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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achips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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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achips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7
최근연재일 :
2021.06.15 21:15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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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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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9
글자수 :
279,891

작성
21.06.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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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글자
12쪽

귀향, 숲속에서 살아남기(4)

DUMMY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온다.

창밖으로는 몇 번이고 보아왔던 익숙한 어스름도, 창틀 바깥의 세상에서 바라보면 막연한 두려움이 되어 다가오곤 한다.

폐를 후비는 차갑고 습한 공기. 말갛게 물들어가는 동산의 하늘. 하루가 시작된다는 걸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화장실······.”

“저쪽.”

“어으으······.”


동이 틀 때쯤에는 한두 명씩 잠에서 깨어났다. 여덟 시나 되었을까 하는 때에 모두 잠들어버렸으니 기상도 이르다.

사람이 원래 그렇다. 배부르게 먹고 10시간쯤 자고 일어나면 없던 기운도 솟아난다.

마침 불 계열이었던 카밀라가 일어나서, 붙잡아 새로 불을 피우게 했다. 내가 만들면 화력이 부족하다.


“카밀라, 일어난 김에 그 앞에 불 좀 피워주라.”

“녜에. 「라마」”

“고마워.”

“에헤헤, 눈뜨자마자 본 게 록스트린 님이네. 꿈이겠지이······.”


그래서 다시 잠들어버렸다. 꿈 아닌데?

어차피 주변이 시끄러워지면 금방 일어날 테니 내버려 뒀다. 한 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 밝아질 테다.

그동안 어제 채집 조가 봐 둔 산나물을 캐 왔다. 아침으로 삼을 예정이다.

영지가 통째로 산인 베리령 출신의 평민 두 명이 이번에도 힘을 냈다. 가장 먼저 일어나기도 했고.


“이게 다 먹을 수 있는 거야?”

“오히려 엄청 비싼 겁니다. 제국에서도 염장한 것들이나 좀 먹을 수 있지, 생으로는 못 구할 정도죠. 냄새 한 번 맡아보십쇼.”

“오, 괜찮네.”

“옙. 손질은 큰 이파리만 떼면 되고, 너무 얇은 뿌리도 그냥 쳐내면 됩니다.”


달콤쌉싸름한 향이 나는 놈이었다. 냉이랑 비슷한데 훨씬 굵다.

그밖에는 평범한 콩 종류도 있고, 무슨 대나무처럼 생긴 주제에 만져보면 말랑말랑한 놈들도 있다. 이름은 죄다 들어본 적이 없는 것들뿐이었다.


“벌써 준비하고 있네.”

“뭐 하면 돼?”


일찍 일어난 학생들이 계속 합류해서 아침을 준비했다.

딱히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나랑 호엔이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다들 궁금해했다.

강물에 씻은 나물은 호엔이 가르쳐준 대로 손질해서 한 아름 모아두고, 버섯도 큼직한 잎사귀에 돌돌 말아서 불이 다 꺼져가는 모닥불 위에 얹어놓고.


“뭔가 편안하네.”

“그러게.”

“조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장작을 지켜보기만 한다. 그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가문이나 아카데미 안에서야 이래저래 눈치를 볼 일이 많지만, 이런 해방감을 겪어본 적은 드물 것이다.


“여자들도 자고 일어나면 저렇구나.”

“쉿. 모른척해 주는 게 매너야.”

“외모도 노력의 산물이라잖아.”

“그런데 록스트린 경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죠.”

“에이, 그건 논외지. 같은 사람끼리 비교를 해야 할 거 아니냐.”


이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교정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예쁘게들 꾸미고 다니는데, 밖에서 하루 노숙을 했더니 다들 머리가 엉망진창이었다.

빗 같은 물건도 없으니 손으로 매만지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그마저도 별로 신경 안 쓰는 아이들이 많다.


“슬슬 깨워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게.”

“그래도 막상 깨우기엔······.”


아침 준비가 끝나고 하늘이 밝았을 때까지. 일어나지 못한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아이님은 누가 함부로 깨우기가 뭐했다. 아무리 벽이 허물어졌다고는 해도 황녀까지는 엄두가 잘 안 나겠지.


“내가 깨울까?”

“그래 주실래요?”


나는 학생들이 전부 빠져나가 휑해진 구덩이 안으로 펄쩍 뛰어내렸다.


“흠.”


진리의 탑 방에 있는 아이님의 푹신한 침대를 생각하면 불편해서 제대로 못 자는 게 정상이었을 텐데······.


“아침입니다.”

“안녕, 록스!”


바로 눈을 뜬다.

노을 같은 눈동자에는 맑은 빛이 어렸다. 잠기운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자는 척은 왜 하십니까.”

“나도 눈뜨자마자 록스를 보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어.”


핫, 옆에서 듣고 있던 카밀라가 민망한지 작게 기침했다. 그 말 한 지 30분도 넘게 지난 것 같은데. 하여간 웃기는 녀석이다.


“소감은요.”

“하늘에 해가 두 개나 있어.”

“저런.”


중증이다.

나는 방실거리는 아이님을 업고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마침 아침 준비가 다 끝났다.

탄수화물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풀과 버섯이 전부라 부실한 식단인 게 좀 아쉽다.


“최대한 정리해두자.”


타고 남은 장작이나 구울 때 썼던 꼬챙이 등, 야영의 흔적은 모조리 구덩이 안에 파묻고서 흙을 메웠다.

이틀 안에는 추적이 없겠지만, 그걸 아는 건 나뿐이다. 크게 수고롭지도 않으니 최대한 처리를 해 뒀다. 바람 마법으로 나뭇잎을 끌어다 가지런히 엎어 놓으면 겉으로는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출발하자.”


이틀 차 행군이 시작되었다.

전날보다는 확실히 속도가 나왔다.

산길에 오르막이 심했던 전날보다 지형도 완만해졌다. 다만 따로 난 길이 없다 보니 선두에 선 학생들이 고생해야 했다.

잔가지를 쳐내고 엉겨 붙은 덩굴을 걷어내고, 마땅히 도구도 없으니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기 일쑤였다.


“풀이 억세니 다들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번에도 앞장을 선 프리드였다.

나는 아이님을 업고 있다는 명분이 있어 맨 앞에는 서지 않았다. 이쪽이 덜 힘든가 하면 그렇지도 않겠지만.


[근력 레벨 상승!]

[3 → 4]


기어코 근력도 레벨이 올랐다.

느려터진 속도라도 성장하고 있다.

이것도 단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좋다. 체력도 지금껏 해온 게 있으니 올해 안에 5레벨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3레벨과 4레벨의 차이는 체감이 꽤 된다. 어제는 한 시간쯤 업으면 팔이 아팠는데, 오늘은 한참 쉬지 않고도 멀쩡했다.


“간지럽습니다, 전하.”

“머리 묶을까?”

“좀 떨어지시면 될 텐데요.”

“싫어. 이게 편해.”


첫날에는 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있더니 이젠 그런 것도 없다. 아이님은 매미처럼 바짝 달라붙어서는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중심 잡기는 편하긴 하다만. 계속 업혀만 있다 보니 심심한가 보다.

손가락으로 어깨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괜히 내 머리카락도 몇 가닥 잡아당겨 보고, 그래도 반응을 안 하니 귀에 바람을 후 불질 않나. 내가 화들짝 놀라 몸서리치면 까르륵 웃다가.


“푸.”


그러다 질리면 픽 어깨 위에 엎어져 버린다. 열여섯이 아니라 여섯 살 같다.


“체면은 차리셔야죠.”


애들이 보고 있지 않으냐······ 말하려고 슬쩍 뒤를 돌아보니 행렬의 분위기가 묘하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저게 어쩌다 저렇게 됐습니까?”

“그러게. 잘 됐지.”


어떻게 된 게 대부분 남녀 한 쌍이다.

그야 이벤트 도중에 사이가 돈독해진다고 하면 이런 일도 일어나겠지. 흔들다리 효과라는 말도 있다.

게임에서는 거기까지 파고들지 않으니 따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이게 차라리 정상적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정작 이쪽으로 시선이 향하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전하는 전합니다.”


록스트린의 나이 열여섯.

이맘때면 귀족가에서는, 특히 여성이라면 슬슬 혼처를 정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어떤 식으로든 록스트린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그림이 좋지 않다.

아무리 매력이 10레벨이라도 여기저기 손 뻗치고 다니면 좋은 말 안 나온다. 평판도 내 소중한 무기다.


“돌아가면 논공행상은 확실하게 할 거야.”

“영지에 지원 좀 해주시던지요.”

“에휴.”


이번에는 한숨이 좀 깊었다.

어차피 황가의 혼인은 외교의 일환이라, 아이님은 조만간 엔피리안 왕가와 약혼하게 돼 있다. 본인도 알고 있을 거고.


“반지는 왜 안 받아갔대.”

“제가 끼고 있는 것보다야 전하가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도착하면 돌려주시죠.”

“끼고 아바마마한테 보여드려야지. 록스가 줬어요오~”

“아하하. 농담도 참.”


아이님의 왼손 약지에 있던 반지를 빼서 검지로 옮겼다. 아직 황제를 만나고 싶진 않다.


현재 아이님의 마력은 8레벨.

에인다로크의 가보인 반지를 끼면 무려 9레벨이다. 나 따위가 껴 봐야 4레벨이 될 뿐이지만, 9레벨은 격이 다르다.

이 시점에서 최강의 마법사인 카닌의 마력이 9레벨이니까.

물론 본연의 능력과 아이템의 작용이 완전히 같은 효율을 발휘할지는 모른다. 그래도 아마 앞으로도 쭉 이 반지를 활용하는 건 내가 아니게 될 확률이 높겠지.


어쨌거나 시간은 가고, 발은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점심은 감옥에서 챙겼던 것들로 간단히 때웠고, 휴식만 중간중간 짧게 취했다.

그렇게 10시간을 내리 걷기만 하니 금세 에너지가 바닥나, 다들 반쯤 넋을 놓아갈 무렵이었다.


“기, 길이다!”


방향을 살피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갔던 학생이 크게 외쳤다. 지쳐 있던 아이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길?”

“도로를 말하는 거야?”

“어디, 어느 쪽이야?”

“잘못 본 거 아니지?”

“이쪽!”


지금까지는 사람 한 명 없는 숲속을 헤치며 왔는데, 마침내 포장된 길이 나타났다.

아레아스의 드넓은 수해(樹海)를 가로지르는 가도였다. 마차가 달릴 수 있을 만큼 넓고 평탄한 길이다.


“방향을 보니 남부 연합전선까지도 이어져 있을 것 같네.”

“운이 좋으면 마차를 얻어탈 수도 있어!”

“살았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어. 일단 오늘은 근처에서 쉬자.”


가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강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오늘은 그저 걷기만 했으니 더러워질 일은 없었다.

아이들은 어제 했던 그대로 구덩이를 파고 불을 피웠다. 허기와 피로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만 잠들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여기까지 왔으면 끝.’


가도에 도착했으니 이것으로 ‘A반 납치 사건’은 끝이 났다.

첫날에 더 많이 움직였다면 오늘 저녁에 용병단과 마주쳤을 텐데. 아무렴 어떨까.

하루 정도 더 자고 일어나서 밝을 때 마주치면 더 기분이 좋겠지. 저녁 자리를 파한 뒤에는 불침번을 정했다. 이번에는 나도 빠져서 잠을 잘 생각이었다.

두두두.

막 구덩이에 누웠는데 땅이 덜덜 떨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록스트린. 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어어, 나도 들었어.”


상행인가? 그런 것치곤 시간이 너무 늦었다.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애초에 반대편에서 오는 길이니 멈춰 세워도 큰 의미가 없었다.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깨어 있던 몇몇 학생들과 함께 길가로 나왔다.


“······용병?”


눈이 좋은 누군가가 말했다.

말마따나 그들의 차림새는 상단이라기보다 용병에 가까웠다. 마차도 없이 말만 타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이윽고 달려오던 말들이 속도를 늦췄다.

규모가 큰 용병단에도 고유한 상징이 있다. 내가 고용한 용병단과 같은 문양이었다.


왜 벌써 도착했지?

수가 좀 적은데.

피는 왜 묻었지?


불안감이 엄습한다.

말에서 내린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거친 수염이 삶의 풍파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제국의 용병이었므로 당연히 내 검은 머리를 알아봤다.


“너, 에인다로크. 네가 대표냐.”

“그렇······ 컥!”


콱!

좌우간 사태를 파악할 겨를도 없이 몸이 붕 떠올랐다. 멱살을 세게 붙잡힌 탓에 목이 졸렸다. 에인다로크를 알아본 것치고는 거친 대접이다.


“무, 무슨 짓이야!”

“록스트린!”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빌어먹을 애새끼가.”


기름 먹인 가죽 냄새를 물씬 풍기며.

어금니를 꽉 깨문 사내의 목소리는 짙고 침울했다.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증거가, 차고 넘치게 많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80명이 뒈졌다. 정체도 모르는 놈들에게.”

“뭐, 요······?”


기사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실력이 우수한 용병단이다.

알고 고용했다. 무려 10억을 썼다.

게임에서도 확정적인 클리어 수단이라 단언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120명을 고용했다.

80명이 죽었다고?

왜?


내 물음에 사내가 답했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우린, 쫓기고 있단 말이다.”


기나긴 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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