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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카데미 얼굴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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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achips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7
최근연재일 :
2021.06.15 21:1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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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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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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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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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상상이론, 당신이 알고 있는 마법은 틀렸다(6)

DUMMY

“별일 없었네.”

“머무는 동안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라 전하겠습니다.”

“아냐. 보면 알아. 잔뜩 겁먹었어.”


황실에서 동원한 수호마법사가 200, 기사단이 2,000.

이쯤 되면 일개 사절의 규모가 아니다. 중무장한 병력이 모두 왕도에 들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았다.

당장 전면전이 펼쳐진다면 리덴의 왕도는 쑥대밭이 될 게 뻔하다. 생환하지 못한다 하여도 제국에는 거의 손실이 없고, 리덴이 입을 피해는 막대하다.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는 뜻이다.


“아바마마가 과했어.”


화려한 마차 위에서, 직각으로 꺾일 때까지 허리를 숙이는 리덴의 인사들을 무신경하게 내려다보며 아이님이 말했다.


“그만큼 전하를 아끼고 계십니다.”

“응, 내가 막내라 그런가?”

“······그럴 겁니다.”


마리아의 대답은 조금 늦게 나왔다.

그간 숱한 암살 위협에 시달려왔던 이유도. 동료 중에서 종합 평가로 수석이었던 그녀가 다른 황자들이 아니라 아이님 곁에 붙은 이유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은 위협받고 있는 건 아이님뿐이다.

서머터지에 입학한 이후로는 잠잠하나, 그 집요한 악의가 언제 다시 아이님을 노릴지 모른다. 그래서 마리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들어오십시오.”


마도학회 제1서고.

아치형의 대문부터 웅장하여, 그 문만 해도 평범한 건물이었다면 3층은 될 것 같은 높이였다.

커다란 아름다움은 더러 사람을 압박하곤 한다. 누구라도 그 위압감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눅이 들 만하다.

정교한 조각상, 손도 닿지 않을 천장까지 세심하게 그려 넣은 문양. 홀을 지나는 동안 방문자의 시선이 위아래로 심히 요동치리라.

그러라고 지은 것임이 틀림없다.


“기분 나빠.”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아이님에게는 하찮다. 불쾌할 만큼 어색하다.

매일 보고 지낸 게 록스트린이다.

미의 정점. 살아있는 아름다움의 화신.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서울 만큼 가슴이 쿵쿵거리는 얼굴의, 한 톨만큼도 따라잡지 못한 졸작들이다.


“협상을 제시하겠다 미리 밝혔소.”


황실의 그것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는 화려한 의자였다. 앉은키가 작으니 방석을 하나 받치고서, 아이님은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랬지.”


시큰둥한 대꾸였다.

노골적으로 아랫것들을 대하는 태도다.

마도학회 제1서고는 뭇 마법사에게 있어 가장 명예롭고 높은 자리다. 만인의 칭송을 받으며, 역사의 첫 장에 이름을 올린다 한들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크흠, 여기저기서 헛기침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들은 전부 골병이라도 앓고 있나?”

“······말을 높이는 것이 어떻소.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 황제라 하여도 함부로 낮추어선 아니될 분들이오.”

“흐음. 아바마마라도?”

“즈, 즉위식 이전에는 방문한 적이 있소.”


황제의 이름을 올린 늙은 마법사는 아이님의 눈길을 받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시선에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이님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조소였다.


“쓸모없는 것을 따지고 들지 마라. 아바마마는 패전국에 일일이 예우를 갖춰 주는 머저리를 딸로 두지 않았다.”

“그런,”

“내 사지를 묶고 다리를 부러뜨린 자들 앞에서 말을 높이라 하니 재미있구나. 계속 말할 생각이라면 그리 하여라. 협상 이외의 것이라도 얼마든지 이야기해주마.”


원탁에 둘러앉은 여덟 명의 마법사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으니 표정으로밖에 불편함을 드러낼 수 없다.

황제가 아이님으로 하여금 직접 리덴을 방문케 한 의도가 여기에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고작해야 열여섯 살의 황녀라, 하면 틈이라도 찾아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천재라는 것이 빈말이 아니었다. 이 이상 여지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

맞은편 상석에 앉아 있던, 이 자리에서 아이님을 제하면 가장 젊은 마법사가 본론을 꺼냈다.


“상상이론에 의도적인 공백이 있습니까?”

“있다.”

“제국은 완전한 풀이를 지니고 있습니까?”

“그래. 하나 제국이라 하기엔 부족함이 있지. 이 대륙에 단 두 명이다. 제국 내에서도 출신이 분명하고 자질이 우수한 자를 선별해 지도할 생각이다.”


장내에 침묵이 가라앉았다.

아이님은 확 짜증이 치솟았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게 좋은 거야?

머릿속은 훤히 내다보이는 주제에 무슨 놈의 체면을 차리고 말을 꺼내기를 주저한다는 걸까. 록스처럼 재밌는 말도 못 하는 주제에.


“······그것을,”


1, 2, 3······ 10초나 기다렸다.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


“······제공할 용의가 있소?”

“가치를 알아봐 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대도 답을 알기에 망설인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도 염치가 있소.”

“흐음.”


아이님은 고민하는 척, 원탁 위에 턱을 비스듬하게 괬다. 록스는 이럴 때 뭐라고 했을까, 떠올릴 때는 지루함이 가신다.

음, 그냥 록스 이름을 팔아야지. 미안!


“이 자리에서 바로 결론을 지을 수는 없다. 다만 이론을 함께 만든 록스트린이라면 이론을 널리 퍼뜨리는 데 긍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었지. 그는 에인다로크니까.”

“그렇다면······.”

“마땅히 합당한 대가를 치르면 되겠지. 그대들도 마물의 동향이라면 익히 들었을 테고. 전면전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결코 그대들의 배상에 만족해서가 아니다.”

“잘 알고 있소. 원하는 바를 말씀하시오.”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최초의 원문.”


말을 꺼낸 순간부터, 아이님은 졸린 척 가늘게 뜬 눈으로 늙은 마법사들의 얼굴을 빠르게 훑었다.

최초의 원문은 극비에 놓여 있다. 다만 같은 나잇대라면 어디에서나 줄곧 리덴 출신의 마법사가 훨씬 우월한 모습을 보여 왔으므로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허어.”

“원문을······.”


늙은 마법사들이 표정을 미묘하게 일그러뜨렸다. 연기인가? 아니다. 연구에 틀어박힌 마법사들은 그런 연기에 능숙하지 않다.

그들도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는다.


“최초에 세 개의 비석이 있었다는 것은 제국도 잘 알 겁니다.”

“그래.”

“그리고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초의 원문은 거의 해석되지 않았습니다.”

“널리 공개했다면 이미 독해가 끝났을 수도 있었겠지.”

“얄궂게도 오늘날 리덴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이 그 덕분입니다. 그 외의 것들을 모두 포기하기도 했지요.”

“그 외에 달리 고려할 대상은 없다.”


상석에 앉은 젊은 마법사, 무려 제1서고의 관리자라는 청년이 아이님을 바라보았다.

푸르지만 맑지 않아 탁한 눈동자다. 아이님은 그 눈을 마주 응시했다.


“셋 중 하나를, 완전히 드리겠습니다.”

“이, 이보시오!”

“데우스! 의회를 거쳐야 할 게 아니오!”

“우리도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을······.”


젊은 마법사, 데우스는 소란이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미소만 짓고 있었다.

아이님이 되물었다.


“완전히?”

“들으셨다시피, 리덴 내에서도 엄중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300년이 지났어도 최초의 원문을 두 눈으로 본 자는 아마 백 명이 채 되지 않겠지요. 그것을 아예 통째로 들고 가셔도 좋습니다. 무겁긴 하지만, 기사가 많더군요.”


저래서는 속내를 알 수 없다.

물론 판단을 미룰 수도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제국의 이름난 석학들과 의논을 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가 아니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아이님이 손가락을 펼쳤다.


“두 개.”

“안됩니다.”


단호한 거절이었다.


“세 개 중 어느 것 하나, 한 줄의 문장조차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후에 발견된 비석을 토대로 겨우 일부를 끼워 맞춘 것이 오늘날의 이론입니다. 이 나라가, 마도학회가 존속할 수 있는 근본을 내어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협상은 결렬이다.”

“조금 더 시간을 두는 것이······.”

“제국의 의견은 다를 수도 있지 않소?”


속임수일까?

모든 원문을 해석해놓고 숨기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나 그랬다면 진즉에 리덴은 근처에 있는 엔피리안이나 마슈를 삼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한 명의 마법사가 지니는 위상이 일개 기사에 견줄 수 없는 까닭이다.

구전에 따르면 고대의 마법은 천지를 개벽시키고 바다를 갈랐다 전해진다. 원문을 제대로 해석했다면 리덴이 대륙을 지배하고도 남았다.


‘최초의 원문을 거의 해석하지 못했다는 건.’


진실.

아이님은 생각했다.

그래도 비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해석되고 있다. 그럼 굳이 상상이론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상상이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도.’


진실.

그러면 파급효과가 명백히 밝혀진 상상이론의 가치가 훨씬 높다.

정기 교수회의에서 교육제도까지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터인데, 두 개를 내어준다 하여도 리덴은 승낙하는 것이 옳다.


‘한 문장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거짓.

그게 거짓이다.

즉시 항복. 자존심은 완전히 내려놓았다. 꼬리를 바짝 말고 허리는 굽히면서도, 원문은 내놓지 않겠다. 그래도 이론은 필요하다.

뭐하자는 거야. 바보야?

사고가 이어진다. 결론을 내린다.


“하.”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상상이론이, 최초의 원문이야.’


300년이 지났다. 리덴에 멍청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면 한 문장 정도는 해석했겠지.

그게 겨우 일부 해석한 것과 일치했던 거다. 기를 써 가며 고문어 한 글자 한 글자를 대조하고, 뜻을 찾아 나가고 있는데.

제국에서 떡하니 이론이 나와버린 거다. 해석본을 제시해버렸다. 안달이 날 수밖에.


‘좋지 않아.’


퍼진 이론만으로도 지지부진하던 원문의 해석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제국의 편이 아니다.

황제는 아이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무슨 판단을 내리더라도 그것이 옳다고 여긴다. 결정권은 아이님에게 있다.


“갖고 싶다면 전쟁이라도 마저 하면 될 것을. 그래. 굳이 협상할 필요도 없지.”

“무슨······.”

“귀찮으니 비석인지 뭔지, 그냥 뺏어서 가져가겠다. 그러면 되는 게 아닌가. 마슈더러 길을 내 달라 하면 될 테니.”

“보자 보자 하니 무례하지 않소!”

“지금 우리를 협박하는 거요?”

“말을 가려 하시지요. 당신보다 몇 배는 더 살아온, 마도학계의 대부들입니다. 존중이라고는 없습니까?”


순식간에 장내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아이님은 이럴 때 자신이 어린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늙은이들이란 주름살 하나마다 자부심이 깃드는 족속이라, 건드리기가 이렇게 쉽다.


“항복을 선언한 것은 국민을 위함이오!”

“겉으로는 우호적인 태도 취할 수밖에 없으나, 제국의 패악질에 공분하는 것이 리덴뿐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지.”

“하긴, 그 역사조차 채 500년이 되지 않은 국가가 제국이라 오만하게 칭하니 우습지 않겠소. 열여섯 살의 사절 대표라!”

“우리는 만 년의 역사를 간직한 리덴이오. 우리는 굴복하지 않소.”


제국에 대항해 다른 왕국이 연합하여 때를 벼르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보았다.

두려운 것이 아니다. 이 이상 영토를 늘려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대륙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무모한 야망 따위, 론그르트의 황족이 배우는 제왕학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하핫!”


아이님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어쩜 이리도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걸까.

그래,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모두 사람의 탈을 쓴 인형이다. 그게 아닌 사람을 자꾸 보다 보니 잊어버릴 뻔했다.


“시간의 길이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생각하나. 얕은 그대들의 머리에서 나올 법한 발상이구나.”

“지, 지금 뭐, 뭐라고!”

“그대가 그토록 사랑하는 역사. 오늘날 마법의 역사에 그대는 얼마나 기여했지?”

“나는!”

“팔코트 드레틀리. 63세의 나이로 7성급 마법사. 물 속성의 7성 마법을 최초로 창안. 아아, 60년간 고작 한 줄이구나. 내가 열여섯 살에 만든 이론은 그 역사서에 통째로 실릴 텐데 말이다. 야속하지 않나?”


마법사(史)에 이름을 올린 마법사라면 그 얼굴과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아이님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다리가 닿지 않고 있었더니 영 불편하다.

천천히 걸어간 아이님이 허리를 숙여 늙은 마법사와 눈을 맞췄다.


“그대의 하루는 내가 산책하는 10분보다 하찮다.”

“······.”

“그대의 일평생 100년이, 내가 마법을 공부한 5년보다 하찮다.”

“······.”

“천 년이라고, 만 년이라고 다를까?”

“······.”

“왜? 반박하지 못하겠느냐? 가엾기도 하여라.”


화륵!

아무런 전조도 없이 바닥을 향해 쭉 뻗은 불꽃이 길을 틔웠다. 그 불길이 가히 까마득하던 천장에 닿고도 남아 넘실거렸다.


“불꽃은 아름답다. 그 스스로의 몸을 태우기 때문이다.”


회의장 입구로부터 기세 좋게 창칼을 들이댄 기사들이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직접 위해를 가할 배짱은 없는 주제에 화는 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님이 천천히 불길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누구도 그 앞길을 막지 못했다.


“시간이 됐다, 게으름뱅이들아. 우화하지 못한 벌레는 땅에서 썩어갈 뿐. 너희는 그대로 묻히거라. 우리는 살아 싹을 틔우마.”


탁,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모든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회의장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항복을 거절하겠다.”


최후통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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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이론, 당신이 알고 있는 마법은 틀렸다(6) +39 21.06.11 5,220 322 14쪽
39 상상이론, 당신이 알고 있는 마법은 틀렸다(5) +23 21.06.10 5,382 28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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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상상이론, 당신이 알고 있는 마법은 틀렸다(3) +40 21.06.08 5,937 337 14쪽
36 상상이론, 당신이 알고 있는 마법은 틀렸다(2) +27 21.06.07 5,853 331 13쪽
35 상상이론, 당신이 알고 있는 마법은 틀렸다(1) +58 21.06.06 6,197 365 13쪽
34 귀향, 숲속에서 살아남기(6) +37 21.06.05 6,157 379 17쪽
33 귀향, 숲속에서 살아남기(5) +31 21.06.04 6,130 336 14쪽
32 귀향, 숲속에서 살아남기(4) +36 21.06.03 6,163 349 12쪽
31 귀향, 숲속에서 살아남기(3) +40 21.06.02 6,125 349 14쪽
30 귀향, 숲속에서 살아남기(2) +30 21.06.01 6,407 3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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