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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43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2.03.07 20:09
조회
47
추천
4
글자
7쪽

Episode252_최후의 전쟁

DUMMY

두령의 등 뒤로 나팔소리가 울려퍼진다.


첫 나팔이 울리자 따라서 두번째, 세번째 나팔이 울린다. 전장의 함성이 산불이 옮겨붙듯 바람을 타고 협곡을 가득 메운다.


인간과 돌가죽, 둘의 운명을 결정하는 싸움이 지금 서막을 올렸다.


이후로도 영원히, 두 종족 간에 벌어진 최대이자 최고, 그리고 무엇보다 최후의 전쟁이라고 불리게 될, 돌가죽들의 사활을 건 마지막 전투다.


절벽 위를 빼곡히 메운 돌가죽들이 일제히 일어나, 인간 군세를 내려다보며 위협하고 겁박하고 소란을 피운다.


돌가죽들의 성대가 내뿜는 우렁찬 고함에 몇몇 겁 많은 인간들이 나자빠졌고, 용감한 자들 마저도 그들의 기합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은 채 패닉에 빠져버린다. 그들의 매복은ㅡ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ㅡ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인간들을 치고들어왔다.


그리고 절벽 위에서 협곡 아래로 떨어져내리는 크고 육중한 바위들, 쏟아져내리는 질량덩어리가 인력으로 끌어당겨져 밑의 인간들을 향해 구르고 짓뭉개며 소리지른다.


바위가 닿지 않는 곳의 하늘에는 창처럼 굵고 긴 화살들이 눈발을 뚫고 날아온다. 떡반죽이 되는 것을 피한 병졸들은 말뚝만한 구멍이 뚫린 채 꼬치가 되어 쓰러져간다.


즉시 진형을 편성한 기적술사들이 갑작스런 공격에 재빠르게 대응한다. 알맞는 기적을 가진 자들이 각자의 능력으로 방어막을 짜내어, 누구는 빛의 그물로 돌을 막아내고 누구는 척력으로 바위를 밀어낸다. 어떤 이는 강인한 인력을 하늘 위로 발생시켜 날아오는 화살들을 끌어모아 무력화시킨다.


"매복이다!!"


혼란에 빠진 병사들이 꾸물대며 대형이 서서히 어그러지던 와중, 행렬 뒤쪽에서 여인의 크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전장을 가른다.


"전열 유지!! A대, J대 전진! 방어벽 사이로 공격 개시!!"


지휘봉을 휘날리며 지시를 외치는 수나, 갑작스런 매복에도 불구 그녀의 표정에선 일체의 당혹이나 공포심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차분히 전열을 수습하며 적의 다음 행동을 읽어낼 뿐이다.


"공세가 잦아들면 적은 몸으로 밀고 들어온다! D부터 G는 대열 바깥을 감싸 방어진형을 형성하라!!"


그녀의 지도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병사들, 그리고 정예병과 기적술사들의 훌륭한 대처에 의해 돌가죽들의 회심의 공격은 점차 무력화되었다. 준비해둔 바위의 수도 점차 줄어들며 공세가 서서히 잦아든다.


인간들의 전열은 상상 이상의 역량으로 움직이며 방어작전을 수행했고, 그 모습을 유의깊게 본 혁명군 두령은 뒤이은 돌진 작전을 잠시 보류했다.


"화살이 소진될 때 까지 전원 절벽 위에서 대기! 원거리에서 최대한 많은 적을 소거한다!"


돌가죽의 팔 힘으로, 그것도 위에서 아래로 쏘아대는 화살은 지금 그들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상태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며 적의 병력을 소진시키고, 그동안 돌격전열을 더 가다듬는 것이 옳은 판단이리라.


수나 역시 그 의도를 읽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상황이 다르다. 과거의 전법을 기반으로 한 전술은 그들에게 독이 될 뿐이다.


지금 인간들에게는, 과거의 법칙은 통용되지 않는 최강의 병기가 있다.


수나는 칼집 옆에 달린 또다른 지휘봉을 꺼내들었다. 빛나는 푸른색 깃과 검은 몸체를 가진 우아한 물건이다.


"버스터 키트, 발동 준비!!"


그 봉을 휘두르며 우렁찬 신호를 보낸다. 그녀의 함성이 울리자, 버스터 키트 옆에 매달린 공학자들이 부리나케 제어장치를 조작하며 전력을 공급한다.


이 판단이 맞는건지, 솔직히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지금쯤 저 기계 안에서 좋아죽을만큼 날뛰고 있을 박사의 모습을 상상하면 더욱 걱정이 된다.


그러나 이 전쟁은 애초부터 이 무기로부터 시작되고, 이 무기를 통해 끝내고자 한 일이다. 수나는 결심했다.


"레벨 1, 공격 시행!"


그 고함을 들은 브릭 박사도 따라서 외친다.


"공격 시해애애애애애앵!!!!!!"


그 거대한 기계장치, 갖은 부품을 덕지덕지 두른 커다란 구체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고 새하얀 증기가 폭발하듯이 두 갈래로 뻗어나간다. 마치 날개처럼, 그러나 뜨겁게 이글거리는 증기는 주위의 눈송이를 녹이며 대기를 일그러뜨린다.


그 무거운 숨결 한번에 전황이 일시에 요동친다. 자신의 뒤를 받치는 저 화려한 장관에 인간 군세는 활력이 돌기 시작했고, 적들의 뒤에서 태동하는 심상치 않은 기세에 돌가죽 군세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군세 한가운데에서 지휘봉을 든 마크는 이를 악물며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그의 선택에 내려쳐질 심판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저게 그 문제의 신병기일까? 정말 완성된 것인가? 마크의 머릿속이 온갖 질문과 고민, 걱정으로 가득 차오른다. 그 무한한 동력원이라는 건 사실 처음부터 나라님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사라와 하온의 말이 거짓말일지도, 아니면 무의미한 저항이었을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 그 신병기가 완전한 형태로 이 땅까지 도달한 것이라면··· 저 무기는 정말, 세상 모든 돌가죽을 적수로 할 만큼 강한 것일까?


전장의 함성과 북소리조차도 세차게 쏟아지는 증기의 괴성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곧 그 날개와 소음이 서서히 잦아들고 나서도,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눈과 귀는 오로지 저 거대 구체에 꽂혀서 힐끔대고 있다.


마침내 구체의 옆, 커다란 기계장치가 철걱대며 움직이더니 무언가가 열린다.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은 길고 커다란 쇠파이프 묶음, 그리고 길게 다발로 달려있는 금빛 송곳 묶음. 여기 전장에 있는 대부분은 전혀 듣도보도 못한 물건이 좌, 우측에 각각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이게 무슨 물건인지도 분간을 못하는 와중, 그걸 쓰고 있는 브릭 박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움직인다.


그의 몸에 박힌 무수한 기계부품이 제 살을 파고드는 감각을 기분좋게 느끼면서, 그의 팔이 움직이는 대로 검은색 파이프 묶음도 함께 움직이다가, 방향이 고정된 후에는 부산하게 원형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끝은 돌가죽들이 바글대는 절벽 방향을 향한다. 조종자는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슬쩍 핥는다.



참, 그리고 그 물건의 이름을 브릭 박사는 알고 있다.


회전하는 총열로 탄약을 분당 3000발 발사하는 그 병기, 이름은 개틀링포라고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물건의 열 배는 족히 될만한 크기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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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Episode275_최초의 악수 +1 22.07.25 23 2 8쪽
275 Episode274_눈물과 위안으로 22.07.21 31 2 8쪽
274 Episode273_비상 +1 22.07.12 25 2 9쪽
273 Episode272_추락 +2 22.07.04 27 3 8쪽
272 Episode271_지각과 각성(4) +2 22.06.27 31 2 7쪽
271 Episode270_지각과 각성(3) 22.06.13 35 2 7쪽
270 Episode269_지각과 각성(2) 22.06.04 27 2 7쪽
269 Episode268_지각과 각성(1) +1 22.05.31 26 2 10쪽
268 Episode267_혜성 충돌(6) +2 22.05.18 40 2 8쪽
267 Episode266_혜성 충돌(5) +2 22.05.17 41 2 10쪽
266 Episode265_혜성 충돌(4) 22.05.15 33 2 8쪽
265 Episode264_혜성 충돌(3) 22.05.10 74 2 8쪽
264 Episode263_혜성 충돌(2) 22.05.03 28 2 8쪽
263 Episode262_혜성 충돌(1) +4 22.04.22 43 3 8쪽
262 Episode261_고요한 역습 22.04.20 91 2 9쪽
261 Episode260_미래의 아이들(2) +2 22.04.18 61 2 8쪽
260 Episode259_미래로의 일발(3) +2 22.04.15 27 4 9쪽
259 Episode258_미래로의 일발(2) 22.04.08 43 5 7쪽
258 Episode257_미래로의 일발(1) +2 22.04.05 38 4 9쪽
257 Episode256_최후의 전쟁(5) 22.03.29 34 3 7쪽
256 Episode255_최후의 전쟁(4) +2 22.03.26 53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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