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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축복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주최강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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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축복
작품등록일 :
2021.05.04 23:45
최근연재일 :
2021.10.04 23:3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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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71
추천수 :
170
글자수 :
26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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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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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 애벌레 집사

DUMMY

[ 킬리언 행성 / 킬라이언의 왕궁 ]


“지구인들의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소?”


이름 모를 과일들과 싱싱한 채소들이 각종 소스와 어우러진 한상. 화려하지만 무휼은 도통 손이 가질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비주얼, 어느새 향긋한 육즙에 길들여진 녀석이다. 대신 아임유와 발칸은 신선한 과일 향에 흠뻑 젖어들고 있다.


지구대기와 유사한 공기가 에어커튼처럼 지구인들을 감싸고 있다. 대기밀도나 산소함량은 큰 차이가 없지만 지구인들이 호흡하기엔 메탄 함량이 다소 높은 수치. 간간이 섞여 들어오는 대기에도 간간히 미간을 찡그려질 정도다.


“함장은 벌써 떠나신 게요?”

“아직요. 그런데 며칠째 연구실에서만 먹고 자고......... 원래 그래요 그 양반이........ 뭔가에 한번 빠지면 어찌나 몰입을 하는지.........”


킬라이언은 못내 아쉬운 듯. 조금은 버릇없어 보이는 무휼이다. 녀석이 하고 싶은 말은 ‘당신 때문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라’ 일 터....... 하지만 격식이란 게 체질에 맞질 않는 모양이다.


“이곳도 한때는 푸르른 행성이었소.”


거센 모래바람이 지나가자 매캐한 공기가 에어커튼 사이로 들어왔다. 내색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참기 힘든 듯 기침을 연발하는 지구인들이다.


메마른 행성. 녹지라곤 듬성듬성 눈에 띌 뿐. 온통 사막으로 뒤덮였다.


행성 외부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드넓은 바다와 넓은 초원이 펼쳐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표면에 가까워 올수록 말라붙은 그루터기들뿐. 바닥은 갈라질 때로 갈라진 황량한 벌판이다. 간간히 정체불명의 넝쿨들만이 바람에 뒹굴고 있을 뿐이다.


“초식........?”

“맞소. 킬리언들은 지구인들과 달리 초식동물로 진화한 종족. 이곳도 한 때는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던 행성이었소. 그들이 사라지자 푸른 초목도 사라졌지만........”


킬리언들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그들을 위협하던 포식자들도 사라졌다. 처음엔 그저 그들의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언제 잡혀먹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가 DNA 깊숙이 각인됐던 그들. 포식자들을 물리칠 힘을 얻게 됐지만 공포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우선 유년기 시절부터 포식자에 대한 사냥과 살육을 교육과정에 제도화시켰다. 포식자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탁월한 텔레파시 능력으로 용병처럼 팔려나간 그들. 하지만 오리온 항성연합의 일원들은 하나 같이 육식을 선호하는 포식자들이었다.


의지할 곳 없는 우주에서 홀로 포식자에게 둘러싸인 초식동물의 공포심은 그들의 정신세계를 점점 황폐화시켜갔다. 그들이 더 이상 용병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만큼. 어쩌면 포식자에 대한 살육은 그들과 공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공포심을 줄이기 위해 시작된 살육은 점차 오락으로 변질됐고, 그들은 편집증처럼 포식자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포식자들의 씨가 마를 때까지............


하지만 포식자들이 사라진 행성에선 식물들도 사라져갔다.


킬리언 말고도 수많은 초식동물들이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식동물들의 폭발적인 증가를 막아줄 안전장치가 사라진 셈이다. 식물들이 사라지자 기후가 변하고 한번 무너진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되어 갔다.


“그럼 이 과일들은 어디서 난 거예요?”

“온실재배는 가능 하다오.”


대규모 온실재배를 통해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 용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아니고서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상태다. 더욱이 용병으로 키워낼 아이들 교육용으로 포식자와 그들의 먹잇감까지 길러내야하는 처지다.


자연계의 포식자들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맹수들이 우글대는 행성. 인간이 가축을 사육하듯 포식자를 길러내고 이를 다시 잔인하게 도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곳이다.


“식물들이 다시 자라게 만들면 되잖아요?”


행성 트로피카를 떠올리는 무휼. 그곳이 가능하다면 이곳도 가능할 터다. 바다와 육지가 있고 메탄 농도가 높을 뿐 지구인들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라면 산소도 풍부하단 소리다.


“마그마우도 포기한 이 행성을 되살릴 방법이 있겠소?”

“안될 리가 없는데? 함장님은 꼭 필요할 땐 안계시더라...........”





[ 킬리언 항성계 / 황금모함 ]


“왜요? 중위님. 어디 아프세요?”


킬리언 행성에서 돌아오는 비행선에서부터 아임유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감기에라도 걸린 듯 추위에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다.


“킬리언 행성은 어떻던가?”


때마침 캐리어가 나와 있다. 사실 연구는 핑계. 아직은 킬리언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듯하다. 머리로는 분명히 용서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해서다. 그들과 마주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녀석이다.


“온통 모래사막이던 걸요?”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훼손된 모양이 군.”


“함장님도 알고 있었어요?”

“대충은..........”


“도울 방법이 있는 거죠?”

“왜? 돕고 싶나?”


“음........ 아뇨. 좀 그러네요. 저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나도 그래. 아직은 마음이 불편해. 저들을 진심으로 대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

그런데 중위는 어디 안 좋은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임유. 점점 안색이 창백해지고 있다.


“이상하게 갑자기 추워져서..........”


무휼이 아임유의 전투복 상태를 확인하지만 이상이 없다. 오히려 온도조절 장치를 너무 높였는지 전투복 내부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어디 좀 봐요. 춥긴 뭐가 추워요. 온도조절 장치도 멀쩡한데. 얼마나 높였는지 어우 땀이........”

“자네도 그러나? 나도 아까부터 싸한 기분이 들어서..........”


“예? 함장님도요? 어라. 이 분들 수상한데? 둘만 따로 뭐 맛난 거라도 드셨나? 공통점이 없는데 공통점이........”

“자네 혹시?”


갑자기 뭔가를 눈치 챈 캐리어. 홀로그램을 켜고는 화면에 뜬 게이지를 최고 수위까지 끌어올린다.


“어떤가? 좀 나아졌나?”

“아~~우. 이제 좀 살겠네..........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 그런데 이젠 너무 졸리고, 배는 또 왜 이렇게 고프지?”


갑자기 화색이 돌기 시작한 아임유. 이제는 허기진 듯 배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요? 방금까지는 배불러 죽겠다고 하셔놓고는?”


발칸도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모양. 킬리언의 과일들을 걸신들린 듯 흡입한 그녀여서다.


“전 뭘 좀 더 먹어야겠네요.”

“여기 앉아 계세요. 제가 좀 가져 올게요.”


걱정스런 무휼. 안 그래도 아임유에게 주려던 초콜릿 케익을 들고 나온다. 슬쩍 처다 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는 아임유. 원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이 중위님. 한 번만 드셔보세요. 기분이 처질 땐 단거 드시면 나아지실 거예요. 네? 중위님~~~~”

“아!!!!! 이런 거 말고 노란 거! 노란 거 가져오란 말이야. 노란 거!!!!!!”


무휼이 권한 케익을 던져버리는 아임유. 놀라자빠진 무휼이다. 무휼보다 더 놀란 건 아임유 본인이다.


“뭐죠? 함장님? 제가 왜 이런 거예요? 함장님은 알고 계시죠? 뭐예요? 빨리..........”

“아무래도 그녀의 생각이 전해지는 모양이야.”

“그녀라뇨? 그게 누군데요?”




[ 황금모함 / 격납고 ]


격납고 안에 뭉쳐있는 블랙벌들. 가운데 커다란 애벌레 한 마리를 에워싸고 있다.


“저 놈들이 언제? 저건 또 뭐예요?”

“오라버니가 눈치가 없긴 없구나? 저놈들 구하려고 마그마우와 전쟁까지 할 뻔 했잖아요?”


고개를 젓는 발칸.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는 무휼. 이젠 체념단계다. 차이는 게 아니라. 모자라서 차는 중. 그렇게 합리화중인 발칸이다.


“저 녀석을 제일 먼저 발견한 게 중위였지?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설명해 주겠나?”

“전 그냥........ 그러고 보니 누군가 도와달라는 거 같기도 했나..........”


“그렇지? 나도 그런 느낌 이었어. 아마 저 애벌레가 벌떼를 부리는 능력이 우리한테까지 전달된 모양이야. 나도 어려서부터 동물이나 사람의 감정에 잘 동화되는 편이었거든.”

“어머 함장님도 그러세요? 저도 생각을 읽는다기보다 감정 이입을 잘 하는 성향 때문에 훈련을 받았거든요. 이 칩을 심은 이후로는 그게 더 강해진 거 같아요.”


타인의 생각을 읽는 것과 감정이 이입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개념. 이성적인 사고와 감정 영역을 관할하는 뇌가 각기 다른 것처럼 말이다. 아임유의 경우 생각을 공유하는 알파파의 텔레파시 능력은 부족하지만 감정을 관할하는 베타파와 세타파의 공감능력이 뛰어난 모양이다.


“그럴 거야. 아무튼 나보다는 자네가 녀석과 친해지는 게 빠르겠어. 날 좀 도와주겠나?”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하는데요?”


“녀석의 감정을 읽을 수 있으면, 소통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우선 그녀가 필요한 거부터 물어보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테지만 말이야.”


블랙벌 사이로 고개를 내민 애벌레. 아임유의 텔레파시에 반응 한 모양이다. 녀석들보다 2~3배는 더 큰 몸집. 무언가를 원하는 듯 고개를 돌리며 입을 벌린다.


“황금을 원하는 거 같아요.”

“그걸 어떻게 알지?”


“머릿속에 반짝이는 돌덩이가 보이는데 황금 같아요. 뉴-티클 때문인가요?”

“아마도 그럴 테지. 자네도 원하는 걸 생각해보게. 그래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야해.”


벌 떼 사이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애벌레. 희고 커다란 몸통에 입과 이빨만 있을 뿐이다. 아임유의 요구에 순순히 응한 모양. 창문 너머로 지켜보던 아임유가 격납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어디선가 커다란 금덩어리가 카트에 실린 채 녀석 앞으로 배달됐다. 황금모함을 알리는 휘장의 일부다.


“우와 저 정도 황금이면. 저게 다 순금은 아닐 테고....... 맞나? 순금? 이야~~ 이 양반. 엄청난 부자였네? 스케일이 남다르셔. 이제는 애완동물 먹이까지 순금일세 그려.”

“큰일인데. 저 놈 먹이려면 배 한 두 척 팔아서는 어림도 없겠어! 무휼. 이제부터 자네를 저 녀석의 집사로 임명하고 싶은데. 어떤가?”


“미쳤어요? 뭐. 저보고 황금이라도 훔쳐오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싫으면 말고.......... 난 또 자네가 중위랑 함께 있고 싶은 줄 알고.......”


“아이고 함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황금. 그까짓 거 만들어오죠 뭐. 암요”

“알겠네. 애벌레 집사. 자네 연봉은 얼마면 되겠나?”

“쯧쯧. 잘들 노십니다. 잘들.......”


놈들과 영 가까워지지 못하는 발칸. 이젠 대놓고 무휼과 아임유를 엮고 있는 캐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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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오리온 항성연합 21.08.30 186 2 11쪽
25 25. 마그마우의 본거지 21.08.23 265 2 11쪽
24 24. 시온의 무의식 21.08.16 3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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