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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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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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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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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264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上)

DUMMY

우울한 알카디우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정해졌던 다음 목적지가 변경되었다. 강아지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어미 개까지 총 여섯 마리나 되어 모두 데리고 유원지 안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니까.

무엇보다 현재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 다섯 마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소는 단 한 곳뿐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전체적으로 검사를 쭉 해봤는데요.”


이곳은 서울 시내의 한 동물병원. 흰 가운을 걸치고 마스크를 쓴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나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휘수 일행과 마주했다.


“아이는, 어떤가요, 선생님? 여기로 데려오기 전에 응급처치를 하긴 했는데요.”


수의사에게 질문을 던지는 휘수의 표정이 어둡다. 그의 눈이 살짝 옆으로 돌아가자 반창고가 잘 붙어 있는 알카디우스의 손가락이 보인다.


‘바보 같은 녀석.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자기 손가락을 아무렇지도 않게 깨무는 녀석이 어디 있어?’


당장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간당간당했던 숨이 끊어지고 말았을까? 최소한 자동차에 다녀오는데 몇 분을 견딜 수 없었을까? 아무리 그래도 내 여자친구의 새하얀 손가락이 온통 피투성이로 변한 건 너무나 괴롭다.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영양실조가 좀 심하긴 하지만 다행히 심장사상충이나 기타 질병 반응이 모두 음성으로 나왔으니까요. 영양제를 복용하고 사료도 꾸준히 잘 먹으면 금방 기운을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아!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 긍정적인 결과를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알카디우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의사에게 꾸벅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의사는 알카디우스의 인사가 부담스러운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치다가 곧 엄숙하게 표정을 고쳤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강아지를 언제까지 우리 병원에 둘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표정은 엄숙할지 몰라도 말투는 상대방에게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걱정되어 은근히 떨리고 있다.


“아니, 선생님. 그 말씀은 엄마 젖도 못 뗀 그 불쌍한 아이를 다시 버리겠다는 뜻인가요?”


사나운 웨어울프답게 성격도 아주 괄괄한 샤키라가 알카디우스 앞을 가로막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맞아! 이왕 불쌍한 아이 치료해준 거, 새 주인 나타날 때까지 돌봐주기까지 하면 얼마나 좋아!’


세나의 품 안에 숨어 있던 리스도 샤키라에게 맞장구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능구렁이 입에서 사람 목소리 나오는 순간 이 병원 전체가 홀라당 뒤집어질 것이 뻔했다. 그저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의사의 얼굴만 쳐다볼 수밖에.


“선생님, 저희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죠?”


자신이 품에 안고 있어 리스의 답답한 마음을 금세 읽어낸 세나가 대신 입을 열었다.


“다, 다시 유기하다니요? 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제가 어찌 그런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겠습니까? 새 주인이 정말 나타나지 않는다면,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아아, 꼭 그렇게밖에 할 수 없나요?”


유기동물보호센터가 뭘 하는 곳인지 잘 알고 있는 세나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충분히 동정은 가지만 병원 입장에서 경제적인 여건을 배제할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흥! 결국 돈이 문제다 그거군. 눈이 뱀보다 더 날카롭게 생긴 게 돈 꽤나 밝히게 생긴 인상이더라니.’


리스는 바닥에 침이라도 뱉어 분풀이를 하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보통 능구렁이가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 꾹 참아야 했다.


“그렇군요. 저희가 감정이 앞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아, 알카디우스.”


알카디우스의 손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는 휘수. 아르피아 대륙에서 처음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남자친구로서, 모든 부담을 혼자 질려는 그녀를 만류하지 않아도 괜찮을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이 말씀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말씀이죠?”


다시 흘러나오는 수의사의 조심스러운 말투가 지갑을 막 꺼내려던 알카디우스의 행동을 정지시켰다.


“죽은 어미 개와 강아지들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병원에서는 냉동실에 보관하다 폐기물 업체에 전달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합니다만.”

“폐기물 업체라고요? 살아 숨 쉬던 동물이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고 곧바로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는 건가요?”


그 누구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알카디우스 입장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게 너무도 당연했다.


“저도 생명을 다루는 수의사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만, 그것이 현재 처리 방법이라면 방법이니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애견 장례업체에 연락해야 하는데 비용이 병원의 두 배는 들기 때문에······.”

“알카디우스······.”


휘수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근심이 점점 커진다. 우리··· 아니, 알카디우스에게 분명 돈이 있지만, 수의사 입에서 나온 비용을 전부 감당하는 건 무리일 텐데.


스윽


“자, 잠깐만! 1초의 망설임도 없는 거야?!”


휘수의 근심에 상관없이, 알카디우스는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는데 망설임은 물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말씀해주신 비용은 이걸로 모두 결제할게요.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를 돌봐드리는 비용도 원하시는 만큼 드릴 테니 부디 보호센터로 보내지 말아주세요.”

“하, 하하, 손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번쩍번쩍 빛까지 나는 은색 신용카드를 보자 수의사에게서 우물쭈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카드를 결제기에 넣어 긁기만 하면 원하는 만큼의 돈에 껄끄러운 손님들과 영원히 작별까지 할 수 있어 기분까지 좋아졌다.


“잠깐! 알카디우스, 넌 정말 너무 멋대로야!”

“휘수?”


휘수의 고함이 알카디우스에게서 신용카드를 건네받으려면 수의사의 행동을 딱 정지시켰다.


“오늘은 오롯이 내가 밖으로 나가자고 해서 이렇게 된 거잖아? 당연히 밖에서 벌어진 상황은 내가 감당하는 게 옳지 않겠어?”

“아, 아니야. 이 상황은 순전히 나 때문에 벌어진 거잖아? 나 때문에 즐거운 유원지도 못 가고······.”

“유원지? 그까짓 놀이공원 다음에 가도 돼. 지금은 죽어가던 생명을 살렸다는 게 중요하잖아? 알카디우스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휘수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는데.


“정말이지, 오빠 때문에 내가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잖아?”


그중 샤키라는 휘수를 원망스럽게 흘겨보더니, 알카디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주변에서 하도 명품! 명품! 노래를 부르길래 나도 한 번 사볼까 하고 열심히 돈 모으고 있었는데, 생명이 더 소중하니까 까짓거 다음으로 미루지 뭐.”

“저도, 오빠랑 언니들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보태드리고 싶어요.”


학생 신분이라 신용카드 발급이 되지 않아 주로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세나. 휘수와 알카디우스, 샤키라가 들고 있는 신용카드 옆으로 당당히 자신의 체크카드를 내밀어 보였다.


‘와아! 알카디우스를 위해 형님은 물론 샤키라와 세나까지! 정말 감동이야, 감동! 나도 한 몫 보태드리고 싶지만 본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없으니 이해 좀 부탁해요.’


본래 모습으로 변신하면 옆구리 살 속에 지갑이 들어 있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묵묵히 마음속으로 응원만 해야 해서 미안한 리스.


“아, 알겠습니다. 비용은 공평하게 나누어 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꺼번에 카드 네 장이 눈앞으로 날아온 건 그만두고, 지금 마주하고 있는 간절하고, 또 강렬한 눈동자들이 어찌나 부담스러운지, 결제를 서두르는 수의사의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선생님, 저는 물론 친구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두 담겨 있는 거니까 정말 잘해주셔야 합니다?”


휘수가 수의사 옆으로 바짝 붙으며 넌지시 말했다. 리스의 눈썰미 못지않게 자신도 그리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해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그, 그럼요! 애견 장례업체는 어미 개와 강아지들이 좋은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화장하여 산에 뿌려주는 것 외에 기도도 해주니 염려 놓으세요. 살아남은 강아지도 새 주인에게 입양될 때까지 책임지고 잘 돌보겠습니다. 절대 보호센터로 보내지 않을 테니 안심하시고······.”


******


워낙 돈을 밝히게 생겨 믿음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일단 동물의 생명을 책임지는 수의사가 아닌가. 휘수, 알카디우스, 샤키라, 세나의 카드로 필요한 금액을 결제하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어느덧 시간이 오후 4시, 슬슬 저녁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휴우, 어디 멀리 놀러 가서 신나게 놀다 올 생각이었는데······.’


휘수의 시야에 다시 조용해진 차 안 분위기와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알카디우스의 모습이 들어온다.


‘아침에는 금은방 갔다가 보석밀수범으로 의심받아 경찰서 끌려가고, 점심에는 닭백숙 먹고 근처 폭포 조금 구경하다가 유원지 가는데, 한두 마리도 아니고 여섯 마리나 되는 유기견 가족 만나고. 병원 치료에 장례에 어휴! 오늘 하루 다 지나갔잖아?’


아침부터 지금까지, 뜻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쳐 시간이 흘러간 게 아까운 것은 절대 아니다.


‘오늘 무슨 일을 겪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알카디우스가 잃어버렸던 기운을 다시 되찾는 게 가장 중요한데······.“

”휘수.“


그때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알카디우스가 휙 고개를 돌려 휘수와 눈을 마주했다.


”헉! 까, 깜짝이야. 알카디우스, 왜 그래?“


이렇게 순식간에 그녀와 눈을 마주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서둘러 진정하며 다시 그녀와 눈을 마주하는데.


”나 때문에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정말 미안한데 휘수······.“

”괜찮아, 알카디우스. 무엇이든 얼마든지 얘기해도 돼.“


어려운 말인지 우물쭈물하는 알카디우스를 위해 어깨를 살살 토닥거려주는 휘수.


”우리가 나가고 있는 고아원 외에도, 유기동물보호센터에도 봉사활동 나가도 괜찮을까?“

”보, 봉사활동?!“


휘수는 물론 뒷자리에 앉아 있던 리스, 샤키라, 세나도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주말에 휴일을 반납하고 오전부터 봉사활동을 나가는 것은 보람을 느끼긴 하지만 그만큼 체력소모가 적지 않아 다음날 피곤한데.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어려운 인간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알카디우스를 잘 알고 있어 다들 군소리 없이 함께 하고 있지만······.


’아이들··· 아니, 어려운 인간들을 돕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어려운 동물들까지?! 휴우······.‘


휘수를 비롯한 친구들 모두 한 번씩 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지만, 혹시나 괜한 말을 내뱉어 친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알카디우스를 보니 마음먹은 대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 알카디우스. 매일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 봉사활동이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 함께 하자.“


결국 선택의 길이 없는 상황에서 휘수가 가장 먼저 알카디우스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웃고 있는 표정 곳곳이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친구를 위해!


”휘수, 나 때문에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고맙긴. 불쌍하고 어려운 동물들을 도와주고 싶은 너의 아름다운 마음을 나쁘다고 말할 순 없잖아? 친구끼리 할 수 있는 데까지 함께 해야지, 안 그래?“


끄덕


휘수가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이니, 친구들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주말이 더 피곤해질지 모르지만, 지금은 우리의 친구 알카디우스를 위해서.


”자, 그럼 시간도 많이 흘렀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5시 넘어가는 순간 도로가 완전 지옥이 될 게 뻔하니까.“


엷지만 미소는 분명한 미소. 오전 시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그녀의 진심 어린 미소를 몇 번이나 확인하며, 휘수는 집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흐음······.“


힐끗 알카디우스를 바라보는 휘수의 입에서 짧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평소의 환하던 알카디우스의 모습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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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3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3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1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7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2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1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0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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