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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34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3.21 17:28
조회
54
추천
3
글자
7쪽

Episode254_최후의 전쟁(3)

DUMMY

(첨부를 잊어버렸던 버스터 키트의 생김새)

일러스트16.png

마크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사력을 다해 싸우던 인간 병졸들이 수나의 명에 따라 모두 등을 보이며 부리나케 도망치고 있다.


지금 갑자기 전열을 무너뜨린다니, 이제 막 시작한 전투에서 등을 보이는 건 자멸행위다. 인간의 가는 다리로 도주해봤자 생후 3개월의 돌가죽도 제치지 못한다. 삼류 전략가나 생각할 미련한 판단이다.


그러나 적의 두뇌는 삼류가 아니다. 마크는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며 수나의 알 수 없는 의중을 읽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기현상 탓에, 마크의 고민은 모두 산산히 부서진 채 문제의 비밀병기로 시선이 쏠리고 말았다.


회색 증기가 하늘을 덮고, 기계의 소음이 비명처럼 귀를 찢는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구체의 표면을 뚫고 징그러운 형상이 이리저리 기어나온다. 껍데기를 깨고 나온 생체조직이 굳어지며 생물의 눈, 발톱, 손가락, 혀의 형상으로 변화한다. 그것이 또 뒤섞여 뭉치며 거대한 손, 팔, 촉수의 형상으로 변이하다가, 곧 하나의 칼이 되어 전장 한복판에 내리꽂힌다.


그 크기는 멀찍이서도 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컸고, 그 그림자가 드리운 곳을 드문드문 밟고있는 돌가죽의 수만 수십마리였다.


이 거대한 질량의 압도가 금세 땅까지 도달하자, 그림자를 밟고있던 그 돌가죽들은 여기 휘말려 갈라지거나 짓뭉개져버렸다. 부서진 돌과 흙먼지 사이에서 그들의 사체가 나뒹군다.


그 한방, 단 한번의 일격이 그곳의 모든 이들에게 공포를 심는다. 아군인 인간은 물론이요, 방금 전까지 승기를 잡은 줄 알았던 용렬한 돌가죽들도 곧장 두려움을 배운다. 전세의 방향이 방금 뒤바뀌었고, 아마 다시는 뒤바뀌지 않을 것이다.


버스터 키트의 일격은 1로 끝나지 않았다. 그 칼날을 거두기도 전에 벌써 새로운 조직이 옆면에서 생겨나며 거대한 촉수의 형태로 변했다.


측면의 뾰족한 구조물을 장갑처럼 끼워놓고선, 이젠 손의 형태로 변이한 촉수의 끝이 다시금 대지에 꽂혔다. 아직도 넋이 빠져있는 돌가죽 수십마리가 그 손장난 하나에 모조리 피떡이 되었다.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현상. 처음 보는 황당한 생김새와 뒤틀린 움직임은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전장을 휩쓰는 이 괴기한 형상은 마귀의 것이었다.


버스터 키트에 박혀있는 동력원, 무한동력장치의 내부에 응축된 어마어마한 힘의 근원이 바로 그들이었다. 격렬한 증오를 품고 잠들어있는, 한때 존재했던 무수한 의지들의 힘.


헌데 죽어가는 인간들의 공포가 버스터 키트에 투사되자, 그 핵심을 이루는 원한담긴 흑광석이 반응하며 마귀들이 깨어나버렸다.


그러나 온전하진 못하다. 도구의 형태로 묶여있는 그들은 차마 제 의지대로 행동하지는 못하고, 단지 제 옛 육신을 일부 세상에 꺼내 그 물리력을 이용당할 뿐이다. 의지의 주체는 그들을 사용하고 있는 브릭 박사며, 그가 원하는 것은 적들의 살육. 그에 따라, 세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마귀의 형상은 늘 그래왔듯이 새로운 살겁을 쌓았다.


그 모습을 보는 사라는 눈을 찡그렸다. 보기 편한 광경은 아니었다. 그 잔혹성 탓이라기보단, 이미 이런 꼴을 한번 본듯한 기시감 탓이다.


아니, 사실 기시감 뿐이 아니다. 수나는 분명히 그 꼴을 본 기억이 있었다. 피로 적셔진 붉은 머리칼 휘날리며, 온 몸에서 괴기한 생명체를 철퍽철퍽 흘려대고 사방을 쑥대밭으로 만들던 끔찍한 광경.


“제길, 내가 봤던 그때 그 꼬라지야.”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그날 몰살당해야 했던 자신과 자신의 병사를 구해낸 다른 청년의 몰골.


그러나 수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아무것도···.



***



인간의 지휘관의 사소한 번민은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로, 돌가죽의 지휘관이 느끼는 갈등과 고뇌는 시시각각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어떤 전장에서도 용감하고 의연했던 마크였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공포에 손을 떨고 있다. 종족을 뛰어넘은 생물로서의 생존본능이 제발 도망치라고 세포 하나하나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쉽사리 포기할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산개해라!! 촉수를 피해라, 피할 수 있다!!"


버스터 키트의 촉수의 외형과 힘은 분명 전의 자체를 파괴할 정도로 위압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전쟁을 이길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동작이 굼떠, 이 악물고 피하려들면 어느정도 피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상대못할 적 앞에서 계속 당하고 있기보다는, 우선 무기의 이동을 막고 이를 우회해 적의 지휘부를 타격해야 했다.


"바퀴와 회전하는 저 널빤지묶음을 파괴하라, 움직임을 봉쇄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설명하는 마크의 그 모호한 설명에 수나가 확성기를 들었다. 곧 비웃는 투의 조롱이 전장 전체로 울려퍼진다.


"그건 무한궤도라 하는거다, 깡패집단 수괴답게 공학지식도 없군!"


마크는 구태여 대꾸하지 않는다. 전장에 있어서 적을 향한 조롱이 사령관의 의무란 것도 알고, 그렇다고 자신이 맞대응하기엔 스스로의 무지함이 뼈아프도록 원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던 탓이다.


때문에 구질구질 혀를 놀리기보단 마크는 행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옆에 꽂혀있던 창을 뽑아들어 적진을 향해 힘껏 투척한다. 그 날끝이 이 모든 것을 세 치 혀로 조종하는 가증스런 적의 지휘관을 향했다.


그러나 수나의 바로 앞까지 진격한 창이 갑작스레 산산히 부서져 바닥에 뿌려진다. 수나의 옆에서 그녀를 호위하던 기적술사의 덕이다.


그녀를 지키는 기적술사가 그 하나인 것도 아니다. 이번 원정에서 나라님은 유래없이 많은 기적술사를 편성해 보냈다. 전투원에 필요한 수를 다 채우고도 호위 및 보급에 고급 인력을 잔뜩 투입할 정도의 인력이 이 머나먼 타지까지 동원된 것이다.


그건 그만큼 나라님이 승리를 확신했다는 뜻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남겨두지 않고자 총력을 다했다는 뜻이다.


"이런··· 제기랄!!"


마크는 이번엔 쩨쩨한 무기따위는 모두 지나친 채, 단숨에 전선 앞으로 달려가 옆의 까마득한 절벽을 향했다.


날카롭게 치솟은 절벽의 벽면을 향해, 힘껏 몸을 날리며 주먹을 때려막는 마크.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강건한 바위덩어리가 한순간에 깨어지며 거대하고 묵직한 잔해들이 밑으로 쏟아진다.


마크가 그만한 괴력을 가진 것이 아니다. 혁명군의 두령이 휘두르는 그 힘은 모든 돌가죽의 기대를 통해 하사받은 것이다. 해방을 원하는 자들의 소원이 무의식적인 기적을 일으켜 마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 대행자로서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마크는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있는 돌가죽들의 생존욕구가 여느때보다 강렬한 의지를 발생시키는 탓이다.


제발 구해달라는 그들의 외침에 마크는 응답해야만 했다.


“깨져라ㅡ!!!”


그렇게 박살난 바위의 파도가, 거대한 점도 아닌 면의 형태로 인간들에게 쏟아져내렸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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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5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39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6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2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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