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884
추천수 :
24
글자수 :
252,035

작성
22.08.29 22:00
조회
26
추천
0
글자
10쪽

26. 푸른밤의 수난

DUMMY

"자 이제 지하실을 열어봐야지"


람세스는 어느 정도 불이 진화되자 슐츠에게 숨겨진 세르쥬를 내놓을 것을 강요했다.


"내가 데려오겠소, 여기서 기다리시오 람세스."


"그런 식으론 안되지 슐츠 같이 내려가 확인할 거다."


"마음대로 하시오."


슐츠는 절묘하게 나뭇결처럼 보이는 나무 문을 열고 나온 돌판 위에 아까 세르쥬를 들여보낼 때와 마찬가지로 공중에서 주먹을 펴 보이는 행위를 하더니 돌판을 두 번 두드렸다.


긁히는 돌소리가 나더니 돌판이 옆으로 움직였다.


돌판 속에 있던 커다란 공간이 람세스와 슐츠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 공간은 지하였고, 어디에도 광원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대낮처럼 밝았다.


"먼저 들어가. 하지만 천천히 내려가야 할 거야."


"알겠소."


슐츠는 람세스의 떠미는 손길에 알겠다는 표시로 손바닥을 내보이고는 돌계단을 내려갔다.


슐츠 바로 뒤를 람세스의 병사가 붙었고, 그 뒤에 람세스가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병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빛나는 지하실이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슐츠는 람세스와 병사는 볼 수 없게 허공에서 주먹을 쥐는 행위를 했다. 동시에 돌계단의 반절 정도를 내려왔다는 것을 확인하자 남은 계단을 도약해서 내려왔고, 슐츠는 세르쥬에게로 몸을 던져 껴안았다.


돌판이 열릴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내며 닫혔지만 갑작스러운 슐츠의 행동에 눈과 귀를 빼앗긴 람세스와 병사는 눈치채지 못했다.


"우앗! 뭐에요? 슐츠 씨?"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슐츠에 걸맞게 세르쥬의 입에서는 음성이 튀어나왔다.


슐츠는 세르쥬에게 대답하지 않고 세르쥬의 몸을 다리와 팔로, 마치 뱀이 먹잇감을 쥐어 짜내듯이 결박했다.


돌발 행동에 람세스와 병사는 단숨에 돌계단을 내려오더니 슐츠가 자신의 몸을 세르쥬에게 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병사와 람세스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접수가 되지 않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어색한 침묵은 람세스가 먼저 깨고 나왔다.


"날 위해서 그런 건가? 미안하지만 우리 군대에는 공석이 없어. 그리고 자네가 그런다고 하더라도 살려줄 생각은 없네."


슐츠는 대답하지 않았다.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집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슐츠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세르쥬와 슐츠 주변의 먼지들이 공중으로 뜨며 마치 반딧불이처럼 희미한 밝기로 푸르게 빛을 냈다.


"잡아!"


람세스는 그것이 슐츠의 신비에 의한 것이란 걸 눈치채고는 병사에게 잡으라고 명령했는데 너무 긴박했던 탓인지 람세스는 퀼트어로 병사에게 명령했다.


병사는 람세스의 명령에 잠시 주춤했다.


굼뜬 병사의 움직임에 람세스는 병사의 등을 떠밀었고 그 바람에 무게중심이 무너지면서 쓰러지는 것과 비슷하게 슐츠에게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슐츠와 세르쥬 사이에서 검은 구 형태의 공간이 생기더니 아주 빠르게 확대되어 그 주변의 일대를 집어삼켰다.


그와 세르쥬, 그리고 저지하려 달려든 병사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검은 공간과 함께 사라진 부분은 구형의 푸른 빛으로 대체되었다.


푸른빛의 구형은 그 결합력이 약해져 퍼지면서 지하실 이곳저곳에 부딪혔다. 얼마 안 가 푸른 빛의 입자들은 점점 속도가 줄어들었고 동시에 옅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지하실에는 처음 보는 신비에도 놀라지 않는 람세스가 한숨을 쉬고 있었고, 슐츠에게 향해야 한다는 명령을 변함없이 수행하려고 버둥거리는 병사의 하반신이 놓여 있었다.


***


슐츠와 세르쥬는 마을로 들어오고 나오는 통행로 중앙에 철퍼덕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슐츠의 신비에 의해서 공간 전이에 의해 어지러움에 세르쥬는 고개를 앞뒤로 흔들거리며 어지러워하다 바로 앞에 잘려진 병사의 상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며 뒤로 자빠졌다.


"우와앗!"


세르쥬는 피를 흘리고 있는 병사의 상반신을 옆으로 치워버리고는 더러운 것이라도 묻었는지 자기 몸을 털어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니?"


슐츠가 단숨에 일어나고는 세르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물었다.


"네, 괜찮은 거 같아요. 당장에는요... 근데 방금 그건."


세르쥬는 지하실에서 일어났던 일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하고 있었다.


마치 악몽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세르조는 사실 같지 않아 움켜쥐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만 같은 일을 자꾸만 떠올렸다.


"괜찮다니 다행이네."


슐츠는 저 멀리에 있을 메데스비홀스작센을 바라보다 세르쥬를 바라보았다.


"세르쥬. 당장에 이 마을에서 벗어나. 절대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알았지?"


슐츠는 세르쥬에게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곧장 마을로 향했다.


세르쥬는 산 아래로 내려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안네아 폴리스로 돌아가면 확실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제국의 도시나 마을로 가기에는 일면식 없는 외국이기 때문에 세르쥬가 향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북부왕국이다. 세르쥬가 속해있는 상단은 북부왕국에도 지부가 있다. 헤센부르크에 필립상단 지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세르쥬의 행선지는 헤센부르크로 정해졌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세르쥬는 별들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맞추었다.


***


슐츠의 은발 머리카락이 차가운 밤공기 속에 흩날렸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뒤로는 타오른 마호가니 나무 냄새가 남았다.


몽상가의 눈동자가 더욱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러자 자기 혈액에 흐르고 있을 에테르의 흐름이 시신경에 집중되었다.


현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과거의 시선을 바라보게 된 슐츠는 주변을 훑어보며 정보를 검토해 보았다.


슐츠는 람세스의 병사들이 몇 시간 전 길을 따라 병사들을 이끌고 마을로 향하는 장면을 에테르로 가득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슐츠는 과거의 모습을 빠르게 넘기며 살펴보았다.


람세스 무리는 슐츠와 세르쥬가 허공에서 떨어진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마을로 들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밖의 소식에 밝은 사람이거나 혹은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람세스와 그 병사들을 북부 왕국의 성기사 무리 중 하나로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마을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람세스의 신원을 눈치챌 사람들은 이 마을에 파우스트와 슐츠 둘뿐이다.


그렇게 슐츠는 마음을 정리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슐츠는 착잡한 마음을 그의 정신 저 구석에 밀어 넣고는 가장 가까운 집으로 향했다.


"아 젠장.."슐츠는 실감 할 수 있었다.


분명 밤중에는 풀벌레가 내는 울음소리로 가득해야 했지만 너무나 조용했고, 그 어떤 삶의 생기를 슐츠는 느낄 수 없었다.


원래라면 에테르로 가득 찬 슐츠의 눈에는 사람들이 내뿜는 탁한 순도의 에테르와 영혼이 보여야 했지만, 죽은 나무들과 영혼 없는 물질들이 내보내는 파장들만 슐츠의 시야에 잡힐 뿐이었다.


슐츠는 확실했지만 더욱 확실히 하고 싶었는지 차갑게 죽은 나무들로 만들어진 문을 열고 시체들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헙!"


집안으로 들어가자 자동반사적으로 슐츠의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에테르로 가득한 슐츠의 눈에서 푸른빛을 내며 떨어지는 눈물은 그 자체로 유성우 같았다.


슐츠의 눈물샘은 두 쌍의 눈물 줄기를 흘려보내 푸른 유성을 추락시키더니 더 이상 떨어뜨릴 것이 없는지 아무것도 흘려보내지 않았다.


슐츠는 아이를 껴안은 채 죽어있는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평소에 편애하던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과거를 볼 수 있었던 에테르로 가득한 슐츠의 눈에는 그녀가 죽은 순간을 볼 수 있었다.


병사들은 그녀가 아이를 방바닥에 눕혀 놓고 몸으로 둥글게 감싸 아이를 숨기자 병사들은 그녀를 아이에게서 떼고자 여인에게 붙었다.


"그냥 내줘! 아이는 더 낳으면 그만이야."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은 여인에게 아이를 내놓으라고 외쳤다. 병사들이 아이들을 내놓으면 신변을 보호해 줄 것이라 약속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약속은 병사들에게 있어서 편의를 위한 기만이었지만, 남편이 아이들이 죽든 노예로 끌려가든 그 운명을 허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그 운명을 적극적으로 찬성한 것은 아니다. 그 남자에게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이를 내주는 것이 가족 전체가 끌려가는 것보다는 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인이 아이에게서 때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병사는 검을 꺼내 여인의 등에 상처를 냈다.


"이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자 남편은 병사의 멱살을 잡고는 항의했다.


병사는 그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코뼈를 부러뜨렸다.


"닥치고 조용히 있어."


남자는 그제야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챘다.


여인의 등에 상처를 낸 병사는 목을 좌우로 풀어주어 우두둑하는 소리를 내며 마치 운동 전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몸짓을 했다.


"그건 모성애가 아니고 집착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미련한 여자야."


병사는 몸을 다 풀고는 여인의 등을 칼로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아아!"


여인은 여전히 아이를 감싼 채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비명에 병사들은 한번씩 눈길을 주었고, 남자는 여인의 비명에 병사들의 시야가 뺏긴 틈을 타 근처에 있는 병사의 검을 빼내었고, 병사를 향해 최대한 크게 휘둘렀다.


"으악!"


남자에게 검을 뺏긴 병사가 아무렇게나 휘두른 칼에 베인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잿빛 까마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시 스토리 아레나 동안은 연재가 힘들것 같습니다. 22.08.22 25 0 -
55 55. 잿빛 연옥 22.11.02 12 0 12쪽
54 54. 잿빛 연옥 22.10.31 18 0 12쪽
53 53. 잿빛 연옥 22.10.28 16 0 12쪽
52 52. 잿빛 연옥 22.10.26 23 0 12쪽
51 51. 흑색 지옥 22.10.24 25 0 12쪽
50 50. 정화 22.10.22 34 0 13쪽
49 49. 번제 22.10.21 38 0 12쪽
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1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3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5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