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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40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3.17 00:02
조회
33
추천
3
글자
8쪽

Episode253_최후의 전쟁(2)

DUMMY

회전하던 총구의 끄트머리에서 곧이어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부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그 끝이 향하는 곳에서 막대한 파괴와 폭발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지성체들은 그 존재의 감조차 못잡고 허둥대었고, 총에 대해 알고있는 일부 계층들은 저 무식한 물건이 총이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야, 손잡이가 썩은 권총마저 희귀한 마당에 세상에 분당 3000천발의 포탄을 쏟아붓는 총이 있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황금시대의 위대한 기술력의 표상이자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살상무기, 초거대 개틀링포의 위력은 절벽을 깎아내며 그 위에 서있던 돌가죽들을 뚫고 부수고 떨어트렸다.


혁명군 모두가 정체모를 폭발에 넋이 나간 와중, 마크가 다급히 모두에게 외치며 깃발을 휘두른다.


"모두 뒤로 물러나 엎드려ㅡ!!"


혁명군의 두령이 제 책무를 다하는 한 편, 공격명령을 내렸던 인간측 대장군은 팔자에도 없던 책무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봐, 1단계라 해서 이렇게 막 내지르라 하지 않았어!"


"왓하하하 나라님 만세에!! 만만세에, 언제고 말씀하십시오! 돌가죽 씨가 마를 때까지 멈추지 않습니다!!"


“미친 인간아! 이 총알들이 다 얼마짜린지 알아!!”


지금 시대에 총알이나 포탄 따위의 것을 만들 기술력이 있을리 만무하다. 구경이 맞는 극소수의 희귀유물을 쏴제끼는 격이다. 포격음에 파묻혀 날아가는 국가예산에 수나의 비명이 묻히고 브릭 박사의 만세삼창이 화음을 이룬다.


“인간만세!!!”


그 직후, 꽤 긴 시간을 이어간 듯 했던 폭풍이 갑자기 잦아든다. 회전속도를 줄여가는 총열과 붉게 달궈진 쇳덩이, 떨어지는 눈송이가 그 위로 얹히자마자 사그라들어 짐승의 입김처럼 희게 흩어진다.


갑작스런 침묵에 모두 어안벙벙한 사이, 브릭 박사가 내놓은 진찰은 단 하나였다.


“...다 썼습니다.”


국가재산이자 희귀 유물인 포탄더미들이 고작 몇분도 채 안되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자랑이다!”


수나는 이제 그의 제멋대로인 행태에 질려버렸다. 지금은 전시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처럼 똑똑한 인간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눈치가 없는 것도 병이라더니, 지금 그는 무언가 심각한 병에 걸린 것이 틀림이 없다.


“총알을 다 썼으니, 이제 어쩌면 되겠습니까?”


온 몸에 전선을 꽂아놓고도 능글맞게 웃어보이는 브릭 박사, 수나는 더 보기도 힘들어 고개를 내저었다.


“일부러 그런거지? 당신. 그치?”








“섬광이 그쳤습니다!”


폭풍이 잦아들고, 포탄의 격발음이 사라졌다. 상황의 변화를 느낀 혁명군 대열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빈자리를 채웠다. 돌가죽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진다.


“공세가 그쳤다! 적의 병기가 다시 잠들었다!!”


그 중에는 희망사항을 외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제 시작해도 되는거겠지요?”


“당신이 그 꼴만 아니었어도 좀 더 편한 맘으로 시작했을텐데 말야.”


수나는 쓰디쓴 웃음으로 박사의 희망사항에 답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두령님, 신호를 주십시오!”


희망의 목소리가 군중을 지배한다. 그 희망은 그들의 두령의 심장 속에도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것이 저 무기의 전부인가? 그렇지 않아도 좋다. 최소한 재정비를 하고있는 지금이라면, 이 기세를 몰아 단번에 공세를 끊을 수 있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 낙관이 풀무가 되어 각오로 돌변한다.


“전군 돌격!!”







“제길, 맘대로 해봐! 이젠 나도 몰라.”


결국 수나도 각오를 다졌다. 그녀의 허가를 받은 브릭 박사는 보기 흉한 웃음과 함께 전선을 마구 끌어당겨 제 몸에 휘감았고 버튼과 레버를 부산히 움직였다.


“그럼 이제 가동시킵니다!!”








"돌격ㅡ!!"


각자의 창과 철퇴와 무기를 거머쥔 돌가죽이 협곡 아래로 뛰어든다. 내리막길을 타고 가속이 붙은 돌진은 비밀병기 못지않게 뿌연 흙먼지를 일으켰으며, 그 험악한 거구 수만마리의 돌진만큼 인간 군세에게 공포를 심어왔던 모습도 없을 것이다.


그들을 이끌며 마크는 버스터 키트의 모습을 슬쩍 살폈다. 차갑게 식은 기관포는 아직도 다시 가동할 생각을 안한다.


어찌되든 좋다. 차피 끝이 아니라 한들 멀찍이서 더 질질 끌어봤자 불리한건 돌가죽이다. 물러설 게 아니라면 지금 뿐이다. 승리하고자 한다면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그리하여, 용감히 앞으로 뛰어든 수만마리 용사들이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무기를 뽑아든다.


"전군 제창! 자유와 용기를 위하여!!"


최대한 드높이, 모두의 눈에 보이도록 하늘을 향해 검을 치켜든 마크가 심장과 허파를 쥐어짜 고함을 지른다.


"싸워라! 자유와 용기를 위하여!!"


그에 호응한, 거죽 두꺼운 모든 군세가 바락바락 악을 지르며 구호를 외친다. 마침내 인간과 돌가죽의 냉병기가 마주쳤을 때, 산산히 부서져 속수무책으로 찢어진 것은 인간측이었다.


회색빛 괴수들은 인간들의 포격과 화살과 주문들 사이에서도 추호의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딛었다. 이번이 아니면 더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증오와 분노, 고양감과 두려움, 타오르는 투쟁심이 이끌어낸 감정들이 매섭게 파도치며 군중을 타고 협곡 전체를 가득 메웠다. 여기서 망설인다면 돌아오는 것은 죽음이었기에, 사력을 다해 돌진하는 돌가죽들 앞에서 인간은 농사꾼을 막아서는 보리낱알과 같았다. 모두가 공포로 절규하고 있다.


그 아픔과 고통은 흑광석의 힘을 더욱 강해지게 하는 근원이 된다. 기적술사들이 그 힘을 끌어내어 적들의 공세를 봉쇄하는 동안, 그 강렬한 심상은 또다른, 가장 큰 흑광석에 스며들어 또다른 힘을 일깨워내고 있었다.







굳게 닫혀 보호된 버스터 키트의 조종실 안, 내벽에서 수십개의 전선과 부품, 촉수가 더 뻗어나와 저 혼자서 브릭 박사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새끼를 치며 피부를 먹어치우는 기계장치 덕에 이제 브릭의 맨살보다 차가운 강철 표면이 더 많이 보일 지경이 되었다.


그의 불온전한 정신에 감응해 검은 구체가 조금씩 형상을 일그러뜨린다. 꿈틀거리는 표면이 인간들의 비명에 반응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수나 장군님! 진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기적술사들의 힘겨운 싸움에도 불구하고, 수가 엇비슷할 때의 인간과 돌가죽의 대결은 그들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한 판도였다.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돌가죽의 기량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에, 용감하기로 이름높던 병사들도 싸울 의지조차 내지못해 등에 상처를 남기고 죽어나갔다.


토마토처럼 붉은 피와 살점이 터져나가는 살벌한 광경에, 불이 붙은 공포는 화약처럼 터지며 열기가 확산된다.


수나에게 상황을 전하는 수하는 참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종용한다. 저깟 무늬만 휘황찬란한 무기 하나 믿고 여기까지 온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온갖 후회와 미움과 원망을 가득 담아 그녀에게 성급히도 간청한다.


"병사들이 통제력을 잃고 있습니다! 겁에 질린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발··· 지금이라도 퇴각 신호를!!"


하지만 수나에겐 어떠한 떨림이나 동요 하나 찾아볼 수 없이, 나직하고 담담한 대꾸만이 되돌아왔다.


"그게 나라님이 바라시는 바다."


버스터 키트가 브릭 박사를 거의 먹어치우다시피 했을 즈음, 희미해지는 의식 사이 박사는 크나큰 기쁨을 느끼며 기꺼이 나라님의 명을 받들겠노라 맹세한다.


구체의 위쪽에 붙은 외핵 깊숙히, 무한동력장치 주위를 떠도는 고리가 부산히 회전한다.


그리고 공포가 마침내 임계점에 달했을 때, 절규를 먹어치운 거대한 원은 서서히 변화해갔다.


다른 이들의 소음마저 먹어치운 거대한 울림과, 수십만번의 발소리를 묻어버린 격렬한 진동.


"버스터 키트, 2단계 형태를 가동한다!"


다시한번 증기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번에는 먹구름처럼 하늘 전체를 가려버릴 기세다. 모두의 얼굴에 옅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리고 조금 더 짙은 그림자가···.


"전군, 구체의 후미로 후퇴하라!!"


수나의 알 수 없는 명령이 그 뒤를 이었다.


작가의말

제발 업로드 좀 자주하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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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Episode276_시대는 변한다 +3 22.08.09 48 2 9쪽
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39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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