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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커피일요일 님의 서재입니다.

잿빛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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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요일
작품등록일 :
2022.05.05 22:07
최근연재일 :
2022.11.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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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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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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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8. 천상의 천공

DUMMY

한참이 지나고 그가 흰 방에서 나왔을 때 그를 돌보아준 의사는 호세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의사는 어디론가 갔고, 호세프는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에게 다가왔다.


"신전에서 별일 없었던 게 사실입니까? 라네요."


세르쥬는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호세프의 말을 전달했다.


그는 세르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말했니? 아무 일 없었다고."


"아니요. 신전의 사제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은 전해줬어요. 지금 말하는 건 몸을 이야기하는 걸 거예요."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일부러 호세프에게 자신의 상태를 감추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더 이상 그 사실을 숨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 제 몸은 별일 없었죠. 등에 칼이 꼽힌 거만 빼면요."


"칼이 꼽힌 건 물론 문제가 되겠지만 여기서 놀라운 건 당신의 몸입니다. 의학적으로 봤을 때 관통된 곳은 심장이죠. 그런데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거죠."


그는 세르쥬가 '라네요.'라는 말을 붙이기도 전에 대답했다.


"제게 숨기는 게 있죠? 안네아 폴리스에 온 이유가 뭔지 제대로 밝히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친구여. 라네요."


"그래요 이틀 전에는 제가 너무 얼버무렸죠. 어떤 것부터 알려드릴까요?"


"만약 모르지 않는다면 그 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알려주시오. 라네요."


그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백색지옥이라고 아시나요? 그곳에서 저는 괴물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제 영혼은 잿빛을 받아들였죠. 그 후로 제 몸은 당신이 아는 것과 같이 되었습니다."


"백식지옥이라면 압니다. 분명 에테르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괴물 또한 마찬가지고요. 라네요."


"백색지옥을 아신다고요?"


그는 흥분해 하마터면 호세프의 멱살을 잡을 뻔했다.


"으흠... 그러니까... 에테르가 뭔가요?"


"나도 에테르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히 아는 건 아닙니다. 내게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이 말해줬습니다. 이 세상은 둥근 천구로 되어있고, 그 둥근 천구 안에 우리가 사는 지구가 존재한다고 말해줬지요. 라네요."


"하늘이 둥근 것처럼 지구도 둥글다는 것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여기서 에테르는 이 천구밖에 자리하는, 별을 만든 가장 순수 한 것들을 말하는 겁니다. 태양 또한 에테르로 만들어져 지금은 불타는 돌덩어리가 될 정도로 에테르의 농도가 낮아진 것이죠. 라네요."


"별들이 처음에는 에테르였다는 건가요? 누군가는 별들이 망자들의 혼이라고 하던데요."


"많이들 그렇게 이야기하죠. 실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이 에테르일 수도 있다고 지혜를 가르친 사람 중 한 명이 제게 말해줬습니다. 그러니까 영혼마저도 이 에테르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망자들의 혼이라는 것도 결국은 에테르라는 거죠. 라네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왜 인제야 처음 들어볼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야 지혜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파는 것(지식, 지혜) 을 함부로 누설하지 않기 때문이죠. 다시 돌아와서. 이 에테르는 우리의 천구 밖에 있다고 했죠? 라네요."


"네 기억납니다. 방금 말해주셨죠."


"근데 이 에테르라는 것이 태초에 천구가 만들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도 이 천구 안에 흘러들어오는 일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라네요."


호세프는 잠시 자신의 기억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더듬어 갔다.


"예... 맞을 겁니다. 태초에 에테르로 이루어진 천구가 생겼고 천구 안쪽에 들어간 에테르로 별들과 만물이 생겼다... 후... 방금 그 이야긴 꽤 비쌉니다. 그런데 잊어버릴 뻔했군요. 라네요."


"그래요. 제가 이해하기론 그 에테르가 태초에 우리의 세상 안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지금의 제 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죠? 태양도 그 에테르의 모습이 바래고 불타는 돌덩이가 될 정도로 시간이 지났을 텐데요."


"바로 그겁니다. 그 부분! 선생 중 하나가 말하더군요. 이 세상의 천구에 천공이 났다고 말이죠. 상상이나 되나요? 하늘에 구멍이라니요?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냐고 난 물었죠. 하지만 그 선생은 그것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천구 저 밖에 있는 에테르들이 흘러들어와 필멸의 영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라네요."


"하늘에 구멍이 났다고요? 그런데 어째서 세상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평화롭습니까?"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평화롭진 않죠. 혹시 이곳 안네아 폴리스가 불과 몇십 년 전에는 목초지였다는 사실을 압니까? 라네요."


"아니요 전혀 몰랐습니다. 호세프."


"태양열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과 동시에 강수는 비규칙적으로 바뀌어서 풀들이 생장하지 못하고 다 말라 죽고, 쓸려갔습니다. 그것이 천공에서 흘러나온 에테르가 태양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죠. 그러니까 에테르의 영향을 받는다면. 그 에테르는 이 세상의 밖에 있었기 때문에 이 세계의 규칙을 어기는 것이 마땅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 것도 그 지혜를 가르치는 자들이 알려줬습니까?"


"아, 완전히 동일한 곳에 온 사람은 아니였습니다. 에테르가 그런 영향을 줄 거라고 말해준 사람은 북부 왕국에 거주하는 몽상가라는 집단에 속한 사람 중 하나가 말해준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사람이 에테르를 접하게 되면 위대한 영웅이 탄생할 수도 혹은 끔찍한 괴물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라네요."


"그렇다는 건 백색지옥의 그 괴물도 에테르에 영향을 받은 존재 일수 있다는 거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서 당신도 그럴 것이라는 겁니다. 라네요."


"저도요? 그렇다면 심장이 뚫려도 살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까? 그 에테르를 받아들인 사람 중에 말입니다."


"직접 본건 없습니다. 저도 다 들은 이야기라서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마 북부에 거주하고 있을 몽상가들을 만나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라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그리고 치료해주신 것도, 그 외에 저를 위해 해주신 모든 것에 대해서도 그 모든 것들에 보답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미리 죄송합니다."


"함께 있어서 오히려 즐거웠습니다. 만약 세르쥬의 말이 사실이어서 정말 신전의 사제들이 죽었다면, 그리고 목격자가 살아있다면 분명 안네아 폴리스의 경비병들이 당신을 찾으러 나설 겁니다. 혹시 나의 손님이라고 신전에서 말한 적이 있나요? 라네요."


세르쥬는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아니라고 호세프에게 대답했다.


"그러면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당장에 이곳으로 오진 않겠지만 시간이 더욱 지나면 안네아 폴리스의 경비병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칠 겁니다. 그 후에는 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딱 지금이 떠나기에 적합한 시간이군요. 라네요."


"그러면.. 호세프 당신이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나중에라도 제가 당신의 손님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말입니다."


그의 말이 세르쥬의 입을 통해 전해지자 호세프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불안정한 음정으로 말했다.


"지금 안네아폴리스의 부자를 걱정하는 겁니까?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요. 저번에 발 빠른 시종중 하나가 찾아올 거라는 당신의 휘장 기억합니까? 여기 받으세요. 다음번에는 잊어버리지 마시고. 이제 가십쇼. 라네요."


"감사합니다. 호세프. 당신의 영혼에 안카누스의 축복이 함께하길."


그는 호세프가 건네는 휘장을 건네받고는 고개를 숙이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의 인사가 끝나자 뒤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빨리 가요! 경비병인 거 같아요!"


그는 세르쥬에 의해서 손목이 당겨졌고 호세프가 준비한 말에 타고 한참 뒤에 있을 주택 뒷문을 향해 갔다.


한참을 달려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호세프의 부동산에 그는 호세프가 말한 안네아폴리스의 부자를 걱정하는 거냐는 말이 떠올렸다.


'누가 누굴...'그는 자신이 우스꽝스러웠다.


***


한참을 달리고 지평선 너머에서 새벽의 태양이 옅게 비추어 흑백의 세계가 될 즈음 주택 뒷문이 보였다.


바쁘게 달아나는 꼴을 하고 있는 그와 세르쥬의 모습을 본 시종은 다른 주택의 시종이었다면 그들을 멈춰 세웠겠지만, 그와 세르쥬를 제지하지 않았다.


호세프의 재산이 넘치고 넘쳐 도둑을 개의치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호세프의 지시가 있었을 수도 있다.


원래는 후자가 더욱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지금 그에겐 전자가 후자 못지않게 그럴듯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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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죄악과 향연 22.10.19 31 0 12쪽
47 47. 종말의 서막 22.10.17 23 0 12쪽
46 46. 몽상가들 22.10.14 25 0 12쪽
45 45. 몽상가들 22.10.12 23 0 12쪽
44 44. '지 하루' 라는 몽상가 22.10.10 25 0 13쪽
43 43. 재회 22.10.07 21 0 11쪽
42 42. 창조자 데미우르고스 22.10.05 30 0 11쪽
41 41. 안개속 표류 22.10.03 19 0 11쪽
40 40. 안개속 표류 22.09.30 25 0 12쪽
39 39. 안개속 표류 22.09.28 26 0 11쪽
38 38. 별세 22.09.26 22 0 10쪽
37 37. 흑색신전 22.09.23 27 0 11쪽
36 36. 귀향 22.09.21 25 0 11쪽
35 35. 카산드리아 22.09.19 22 0 11쪽
34 34. 안개속의 마녀 +1 22.09.16 27 0 11쪽
33 33. 불멸 +1 22.09.14 23 0 11쪽
32 32. 잿빛 까마귀 22.09.12 26 0 11쪽
31 31. 잿빛 까마귀 +1 22.09.09 30 0 11쪽
30 30. 정의의 유보 22.09.07 23 0 11쪽
29 29. 푸른빛의 몽상가 22.09.05 26 0 11쪽
28 28. 만월과 메데스비홀스작센 +1 22.09.02 36 0 10쪽
27 27. 푸른밤의 수난 +1 22.08.31 2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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