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의 세계. 전쟁은 결국 승자가 모든 것의 진리. [後]
팔찌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팔찌 스위치를 누르자 변신을 시작하는 한예림.
그렇게 변신을 마친 그녀는 마치 ‘순백의 대천사’ 와도 같은 그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순백의 전신갑주를 입고 있는 걸 기반으로 하면서도, 등에는 무려 6개의 순백의 날개가 달려 있어서 그걸 이용해 비행도 가능하다. 양쪽의 귀와 머리 부분을 연결하는 형태의 무슨 새하얀 장식이 달렸는데 마치 칼날인지 날개인지 아무튼 헷갈리는데 그 둘의 중간이라고 하면 되는 것인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새하얀 무기도 검인지 채찍인지 조금 헷갈린다. 그냥 검과 채찍의 일체형 버전이라 봐도 되겠지? 그러니까 검의 손잡이, 그리고 채찍 형태의 칼날. 이라고 하면 되는 거겠지?
예림이가 변신에 성공한다.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고치 하나가 있는데, 저걸 어떻게든지 부숴서 유진이를 꺼내야만 한다. 만일 저 고치가 자연적으로 부화를 하기라도 한다면 그 때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인지를 장담할 수가 없는 일. 결국 이 고치를 부숴야만 하는 것이 사실이기에 예림이는 절대 주저할 시간이 없다. 예림이는 그 무기를 ‘순백편검’ 이라 명명하는데, 말 그대로 ‘순백의 채찍검’ 이라는 의미다. 아무튼 그녀가 그걸 열심히 휘두르며 고치파괴를 시도하는데 역시나 고치가 매우 튼튼한 모양인지 꿈쩍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그녀가 절대 아니다.
지금 유진이를 꺼낼 수가 있는 건, 다른 이들도 아닌 오로지 자신뿐이라고 믿는 예림이. 그러나 그녀가 그 고치를 부수도록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는 것이 현실. 사방에서 뭔가 일제히 일어나고서 다가오는 모습이 보이는데, 바로 좀비들. 정확히는 전쟁으로 인해 죽은 시체들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겠지. 아무래도 예림이가 두들겨 패고 있는 저 고치에서 뭔가 에너지가 방출이 되는 모양이다. 그 에너지가 시체들에 깃들어 ‘일시적 살아있는 시체’ 로서 움직이게 만드는 거라고 봐도 되겠지? 저 움직이는 시체들이 우우우... 하면서 다가오는데 걷는 속도와 포즈가 좀비 그대로다.
“우우우...”
“우우우...”
“......!?”
“여왕... 지켜야...”
“우우우...”
“우우우...”
“저것들은 또 뭐야?! 왜 죽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건데!?”
시체들이 계속 다가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 멀리에 잔뜩 버려진 시체들에까지 에너지인지 기운인지 모를 게 계속해서 깃들고, 그 시체들까지 모두 일어나며 고치를 향해 다가온다. 좀비와도 같은 포즈를 취하며 느린 속도로 걸어오더라도 그 수가 너무나도 많아 예림이라도 혼자서 다 상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 사실. 저 움직이는 시체들이 말하는 소위 ‘여왕’ 이라는 자라면 역시 유진이라고 봐도 되겠지. 예림이의 위기 상황! 그러나 이 때, 그 시체들이 날아가는 공격이 발생한다.
바로 성유란, 그리고 유리. 두 사람은 예림에게 고치를 파괴해줄 것을 요청한다.
예림이가 고치를 파괴하고, 자신들은 저 시체들이 접근해오는 것을 막겠다는 것. 예림이는 두 사람에게 고맙다고, 그리고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 고치를 향한 공격에 집중한다. 예림이의 공격이 과격해지고, 고치가 입는 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저 시체들이 더 많이 일어나 움직이고 동시에 걸어오는 속도도 높아진다. 유란과 유리도 다크니스 나이츠 변신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는 있지만 역시 수적으로 너무 열세라서 어려운 것이 사실. 지원군이 정말로 안 오는 건가? 위기일발이다.
“여기까진가?!”
“예림아! 아직이야?! 우리들도 이제 지친다고!?”
“......얘들아. 고치가 아직도 꿈쩍도 하질 않아!”
“이런 망할!”
“이런 망한 시나리오는 완전히 싫다고!!”
유리와 유란이 둘 다 절규하는 이러한 때에 또 하나의 다크니스 나이츠가 등장한다.
“......천하의 한예림도 고치 파괴를 하지 못하다니.”
“저... 저건...!?”
“혹시?!”
“그래. 시라카와 히메. 너희들은 ‘한공주’ 라고 기억하고 있겠지.”
“한공주. 현재로서 유진이를 제외한 나머지 다크니스 나이츠들이 이길 수 없는......”
“유리 네 눈엔 그렇게 보이나. 내 눈에는 한예림. 저 녀석이 더 강한 녀석인데.”
“무슨 소리야?!”
“알아서 생각해. 지금은 그저 저 녀석들을 막아야 한단 거에 집중하도록 해.”
한공주의 개입은 유란과 유리가 힘을 낼 수가 있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최고의 다크니스 나이츠라 불리는 공주의 개입으로 예림이는 고치 파괴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더 열심히 공격한다. 예림이가 채찍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검에서 순백의 빛이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데 이걸 게임으로 비유한다면 ‘공격력이 점점 더 강해지는’ 그런 거라고 표현할 수가 있을까? 아무튼 예림이가 정말 열심히 공격해주는 덕에 저 튼튼한 고치도 뭔가 반응을 보이는 것만 같다. 이대로 계속 공격하면 깨질 수가 있지 않을까? 지금이 바로 더욱 힘을 내서 저 고치를 파괴해 유진이를 구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예림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한공주, 성유란, 유리. 세 사람이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시체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끝이 없이 몰려들고 있고, 동시에 쓰러트렸던 적들도 다시 일어나는 것으로 볼 때에 아예 형체를 없애는 식으로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움직이는 시체들을 두 동강으로 베어버린다고 해도 상반신은 상반신, 하반신은 하반신. 그 몸만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발생하고 있어 사실상 처음부터 형체를 없애버리는 방법을 써야만 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화염방사기와 같은 무기로 아예 태워버려서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지금 그녀들에게 그런 게 있기는 한 건가?
화염방사기가 없는 지금의 현 상황에서는 어떻게 저 녀석들의 형체를 없애는 식으로 맞대응할 수가 있을까? 마침 저기 하늘에 날아다니는 항공기들이 소이탄 공습을 가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유도용 연막탄을 저 움직이는 시체들을 향해 투척하도록 하자. 유도용 연막탄을 그렇게 다들 투척하는데, 어느 한쪽으로만 집중하지 않고 적들이 많이 몰려드는 쪽으로 한 것. 잠시 후, 항공기들이 날아오더니만 소이탄을 대거 투하하여 무차별 대공습을 가하고 그 결과로 움직이는 시체들은 모두 불에 타버린다. 불에 타서 재로 변해버린 그것들은 다시 움직이지 않는데 형체를 없애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적들이 다시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확인한 것이다.
“예림아! 우리도 도와줄게!”
“예림아. 지금까지 혼자 고생했지?”
“지금부터는 우리도 고치 파괴를 도와주겠다.”
“다들 고마워요! 어서 부숴요!!”
예림이 혼자 하던 걸 3명이 모두 합세하면서 파괴에 대해 속도가 붙는다.
“어떻게든 부숴서 유진이를......!?”
“유진아!”
‘......유진아. 너는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고마운 것은 나야. 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유진이는 예림이에게 너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림이는 진정으로 감사한 것은 바로 유진이라 말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때에 유진이가 손을 써줬기에 죽지 않았던 것이고, 언제나 날 지지해주고 응원해줬기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가 있었다고. 그간에 네게 받았던 모든 은혜, 이번 기회에 모두 갚겠다고 생각하는 그녀. 일일이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는 많은 은혜. 지금 갚는 것이 친구에 대한 최고의 예의라 생각하며 더욱 맹렬하게 채찍검을 휘두른다.
그래서, 유진이가 안에 있는 그 고치는 정말로 파괴하는데 성공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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