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44,415
추천수 :
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5.28 13:10
조회
934
추천
13
글자
11쪽

9화

DUMMY

[코볼트의 가죽] [D급]

10개를 모으면 가방을 하나 만들 수 있습니다.


드디어 나온 가죽.

잽싸게 집어 들자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나를 귀찮은 파리 새끼로 여기던 눈빛이 이제는 증오의 눈빛으로 변한 것.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자, 나는 잠시 움츠러드는 척을 했다.

그 순간.


“저, 저건!”


나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모닝스타로 그곳을 가리켰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후후.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그 순간 나는 잽싸게 반대편으로 튀어나가 방금 리젠 된 덩치 큰 코볼트에게 라이트닝 볼트를 날려 보냈다.


콰릉!


“카아악!”


하지만 녀석은 평범한 코볼트가 아니었다.

시퍼런 털을 지닌 녀석은 바로 엘리트 몬스터라 할 수 있는 브루탈 코볼트.


“제길! 당했다! 빨리 잡아!”


그제야 나의 속셈을 알아차린 이들이 뒤늦게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브루탈 코볼트는 그리 약한 몹이 아니었다.

다만 다굴 앞에 장사 없었을 뿐.


서걱! 콰릉! 화르르!


쏟아지는 칼날과 마법에 녀석은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툭.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코볼트의 가죽.

그것도 한 개도 아닌 두 개.


가장 먼저 들어간 공격이 나의 라이트닝 볼트였기에 획득 권한은 나에게 있었다.

연이은 횡재.


“아이고.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걸 다.”


나는 우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다가가 냉큼 가죽을 집어 인벤에 집어넣었다.


“......”


말이 없어진 메뚜기들.

그중 제일 못생긴 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이 새낀 내가 죽인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이에 동조했다.


“나도!”


“내가 먼저 죽일 거야!”


결국, 폭발한 민심.

뭐 어때.

어차피 죽어봤자 다시 마을에서 부활할 텐데.


이미 가죽을 세 개나 챙긴 나는 딱히 여한이 없었다.

무기를 치켜든 이들.

나는 순순히 양팔을 벌려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그 순간.


“......!”


말도 안 되는 무엇인가를 발견한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손가락으로 그들의 뒤를 가리켰다.


“이 새끼 또 연기하네.”


하지만 이들은 믿지 않았다.

내가 또 페이크를 쓴다고 생각한 모양.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던 순간.


콰아아앙!


갑자기 운석이 떨어지듯, 하늘에서 누군가가 이들 무리의 중심으로 떨어져 내렸다.


“뭐... 뭐야!”


그제야 놀란 메뚜기들.

이내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들은 보지 못했지만 나는 분명 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다 하늘 높이 도약한 후 땅에 떨어진 그를.


땅이 팬 곳에는 흙먼지가 가득했다.

허나 곧 흙먼지가 걷히자 더욱 기괴한 장면이 연출됐다.

나체에 가까운 한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주먹을 땅에 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

흡사 터미네이터의 등장씬처럼 말이다.


천천히 그가 일어서자 모든 이들이 그를 보고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한.

울긋불긋한 근육에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심한 곱슬머리.

얼굴의 절반을 덮는 시퍼런 수염 자국과 갈라진 엉덩이 턱.

그러나 누구보다 진지하고 그윽한 눈빛.

마지막으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흰 삼각팬티와 긴 양말.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흡사 만화에서나 볼법한 기괴한 모습의 사내는 그저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이것이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형! 얘들이에요! 얘들이 나를 괴롭혔어요!”


꼬꼬마 시절 나를 괴롭히던 친구들을 큰 형에게 일러바치듯, 나는 초면인 그에게 다짜고짜 구원요청을 보냈다.

그러자 거한은 내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인가?”


갑작스레 지목당한 녀석은 기에 눌려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한은 그를 거세게 밀치며 다른 놈들을 살폈다.


“너도 아니군.”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거한은 그들을 헤집고 다니며 한 명 한 명 얼굴을 확인했다.

그러다 이번엔 쏨이에게 다가갔다.


“너도 아냐.”


그러면서 쏨이를 옆으로 밀치자, 그녀는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것이 기폭제였다.


“이 새끼가!”


그들에게 최고 존엄이신 쏨이가 넘어지자, 참지 못한 하수인 중 한 명이 그에게 롱 소드를 휘둘렀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분노를 터트렸다.

그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공격들.


미안해 변태 형...


나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괜히 나 때문에 희생당한 그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가 쓰러지질 않는다.

왜지?

그 순간.


퍼억!


“끄아아아-”


거한의 주먹 한 방에 하수인 한 명이 포물선을 그리며 저 멀리 날아갔다.


“너도 아냐.”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눈빛.

이어진 그의 발길질과 주먹질에, 메뚜기 놈들은 한 마리씩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야수와도 같은 이 사내는 모든 남정네들을 평정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BJ쏨이.


“오... 오지마! 당신! 신고할 거야!”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도 그녀는 어쭙잖게 그를 협박했다.

근데 그게 통한 것일까?

그저 따라가기만 하는 사내.

아무리 변태라 해도 역시 여자는 때리지 않는 건가?


“너도 아냐.”


퍼억!


응, 아니야.

이 시대의 진정한 성 평등주의자.

그의 주먹 앞에서는 남자건 여자건 모두가 공평할 뿐이었다.


이로써 메뚜기들은 모두 박멸되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던 나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내.

싸움이 벌어질 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다.

하지만 코앞까지 다가온 그의 ID를 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진짜다.

진짜 싸이코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내 차례.

나 역시 앞선 녀석들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해서 마음을 비웠다.

하지만 눈싸움에서만큼은 지고 싶지 않아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아니겠지. 변태 놈아.”


당당한 도발.

하지만 그 순간.


...어?


검던 그의 눈동자가 순간 진홍색으로 변했다.

뭐지? 진짜 터미네이터인가?

나를 훤히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너였군.”


“......?”


“재밌어. 벌써 유일 업적을 두 개나 달성하다니.”


...뭐?


그 누구에게도 업적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안 거지?


말문이 막힌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만 보았다.


“또 만나게 될 거다. 그땐 아마 너를 선택하게 될지도 모르겠군.”


“...선택?”


도대체 무슨 말이야?

하지만 내 의문을 해결하기도 전.


사아아아.


갑자기 그의 전신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뭔데?


빛은 더욱 밝아져 변태는 그야말로 새하얗게 빛나는 발광 변태가 되었다.

그러던 순간.


파앗!


한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뭐야?”


혜성과도 같이 나타난 변태.

그리고 뭔 소린지도 알 수 없는 그의 말.

나는 이게 게임 속이 아니라 꿈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코볼트들.


메뚜기 놈들이 모두 사라졌다 보니, 리젠 된 코볼트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눈치만 살피던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이곳으로 다가와 코볼트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쏨이 패거리가 없는 것을 확인한 모양.


이런 모습을 보니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쏨이 놈들은 딱 보니 그것이었다.

일진.


어느 판사님의 말처럼 게임 내에서 집단으로 무리를 이루어서 힘을 과시하면 그게 바로 일진인 것이다.

결국, 사람이 모이면 그 특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법.

인간들의 문화가 지금 게임 내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중이었다.


서열, 세력, 권력.

오래된 MMORPG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가면 갈수록 그 양상이 심해질 것이다.

더군다나 Heaven & Hell은 운영자의 개입이 사실상 전무한 편.

앞으로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일은 없을 듯했다.


어찌 됐든, 코볼트가 리젠됐으니 나도 일단 사냥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복잡한 생각들은 떨쳐버리고 보이는 녀석마다 때려잡는 것을 한참 이어가던 그때.


[몬스터 도감 완성! 코볼트!]

*코볼트 100마리를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코볼트의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스탯 +1


“보자.”


[코볼트] [하급]

HP / MP : 13 / 0

공격력 / 마법력 : 5 / 0

방어력 / 저항력 : 1 / 1


도감은 완성했지만, 아직 수중에는 가죽이 6개밖에 없었다.

남은 4개를 모으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나갔다.


종종 파티를 맺자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도 충분했기에 그때마다 정중히 거절했다.

같이 하면 브루탈 코볼트도 잡을 수 있겠으나, 녀석의 도감을 완성하는 것은 그리 급한 일이 아니었다.

해서 한 시간가량 더 사냥을 지속하던 무렵.


“끝났다.”


마침내 10번째 가죽을 얻을 수 있었다.

목표를 완수한 나는 곧바로 귀환석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잡화점으로 향했다.


가방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죽과 바느질 도구만 있으면 끝.


“다시 왔어요.”


“그러시군요. 볼일은 다 보셨습니까?”


“네.”


그에게 다가가자 자동으로 떠오른 판매창.

1골드에 바느질 도구 하나를 구입한 후, 나는 자연스레 탁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앉을게요.”


“그러시지요.”


이제는 내 전용석이랄까.

편하게 앉은 나는 탁자 위에 가죽을 모두 올려놓고 이어 바느질 도구를 사용했다.


물론 내가 신경 써서 바느질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재료만 갖춰지면 알아서 양손이 움직이는 시스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솜씨로 내 두 손이 움직이더니, 이내 10개의 가죽을 모두 이어 붙였다.


[가죽 가방] [D급]

인벤토리를 영구적으로 5칸 늘려줍니다. 플레이어당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름은 가방이지만 모양새는 자루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인벤토리만 늘려주면 그만인 것을.


가방에 손을 대자 지금 바로 사용하겠냐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예” 버튼을 눌렀다.


[가죽 가방을 사용하였습니다. 인벤토리가 확장되었습니다.]


“인벤토리.”


확인해보니 인벤토리가 10칸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로써 귀찮게 마을을 들락날락하는 일도 확실히 줄어들 터.


목표를 달성한 나는 잠시 의자에 기댄 채로 물끄러미 미소바를 바라보았다.

아직 손님을 상대하고 있는 미소바.


잠시 후 손님은 볼일이 끝났는지 곧바로 잡화점 밖으로 나갔다.

미소바 역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고는 문을 닫더니, 이번엔 빗장까지 걸어 잠갔다.


“...장사 안 해도 돼요?”


“괜찮습니다. 저도 잠시 쉬어야지요.”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는 NPC도 있나?

하여튼 희한하다니까.


“귀환석은 사용해보셨습니까?”


“네. 그걸 쓰고 마을로 돌아왔죠.”


“그러시군요.”


오늘도 미소바는 자연스럽게 차를 우려냈다.

허나 이번엔 찻잔이 둘이었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온 그는 내 앞에 한 잔을 내려놓았다.

나머지 한 잔은 반대편에.

그리고 자연스럽게 의자를 뺀 후, 그는 나와 맞은 편에 편히 앉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 쓰는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9 109화 +2 24.03.19 23 0 16쪽
108 108화 24.03.14 35 0 12쪽
107 107화 24.03.11 42 0 11쪽
106 106화 24.03.07 44 0 11쪽
105 105화 24.03.04 43 0 11쪽
104 104화 24.02.29 46 0 11쪽
103 103화 24.02.26 53 0 12쪽
102 102화 24.02.22 52 0 11쪽
101 101화 24.02.19 47 0 12쪽
100 100화 24.02.16 51 0 11쪽
99 99화 24.02.13 50 0 12쪽
98 98화 24.02.06 55 0 12쪽
97 97화 24.02.02 55 0 12쪽
96 96화 24.01.29 55 0 12쪽
95 95화 24.01.26 53 0 12쪽
94 94화 24.01.21 62 0 12쪽
93 93화 24.01.18 63 0 11쪽
92 92화 24.01.16 68 0 12쪽
91 91화 24.01.07 74 0 12쪽
90 90화 24.01.01 76 0 11쪽
89 89화 23.12.26 83 0 11쪽
88 88화 23.12.20 80 0 11쪽
87 87화 23.12.16 87 0 11쪽
86 86화 23.12.01 90 0 11쪽
85 85화 +1 23.11.14 104 1 11쪽
84 84화 23.10.25 94 0 12쪽
83 83화 23.10.06 110 0 11쪽
82 82화 23.05.24 160 0 12쪽
81 81화 23.05.19 134 1 11쪽
80 80화 23.05.16 145 1 12쪽
79 79화 23.05.06 164 0 12쪽
78 78화 23.04.25 185 1 11쪽
77 77화 23.04.02 208 2 12쪽
76 76화 23.04.01 183 2 11쪽
75 75화 23.03.31 186 2 12쪽
74 74화 23.03.30 175 2 11쪽
73 73화 23.03.29 183 2 12쪽
72 72화 23.03.28 180 2 12쪽
71 71화 23.03.27 188 1 11쪽
70 70화 23.03.26 188 3 12쪽
69 69화 23.03.25 187 2 11쪽
68 68화 23.03.24 188 1 12쪽
67 67화 23.03.23 191 2 11쪽
66 66화 +1 23.02.03 250 3 12쪽
65 65화 +1 23.02.02 221 3 11쪽
64 64화 23.02.01 226 4 12쪽
63 63화 23.01.29 236 3 11쪽
62 62화 23.01.26 232 3 12쪽
61 61화 23.01.20 255 4 11쪽
60 60화 23.01.18 276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