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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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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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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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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화형

DUMMY

"그렇게 궁금하다면 들려주겠네. 한 번만 말해줄 테니까 두 번 묻지는 말게. 물론 자네 같은 자유민은 모자란 사람 같은 영혼을 지니지 않았으니 두 번 이상 말할 필요는 없겠지."


슐츠의 말은 단순한 비아냥거림이 아니였다. 자유민을 언급하며 모자란 사람이 아닐 것이란 말은 서부제국에서 유행하는 문장이다.


"알겠으니 말이나 해보시지."


람세스는 슐츠가 자신이 서부제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음을 방금 그 문장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람세스의 위장은 몽상가 한 사람에게 완전히 까발려진 것이었다.


"그가 내 집에 예고 없이 찾아오더군. 어떻게 왔는지는 묻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도 모르거든. 어쨌든 그가 오더니 나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거야. 타국에서 살인을 했고, 자기 몸이 어떤 특수한 상태라고 말해오더군. 뭐 나는 그의 말을 전부 들어줬지 차를 내주면서 말이야. 내가 내준 차는 수면 효과와 진통 효과가 있네. 그래서 자네가 발로 찼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거야."


슐츠의 말이 끝나고 더 이어지는 말이 없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게 다인가?"


"뭘 더 원하는 건가 람세스? 너는 분명 내가 그에게 사익을 채우기 위해 제압한 것이 아니라는 증명을 해 보이라고 요청한 것이 아닌가?"


이 이상으로 슐츠의 입에서 뭔가를 끄집어낼 수 없겠다고 생각한 람세스는 슐츠에게 드러내도 상관없는 사실은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실은 이 마을에 도착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봤는데 말이야. 뭔가 이상한 게 있더군."


슐츠는 여유롭게 등을 의자 등받이에 붙이고 람세스의 말을 들었다.


"뭐? 계속 말해봐 그래서 뭐?"


"아무도 이방인에 대한 행방을 몰랐다는 거지. 이상하지 않나? 이 작은 마을에 이방인이 당도했는데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 말이야. 마치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누가 지시라도 내린 것처럼 말이야."


"그래 그것참 이상하구먼."


슐츠는 남 일인 것처럼 반응했다.


"그래서 위트겐슈타인.. 흠 너무 길군 슈타인이라고 부르는 게 나은가?"


"슐츠라고 불러 슈타인은 무슨.."슐츠는 한심하다는 듯이 람세스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떨었다.


람세스는 아까부터 거만한 슐츠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거북함을 들어내지 않았다.


"슐츠 네가 부탁한 것 아닌가? 마을 사람들에게 이방인에 대해서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말이야."


"나는 모르는 일이네. 내가 왜 굳이 이방인을 숨겨달라고 부탁하겠나?"


슐츠의 말을 듣자 람세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 손아귀에 파우스트가 있다는 것을 잊은 거니까 슐츠? 촌장이 내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는가?"


"가슴팍에 있는 그 문양이 우스꽝스럽다고 말했겠지. 도대체가... 따라 할 거면 그럴듯하게 하든가 아니면 이미 있는 문양을 쓰든가 할 짓이지."


람세스의 문양은 중앙제국의 신을 상징하는 여러 문양의 특징을 섞어 만든 실제하지 않는 상징이었다.


"이방인의 이름을 숨겨 달라고 부탁받았다고 내게 말하더군."


슐츠는 람세스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왜 그를 숨기려고 하는 거지? 그리고 왜 지금 순간에도 슐츠 당신은 거짓말을 하는 건가?"


슐츠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숨기고 있는 세르쥬를 숨겨주는 것과 자신이 아끼는 이 마을 주민의 소중함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소년의 목숨이 슐츠와 몇십 년을 함께 해왔던 주민들에 비할 수 있는 건지 확답할 수는 없었지만 당장에 세르쥬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필사적으로 숨기고자 했다.


"그래 그때는 내가 이방인을 숨기려고 했지. 그에게 연민을 느꼈고 그가 마치 젊었을 적에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 주민들에게 그를 최대한 모르는 척하라고 요청했어. 지금 와서는 그게 미련한 선택이라 생각하네."


람세스는 세르쥬를 어떻게든 숨기려 하는 슐츠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람세스에게 완전하지 못한 검거는 있을 수 없었다.


"슐츠, 왜 여전히 감싸려 하는 건가?"


"무슨 소린가 람세스? 아까 분명 자네들한테 넘겨주지 않았나?"


람세스는 슐츠의 뻔뻔한 거짓말을 듣고는 병사들에게 명령해 집안을 수색할 것을 명령했다.


주택 밖에 있던 병사들도 들어와 슐츠의 집을 헤집어 놓았다.


슐츠가 수집해 놓았던 옥으로 만들어진 주전자가 바닥에 굴러떨어지고 유리 수정들이 깨졌다.


숨을 만한 장소의 입구로 사용할 만한 나무 벽들을 부수었고, 벽을 등지고 있는 모든 가구는 앞으로 빼내거나 넘어뜨렸다.


"그만! 원위치로!"


한참을 수색하던 중 람세스는 이래서는 끝이 나지 않으리라 판단해 병사들을 다시 행렬로 보냈다.


"왜? 자네같이 천성이 못난 사람들은 파괴본능을 채워야 겨우 삶을 살아갈 욕구를 느끼지 않는가? 더욱 부수고 고통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슐츠는 람세스를 모욕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런 모욕에 슐츠의 머리를 주먹으로 강타한 후 슐츠의 집을 빠져나갔겠지만, 람세스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람세스는 세르쥬가 이미 이 집에서 빠져나갔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람세스는 최소한 람세스의 정체를 알아낸 이 아인슐레즈비히 위트겐슈타인을 죽이고자 했다.


"여전히 죄인들을 감싸려는 마음이 변함없다면 네게 판결을 할 수밖에 없겠군. 나는 슐츠 자네를 신비를 행함으로 신의 뜻을 거역했으므로 화형을 언도한다. 집행은 지금 바로 행해질 것이다."


람세스는 슐츠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병사들과 함께 주택에서 빠져나왔다.


슐츠는 여전히 편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병사들은 주택에 불을 붙였고 목조건물이었던 집은 강한 불빛을 내비치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슐츠는 적당히 앉아 있다가 지하로 내려가 세르쥬를 데리고 밖으로 도망칠 것을 생각했다.


그러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람세스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슐츠는 람세스가 적당히 있다가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거실에 불이 붙고 람세스와 슐츠를 위협할 때조차 람세스는 다리가 마비된 것 처럼 부동자세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 집과 나를 불태우는 건 좋지만, 부디 다른 집이나 나무에 불이 옮겨가는 건 막아주게, 처분돼야 하는 건 나 하나뿐 아닌가?"


람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슐츠는 불타오르는 집이 시야에 담기자 과거의 사건이 겹쳐서 보였다.


자신의 작은 몸이 나무에 묶여 발끝에서부터 타오르는 불길이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하던 그 사건이 다시 시작된 것만 같았다.


슐츠의 부모가 마녀로 몰려 불타 죽었을 당시 슐츠도 마녀의 자식이라는 명분으로 꼼짝없이 죽었어야만 했다.


또한 슐츠는 떠올릴 수 있었다. 발끝에 불이 붙었을 때 자신에게 몸을 던져 구해준 한 남자를, 그를 동경해 자신도 그 남자와 같은 몽상가가 되겠다고 다짐한 자신을 슐츠는 떠올리고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빼앗고 불태워라. 하지만 하나만은 약조해다오. 나를 제외한 메데스비 홀스작센의 주민들은 평화롭게 보내줄 것을."


슐츠는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이 불 속에서 죽거나 혹은 이 저택이 모두 불탈 정도로 시간이 지난다면 세르쥬가 들어가 있는 지하 공간에도 좁은 틈은 있었기 때문에 연기가 들어갈 것이고 분명히 세르쥬가 질식할 것이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여전히 자네의 기만은 악취가 나는군 몽상가."


람세스는 여전히 그 고약한 기만의 냄새가 불타는 마호가니 나무들이 내뿜는 연기 사이에서

강렬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람세스는 특히 집이 불타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부분에서 기만의 냄새가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온 연기를 바라본 메데스비 홀스작센의 주민들은 슐츠의 집으로 물이 든 나무통을 들고는 달려왔다.


그런 주민들을 리워야딘과 람세스의 병사들이 막아섰다.


슐츠는 슬슬 지하에 갇혀있을 세르쥬가 걱정되었다.


람세스는 그런 슐츠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불타는 집안에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겠소. 당신이 의심한 대로요. 불 좀 꺼주시오."


슐츠는 당장에 불안한 심상을 그대로 비추며 말했다.


"왜 당신의 신비로는 불을 못 끄나?"


"예 그러니 불 좀 꺼주시오."


슐츠는 더 이상 여유로운 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람세스에게 존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슐츠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람세스는 잠깐 딴청을 피우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슐츠에게는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내가 의심한 대로 뭐?"


람세스는 만약에라도 불이 진화된 후에 딴말을 할 수도 있는 슐츠에게 여지를 주지 못하도록 물었다.


"당신이 찾는 자와 함께 온 꼬맹이 하나를 이 집 지하실에 숨겼고, 그러니 이 불을 끄고 꺼내오게 해 주시오."


"옳지."


슐츠의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람세스는 주택에서 나오더니 리워야딘에게 손짓했다.


"전원! 불을 끈다!"


람세스의 손짓만을 보고도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의도를 알아채곤 신속하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린 후에는 다시 주택으로 들어가는 람세스를 따라 주택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은 주민들이 들고 온 물이 가득 담긴 나무통을 들고 주택 안으로 달려들어 왔다.


"내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먼저 불을 꺼 주시오! 그곳 아래에 소년이 있소!"


"그리할 것이다."


"몽상가를 중심으로 먼저 불을 끈다!"


리워야딘은 람세스의 말을 듣고는 방금 주택으로 들어온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슐츠 주변을 위주로 병사들이 물을 부어댔고, 그에 따라 불은 진화 되어 갔지만 슐츠는 마치 푹푹 쪄대는 지옥 한가운데에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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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몽상가들 22.10.12 22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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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6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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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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