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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틈새

틈새라면, 틈새시장

뭐든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있어야 살아갈 만한 세상이지 않을까?

물 샐 틈 없는 철벽보안을 자랑한다고 정말 틈이 없을까?

바람 많은 제주의 돌담이 튼튼한 이유도 바로 그 틈새때문이란다.

더 센 바람이 불어도 지나갈 틈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고 끄덕없이 버틴다고 한다.

백영옥작가의 말이다.

 

하루를 꼼꼼하게 계획하는 날이 하루이틀이 아녔다.

하지만 계획대로 실천하는 날은 일년을 통틀어 봐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계획을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제주도의 돌담처럼 틈새가 필요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다이어트를 하리라 마음먹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금연결심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왜 그럴까?

며칠 바짝 하다가 쉬이 지친다.

멈춤이나 쉬어감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닐까?

페이스 조절이 안돼서 그렇다.

몰아치다 보니 틈이 없었다.

그러니 매번 실패다.

 

우리는 틈만 보이면 자꾸 메우려고 한다.

제주도 돌담의 틈새를 메워버리면 어떻게 될까?

의도적인 틈새가 중요하다.

역설이지만 틈이 있어야 더 꼼꼼하다.

다른 말로는 완충지대라고도 한다.

충격을 덜어낼 공간이다.

 

낡은 규제를 철폐한다고 입으로는 외치지만 또 다른 어딘가엔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낸다.

중국어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上有政策,下有对策상유정책, 하유대책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에는대책이 있다.”는 말이다.

규제가 차선은 될지 몰라도, 최선은 아니다.

법을 우선 가치로 삼았던 중국의 진나라는 15년만에 망했다.

진나라를 이은 한나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나라의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유교의 핵심사상은 ,,,’(仁義禮智)에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니다.

20세기 후반, 동양의성공한 기업들 배후에는 유교사상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법이 나라를 통치한다지만, 법만으로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유대인의 성경 <토라>에는하지 말라 365개와 하라” 248개의 계율이 있다.

이게 전부다. 유대인에게 토라는 법보다 더 강하다.

유대인은 이것만 지키면 된다.

우리는 유대인이 이뤄낸 성과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노벨상을 휩쓸고, 세계 자본을 좌지우지하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있을까?

그 바탕에는 항상 토라의가르침,  613개의 계율이 있다.

613개의 계율에 어떤 것이 있는지는 자세히 모른다.

하지만 그 계율에는 바로 제주도의 돌담 같은 틈새가 있지 않을까?

계율은 견고한 돌이다. 틈새로는 유연한 사고가 지나간다.

 

내 삶에 견고한 돌은 무엇일까?

열심히 채우려고만 했지, 비우는 지혜가 무엇인지 몰랐다.

동양화는 여백이 그림을 완성한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마냥 쉬는 것 같다.

세상도 나도 성장만을 목표로 달려왔다.

내 인생의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지 어디에 여백을 남길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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