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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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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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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글자수 :
572,793

작성
22.05.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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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화

DUMMY

초보자 던전이라 그런지 땅굴의 구조는 아주 단순했다.

구불구불하지만 갈림길이 없는 일직선 구조.

다만 폭이 넓지 않아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였다.


“제가 앞으로 나설게요.”


연희서방은 여자친구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자진해서 선두에 섰다.


“역시 남자십니다.”


짝. 짝.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으며 손뼉을 쳤다.

초행길이기에 굳이 내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연희서방의 머리 위의 막대기를 보니 HP / MP는 15 / 5.

더군다나 갑옷을 모두 장착한 그가 탱커 역할을 맡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정현마눌의 막대기를 보니 HP / MP는 10 / 10.

기본 MP가 5인 것을 고려하면 스탯 5개를 MP에 찍었다는 뜻.


“마법사이신가요?”


“네! 배울 수 있는 마법은 다 배웠어요.”


애초에 직업개념이 없는 게임이다.

하지만 스탯을 어느 쪽으로 찍느냐에 따라 특성이 갈릴 수는 있다.

물론 초반에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옵니다! 연희야! 오빠 뒤로 물러나 있어!”


“알았어. 오빠!”


앞을 보니 저 안에서 고블린 세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지랄하고 있는 이 한 쌍의 바퀴벌레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미 파티를 맺은 상황.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흐압!”


수컷 바퀴벌레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기합을 넣어가며 롱 소드를 수직으로 내리쳤다.

허나 고블린의 HP가 닳는 것을 보니 나보다는 공격력이 낮은 상태.

나는 그저 묵묵히 모닝스타를 휘두를 뿐이었다.


“와! 디오님! 대단하신데요?”


“아뇨... 뭐...”


그가 한 마리를 쓰러뜨릴 동안 내가 두 마리를 쓰러뜨리자, 이내 나를 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

하지만 딱히 대꾸하지는 않았다.

게임 초반인데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아무튼, 굴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동안 우리는 종종 고블린들과 마주쳤다.

하지만 그와 나 둘 다 방어력을 어느 정도 갖추었기에, 우리는 아무런 피해 없이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너무 쉬운데? 초보자 던전이라 그런가?”


“아니야~ 울 서방님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거지~”


“그런가? 하하하.”


60년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소름 돋는 말투.

나는 속으로 고블린과 함께 이 연놈들을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블린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 굴의 끝에 있을 그 녀석.

생각 없이 하하 호호거리는 걸 보니 이들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를 보지 않은 듯했다.


그렇건 말건, 막힘없이 녀석들을 물리치며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땅굴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스 방을 앞두고, 마지막 고블린을 물리치니 녀석이 손상된 방어구를 떨어뜨렸다.


“아무나 드세요. 전 인벤이 가득 차서요.”


“감사합니다. 연희야. 연희가 이거 먹어.”


내가 양보하자 그녀도 감사함을 표하며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정현마눌님. 마법은 다 배웠다고 하셨죠?”


“네!”


쉬운 보스긴 하지만 그래도 간단한 전략은 세우는 게 좋았다.


“힐보다는 그냥 공격마법 쓰는 게 더 나을 거에요. 라이트닝 볼트만 두 번 써주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나는 옆에 있는 연희서방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제가 보스를 맡을게요! 그러면서 합공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눈치는 있었는지, 그는 이번에도 스스로 탱커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죠.”


그렇게 역할 분담이 끝난 우리는 천천히 던전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갔다.

기다란 굴 끝에 형성된 둥그런 공간.

그래도 꼴에 보스 방이라고 이렇게 구색을 갖춘 듯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사람만 한 체격의 고블린이 서 있었다.

장비 역시 나름 괜찮아 보여 평범한 고블린과는 확연히 그 모습이 달라 보였다.

이 던전의 보스인 고블린 장군.


나는 암컷 바퀴벌레를 보며 말했다.


“라이트닝 볼트를 먼저 날리세요. 그리고 우리 쪽으로 다시 돌아오시구요.”


“네!”


나의 명령에 그녀는 손바닥을 펼쳐 라이트닝 볼트를 소환했다.


파지직.


이내 형성된 주먹만 한 크기의 뇌전 덩어리.

그녀는 조심조심 고블린 장군에게 다가가 손을 내지르며 라이트닝 볼트를 날려 보냈다.


콰릉!


“크어!”


공격당한 녀석은 곧바로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연희서방이 재빨리 달려나가 녀석을 막아서며 롱 소드를 휘둘렀다.

어그로는 자연스럽게 그에게 돌아갔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상황.

이에 나도 재빨리 합류하여 합공을 펼쳤다.


하지만 녀석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합공을 펼치고 있음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


“안돼! 오빠!”


이때 골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지 서방의 HP가 점점 줄어들자, 이 망할 암컷 바퀴벌레가 그에게 힐을 시전해 버린 것.

그냥 라이트닝 볼트를 한 번 더 날렸다면 공략이 가능했을 것을 힐을 넣는 바람에 쓸데없이 생명 연장만 한 꼴이 되었다.


힐이라고 해봤자 회복되는 HP는 고작 5.

다시 그의 HP가 깎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너는 니 서방이 죽어가는데 이러고 있냐.


결국, 나는 이들 둘을 제물로 바치기로 했다.

해서 재빨리 뒤로 빠진 후 두 손으로 연희의 등을 힘껏 밀었다.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꺅!”


무방비 상태에서 떠밀린 그녀는 그대로 고블린 장군에게 부딪혔다.


“크으으!”


화가 난 녀석은 대상을 바꾸어 그녀를 공격했다.


“안돼! 연희야!”


하지만 방어력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옷으로 치장한 그녀는 단 두 방의 공격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파티원 ‘정현마눌’이 사망하였습니다.]


“미안해... 오빠...”


푸흡.


나는 급히 입을 틀어막아 터져 나올 뻔한 웃음을 참았다.


“이 자식! 감히 나의 연희를! 으아아아!”


분노한 그는 괴성을 지르며 마구마구 롱 소드를 휘둘러댔다.


하지만 이건 게임이다.

무슨 만화처럼 각성해서 갑자기 강해지는 그런 일이 일어날 리 만무.


곧이어 그의 HP도 거의 바닥에 이르렀다.

나도 더는 여유 부릴 수가 없어 다시 합류하여 공격을 펼쳤다.


[파티원 ‘연희서방’이 사망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도 쓰러지고 말았다.

계획대로야...


이렇게 나는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바퀴벌레 한 쌍을 처리할 수 있었다.

세스코 역할을 해준 것은 고맙지만, 이제는 고블린 장군도 죽어줄 차례.

나는 계속해서 모닝스타를 휘둘렀다.


[고블린 장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6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4.]


이런...

나는 재빨리 힐을 시전했다.


[힐의 효과로 HP가 5 증가하였습니다. 남은 HP 9.]


하지만 만만치 않은 공격.


[당신은 6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3.]


설마 이대로 나도 죽는 건가?


[고블린 장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고블린 장군이 사망하였습니다.]


“후...”


위험했다.

간발의 차이로 거머쥔 승리.

뒤를 돌아보니 이미 정현마눌은 마을로 부활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쓰러진 연희서방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라졌다.


나는 파티 창을 열어 즐거운 마음으로 파티 탈퇴를 했다.

그리고 고블린 장군이 쓰러졌던 곳에 있는 무엇인가를 주워들었다.


[강화 주문서] [D급]

강화 성공 확률 : 50%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이 소멸합니다.


“오호...”


한 번에 나올 줄은 몰랐다.

정보에 의하면 드랍률이 그리 높지 않은 템이었는데 제법 운이 좋았다.

그리고 내 앞에 떠오른 새로운 메시지 창.


[장비 강화]

강화 주문서를 통해 기존의 장비들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장비마다 특정 단계에서 추가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비를 확인해보십시오.


...추가 능력?

나는 곧장 인벤토리를 열어 모닝스타를 확인해보았다.


[모닝스타] [D급] [손상 불가]

공격력 : 3

*+2 강화 : 스턴 확률 +10% (2초)


그러자 이전엔 안 보였던 새로운 추가효과가 적혀있었다.


10% 확률로 2초간 스턴이라...

아직은 +2 단계에 이르지 않아 해당 효과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효과다.

2초면 길진 않지만, 스턴이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 변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챙겨두고.”


사실 내 인벤은 가득 차 있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잡템을 양보하며 일부러 한 칸 비워둔 것.

나름의 선견지명이랄까.


보스를 물리치니 보스 방 가장 안쪽에 푸른 포탈이 생겼다.

포탈로 걸어나가자 땅굴 입구가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입구는 사라지고 없었다.

일회성인 인스턴스 던전.


한번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면 그 자리에 있던 던전이 사라진다.

물론 던전이 한 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수가 존재했지만 클리어할 때마다 기존의 것은 사라지고 다른 곳에 새 던전이 생기다 보니, 던전에 들어가려면 그때마다 입구를 찾아다녀야 했다.

마치 리젠 된 몹들을 찾아 돌아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의외의 소득을 거둔 나는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손상된 방어구의 가격은 개당 3골드.


짤랑.


대장간 NPC 란센트에게 모두 판매한 후, 나는 방어구가 걸린 벽면으로 다가가 구입하지 못했던 나머지 방어구들을 모두 구입했다.


[초보자용 건틀릿] [D급]

방어력 / 저항력 : 1 / 0

*+2 강화 : 공격속도 +5%


[초보자용 방패] [D급]

방어력 / 저항력 : 1 / 0

*+2 강화 : 방어력 +1


이로써 방어력은 6이 되었다.

홈페이지 정보에 의하면 고블린 장군의 공격력은 10.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혼자서 녀석을 상대할 수가 없었다.


숨겨진 업적 같은 것을 또 달성하지 않는 이상 스탯을 대폭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

당분간은 급격한 성장이 어려울지도 몰랐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던 그때.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방금 얻었던 강화 주문서를 꺼내 들었다.

성공 확률 50%.

다른 말로 하면 실패 확률 50%.

절반의 확률로 아이템이 그대로 증발할 수도 있었다.


“......”


잠깐의 고민.

하지만 남자는 이런 것으로 망설이지 않는다.


강화서의 사용법은 간단했다.

그저 아이템에 갖다 대는 것이 끝.

어느 장비에 사용할까 살펴보던 나는 무기보다는 방어구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이 좋은 아머가 1순위.

나는 주저 없이 아머에 강화서를 갖다 댔다.

그러자 아머가 이내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하게 빛을 발하던 순간.


[초보자용 아머 +1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휴...


[초보자용 아머 +1] [D급]

방어력 / 저항력 : 3 / 1

*+2 강화 : 방어력 +2


성공이었다.

+1 강화가 되자 아머의 방어력이 2에서 3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저항력도 1만큼 증가.

하지만 +2는 아니기에 아직 추가효과는 받지 못했다.

여기서 한 번 더 성공하면 방어력이 3이나 더 오를 터.


허나 당장 강화서가 없어 시도도 할 수 없었다.

왠지 아쉬운 상황.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구경이나 하자.”


물건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

나는 곧바로 경매장 창을 켜 강화서 매물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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