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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쓰는 흑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나라다
작품등록일 :
2022.01.04 18:12
최근연재일 :
2024.03.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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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793

작성
22.05.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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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전혀 예상치 못한 보상.

전화위복이 되어 최초로 죽은 덕에 스탯을 얻게 되었다.


“......”


그러고 보니 아직 능력치 확인도 안 했잖아?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

HP / MP : 10 / 5

힘 / 지력 : 0 / 0

방어력 / 저항력 : 0 / 0


*사용 스탯 : 0

*미사용 스탯 : 10


...이게 끝?

요즘 게임답지 않게 왜 이렇게 단순하지?


나는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이 보고 싶어 각 항목을 여러 번 손으로 터치해보았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아무리 눌러봐도 어떠한 설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뭘까 이 게임은?


Heaven & Hell.

여느 게임과 달리, Heaven & Hell은 개발과정이나 인게임 영상 같은 것을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클로즈 베타도 하지 않고 곧장 1월 1일에 출시했다.

유일하게 알려진 것이라고는 판타지 MMORPG라는 것.


수많은 유튜버와 스트리머들은 각자 뇌피셜로 떠들어대며 김칫국을 마셨다.

허나 출시되기 전까진, 이 게임의 세부내용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이렇게 꼭꼭 숨겨둔 걸까?

신비주의 전략인가?

요즘 시대에?


불만에 불만이 꼬리를 물었지만 그래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에 한숨을 내쉬며, 나는 다시 한번 상태창을 살펴보았다.


미사용 스탯 10개는 아마 방금 달성한 업적의 보상일 것이다.

HP, MP, 힘, 지력 옆에는 [+] 표시가 있었는데, 저것을 터치하면 해당 수치가 상승할 것이다.

반면 방어력과 저항력 옆에는 [+] 표시가 없었다.

아마 이는 스탯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올려야 하는 듯했다.


나는 잠시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뭘 올릴까?


남자라면 당연히 힘이다.

하지만 이 힘 수치가 피해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스탯 초기화가 가능한지도 아직 알 수 없고...

해서 스탯을 올리는 것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흠...”


처음에는 우습게 여겼지만 역시나 시작은 허수아비가 진리일지 몰랐다.

나는 곧장 바닥에서 일어나 허수아비가 있을 만한 훈련장을 찾아 나섰다.

태초의 마을이다 보니, 규모가 적어 한 바퀴를 다 도는 데에 얼마 걸리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설마... 없나?”


훈련장이 없다는 것.


보통 여타 게임에서는 훈련장이 있고, 거기엔 잘생긴 중년 남성 교관 NPC가 있다.

그리고 그 NPC가 주는 튜토리얼 퀘스트를 깨면 초보자용 무기와 방어구를 지급하는 받는 것이 국룰이다.

헌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망할 게임에선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봐도 훈련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진짜로 없나?”


주변의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정말로 훈련장은 없는 듯했다.

망겜도 뭐 이런 망겜이...


허수아비 찾는 것을 포기한 나는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던 중 저 앞에 대장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곧장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어서 오시오. 어디 찬찬히 한번 둘러 보시오.”


흡사 산적을 연상시키는 외형의 NPC 란센트.

그의 앞에 서자 눈앞에 판매창이 자동으로 펼쳐졌다.


여러 무기가 눈에 들어왔지만, 나는 우선 가장 약해 보이는 것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목검] [D급] 1골드

공격력 : 1


딱 봐도 왜 1골드 인지 알겠다.


잠깐...

나는 장비창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무기 슬롯에 쥐어진 돌덩이를 살펴보았다.


[돌덩이] [E급]

공격력 : 0


“......”


확인하자마자 나는 잽싸게 돌덩이를 땅바닥에 집어 던졌다.


다음은 숏 소드.


[숏 소드] [D급] 2골드

공격력 : 2


역시 단검이라 그런지 공격력이 그리 높지 않았다.


[롱 소드] [D급] 4골드

공격력 : 3


제일 쓸 만 해 보이는 무기.

하지만 지금 수중에는 단 1골드도 없었다.


판매창엔 다른 무기들도 있었으나, 일단 골드를 모으는 게 우선이었다.

딱히 퀘스트도 없는 게임인 것 같으니, 일단 직접 부딪혀보기로 했다.


나는 곧장 마을을 나서 슬라임이 있는 곳까지 달려나갔다.

도착하고 보니 그곳엔 나와 같은 행색의 플레이어들이 이미 발로 슬라임을 밟고 있었다.


그들과 거리를 두며 나 역시 풀숲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순간.


스르륵.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슬라임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블린한테 뺨을 맞았으니 슬라임에게 화풀이할 생각이었다.

나는 곧장 녀석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짓밟기 시작했다.


[전투모드 시작]


[슬라임에게 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9.]

[슬라임에게 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8.]

[슬라임에게 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7.]

[슬라임에게 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6.]

[슬라임에게 1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슬라임이 사망하였습니다.]


[전투모드 종료]


이런 망할...

슬라임 따위에게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줄이야...

근데 뭔가 이상했다.


“...이게 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경험치가 올랐다든지 하는 그런 흔한 메시지조차 없었다.

그저 푹 퍼진 슬라임의 형체만이 서서히 사라져갈 뿐.


“후우...”


내가 잘못 본 것이라 믿고 싶었다.

녀석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 드랍템이 풀숲에 가려져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나는 손으로 그 주변을 샅샅이 살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버그겠지, 설마...”


전투모드가 종료된 후, 나의 HP는 초당 1의 속도로 회복되었다.

다시 만피가 된 나는 또다시 슬라임을 찾아 돌아다녔다.


머지않아 발견한 두 슬라임.

곧장 한 놈을 먼저 밟으려던 순간.


“잠깐...”


이놈 밟으면 혹시 옆에 놈도 공격하려나?

두 마리가 동시에 덤빈다면, 내 HP로는 다시 한번 흑백화면을 마주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아...”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고작 슬라임 두 마리에게 겁을 먹어야 한다니...


나는 들었던 발을 내리고 잠시 상황을 지켜봤다.

하지만 녀석들은 서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 몰라.

일단 밟고 본다.

그래 봤자 게임일 뿐.

남자는 이런 것에 망설이지 않는다.


나는 다시 오른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 놈을 사정없이 짓밟기 시작했다.


“휴...”


지능이 낮은 녀석들이라 그런지, 다행히 동료의식은 없는 듯했다.

이번에도 남은 나의 HP는 6.

나는 곧바로 또 다른 녀석을 짓밟아대기 시작했다.


남은 HP는 2.

이번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경험치도 전혀 오르지 않았-


잠깐.

근데 이 게임 경험치가 있긴 한 건가?


나는 점차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경험치는 차치하고, 템이라도 드랍되지 않았을까 싶어 나는 다시 한번 녀석들이 사라진 곳을 살펴보았다.


“......”


없는 것 같다.

무릎 꿇고 계속해서 풀숲을 헤쳐 보았다.


없다.

확실히 없다.

아무것도.


“하... 하하..,”


1000만 원을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고작 이딴 개쓰레기 좆망겜을 하고자 내가 그 거금을 들였단 말인가?


망연자실했다.

아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깊은 빡침이 서서히 올라왔지만, 나는 곧 방어기제를 발동해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나는 1000만 원을 주고 현실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가상세계에서 놀 수 있게 된 거야...

그거면 된 거야...

그거면 된 거라고...

그래 봤자 게임이잖아...?


그때 마침.


툭.


기어가던 슬라임이 눈치 없이 내 발목에 부딪혔다.


“으아아아!”


용서할 수 없다.

나는 사정 없이 녀석을 짓밟았다.


팍! 팍! 팍!


슬라임이 이미 죽었음에도 나는 몇 차례를 더 짓밟았다.


“후...”


야속하게도 이번 녀석 역시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괜찮다.

이렇게 밟으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참 좋구나.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남은 분을 풀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보이는 족족 슬라임을 밟아댔다.

그렇게 한참 이 거대 콧물을 밟아대던 중.


“오!”


약 20마리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템이 드랍됐다.

푹 퍼진 녀석 위에 놓인 동그란 금화 하나.


“버그가 아니었나?”


놀람과 기쁨이 교차했다.

그럼 그렇지!

1000만 원짜리 게임이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지!


나는 곧장 허리를 굽혀 금화를 집어 들었다.

금화는 자연스레 손안으로 흡수되며 사라졌다.

인벤토리를 열어 보니 골드 칸에는 숫자 1이 찍혀있었다.


아아...

1골드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당장 마을로 돌아갔다.


“또 보는구려.”


란센트는 나를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오직 목검.


짤랑.


“고맙소. 다음에 또 찾아주시오.”


목검을 구입한 나는 곧장 왔던 길을 돌아, 다시 슬라임이 출몰하는 곳으로 돌아왔다.


“보자...”


우선 인벤토리와 장비창을 둘 다 열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목검을 끌어다가 장비창의 무기 슬롯으로 옮기자.


“오!”


내 오른손에 자동으로 목검이 쥐어졌다.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검신.

가까이 보니, 정말 현실 세계의 목검처럼 무늬와 결이 살아있었다.


감상을 마친 나는 다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때 마침 내 시야에 들어온 녀석.


앞선 전투를 살펴봤을 때, 슬라임의 HP는 아마 5일 것이다.

예상이 맞는다면 목검 공격 세 번에 녀석이 죽을 터.


직접 확인하면 될 일이다.

나는 곧장 녀석에게 달려들어 목검을 세차게 내리쳤다.


[전투모드 시작]

[슬라임에게 2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9.]

[슬라임에게 2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1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남은 HP 8.]

[슬라임에게 2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슬라임이 사망하였습니다.]


“역시...”


기본 공격력 1과 목검의 공격력 1이 더해져 나의 피해량이 총 2가 된 듯했다.

하여 세 번의 공격으로 녀석을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정보도 없는 매우 불친절한 게임.

하지만.


“오랜만이네, 이런 게임.”


오히려 이런 점이 내게 오기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과도하게 편리해진 요즘 게임에선 느낄 수 없는 다소 불편한 재미.

덕분에, 게임사에 획을 그었던 고전 명작 게임들에서 느꼈던 재미가 마음속에서 샘솟기 시작했다.


고작 목검 하나지만, 그래도 그 덕에 슬라임을 상대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이 정도면 연속으로 네 마리까지 사냥이 가능한 수준.

나는 흥겨운 발걸음으로 녀석들을 찾아 계속해서 풀숲을 누비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발견한 또 다른 슬라임.


퍼억! 퍼억!


자비란 없다.

그저 보일 때마다 내려칠 뿐.


어느새 눈곱만한 내 HP가 거의 바닥이 났다.

이에 나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만피가 되면 또다시 사냥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드랍률이 워낙 낮아서인지 골드는 잘 나오지 않았다.


허나 20년이 넘는 내 게임 인생.

이 정도 노가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념무상.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 없이 오토처럼 반복해서 사냥했다.

그리고 또다시 20마리가량 잡았을 무렵.


“...뭐야 이건?”


푹 퍼진 녀석 위로, 이번엔 주먹만 한 무언가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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