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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36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6.20 23:30
조회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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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16화

DUMMY

이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녀석.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키의 왜소한 체구.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의 형형한 안광.

온몸이 검은색에 가까운 잿빛의 해골이었다.


...설마 이것도 히든 몬스터인가?

그런데 여긴 그냥 평범한 던전인데?

아니면... NPC?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던 찰나.


“이번엔 늦지 않았군.”


“......?”


“이 몸이 직접 누군가를 찾아온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뭔 소리야.

검은 해골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재밌군. 재밌어. 전혀 예상치 못한 길을 가는 자로군.”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하나 같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놈들이 많은 걸까?

그리고 저 눈.

금빛으로 빛나는 안광.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기분이 드-


“최초로 죽은 자. 그것만으로도 나와 독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게다가 이 땅의 역사도 알고 있다면 더욱 나쁠 건 없지.”


...뭐?

내 업적을 들여다본 건가?

머리가 더욱 혼란스러워지던 찰나.


아! 생각났다!

저 눈빛.

묘한 기시감이 든다 했더니.

다르긴 하지만 그 변태 놈의 붉은 눈과 비슷했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저 눈빛.


하지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너냐? 내 귀환을 막은 게?”


“귀환? 아. 그렇군. 일부러 막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허락 없이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것은 맞지.”


“하.”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왔다.


“니가 뭔데?”


“너? 하하하! 이 몸을 그런 식으로 부르는 자는 참으로 오랜만이군.”


뭐라는 거야.

이 조그마한 자식이.


“이 몸이 누군지 알게 된다면 당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지금은 알려줄 생각이 없으니.”


“......”


미친놈인가?


더 이상 중2병에 걸린 이 뼈다귀 자식에게 놀아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나는 문득 떠오른 이름을 언급했다.


“니가 뭐 테비사르라도 되냐?”


“닥쳐라!”


갑자기 역정을 내는 해골.

역린이라도 건드린 것 마냥, 녀석의 금빛 안광이 흉흉하게 뿜어져 나왔다.


“감히 나조차도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 존함이거늘!”


참고로 테비사르는 카이사 대륙 전기에서 보았던 언데드 왕의 이름.

그래서 뭐?

내가 언데드인 것도 아니고.


“아님 말고.”


뻔뻔한 나의 대답이 황당했는지, 녀석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다시 입을 다문 채 녀석은 뒷짐을 지고는 위성처럼 내 주변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자로군.”


하지만 시선은 내게 고정.

나는 상황이 진전될 것 같지 않아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는 로그아웃할 수 없습니다.]


아, 맞다...

그랬지 참.

그럼 여기서 뭐 어떻게 나갈 방법이 없는 건가?


그때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


그래.

차라리 죽자.

죽어서 마을로 귀환하는 것.

녀석이 몬스터라면 내가 먼저 공격하면 될 일.

결심이 선 나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툭.


“한 성격 하는 놈이로군.”


녀석은 검지 끝으로 나의 공격을 아주 가볍게 막아냈다.

이게 뭔...


“그래. 내가 선택한 자인데 그 정도 기백은 있어야지.”


“뭔 선택이야. 누구 맘대로.”


“후후.”


그리곤 계속해서 주변을 맴도는 녀석.

또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이대로는 그저 시간만 허비할 뿐.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것? 그 전에 나부터 하나 묻지.”


“뭔데.”


그제야 녀석은 맴돌기를 멈추고 내 앞에 바로 섰다.


“네가 가야 할 길을 막고 있는 것이 있다고 치지. 그러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무슨 질문이 이래.

뻔한 거 아닌가?


“부숴야지.”


“부숴?”


“그래. 뭔지는 몰라도 박살 내버려야지. 당연한 거 아냐?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그렇군. 후후...”


뭔가 만족하는 반응.

그럼 이제 나를 보내 주는 건가?

하지만.


“좋다! 결정했다. 너. 나와 계약을 맺는 것이 어떤가?”


뭔 개소리야 이건 또.


“계약?”


“그렇다.”


“무슨 계약?”


“너와 내가 같은 길을 가게 되는 것.”


“자세히.”


“안된다.”


“왜?”


“그건 계약을 맺고 난 후에 말해주지.”


어이가 없다.

대놓고 불공정계약을 하자는 건가?


“장난하냐!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데 나보고 덜컥 계약을 하라고?”


“그렇다. 네겐 전혀 불리할 게 없기 때문이지.”


“뭐?”


“간단히 이야기하지. 나와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나의 권능을 누릴 수 있다는 뜻. 오히려 손해는 이 몸이 모두 감당하는 것이다.”


하아...

들으면 들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그래... 그래요. 당신 말이 다 맞습니다. 모두 멍청한 제 탓이죠. 그러니 제발 알아들을 수 있게 좀 얘기해 줄래 이 해골 자식아?”


“그럴 순 없다.”


“왜!”


“지난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


포기하자.

아예 말이 안 통한다.

미소바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뭐 자세히 말해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건가?

입씨름하는 것도 지겨워 나는 결국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그래... 그렇다 치자. 근데 내가 계약을 안 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 강제로 할 순 없으니.”


이럴 땐 또 고분고분하네.


“말 잘했다. 나는 내용도 모르는 계약 따위는 할 생각이 없어. 용건은 이걸로 끝. 그러니까 이제 보내줘.”


“후후. 당장은 생각이 없나 보군.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하지만 그 전에.”


갑자기 녀석이 손바닥을 펼치며 팔을 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후우우웅.


그의 옆에 펼쳐진 검은 포탈.


“잠시만 기다리거라. 가져올 것이 있으니.”


그리곤 포탈 안으로 들어가 곧 무엇인가를 들고 나왔다.


“받아라.”


“뭔데?”


녀석의 손에 들린 농구공만 한 크기의 금빛 공.

나는 그것을 받아든 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길게 갈라져 있는 검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으윽... 뭐야 이거!?”


“후후후.”


인제 보니 공이 아니라 흡사 거대한 뱀의 눈처럼 생긴 무언가였다.


“먹어라.”


“먹으라고? 이걸?”


“그렇다. 다 먹으면 보내 주지.”


“미친...”


아무리 게임상이라지만 비위가 상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벌칙도 아니고.”


“벌칙? 단단히 착각하고 있군. 벌칙 따위가 아니라 내가 너에게 주는 최고의 선의다.”


“아이고~ 그러세요?”


“그렇다. 이렇게 싫어하는 걸 보니 막상 준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럴 거면 왜 준건데 이 자식아.


아아... 모르겠다.

분위기를 보니 먹어야 끝날 일.

쓰벌 뭐 어때.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마음이 바뀌었다느니 뭐니 딴소리하지 마라.”


“물론이다.”


그래 먹자.

결심이 선 나는 정체불명의 이것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후후. 선택했군.”


맛이랄 것은 딱히 없었다.

그저 기분이 이상할 뿐.

이왕 먹기 시작한 나는 더운 여름에 수박을 먹듯 정체불명의 이것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자. 다 먹었으니까 이제 보내주-”


그런데.


...어?

갑자기 나의 시야가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형용할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이 내 안에 스며듭니다. 밝은 눈으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야 이거?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 마치 금빛으로 이루어진 흑백화면처럼 보이는 상황.

하지만 곧, 시야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막상 주고 나니 아깝기도 하고...”


녀석은 턱을 매만지며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음이 더 복잡한 건 나.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 하하하! 네가 먹은 게 무엇인지 알면 무릎을 꿇고 감사의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에 그걸 무슨 짓이라고 표현하는구나.”


“당연하지 인마! 내키지도 않았는데 니가 사실상 강요한 거 아냐!”


“흠... 부정하진 않겠다.”


한 대 쥐어박을까.


“아무튼, 약속은 약속. 허락하마.”


그러고선 녀석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이제 자리를 떠날 수 있습니다.]


휴우... 됐다.

녀석의 마음 변하기 전에 나는 재빨리 인벤에서 귀환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사용하려던 찰나.


“잘 생각해보아라. 계약의 기회는 언제든 열려있으니.”


“뉘예뉘예.”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아무튼, 나는 무사히 마을로 귀환하여 드디어 납골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뭐야 이거?”


신기한 현상이 펼쳐졌다.

주위의 플레이어들의 머리 위에 HP/MP 막대기가 떠 있는 것.

보통은 같은 파티원이 아니고선 볼 수 없는 것들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모두의 막대기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왜...”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심히 한 플레이어를 바라보자, 그 플레이어의 인벤토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상태 창과 장비 창, 그리고 스킬 창까지.

갑자기 이런 게 왜...


설마...

방금 먹었던 그 이상한 무언가 때문인가?


황당한 상황에 나는 잠시 뇌 정지가 왔다.

그렇게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해골... 아까 그 해골을 찾아야 해.”


이를 정확히 알려면, 그 녀석을 다시 만나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귀환한 상황.

방금 그 납골당은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공동묘지로 가야 하나?


아니.

확신할 순 없다.

그간 공동묘지에서 얼마나 사냥을 많이 했는데, 한 번도 녀석과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맵을 켜서 살펴볼까?


헌데...

...그 자식 몹이긴 한 건가?

애초에 녀석이 몬스터인지 뭔지도 모르는 상황.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NPC나 플레이어일지도 모른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턱을 매만졌다.

그렇게 골몰히 생각에 빠진 채로 걷던 무렵.


툭.


“아.”


대장간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

나도 모르게 제법 걸었던 모양.


“...일단 잡템이나 먼저 팔자.”


생각만 한다고 해서 당장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해서 일단, 해골 병사들에게서 얻은 것들을 팔기 위해 란센트에게 다가가 보니.


“...어?”


[란센트의 관심]

대장장이이자 무기를 판매하는 란센트는 강화된 무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판매하는 모든 무기를 +2 강화하여 휘둘러 본다면 그가 먼저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보상 : ?


그의 옆에 떠 있는 처음 보는 메시지 창.


이건...

히든 퀘스트!?


미소바에게서 보았던 것과 비슷했다.

그렇다고 어떤 조건을 만족해서 발동된 것은 아닌 것 같고.

설마... 이것도 그 이상한 능력 덕분인가?


혹시 모두에게 보이는 것은 아닌가 싶어 나는 옆에 있는 플레이어를 슬쩍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이 퀘스트 창이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

아마도 나만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조건을 다시 살펴보니 그가 파는 무기를 모두 +2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곧바로 경매장을 열었다.

그중 롱 소드와 숏 소드, 모닝스타는 +2 강화가 된 매물이 있었다.

모닝스타는 일단 내가 가지고 있으니 패스.

해서 롱 소드 +2와 숏 소드+2를 구입했다.


나머지 무기는 직접 만들어야 하는 상황.

강화 주문서를 찾아보니 매물이 제법 많이 있었다.

가격도 개당 20골드까지 떨어진 상황.

그간 벌어놓은 골드가 있었기에 주문서도 10장 구입했다.

그리고 란센트에게서 메이스와 목검도 몇 자루씩 구입.


행여 최하급 템을 강화하는 게 수상해 보일까 봐, 나는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비울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 나 혼자 남았을 때.


“가자.”


나는 또 한 번 강화를 감행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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