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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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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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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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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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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편의점에 출근한 나는 잠시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밖으로 나와서 크게 한번 기지개를 켰다.


“으아-!”


차가우면서도 상쾌한 겨울 공기.

크게 한번 들이마신 후 깊게 내쉬자, 드래곤도 이길 만큼의 하얀 입김이 브레스처럼 길게 뿜어져 나왔다.


올겨울은 유독 더 쌀쌀했다.

해서 금세 추워진 나는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마침, 내 시선을 사로잡은 그녀.


“존나 이쁘네.”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생글생글한 눈빛.

선한 인상에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탑 연예인.

가수 웬디.


매점의 외벽 역할을 하는 유리창 스크린에는 그녀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참으로 성공한 삶이다.

20년에 한 번 나올법한 가수라는 극찬.

나보다 다섯 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부와 명예를 거머쥔 것은 물론, 생일마다 수많은 팬들에게 받는 축하까지.

누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다.


하지만 왜일까.


“묘하네...”


생글거리는 그녀의 눈빛 속엔 왠지 모를 슬픔과 외로움도 함께 담겨있었다.

행복하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은, 웃고 있지만 때로는 울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


“아으 추워.”


아무튼, 내가 그런 걸 알아서 뭐하겠는가.

어차피 만날 일도 없을 사람인데.


매장 안으로 들어온 나는 곧바로 관리실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도 Heaven & Hell 홈페이지를 계속해서 살펴보았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캐쉬 관련 정책.

캐쉬는 현금으로 1:1 비율로 충전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캐쉬 상점에서의 골드 구매할 수 있었는데, 핵심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플레이어 간의 골드와 캐쉬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캐쉬를 현금으로 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그 말인즉슨, 게임 내의 화폐가 현금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였다.


유명 스트리머들은 벌써부터 직장인들의 연봉보다 많은 금액을 캐쉬로 충전해놓았다.

골드가 어느 정도 풀려 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잔뜩 사들이기 시작할 터.


하지만 이들은 뭘 모르고 있다.

내가 봤을 때 이 게임은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아니었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게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업적을 달성함으로써 나는 벌써 20개의 스탯을 얻었다.

여신상을 통해서 올렸다면 자그마치 21,000골드에 해당하는 수치.

이런 히든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이 곧 게임을 풀어나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나는 곧장 여러 키워드로 게시판을 검색해보았다.

업적, 유일, 카이사 대륙 전기, 미소바 등...

하지만 역시나 내가 겪은 일에 대한 게시물은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더 있을지...”


게임사가 일말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탓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말은 곧 정보가 힘이라는 뜻.

알량한 보상에 눈이 멀어 귀중한 정보를 제보하는 것은 아주 멍청한 짓이다.

제보하는 순간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모두가 알게 되기 때문이다.


“흠...”


아무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앞서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앞서가면 먼저 가라고 해라.

어차피 이 게임은 마라톤이니까.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나의 감이다.

어찌 보면 뇌피셜.

하지만 절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서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게임이오.

그간 길러진 게임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 게임은 그리 쉽게 끝날 게임이 아니라고.


많은 이들이 선두를 노리며 달려갈 것이다.

난다 긴다 하는 놈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

.


“파다보나. 그 노래 틀어줘.”


“알겠습니다.”


샤워를 마친 나는 큰 선풍기 앞에 서서 상남자의 방식으로 몸을 말렸다.

휘날리는 머리카락.

마치 바람에 날리는 수사자의 갈기 같달까.

아님 말고.


그리고 시작된 강렬한 메탈 사운드.


빰! 빠바밤- 빰! 빠바밤빠바밤!


두말할 것 없는 나의 인생 곡.


Sing me a song! you're a singer!


Do me a wrong! you're a bringer of evil!


나의 영웅, 로니 제임스 디오의 명곡 Heaven & Hell.


내가 이 게임을 기다렸던 것, 그리고 ID를 디오로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제목부터 나의 심장을 울렸던 게임.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는 Heaven & Hell의 발매 소식을 보자마자 이건 운명이라고 느꼈다.

나의 인생 곡과 같은 이름의 게임이라니.


The Devil is never a maker! The less that you give, you're a taker!


웅장한 그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비루한 성대로 후련하게 명곡을 따라 불렀다.

이것은 하나의 경건한 의식.

그렇게 노래를 마친 후, 나는 옷을 입고 작은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알 모양의 기기.

잠시 그 자태를 감상한 후, 나는 안으로 들어가 몸을 눕히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지않아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뜨자 이제는 익숙한 마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늘은 고블린들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해서 필요한 것은 방어력.


“남자는 갑옷.”


잡템을 팔고 얻은 16골드로 방어구를 구입할 계획이었다.

대장간으로 향한 나는 란센트를 지나쳐 벽면에 걸려있는 방어구 앞에 섰다.


[초보자용 아머] [D급] 5골드

방어력 / 저항력 : 2 / 0


[초보자용 헬멧] [D급] 5골드

방어력 / 저항력 : 1 / 0


[초보자용 부츠] [D급] 5골드

방어력 / 저항력 : 1 / 0


건틀릿과 방패도 있었지만 이건 나중에 사기로 하고, 일단 나는 이 세 부위를 먼저 구입했다.


“거지꼴은 면했구나.”


초보자용 방어구다 보니 외형은 별 볼 일 없었다.

아주 밋밋한 철판 때기를 걸친 꼴이랄까.

그래도 덕분에 0이었던 방어력은 4까지 올라갔다.

그렇다는 것은.


“복수의 시간이다.”


나를 때려눕힌 녀석.

고블린을 처단하기 위해 나는 곧바로 마을 밖으로 뛰쳐나갔다.


물론 밉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 덕에 스탯 10개를 얻었으니까.


하지만 치욕은 치욕.

은혜든 원수든 갚아야 할 것은 갚는 것이 당연지사.


곧 녀석들의 출몰지역에 도착한 나는 조잡한 무구를 착용하고 있는 고블린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비란 없다.

나는 곧바로 녀석에게 다가가 모닝스타를 내려쳤다.


[고블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고블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습니다.]

[고블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고블린이 사망하였습니다.]


“계획대로야.”


정보에 의하면 녀석의 공격력은 3.

이미 방어력이 4인 나에게 그따위 나약한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다.

이제 고블린에게 죽을 일은 없게 됐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나의 공격력.


홈페이지 정보에 의하면 고블린부터는 방어력이 존재했다.

즉, 공격력이 낮을수록 앞으로는 몬스터를 잡기가 점점 힘들어지리라는 것.

결국, 어떻게든 공격력을 올려야 했다.


“별거 있나. 그냥 올리는 거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남자는 힘.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힘 옆의 [+] 버튼을 마구 눌렀다.


이로써 나의 힘은 22.

장족의 발전이었다.

물론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아무튼, 피의 복수를 이어가기 위해 나는 주위를 살피며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그때 마침 눈에 띈 세 마리의 고블린.

동족 의식이 있는 녀석들이지만 상관없다.

방어구를 착용한 나는 이제 고블린 따위는 두렵지가 않기 때문.


[고블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


몬스터를 유린하는 이 맛.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모두가 인정할 만한 바로 이 재미.

놈들이 아무리 몽둥이질을 해대도 내 HP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고블린에게 4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고블린이 사망하였습니다.]


마지막 고블린이 사망하며 바닥에 낡은 방어구를 떨어뜨렸다.


[손상된 방어구] [D급]


생긴 걸 보니 이 또한 상점행 잡템.

일단 인벤에 챙겨둔 후 나는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갔다.


점차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조금씩 강해져 가는 이 몸.

나는 계속해서 초원을 누비며 눈에 보이는 족족 녀석들을 후려갈겼다.

중간중간 골드와 잡템도 주워가며 그렇게 사냥을 이어가던 그때.


[몬스터 도감 완성! 고블린!]

*고블린 100마리를 처치하였습니다. 앞으로 고블린의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보상 : 스탯 +1


“벌써?”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블린을 100마리나 처치했다.


[고블린] [하급]

HP / MP : 10 / 0

공격력 / 마법력 : 3 / 0

방어력 / 저항력 : 1 / 0


도감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하급에 걸맞은 능력치.

이제는 다음 단계의 몬스터를 처치하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돈을 더 버는 게 낫겠다 싶어, 나는 계속해서 고블린들을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녀석들을 상대하던 무렵.

나는 저 앞에 어느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빠... 둘이서 할 수 있을까?”


“음... 잠시만...”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

그들은 지하로 향하는 작은 땅굴의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연인인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워진 나는 다시 뒤로 돌아섰다.

그때.


“저기요! 디오님! 혹시 저희랑 같이 던전 안 가실래요?”


...던전?


저 땅굴이 뭔가 했더니만, 고블린 던전인듯했다.

굳이 지금 갈 필요는 없는 곳.

하지만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궁금하긴 했기에,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고블린 던전인가요?”


“네. 보니까 여기가 입구네요.”


갑옷을 모두 갖춰 입고 롱 소드를 든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는 말 없이 던전 입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천 옷을 모두 갖춰 입은 여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셋이면 될 것 같은데... 저희랑 같이해요. 디오님.”


그리고 곧 내 앞에 떠오른 파티 초대 메시지.

잠시 고민됐지만, 미리 탐사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대를 수락했다.


남자의 아이디는 ‘연희서방’, 파티장인 여자의 아이디는 ‘정현마눌’.

닭살 돋는 그들의 아이디를 보며, 나는 소변을 누고 난 것처럼 몸을 살짝 떨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던전 입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우리 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하나 떠올랐다.


[고블린 땅굴] [하급]

*고블린들이 서식하는 곳입니다.

*최대 입장 가능 인원 : 3명

*입장 제한 : 사용 스탯 40 이하

입장하시겠습니까?


정현마눌이 ‘예’를 누르자 우리는 곧바로 던전 안으로 이동되었다.


“오... 오빠 무서워...”


땅굴이라 그런지 제법 어둑어둑했다.

하지만 정현마눌은 진짜 무서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괜히 연약한 척하려고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연희서방의 등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하하. 괜찮아요. 우리 마눌님! 오빠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 걱정 마!”


...시발.


고사리처럼 오그라든 내 손은 펴질 줄을 몰랐다.

신성한 게임 안에서 연애질을 하는 그들.

나는 Heaven & Hell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게임.

PK도 가능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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