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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achips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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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카데미 얼굴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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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4cachips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7
최근연재일 :
2021.06.15 21:15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73,987
추천수 :
16,229
글자수 :
279,891

작성
21.05.29 09:01
조회
6,658
추천
356
글자
14쪽

생사기로, A반 납치 사건(4)

DUMMY

좁고 어두운 복도였다.

갈아 끼운 지 오래되어 납작하게 녹은 초가 불타고 있다. 흔들리는 불빛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이 위태롭다.


‘여기가 8층일 거고.’


천천히 벽을 짚으며 걸었다.

흔히 감옥은 지하를 파고 짓는데, 이곳은 반대로 높게 쌓아 올린 탑 형태의 감옥이다.

예로부터 땅을 파고 도망치는 놈들이 많았으니까. 심지어 흙 속성 마법도 버젓이 있다. 차마석도 어지간히 값이 나가는 물건이라 실내가 아니면 못 쓴다.


“다 빈방입니다.”


석문에는 우편함처럼 얇은 틈이 있어서 방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이님은 안되고, 내가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키가 닿았다.


“틈이 없는 방은 어떡해?”

“열어보는 수밖에 없죠.”


간혹 그런 틈조차도 없는 방이 있다. 그래도 안을 확인해 봐야 한다.

아이들은 7층에 있고, 게임에서 아이님은 작은 단검 따위를 몇 개 가지고 내려온다. 아이님이 없으면 직접 8층까지 찾으러 가야 하는 물건들이다.


“쉿.”


귀를 가져다 대고 30초. 쓸데없이 귀가 밝은 게 여기서도 은근히 쓸모가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밧줄을 자를 때 썼던 날붙이로 석벽을 긁는다.


끼기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칠판 긁을 때 나는 그 소리다. 아이님이 작게 속삭였다.


“뭐 하는 거야?”

“용병들이 쓰는 방법입니다. 무너진 유적 같은 곳에 닫힌 방이 있으면 손톱으로 문을 긁어보라고 하죠.”


고주파음.

일반적으로 인간보다 훨씬 청각이 예민한 마물들은, 설령 잠을 자고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이 소리에 반응한다.

모험가들은 여기에 최적화된 쇠판이랑 끌도 가지고 다니지만 그건 없다.


크르르.


“이건 열면 안 되겠네요. 넘어가죠.”


안에는 마물이 있다.

이런 곳에 왜 마물이 있냐고?

문 열면 전투씬 나오게 설정해놨으니까.

지금처럼 마법을 못 쓰는 상황에서 마물과 조우하면 십중팔구 끔찍한 결과가 나온다.

그렇게 살핀 방이 열 개쯤 되었을까.


“여긴······.”


복도에 걸려 있던 촛대를 들고 방 안에 들어섰다. 녹슬어 끊어진 사슬, 바짝 마른 핏자국, 인두, 단검, 기타 등등.

바닥에 널브러진 쇳덩어리들은 죄다 날카롭고 뾰족한 것들이다.


“고문실이네요.”


제국에는 육체적인 고문을 자제하는 법제가 마련되어 있지만, 다른 오래된 왕국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촛불을 아이님에게 맡긴 뒤 바닥에 널브러진 것들을 챙겼다. 마침 담을 만한 자루도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모두 소중한 무기다.


“챙겨 가죠.”


그중 가장 쓸만해 보이는 단검은 하나 품속에 챙겼다. 이가 빠지긴 했어도 끝은 뾰족하다.


“밖이 보입니다. 저는 모르는 풍경이네요. 산중인 것 같은데, 마을은 안 보이고. 전하도 한번 보시죠.”


이 방에도 창문은 높은 곳에 있었지만, 의자를 밟고 올라서니 밖이 보였다. 어떤 곳인지는 아이님도 보는 게 좋을 테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잘 안 보여어······.”


아이님은 열심히 까치발을 들고 폴짝폴짝 뛰어도 보지만, 이 미묘한 높이 차이가 메꿔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못내 분해 중얼거리는 게 재미있다.


“도와드릴까요? 쇠로 만든 의자라 부러질 걱정은 없어 보이는데요.”

“괜찮겠어? 록스는 팔뚝도 얇고. 병약체질이잖아.”

“크흠. 전하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근력 3레벨인 건 맞지만 병약체질은 아니다. 그냥 좀 피곤하게 사는 거지.

아이님은 볼만 통통하지 별로 살집도 없다. 업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등을 내밀었다······


“켁!”

“거봐, 이러다 떨어지겠어. 다치면 록스 때문이라고 말할 거야.”

“다리, 다리 푸십쇼. 숨이 막혀서······.”


등에 업힐 줄 알았더니 목마를 탄다.

과연 황녀님답게 이런 데서도 사람을 발아래 두는 게 패시브다.

떨어질까 봐 불안한지 목을 콱 휘감아버리는데 잠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어디 옥체에 감히 손을 대지도 못하니 애꿎은 벽만 세 번 탭아웃했다.


“뭐가 좀 보이십니까?”

“확실히 제국에서는 본 적 없는 지형이네. 그리고 큰일 날 뻔했어. 창밖으로는 못 나가겠구나.”

“높아 보이긴 합니다.”

“8층? 9층? 그 정도 되는 것 같아. 아래층 높이도 확인해 봐야겠지만.”


역시 아이님답다.

층수를 파악하는 건 꽤 중요하다.

수는 직관적이다. 한 층 한 층 내려가는 것으로 희망을 아로새길 수 있다.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거다.


“근데 슬슬 내려오시지.”

“옛날 생각 난다.”


아니, 딴소리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어깨 아프다고.


“어렸을 때는 마리아가 많이 업어줬어.”

“지금은 뭐 안된답니까?”

“안된다고는 안 하겠지만, 잔소리는 하겠지. 전하께서는 이제 열여섯이십니다, 행동을 점잖게 하셔야 합니다······.”

“맞는 말만 하네요.”

“그치만 높은 곳이 좋은걸. 별도 잘 보이고.”


견디다 못해 점점 허리가 굽어져 가니 그제야 아이님이 폴짝 뛰어내렸다.


“록스도 별 좋아하잖아? 매일 정원 난간에 서 있고.”

“반만 맞는 말이죠.”


나는 어깨를 툭툭 두들기면서 말했다.


“왜?”

“관찰력이 부족하시네요. 전 항상 아래만 보고 있는데.”

“별은 하늘에 뜨는데?”

“그건 별로 안 좋아합니다.”


현대의 지식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라, 이해는 못 할 거다.


“걔들은 너무 멀리 있거든요.”

“으응, 잘 모르겠네.”

“돌아가면 아래쪽도 한번 보십쇼. 재밌습니다.”

“그럴게.”


고문실을 나와 나머지 방을 살펴보았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대부분 빈방이었고, 흔적이 남아 있어도 너무 오래돼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모종의 감옥으로 쓰였다는 사실 정도만 유추할 수 있었을 뿐.


“······나는 도움이 안 되네.”


복도에 있던 방을 다 살피고 나니 아이님이 문득 꺼낸 말이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제가 없었어도 전하는 전부 잘 해냈을 겁니다.”

“가만 보면 록스는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 그 방에 갇혀서 엉엉 울고 있었을 수도 있는데?”

“예. 분명 그랬을걸요?”

“······씨이, 전부 잘 해낸다며.”

“그렇게 다 울고 나면 씩씩하게 일어나서 방법을 찾겠죠. 그건 항상 정답일 거고요.”


나는 비겁하게 아이님을 따라할 뿐이다.

아이님이 위험에 처하면 안 된다는 건 순수한 호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애초에 내가 먼저 해결해버리는 것도 미리미리 점수를 따 놔야 한다는 약아빠진 심리다.


“제가 아는 전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록스는 간신 같아.”

“엑.”


저런.

점수를 따기는커녕 간신배로 평가절하당했다. 실수했나?


“달콤한 말만 해.”


······아닌가?

고개를 돌린 아이님의 머리카락만 보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알긴 뭘 안다고. 바보. 중얼거리는 것만 들었다.


“계단입니다.”


딱히 대답할 말이 없을 때 마침 복도가 끝나 계단이 튀어나왔다.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위에도 뭐가 있나?’


9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기는 하다.

고문실에서 챙긴 날붙이를 제하면, <아카데미 서머터지>에 따로 짜 넣은 스크립트는 없다. 납치범들은 전부 2, 3층에 거주하고 있고.

여유가 된다면 확인할 수 있을 텐데, 일단은 7층에서 아이들을 찾는 게 먼저다.


“8층이었던 것 같아.”

“그럼 여기가 7층이네요.”


공간지각력마저도 뛰어난 아이님은 조금 전과 지금 층의 높이가 균등하다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여기가 7층이라는 사실이 비로소 명확해졌다.


“또 찾아야 하는구나.”

“애들도 바보가 아니니까요. 이 와중에 큰소리를 내진―”


우당탕!


“―않겠죠. 라고 생각할 뻔했습니다.”


이 멍청이들이.

나는 아이님의 손을 붙잡고 급히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달려갔다.


‘없잖아.’


게임과 다르다.

큼직한 공백. 뻥 뚫린 구멍.

지금의 A반에는 주인공이 없다.

역할을 대신할 나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대뜸 사고를 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명백한 착오였다.

A반이라고 해 봐야 성적순이다. 공부를 조금 열심히 하고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엄연히 다르다.


“다, 다들 진정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이게 론그르트의 방식인가? 이딴 싸구려 연극이?”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이제 막 일어나서 정신도 못 차리는 애들한테 그러면 상황이 나아지기라도 해?”

“웃기지 마. 서머터지 한복판에서 납치극이라고, 그딴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너희 제국이 무슨 수를 쓴 거지!”


방 밖에서도 다 들릴 만큼 큰 목소리였다. 나는 급히 걸쇠를 풀고 석문을 열어젖혔다.

드르륵!


“로, 록스트린······?”

“아이님 전하도!”

“그보다 문이 열렸잖아!”


나는 아이님을 잽싸게 밀어 넣고 방에 들어섰다. 굳게 닫혀 있던 석문이 열려 벌떡 일어난 아이들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풀었던 걸쇠를 절반만 들어 올린 뒤.

쾅! 철컥!


“뭐, 뭐하는 거야!”

“다시 잠겼잖아!”


거칠게 닫힌 충격과 함께 걸쇠가 떨어지고, 문은 다시 잠겨버렸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무슨 짓을······.”

“뒈지기 싫으면 닥치고 있어, 머저리 새끼들아.”


이건 매력 10레벨로도 커버가 안 되는 모양이다. 순간 얼빠진 표정이 된 아이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원래 화는 안 내던 놈이 내야 무섭다.


탁, 탁, 탁.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심장이 쿵쿵 뛴다.

몇 명이지? 두 명?

―아니다. 한 명이다. 운이 좋았다.


“후우.”


숨을 고른다. 실수해서는 안 된다.

기회는 한 번뿐.

석문 바로 옆쪽 벽을 등지고 서서, 나는 고문실에서 챙겨둔 단검을 꽉 쥐었다.


탁.

발걸음이 멈춘다.

이내 걸쇠가 풀리고, 드르륵.


“애새끼들이 뭐가 이렇겍.”


푹.

있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정확하게 목젖을 노려, 깊숙히 찔러넣었다.


“께흑―”


가래와 피가 섞인 목소리.

그러나 허벅지보다도 굵은 팔뚝이 순식간에 내 허리를 낚아챘다. 나는 속절없이 끌려가면서도 발을 걸어 놈을 넘어뜨렸다.

쿠당탕!

반 바퀴를 뒹구는 동안에도 절대 단검을 쥔 오른손을 놓지 않았다. 지직, 살갗을 헤집는 소리가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나 질기다.

목에 칼이 꽂히고도 억센 손길이 내 머리카락을 거칠게 쥐어뜯었다. 두피가 통째로 벗겨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몇 번 허리를 걷어차이고, 가슴팍에 주먹이 꽂혔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먼저 벗겨지는 건 놈의 질긴 목가죽이었다.

제멋대로 피가 솟구치는 통에 앞이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서서히 내 손목을 잡은 힘이 풀렸다.

이 빠진 단검은 찌르는 데만 용이하지, 근육을 찢기에는 턱없이 예기가 부족했다. 톱질하듯 목을 옆으로 썰었다.

스걱스걱. 툭. 기어이 칼날이 밖으로 삐져나왔다.


“하아······.”


텡그렁. 단검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벽에 몸을 기댔다.

30초나 됐을까?

방금까지 살아있던 사람은 곤죽이 됐다. 피가 줄줄 새고 있었다. 나도 시뻘건 피범벅이 됐다. 불쾌한 온기가 몸을 적셨다.

머리는 헤집어졌고, 얼굴도 두어 방 맞아서 퉁퉁 부어오른 채로. 나는 간절한 심정을 담아 말했다.


“제발, 제발 비명 지르지 마라. 똑같은 짓 한 번 더 해야 하거든.”


당장은 패닉에 빠져 있으니 소리를 내는 녀석이 없었다. 1분 정도를 노려보고 있었더니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겨우 안심이 됐다.


“괜, 찮아······?”

“예에. 멀~ 쩡합니다. 가까이 오진 마시고. 더러우니까.”


먼저 입을 연 건 아이님이었다.

퉤. 입안에서 찢긴 살점을 뱉어냈다. 한동안 라면은 못 먹게 생겼다. 어제 먹어둬서 다행이다.

나는 8층에서 챙긴 자루를 풀었다. 던져놔 봐야 아무도 안 집어갈 테지.


“프리드.”

“예, 예. 록스트린.”

“와서 가져가.”


일일이 이름을 불렀다.

프리드도 A반에 배정됐다.

이놈은 덩치가 열여섯답지 않게 큼직하니 의지가 된다. 근력과 민첩도 높으니 제일 쓸만하게 생긴, 길쭉하고 뾰족한 꼬챙이를 줬다.


“파비앙.”


이전 수업 때 나한테 내 헛소리를 지적하던 똘똘한 녀석이다. 침착하고 신중한 성격이니 할 땐 해 줄 거라 믿는다. 정원용 가위를 줬다.

그렇게 나눠준 게 기껏해야 여덟 개였다. 나머지는 빈손이다.


“나는?”

“전하는 안됩니다.”


아이님이 묻기에 단호히 거절했다.

에피소드에서는 장차 서머터지를, 나아가 먼 미래에는 제국을 이끌게 될 위인이다. 그런 녀석에게 맡길 만한 역할은 아니었다.


“전부 일어나. 내려갈 거니까. 여긴 7층이다.”


악독하기도 하지.

이 이벤트는 시간제한도 있다.

날이 밝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겁을 먹은 건지 아이들은 말을 잘 들었다.


“방금 받은 놈들, 딱 하나만 명심해라.”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최대한 피하려 했던 전투 이벤트가 혹여 발생하면, 학생들의 손이라도 빌리는 수밖에 없다.

내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

나는 약해빠졌다. 정작 중요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로브를 안 입고 있는 놈이 보이면 찌른다. 복창해.”


간단한 피아식별법이다.

납치된 A반 31명을 제외한 전원을 적으로 규정한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이런 미적지근한 태도로는 반드시 누군가가 다치고 만다. 나는 재차 말했다.


“복창하라고.”

“로, 로브를 안 입고 있는 놈이 보이면 찌른다······.”

“전력을 다해서.”

“전력을 다해서.”


프리드가 용케 첫 소절을 떼줬다.

공포와 위압으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나는 8층에서 썼던 머리카락을 다시 꺼내 걸쇠를 풀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따라와.”


‘A반 납치 사건’은, 이제 막 시작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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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귀향, 숲속에서 살아남기(2) +30 21.06.01 6,414 348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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