕분.

이 정도면 녀석의 말대로 충분한 선의를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꼭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무엇인가?”


“계약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너라고 했었지.”


“그렇다.”


“그럼 왜 그렇게 하고서까지 계약을 하려는 거지?”


“......”


한참을 이어진 침묵.

역시...

이번에도 말할 수 없다고 말하게-


“소원. 소원을 이루기 위함이다.”


“......!”


상상치도 못한 대답.


“말하지 않으려 했건만... 후후... 결국 말을 하게 만들었군. 그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


녀석은 씁쓸해했지만, 내 마음을 돌리는 데는 결정타였다.

계약 성립을 이끄는 최선의 단어.

소원.

이 게임의 최종 클리어 보상.

이거야 원...


“후... 안 할 수가 없게 만드네.”


“무슨 뜻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나 마찬가지라고.”


“......?”


클리어와 연관이 되어있는데 어찌 안 할 수 있겠는가?


“하자. 계약.”


“...정말인가?”


“그래.”


“갑자기 왜 마음이 변한 것이지?”


“음...”


그 이유는.


“나도 그 소원이라는 거 한번 빌어보고 싶었거든.”


그게 어떤 소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후후후. 재밌는 대답이군.”


그제야 좀 마음이 풀렸는지 녀석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나저나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거야?”


“간단하다.”


갑자기 손을 내민 녀석.


“잡아라.”


“...악수하자고?”


“그렇다.”


뭐야 이게.

아무튼, 나는 속는 셈 치고 녀석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슈우우우.


나에게선 하얀 기운이, 녀석에게선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맞잡은 손을 통해 검은 기운은 나에게, 하얀 기운은 녀석에게 전해졌다.


“재밌군. 빛과 어둠의 만남이라...”


아니.

너만 재밌는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신기하긴 했다.

아무튼, 교차 된 기운은 곧 각자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이게 끝?”


“그렇다.”


생각보다 별건 없네.

계약이 맺어진 후, 녀석의 머리 위에 떠 있는 HP / MP 막대기를 볼 수 있었다.


“센 척하더니만, 너도 별거 없네.”


10 / 5로 플레이어들이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은 수치.

근데... 좀 이상한데?

금안으로 녀석의 상태창을 살펴보자.


[상태창]

HP / MP : 10 / 5

힘 / 지력 : 0 / 0

방어력 / 저항력 : 0 / 0


*사용 스탯 : 0

*미사용 스탯 : 50


스탯의 총합이 50.

잠깐...

이거 나랑 같잖아?

마침 녀석도 자신의 상태 창을 살펴보다가.


“하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약했을 줄이야...”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말이야?”


어깨가 축 처진 녀석.


“말하지 않았나. 손해는 이 몸이 감수하는 것이라고.”


“그랬지.”


“계약이 맺어지면 너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그래. 나랑 같은... 설마...”


“그렇다. 너의 능력이 곧 나의 능력. 그것이 내가 이토록 초라해진 이유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한마디로 스탯 수치가 나와 동기화된다는 것.


“그럼... 내가 강해질수록 너도 강해진다는 건가?”


녀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 재밌네.”


그런데 녀석의 안광을 보니, 이번엔 나만 재밌나 보다.

흐릿해진 안광.

저것만 봐도 표정이 짐작된다.


나는 금안으로 좀 더 녀석을 살펴보았다.

일단 인벤토리와 장비창.

텅텅 비어있다.

뭐 좀 좋은 걸 가지고 있을 줄 알았더니만...


다음은 업적 창.

보아하니 내가 이루었던 업적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도 나와 동기화가 되는 모양.

흠...


별 기대 없이 나는 마지막으로 스킬 창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너 스킬이 뭐 이렇게 많아?”


스킬 창을 메운 수많은 스킬들.

하지만 모두 어둡게 비활성화된 상태로 자물쇠 아이콘이 찍혀있었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활성화된 스킬을 살펴보니.


[웨폰 마스터] [?급] [패시브]

*장착한 무기의 모든 능력치가 2배가 됩니다.


“...2배?”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냥 미친 스킬이다.

Heaven & Hell의 하드코어함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졸업급 스킬.


“너... 이거 어떻게 배운... 잠깐!”


내가 스킬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팔려있을 동안 녀석은 스탯을 찍고 있었다.

힘 옆의 [+] 버튼을 빠른 속도로 연타하는 바람에 말릴 틈도 없었다.


“......”


50개의 스탯을 모두 힘에 투자한 상황.


“하아... 그래도 약하군. 너무나도 약해.”


내 속도 모르고 한탄만 하는 녀석.


“야 인마! 나랑 뭐 상의라도 좀 하고 찍어야 될 거 아냐!”


“남자는 힘! 뭘 너와 상의한단 말인가?”


아니... 뭐... 또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에휴...”


됐다...

어차피 통제가 불가능한 녀석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갈 길이 멀군...”


녀석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가진 스킬 들은 오직 나만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많은 힘이 필요하지.”


“그래서?”


“그러니 네가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운명 공동체. 네가 강해지는 것이야말로 내가 힘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뭘 또 거창하게 운명 공동체씩이나.


“나도 강해지고 싶거든? 재촉하지 말라고.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던 것.


“넌 이름이 뭐야?”


플레이어나 NPC는 머리 위에 ID가 떠 있다.

하지만 녀석의 머리 위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이름이다. 모두가 두려워할 만한 그런 이름이지.”


또 중2병 납시었다.


“그럼 너를 뭐라고 불러야 돼?”


“굳이 그런 것이 필요한가?”


“당연하지. 맨날 뭐... 야, 너 이렇게 부를 순 없잖아.”


“상관없다만.”


“내가 상관이 있거든요.”


아, 이 도도한 자식.


“아무렴 어떤가.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어차피 본명은 말 안 해줄 것 같고.

해서 나는 이참에 녀석의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뭐가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찰나.


“로니.”


“로니?”


“그래. 앞으로 로니라고 부를게.”


“로니... 로니라...”


나의 영웅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 로니.

녀석이 계속 곱씹는 걸 보니, 은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좋다. 그렇게 하지. 그럼 나는 너를 디오라고 부르겠다.”


“그렇게 해.”


이렇게 통성명은 끝.


“난 이제 마을로 갈 건데, 넌 어떻게 할래?”


“같이 가겠다.”


“그래. 그럼 이거 받아.”


나는 녀석에게 귀환석을 하나 건넸다.


“일단 광장에서 보자.”


“그러지.”


곧바로 마을 광장으로 복귀한 나와 로니.


“흠... 얼마 만에 오는 인간 마을인지...”


뭔가 회상에 젖은 듯, 로니의 안광이 촉촉해 보였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


“저게 뭐지? 몹인가?”


“몹이라고? 근데 왜 마을에 있어?”


“설마! 뭐 이벤트 NPC인가?”


로니에게 관심을 보이는 플레이어들.

아차...

이걸 생각 못 했구나.

금빛 안광을 뿜어내는 까만 해골이 갑자기 등장하니,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안 되겠다. 로니. 일단...”


마침 바닥에 누군가가 버린 초보자용 옷이 있었다.


“이거라도 입어.”


나는 급하게 그것을 집어 들어 로니에게 건넸다.


“별로 입고 싶지 않군.”


“지금 그런 거 가릴 때가 아니라고.”


“흠...”


결국, 마지못해 입은 녀석.

하지만.


“안 되겠다. 그냥 내꺼 입어라.”


옷으로는 가릴 수 없는 로니의 얼굴.

누가 봐도 초보자용 옷을 입은 해골이었다.

급한 대로 나는 내 장비를 모두 벗어 로니에게 건넸다.

투구까지 모두 착용하니 다행히 안광만이 밖으로 보일 뿐.

속옷 차림이 된 나는 일단 초보자용 옷을 입었다.


“미리 말하는데, 함부로 장비 벗고 다니지 마라. 그리고 눈에 띄는 행동도 하지 말고.”


“어째서.”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

나아가 유명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능력이 부족할수록.


“후후. 뭐가 귀찮다는 것인지 모르겠군.”


“있어. 그런 게.”


아무튼, 대충 로니를 타이른 후 나는 퀘스트를 완료하러 가죽 공방으로 발길을 옮기려 했다.

그때, 뒤따라오던 로니가 입을 열었다.


“저긴 뭐 하는 곳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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