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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축복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주최강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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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축복
작품등록일 :
2021.05.04 23:45
최근연재일 :
2021.10.04 23: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1,664
추천수 :
170
글자수 :
263,554

작성
21.09.16 22:30
조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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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31. 깨어난 본능

DUMMY

[ 블랙홀 인근 / 황금모함 ]


“됐네! 됐어! 됐다고 무휼. 내가 뭐랬나? 내 실력을 믿으라고 했잖아!!”

“괜찮아요. 소령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괜찮아........”


캐리어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싸 안는 무휼.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이다. 이제 남은 거리는 겨우 수 킬로미터. 녀석들의 모습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다. 함선을 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붉은 해일. 함선의 방어막도 무용지물이다.


지구인들의 방어막은 레이저빔이나 미사일처럼 고속으로 관통하는 물체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수 킬로미터의 두께로 넓게 퍼져있는 자성체가 자기장을 따라 회전하는 방식. 대기권을 고속으로 돌파할 때는 강한 마찰력에 불타버리지만 낙하산을 펴고 저속으로 통과할 때는 저항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어막에 가로막힌 벌떼의 속도가 줄어들자 어려움 없이 방어막을 돌파해 버리는 녀석들이다. 그리곤 돌출된 커다란 턱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드릴처럼 함선에 구멍을 내기 시작한다. ‘그그그그..........’ 함선을 뒤덮은 벌떼들의 거대한 진동음. 빈틈없이 달라붙은 벌떼들에 의해 함선들은 마치 거대한 벌집처럼 변해버렸다.


그런데 돌연 멈춰선 진동음. 그리곤 맹렬한 기세로 함선에서 떨어져 나간다. 함선을 뒤덮었던 벌떼들이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무서운 속도로 블랙홀을 향해 날아간다.


“뭐가 괜찮다는 거야. 이 사람아.......... 저길 봐. 돌아가고 있잖아.”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캐리어를 안고 있는 무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듯. 조용히 눈을 뜨는 녀석이다. 무휼만이 아니다. 지구인 아니 킬리언과 마그마우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이 양반 또 무슨 수를 쓴 거지?”

“말썽꾸러기들이 있어서.......... 힘 쎈 놈한테 부탁 좀 했지.”


“그게 누군데요?”

“저기 저 친구.”


거대한 블랙홀이 벌떼를 빨아들이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벌들은 스스로 블랙홀로 뛰어들고 있다.


여왕벌 때문이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여왕벌을 지키기 위해서다. 벌들이 다시 거대한 군집을 이루며 여왕벌을 지켜내려 하지만 강착원반까지 다다른 벌집은 여지없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 그럼에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강착원반에 벌집이 잘려나가면 스스럼없이 빈자리를 찾아 메우는 녀석들이다.


“함장님 저길 좀 보세요.”


아임유가 가리킨 곳엔 벌집에서 기다란 관이 밖으로 뻗어 나오고 있다. 마치 어딘가에 줄을 메달아 그 힘으로 탈출하려는 듯. 하지만 어디에도 그 줄이 연결될만한 곳은 찾을 수 없다.


“이상한데............ 벌집과 연결된 기둥을 확대해주게.”


때마침 피닉스들이 그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녀석들의 마지막 희망을 잘라내려는 듯.......


“오르카(대장 범고래) 피닉스를 막아줘!!!”


마이크를 잡고 소리치는 캐리어.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나머지 전단은 대기. 황금모함은 전속력으로 전진 한다.”


범고래 함선들이 피닉스를 막아선 사이. 벌집에서 나온 기둥의 끝부분까지 도달한 황금모함. 벌집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가느다란 관만 겨우 남은 상태다.


“격납고를 기둥 쪽으로 연결해 어서.”

“소령님. 뭐하시는 거예요?”

“무휼!”


캐리어의 단호한 표정. 그는 지금 함장으로서 지휘중이다. 더 이상 선을 넘어선다면 곧바로 영창 행이다. 뭔가를 감지한 듯 마그마우의 함선들이 황금모함을 향해 일제히 함포를 돌려세운다.


“전 함대. 마그마우 함선을 조준한다!!”


지구인들도 함포 방향을 마그마우를 향해 정렬했다. 작은 불씨하나면 거대한 화약고는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할 상황. 그 사이 벌집이 모두 분해됐다. 그 많던 벌떼들도 블랙홀 너머로 사라진 후다. 이제 남은 블랙벌은 고작 100여 마리. 황금모함 아래 작은 공처럼 웅크린 채 숨어있을 뿐이다. 황금모함의 격납고가 열리자 남은 벌들이 그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팽팽한 긴장감만이 우주를 가득 메운 채 서로를 겨냥한 채 대치중인 두 종족. 압도적인 수적 차이에도 어느 한쪽이 우세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렬로 늘어선 지구인들을 측면에서 노려보고 있는 마그마우의 함선들. 수적인 우세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진형부터 다시 갖춰야만 하는 지구인들이다.


하지만 쉽사리 함선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전쟁은 시작됨을 알고 있어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 마침내 팔팔라의 통신이 캐리어에게 도착했다.


“함장. 다시 보세.”


짧은 인사만을 남긴 채 사라져가는 마그마우. 그들이 떠나고도 한참 동안 지구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제 또 다시 상황이 급변할지 몰라서다. 그리고 그 침묵은 킬라이언의 함선이 황금모함 앞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고맙소. 가능하다면 함께 할 자리를 마련하고 싶소만............ 허락해 주겠소?”

“미안하지만 저는 곧 떠나야 합니다. 다른 이도 괜찮다면 환영입니다.”

“알겠소. 정식으로 초대장을 보낼 테니 꼭 참석부탁하오. 그리고....... 지난 일들은 미안하게 생각 하오.”


하나의 전쟁이 끝나고 하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킬리언의 사과는 진심이었다. 문제는 마그마우. 그들과의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황금모함 / 함장실 ]


“뭔가? 그 표정들은?”


도무지 궁금해 못 견디겠다는 표정. 포문을 연 이는 뜻밖에도 아임유였다.


“그 남자친구가 블랙홀이었어요?”


끄떡이는 캐리어.


“남자친구라뇨? 중위님 남자친구 있어요?”

“아니. 저번에.......... 응. 있어. 그러니까. 신경 꺼~~~!”


모처럼 아임유가 진심으로 짜증을 낸다. 궁금해서다.


“빨리 설명 좀 해봐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말 그대로야.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는데. 갑자기 블랙홀이 믹서처럼 보이더라고. 그래서 녀석들을 갈아버릴 방법을 찾게 됐지.”


“어떻게 그게 가능 했냐고요?”

“간단해. 녀석들이 어떻게 블랙홀 주변에 머물 수 있는지를 생각해봤어. 중력, 아니면 자기장을 감지해서 거리를 측정했을 테니까.”


“그래서 뭐였어요?”

“응. 둘 다였어. 하지만 자기장이 더 민감했겠지. 자기장은 그들의 에너지원이야. 우리가 무선 충전할 때처럼........... 너무 가까우면 잡아먹히지만 멀면 또 충전이 약하고......... 그러니 적정 값을 찾았겠지. 가짜 벌을 심어 넣은 게 그 때문이야.”


“자기장이 벌집 내부로 전달되지 못하게 말이죠?”

“그렇지. 벌집의 내부가 마치 거대한 증폭장치처럼 생겼잖아. 주요 지점에 배치된 가짜 벌들이 상쇄되는 자기장으로 교란을 하면 벌집이 조금씩 블랙홀에 가까워질 거라 생각 했어.”


“조금만 늦었어도. 우리 다 죽을 뻔 했잖아요!”

“사실. 시간이 더 필요 했어. 가까이 가면 여왕벌이 감지했는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길 반복했으니까.”


“예? 그럼 실패한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놈들이 눈치 채지도 못하고 빨려드는 건데. 그건 실패했지. 대신 놈들이 벌집을 해체 할 때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 구간까지는 보냈으니까. 플랜B가 완벽하게 들어맞은 셈이지. 플랜B 말이야. 캬~~ 시온이 있었어야 하는데. 참~~~”


신난 캐리어. 마지막 거드름만 참았어도 딱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 시간 황금모함의 격납고에 숨어든 블랙벌들. 어느새 원래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녀석들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래. 여왕벌로 성장해 갈 녀석이다.




[ 황금모함 / 함장실 ]


---- 며칠 뒤 ----


“오늘은 그만 하지.”


피곤한 듯 자리를 피해주길 원하는 캐리어다.


“잠깐! 어딜 그냥 넘어 가려고?”


무휼이 짐짓 뿔난 표정이다.


“대령님 축하드려요.”


어느새 케익을 들고 나온 버블. 나머지 동료들도 준비해온 폭죽을 터트린다.


“아까 공지 뜬 거 봤어요. 대령님 되셨으면 한 턱 쏘셔야지..........”

“짜~잔. 제가 샴페인도 준비 했습니다.”


발칸이 커다란 샴페인을 터트려 캐리어에게 쏟아 붓는다. 블랙벌 문제를 해결한 덕분에 대령으로 승진한 모양이다.


“고맙네.”


하지만 기쁠 리 없는 캐리어다. 녀석의 머릿속엔 온통 이곳에 없는 시온 생각뿐인 듯.


“승진 축하합니다. 승진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대령님. 승진 축하합니다.”


동료들의 축하노래에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 보이려는 캐리어.


“야~~~ 참 지난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려....... 그 어리바리 소령님이 이제는 대령님도 되시고....... 그치 버블? .......... 버블?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울고 있다. 버블 그녀가 케익을 든 채 울고 있다. 놀란 무휼. 하지만 버블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릴 뿐이다.


모두가 걱정하던 일이 벌어진 듯.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느낌의 그녀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무언가 해탈에 다다른 느낌.........


그런 그녀를 위로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모두가 숨죽이며 그녀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기다려 줄 수밖에...........


아임유가 먼저 버블을 조용히 안는다. 그리고 발칸도. 무휼도 말없이 그녀 옆에 서서 캐리어의 손을 잡아당긴다. 당신 옆엔 아직 우리가 있다는 듯 말이다.


한참을 소리 없이 울던 그녀가 눈을 떴다.


“사령관님~~~ 사령관님께 빨리 연락해야 돼. 사령관님.”


손에 케익을 든 채 다시 눈을 감는 버블. 사령관과 텔레파시를 하려는 모양이다. 버블이 들고 있는 케익을 들어주려는 듯 무휼이 잡아당겨 보지만 움직이질 않는다. 온힘을 다해 사령관에게 텔레파시를 넣는 버블이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빨리 오세요. 빨리요...... 지구로 빨리요. 엉~ 엉~ 엉~ 저 결혼해야 된단 말이에요. 엉~~엉~~엉”


버블 그녀가 지구로 떠났다. 모두가 체념한 순간에도 희망의 끈을 잃지 않았던 버블. 기적과도 같은 축복이 허락된 모양이다.


25년 만에 깨어난 남자친구. 자신을 알아볼 지도 장담할 수 없는 그다. 18살의 어린 그녀만을 기억하고 있을 터........ 하지만 이제 그녀도 더 이상 열아홉에 갇혀 있진 않아도 될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가 지구로 향하는 동안 또 다른 이들도 눈을 떴다. 잠들어 있던 모로모로의 전사들. 원형함선이 제 구실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랜 잠에서 이제 막 깨어났지만 그들의 눈빛은 살기로 가득하다.


덩달아 몰로 장군의 눈빛도 변해 버렸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맹수의 본능이 깨어나서다. 그들의 굶주린 허기를 무엇으로 채워 넣을지가 염려스런 상황. 포식자의 본능이 킬리언을 노릴지, 아니면 마그마우를 향해갈지. 그도 아니면 지구인들을 향해 분출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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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애벌레 집사 21.09.17 71 1 11쪽
» 31. 깨어난 본능 21.09.16 76 1 11쪽
30 30. 블랙벌의 폭주 21.09.15 77 2 12쪽
29 29. 모르캉, 신성한 불꽃 21.09.14 77 2 11쪽
28 28. 배신의 이유 21.09.13 79 2 12쪽
27 27. 변덕스런 심판관 21.09.06 92 3 12쪽
26 26. 오리온 항성연합 21.08.30 186 2 11쪽
25 25. 마그마우의 본거지 21.08.23 264 2 11쪽
24 24. 시온의 무의식 21.08.16 3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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