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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 축복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주최강 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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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의축복
작품등록일 :
2021.05.04 23:45
최근연재일 :
2021.10.04 23: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1,675
추천수 :
170
글자수 :
263,554

작성
21.09.06 22:30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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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7. 변덕스런 심판관

DUMMY

[ 황금모함 / 함장실 ]


“음. 음. 함장님! 따뜻한 녹차 좀 드세요. 병나실까 걱정입니다.”


캐리어가 걱정스러운 듯 따뜻한 차와 함께 돌아온 아임유. 캐리어는 여전히 블랙벌 둥지의 비밀을 파헤치느라 여념이 없다. 커다란 모니터에는 가짜 블랙벌에서 전송된 여러 가지 버전의 영상들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으며 헬멧을 뒤집어 쓴 캐리어는 허공을 향해 알 수 없는 동작들만 분주히 이어갈 뿐이다.


아임유의 헛기침 소리에 헬멧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난 캐리어. 녀석의 정신세계는 여전히 블랙홀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듯 좀처럼 초점이 모아지지 않는 눈동자.


그 사이 가짜 벌들은 벌집의 중앙 부근까지 다다랐다. 벌집 중앙은 텅 빈 구조. 하지만 그리 크지 않다. 벌집 전체 직경의 10분의1 규모다. 나머지는 모두 블랙 벌들로 가득하단 소리.


가운데는 여왕벌의 거처일 터.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전 벌들과 달리 가짜 벌을 통과시키지 않고 공세를 늦추지 않는 벌들 때문이다.


“고맙네.”

“폭탄이라도 터트리실 건가요?”


“무슨 폭탄?”

“저 가짜 벌들이요. 몸속에 원자폭탄이라도 들어있는 거 아니에요?”


“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폭탄으로는 어림도 없겠어.”

“그럼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계산을 해보니 최소 수십억 마리가 넘어. 폭탄으로는 놈들의 화만 돋을 뿐이야.”

“그럼 어떡해요?”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예. 저요? 어~~~~~~~~. 이거 잘못 온 거 같은 데요............ 이래서 다들 함장님을 피하시는 구나. 음............”


한숨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이는 아임유. 캐리어의 갑작스런 질문이 당황스럽기만 한 그녀다. 딱히 의도가 있는 질문은 아니었을 터.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뭘 어쩌라는 건지 난감한 전개임은 틀림없다.


자신을 만류하던 무휼의 안쓰러운 표정이 뇌리를 스쳐간다. 함장과 헤어지고 나면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진이 다 빠진 사람처럼 맥을 못 추던 이유가 대충은 짐작이 가기 시작한 그녀다.


“미안하네. 내가 좀 그래........... 주변사람 힘들게 하는 재주가 있거든...........”


피할 수 있었건만.......... 제 발로 수렁 속에 뛰어든 자신이 못내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라면......... 천하의 시온도 상대해 온 아임유다. 버블만큼은 아닐지라도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면 이골이 났다. 피하지 말고 부딪히리라.


“뭐 알고 계시면,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보다 조금만 더 천천히 가시면 좋을 거 같아요. 갑자기 훅훅 들어오지 마시고.......... 준비가 안 된 사람한테 그런 질문 던지시면 얼마나 긴장되는데요. 정말..............”


일단 호흡부터 가다듬는 아이유. 녀석이 원한다면 장단정도는 맞춰줄 수 있을 터였다.


“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음.........저라면............ 남자친구를 불러서 혼내달라고 그럴 거예요?”

“역시!!! 자네도 나랑 같은 생각이군 그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캐리어. 놀라움 반, 반가움 반의 표정이다. 하지만 캐리어의 이런 반응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임유.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는 족속이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 여기서도 머뭇거리다간 무휼의 대타가 될지도 모른다. 단호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아임유다.


“예? 저 남자 친구 없는데요? 이거 조크인데, 쪼~~~크. 참 대단한 분이셔. 어떻게 이런 농담을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실까?”

“아. 그래. 조크. 내가 또 너무 앞서갔군 그래. 조~크”


마음은 알겠는데 어딘가 서로 코드가 맞질 않는다. 녀석을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함을 깨닫는 아임유. 캐리어도 마찬가지다. 살짝 무휼과 버블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빈구석이 철철 흘러넘치는 두 사람과 달리 아임유에겐 무언가 벽 같은 게 느껴져서다.


반듯함.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주시하는 그녀가 어딘가 어렵게만 느껴질 뿐이다.


좀처럼 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한 캐리어. 녀석에게 무휼과 버블은 단순한 동료 그 이상이다. 지구탈환 작전을 통해 볼꼴 못 볼꼴 다 보아온 덕분이리라. 그런 버블과 허물없이 지내는 아임유와도 친구가 되고 싶은 캐리어.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터였다.


“자. 자. 함장님. 전 진짜로 쉬러 갑니다. 함장님도 이제 고만 쉬. 세. 요. 이거 명령입니다.”

“.............”


“.............”

“아. 쪼~~~크. 알았네. 조크”




[ 킬리언 항성계 인근 / 황금모함 ]


--- 며칠 후 ---


“랄~랄~랄~랄~~~~ 함장님 좋은 아침 이예요.”


모처럼 들뜬 버블. 지구에서 좋은 소식이라도 들려온 모양이다.


“아~~~ 피부가 너무 엉망이네. 신부는 피부가 생명인데..........”“아이고 오늘은 아주 신이 나셨네. 신이~~~ 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

“몰라요. 비밀 이예요. 비밀....... 랄~랄~랄~”


연신 흥얼거리는 버블이 꽃향기만을 남긴 채 사라진 통제실. 그녀 앞에서 밝게 웃던 동료들. 하지만 그녀가 사라지자 걱정스런 모습이다. 언제 돌변할지 몰라서다.


“연일 최고 기록을 갱신중이래요. 사망자도 며칠간 없었고......... 남자친구 뇌파반응도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치였나 봐요.”

“다행이야. 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야 할 텐 데......... 왠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야.”


아임유의 설명에도 영 마음이 놓이질 않는 캐리어. 요즘 들어 부쩍 조증과 울증이 반복적으로 발현되고 있어서다. 하루하루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을 버블. 그런 그녀를 그저 바라만보고 있을 뿐 딱히 도움이 되어주질 못하는 동료들이다.


그리고 결국 시간이 다가왔다. 변덕스런 심판관과 마주할 시간이.........


‘쨍그랑~~~’


통제실에 있는 이들의 시선이 소리 나는 곳을 향했다. 그곳엔 무언가에 놀란 듯 넋을 잃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버블이 서 있다. 그녀가 들고 있던 화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난 모양이다.


“오~빠?”

“버블 왜 그래? 괜찮아?”


놀란 무휼이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듯 다가간다. 하지만 녀석을 뿌리치고 천천히 전진하는 버블. 허공에 손을 내밀어 천천히 쓰다듬는다. 마치 사랑하는 이를 어루만지듯......... 그리곤 털썩 주저앉는 버블이다.


“왜 그래........ 왜 그러냐고?........”


놀라 무휼이 버블을 흔들어보지만, 겁에 질린 그녀는 허공만을 주시할 뿐이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있던 버블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빠가........... 오빠가 여기 왔었어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건데.............”


모두가 말을 잃은 채 그녀를 바라만 본다. 지금 이 순간 그 어떠한 위로도 그녀에겐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그리곤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는 버블. 아임유와 무휼이 그녀를 들쳐 없고는 의무실로 뛰어간다.


정적에 빠진 통제실.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한다. 그저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릴 뿐. 정적은 아임유와 무휼이 돌아올 때까지 지속됐다.


“버블은 좀 어떤가?”

“많이 놀란 것 같아요. 요즘 워낙 예민해있던 상태라............”


“남자친구 옆에 있을 수 있게 지구로 전출을 보내주는 게 났지 않을까?”

“안 그래도 물어봤는데. 싫은 것 같아요. 차라리 여기가 맘이 편하다고........”


“하긴 그럴 거야. 옆에 의지할 동료가 있다는 게...........”

“제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자책하는 아임유가 안쓰러웠는지 캐리어는 서둘러 화제를 돌린다.


“사령관님하고 연락이 됐다고?”

“네. 회의에 참석하신 모양이에요.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기운 없으신데............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불안한 표정의 아임유. 평소보다도 더 가라앉은 사령관의 말투 때문이다. 오리온항성연합회의에서 느낀 좌절감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을 터였다.


“쉽지 않으셨겠지. 여기서 뭔가 만들어내야 할 텐데...........”


내심 걱정하던 캐리어도 그곳의 사정이 눈앞에 그려지는 모양이다. 큰 기대는 안했다고 하지만 일단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소리. 남은 건 결국 전쟁뿐이다. 전면전을 피하려면 우선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


상대가 쉽게 도발하지 못하게 하려면 말이다. 싸울 의사가 없어도 싸울 의지는 보여줘야 하는 법. 그래야 조금이라도 전쟁을 늦출 수 있는 상황이다. 마그마우와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블랙벌과의 싸움을 통해서라도 지구인들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각인시켜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상대지만 말이다.


“하루 종일 벌집만 보고 있으면 뭐가 되요?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요........”


무휼의 잔소리. 이곳 사정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는 의미다.


“거의 다 됐어. 걱정하지 말래도.”

“아니 벌집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데.......... 뭐가 됐다는 거예요. 이 양반 순 사기꾼 아니야?”


무휼의 말대로 캐리어의 행동은 전형적인 사기꾼의 모습이다. 돈 만 받고 일은 뒷전인 해결사처럼 말이다. 팔팔라 역시 지구인들이 합류한 이후로는 블랙벌 제거에 소극적인 태도다. 합류하는 벌 떼 들을 열심히 제거하고 있는 건 킬리언의 함선들뿐이다.


평소에는 작은 블랙홀 주변에 머물다가 천년에 한 번씩 거대한 무리를 이뤄 행성 마그마우가 있는 거대 블랙홀로 집결하는 블랙벌 떼. 지나는 경로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킨다. 이번 경로에는 킬리언 항성계가 놓여있다.


현재 집결중인 블랙홀에서 벌들이 날아오른다면 킬리언 행성은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변해버릴 터. 유기물이 아닌 금속이나 세라믹 같은 정제된 무기물이 목적이지만 킬리언 문명은 더 이상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황폐화될게 분명하다. 제때에 대피하지 못한다면 함선들 역시 무사하지 못할 상황이다.


캐리어는 어쩌면 내심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블랙벌이 킬리언에게 복수해주길 말이다. 피해가 심하면 심할수록 지구를 향한 반격도 늦춰질 것이다. 어쩌면 문명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문제는 마그마우. 킬리언은 그저 하수인일 뿐이다.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한 지구인들을 그냥 두고 볼 놈들이 아니다.


팔팔라는 지구인들에 대해 큰 기대치가 없는 듯. 그저 히스마인과의 교역이 마무리 될 때까지 관리만 하고 있을 모양이다. 이는 마그마우의 함대배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블랙벌을 상대하기 보다는 지구인들의 함대를 감시하는데 용이한 진형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빈틈을 보이는 순간 녀석들이 함포는 블랙벌이 아닌 지구인들의 함선을 산산조각 낼 심산이다.


킬리언의 함선들이 블랙벌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지구인과 마구마우는 블랙벌 대신 그저 서로의 함선들만을 주시하며 대치 중인 상황이다.


“주변의 시선도 있고 하니 내일은 시늉이라도 해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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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변덕스런 심판관 21.09.06 93 3 12쪽
26 26. 오리온 항성연합 21.08.30 186 2 11쪽
25 25. 마그마우의 본거지 21.08.23 265 2 11쪽
24 24. 시온의 무의식 21.08.16 35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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