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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축복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주최강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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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축복
작품등록일 :
2021.05.04 23:45
최근연재일 :
2021.10.04 23:3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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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77
추천수 :
170
글자수 :
26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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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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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 피피아의 여름궁전

DUMMY

3장. 은하 중심을 향하여


[ 행성 피포 ]


“이 녀석들 참 잘 자라줬는데..............”


새벽안개가 내려앉은 피피아의 여름 궁전. 이름 모를 꽃들로 가득한 이곳은 피피아의 안식처. 어머니에 대한 추억만큼이나 어리고 순수했던 시절의 잔상도 가장 많이 묻어있는 공간이다. 꽃들에게 물을 주고, 정원을 다듬다보면 전쟁으로 지친 육신도, 지긋지긋한 피비린내도 씻어낼 수 있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이 녀석들이 제일 아파........”


이제 떠나면 다시는 느낄 수 없는 휴식과 치유의 샘. 부관의 독촉에도 꽃망울만 어루만지던 피피아. 그녀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 뒤로 불타고 있는 도시가 시야에 들어온다. 묵묵히 바라만보는 그녀. 행성 피포 그녀가 나고 자란별이다.


은하중심과 연결된 나선팔의 본가지 센타우르스자리 암에 자리한 행성 피포. 이 별을 손에 넣고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히스마인들이 피를 흘려야 했던가. 조상들이 흘린 피로 지켜온 땅이 바로 피포다.


그녀가 왕위를 찬탈한 이유도 고향별 피포를 지켜내기 위해서. 평화만을 부르짖던 선대여왕은 끊임없는 전쟁을 불러오는 피포의 존재가 부담스러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 행성을 불바다로 만든 이는 피피아 그녀 자신. 불태우면 불태웠지 빼앗길 순 없어서다. 잿더미로 변해버린 행성 피포를 둘러싼 수천여기의 함대. 인근 8개 항성계의 히스마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히스마인의 딸과 아들들이여.

슬픈 날이다.

그대들도 슬픈가?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이 불타는 게 너무도 슬프다.


조상님들의 피로 지켜 낸 이 땅을 두고 돌아가는 게 부끄러운가?

아니 나는 부끄럽지 않다.

이 행성을 불태워서라도 히스마인을 구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미쳐버린 저 짐승들이 두려운가?

....................

아니 나는 두렵지 않다.

나는 기필코 이 땅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끄럽고 두려운 자.

이곳에 남아 저들의 먹이가 되어라.

그렇지 않은 자.

당당히 돌아가 히스마인을 깨우는데 앞장서라.

우리가 다시 올 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진 영토를 다스릴 수 있도록 말이다.


나와 함께 떠나겠는가?


나와 함께 돌아오겠는가?


나와 함께 승리하겠는가?”




[ 마그마우 항성계 / 히스마탄의 함선 ]


“사령관한테서 연락이 왔소. 당신을 태울 함선을 보내겠다고........”


벌써 한 달 이상 진전이 없는 시온. 더 이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일주일이요. 일주일안에 다시 불꽃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로 합시다.”

“아니. 뭐 이런 개뼈다귀 같은 경우가 있어. 뭘 알려주고나 안 된다고 해야지.......”


“미안하지만, 모르캉은 당신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오.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존재지.”

“하지만. 줬다 뺏는 건 좀 아니잖아!!”


“히스마인에선 모르캉의 선택을 받은 공주만이 여왕에 오를 수 있소. 피피아가 아닌 나의 어머님이 여왕에 오르신 것도 그 때문이고. 지배하거나 길들이려 하지 말고 모르캉의 주인으로 합당한지 선택받아야 한다는 소리요. 아무튼 일주일. 그 안에 마음을 정리하기 바라오.”





[ 아니카 항성계 외곽 / 피피아의 함선 ]


“뭘 망설이십니까? 폐하”

“그냥. 좀. 다친 곳은 괜찮고?”


한 때 동맹이었던 아니카 행성을 공격하기에 앞서 주저하는 피피아. 그런 그녀가 내심 답답한 피피아의 오른팔 쿠도매다.


“어차피 마무시들의 번식장이 되고 말 행성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가 공격하지 않으면 살 수 있는 자들까지 씹어 먹히고 말 겁니다.”

“그래도. 내 잔혹함을 떠들어대는 자들에겐 좋은 안주거리가 되겠지?”


“두려우십니까?”

“두렵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야.”


“그렇게 두려우시면서 왜 혼자 감당하시려는 겁니까? 저도 있고, 다른 장군들도 많지 않습니까? 악역은 저희가 맡을 테니 폐하께선 덕을 쌓는데 전념하시지요. 사관들 눈치도 좀 보시구요.”

“어머님께 맹세했지. 하이론처럼 비겁한 왕이 되진 않겠노라고........ 내가 여왕이 되면, 맨 앞에서 적들을 섬멸하겠노라고.........”


“괜한 소릴 하셨습니다. 그러게 생각나는 대로 좀 말하지 마시라니까요?”

“그러게 말이야.”


“후회되십니까? 그날이?”

“아니. 또 다시 선택 한들 결정은 같을 거야. 갑시다. 할 건 해야지........”


망토를 풀어헤친 피피아. 시온의 슈트와 비슷한 모양의 슈트를 착용하고 있다. 단지 색깔만이 조금 다를 뿐이다. 붉은 황금색 슈트. 뉴-티클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슈트만을 착용하고 함선 밖으로 나온 피피아. 그곳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피닉스가 대기 중이다. 크기는 훨씬 작지만 화염은 몇 배 더 거대한 녀석. 화염도 푸른빛에 더 가깝다.

피닉스보다 더 진화한 종인 듯. 녀석의 머리위에 올라탄 피피아가 신호를 내리자 히스마인의 군대가 아니카 행성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히스마인을 야만족 취급하던 다른 종족들과 달리 센타우루스 문명 중 유일하게 호의적이었던 아니카. 전쟁보다는 외교를 통해 오랜 역사와 문화를 지켜온 행성이다.


피피아는 지금 이 행성을 잿더미로 만들 생각. 어리석은 군주 아키타는 아무런 방책도 없이 백성들을 생지옥 속에 빠뜨릴 위인이다. 다른 행성들이야 마무시들의 번식장으로 활용되건 말건 상관없다. 하지만 아니카 만큼은 두고 볼 자신이 없었다.


거대한 함선들이 뿜어내는 광선포와 피닉스의 화염으로 행성 아니카의 대기는 현란한 네온사인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수 천 년 간 아니카를 지탱해온 행성 방어막이 히스마인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무시의 진격에도 행성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방어막을 맹신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아키타 군주의 기대와 달리 아니카는 결코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었다. 수 천 년 전에는 몰라도 현재의 히스마인에게 이 정도 방어막은 그저 그런 장애물에 불과하다. 이는 비단 히스마인뿐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새로운 신무기가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는 센타우루스에서 천 년 전 기술이 통 할리는 만무했다.


그럼에도 인근 종족이 아니카와의 전쟁을 꺼려했던 이유는 히스마인이라는 강력한 동맹 때문. 그런 히스마인이 이제 아니카의 방어막을 걷어내고 있는 것이다.


마무시. 마무시만 아니었다면 행성 방어막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성스러운 행성 아니카를 지켜냈을 터였다.


행성을 둘러싼 방어막은 그리 오래가질 못했다. 함포에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던 방어막은 피피아의 피닉스가 분출한 거대한 화염에 끝내 그 빗장이 벗겨지고 말았다. 방어막이 사라지자 전투함과 피닉스들이 아니카의 대기권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 아니카 행성 / 아키타의 궁전]


“야만적인 침략행위를 즉각 중단하시오. 정녕 아니카의 저주를 뒤집어 쓸...........”


아키타의 궁전까지 별다른 저항 없이 들이닥친 피피아. 호기롭게 모습을 드러낸 아키타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린다. 그리곤 녀석의 목을 든 채 왕좌에 오른 그녀. 방송을 통해 그 모습이 행성 전체로 송출되기 시작한다.


“내일 이 시간 이후 아니카에는 단 하나의 생명도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살고자 하는 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비행선을 타고 히스마인의 함선으로 가라.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지금부터 아니카는 히스마인의 것. 나는 내일 이 시간에 아니카의 모든 것을 불사를 것이다.”





[ 모로모로 항성계 / 황금모함 ]


“피해 상황은?”

“금일 03시 킬리언 함대가 일제히 공격. 항모 12척과 전투함 130척 파괴.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항모는?”

“마칼루와 마나슬루 두 척 뿐입니다.”


“키올라 공주는 뭐 알고 있는 내용이 있소?”

“아니요. 저도 전혀 전달받은 내용이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당분간 숙소 밖으로의 외출을 금하오.”


부관을 향해 고개를 끄떡이는 캐리어. 키올라 공주가 구금됐다. 드디어 시작된 전쟁. 그것도 킬리언의 일방적인 기습으로 말이다.


“사령부에 관련 내용을 신속히 보고하고, 마칼루와 마나슬루는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킬리언 항성계 인근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추가 보고가 들어오는 대로 즉시 알려주게. 함대는 지금 즉시 광속비행에 돌입한다. 목적지는 행성 마그마우.”

“네? 킬리언 행성이 아니고요?”


놀란 무휼이 캐리어를 붙잡는다.


“함장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마그마우라니요? 킬리언에 있는 함선부터 구하셔야죠!”

“걱정 말게. 킬리언 쪽은 괜찮을 거야. 그보다는 마그마우가 급해.”


“설마. 시온 소령님 때문에......... 히스마인 대사와 함께 있다면서요. 저도 걱정 되요. 하지만 이건 아니죠!”

“무휼!!”

“아니에요. 함장님. 함장님 이러시면 안 된다고요!!”


캐리어의 단호한 경고에도 물러서지 않는 무휼.


“전 함대 행성 마그마우를 향해 전속력으로.........”


캐리어가 함대 지휘용 마이크를 잡고 출전명령을 내리는 와중에 마이크를 뺏는 무휼. 선을 넘어버렸다.


“함장님. 제발!!!”


울먹이는 무휼. 하지만 캐리어는 무휼의 마이크를 다시 뺏어 명령을 이어간다.


“전 함대 즉시 광속비행. 목표는 행성 마그마우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캐리어. 부관을 향해 고개를 끄떡인다. 무휼의 행동은 규정상 용납될 수 없는 하극상이다.


“머리 좀 식히고 돌아오게........”


경비병들에게 끌려가는 무휼을 볼 수 없는 듯 돌아서는 캐리어다.




[ 피피야의 함선 ]


“엉엉~~~엉. 엄마~~~ 엄마~~~~~”


피피야의 함선 격납고. 아니카의 어린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린 모양이다.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찬 인파속에 홀로 울고 있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사내. 쿠도매다.


“이 아이를 내방으로 데려가게.......”


아이를 부관에게 넘기고는 옆에 누워있는 노인의 손을 잡아끄는 쿠도매.


“어르신도 같이 가시죠. 여기보다는 좀 편할 겁니다.”


쿠도매의 숙소는 이미 노약자들로 꽉 찬 상황.


“이런 벌써 다 차버렸나? 자네 방은?”

“제 방 역시........”


“할 수 없군. 폐하께선 주무시려나?”


아이들과 노인들을 대동하고 피피아의 숙소에 다다른 쿠도매. 이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래도. 여기가 좀 났네. 여기서 좀 자고 있어. “먹을 걸 좀 챙겨 올게........”


아이를 들어 커다란 서랍장 위에 올려놓는 쿠도매. 바닥은 이미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웅크린 아이들을 들어 공간이 날 만한 자리마다 올려놓는 녀석이다.


“역시 쿠도매야. 몇 명은 더 들어올 수 있겠어.”

“폐하. 어디 쉴 수 있는 공간은 마련해 두신 겁니까?”


어느새 쿠도매 뒤에 선 피피아다.


“우리는 전투기에서 쉬지 뭐. 아 그러고 보니 전투기들을 밖으로 빼면 공간이 나오겠는 걸! 다른 함선들도 비슷할 테니. 자네가 지시 좀 해..........”


“그러지요. 폐하........ 대신 좀 씻고 다니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도 일국의 여왕이.............”


피피아 역시 아이들과 사투를 벌인 듯. 슈트와 머리카락에 아이들의 토사물이 말라붙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아이들이 겁을 많이 먹었나봐. 그래. 나는 좀 씻어 볼 테니. 뒤처리는 깔끔하게 알지?”


쿠도매에게 뒤처리를 맞기고 격납고로 향한 피피아. 하지만 격납고에 들어서기 무섭게 안색이 변하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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