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물빛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test

-삑


"4500원 입니다."


직원에게 담배를 건네 받은 남자는 계산을 마치고 느릿한 발걸음으로 편의점을 나선다.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아스팔트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사거리의 하늘.


'날씨 한번 오라지게 좋네.'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 180을 훌쩍 넘기는 큰 키에 늘씬한 몸매.

 남자는 방금 산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물고 깔끔한 베이지색 수트 바지에 왼손을 찔러넣으며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다가 문득 멈춰선다. 잠시 서서 수트의 주머니를 뒤지는 듯 더듬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편의점을 향해 뒤돌아 섰다.


-끼익


-쾅!


 남자가 편의점을 향해 몸을 돌려 세우던 그 순간. 남자의 눈 앞에는 당황한 트럭 운전수의 얼굴과, 횡단보도를 반쯤 넘어선 파란 트럭. 그리고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긴 생머리의 젊은 여자가 보였다.


 '아.. 재수 옴 붙었네.'


 남자는 평소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눈 앞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입에 물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부러뜨려 버리며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황급히 트럭에서 내리는 트럭 기사와, 사고 현장 근처의 웅성거리는 행인들과는 조금 동 떨어진 느낌의 남자는 잠깐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왼손을 들고


-딱


스내핑(snapping)을 했다.







-1화



=모리=



 부랴부랴 머리를 말리며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모리는 아직 채 덜 마른 머리를 마저 말리길 포기하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미쳤어 어제 그렇게 퍼마시는게 아니었는데.'


 전날 단짝 연두의 실연 소식에 늦게까지 마신 술때문에 늦게까지 단잠을 잔 모리는 아직 채 덜 마른 머리를 손으로 털며 걸음을 재촉했다.


 -까톡


 [몰 일어났어? 난 도저히 못일어나게써 ㅠㅠ]


 늦잠의 원인인 연두의 까톡. 그래도 일어난게 어디냐는 생각을 한 모리는 답장을 할 시간에 한걸음이라도 더 걷자는 마음으로 까톡을 무시했다.


 -까톡


 [몰! 읽어놓고 씹는거야? ㅠㅠ 어제 실연한 친구 연락을 이렇게 씹다니 너무한거 아니냐]

 

 [그런 의미에서 오늘 대출좀 해주라ㅠㅠ 나 오늘도 빵꾸면 학고뜰지도 몰라ㅠㅠ 제발 살려주세요ㅠㅠ]


그러면 그렇지. 대리출석때문에 겨우 일어난거였어. 모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마침 신호에 걸린 횡단보도에서 연두의 까톡에 답장을 했다.


 {아니? 나도 오늘 못갈거 같아. 어제 너무 마셔서 ㅜㅜ 난 너 가면 대출좀 해달라고 할랬는데ㅜㅜ 큰일이네]


 야 오늘도 빵꾸내면 학고 뜨는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까톡을 쓰면서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 모리는 신호가 바뀐걸 확인하고는 스마트폰을 백에 넣고 잰 걸음으로 뛰듯 걸었다.

 하필 신호에 걸려서 더 늦겠네. 모리는 반대편 사람들의 뭔가 놀란듯한 표정과, 걷던 걸음을 멈추는 걸 보면서도 멈추지 않고  걸음을 재촉 했고


-끼익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파란 트럭과 당황한 운전석의 아저씨의 모습.


-쾅


붕 뜨는 느낌과 갑자기 멀어지는 트럭이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에 가려지는걸 보며 모리는 의식을 잃었다.



=어로=



-딱


왼손의 스내핑 소리와 함께.


-삑


"4500원입니다."


 편의점 직원이 담배를 건낸다.


'대충 타이밍이 늦진 않은거 같네.'


어로는 직원에게 라이터도 하나 달라는 말과 함께 카드를 건내며 편의점 정문 밖으로 보이는 횡단보도와 그 앞에 서 있는 긴 생머리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나가면서 뭐 번호라도 물어봐야 하나..'


 앞으로 일어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직접 '변수'를 발생시켜야 하기에 어로는 뭐라고 여자에게 말을 걸까 생각 하며 라이터와 카드를 받아들었다.


"꺄악-!!'


 순간 어로가 바라보고 있던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으며. 어로는 이게 아닌데 라는 말과 함께 서둘러 편의점을 나섰다.



 =모리=


 날씨가 아주 좋은 월요일이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었고 아스팔트에 부딪히는 햇살은 반짝인다. 모리는 순간 멍하게 횡단보도 맞은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러니까, 방금 전 나는 방금전...


 "꺄악-!!"


 모리는 멀어지던 파란 트럭과 당황한 표정의 운전수. 그리고 마지막에 느껴지던 지독한 고통이 떠오르며 갑자기 주저앉으며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자신은 횡단보도를 급히 건너다 트럭에 치였고 찰나지만 견디기 힘든 고통도 느꼈다. 그리고 영화의 장면이 갑자기 바뀌듯 눈 앞으로 보이는 빨간불의 횡단보도와 신호를 기다리는 맞은편의 사람들.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방금전의 끔찍한 고통이 떠오른 모리는 주저앉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에 서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는 모리에게서 슬금 슬금 비켜서며 힐끔 힐끔 쳐다보기만 했다.


 "저.. 괜찮으세요?"


 주저앉아 있던 모리의 앞으로 베이지색 수트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모리의 시선이 바지에서 위로 올라가자 단정하게 넘긴 머리에 주저앉은 자신에겐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지는 큰 키의 남자가 오른손을 내밀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 앉으시길래요. 괜찮으세요?"


 뭐야 이 남자. 왜 시계를 오른손에 차고 있어?


 그 상황에서도 뜬금없는 생각이 떠오르는 모리였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 내 일상 | test 19-12-11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