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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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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509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20.01.08 18:00
조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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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제262화 답답한 시간만 흐르고

DUMMY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산 아래에 위치한 백숙집. 등산도 즐기고 몸보신도 든든하게 할 수 있어 늘 북적이던 식당이었는데,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3번방, 누룽지닭백숙 4인분 나왔습니다.”


휘수 일행이 머물고 있는 3번방으로 주문했던 누룽지닭백숙 4인분이 들어왔다. 누렇게 잘 구워진 누룽지 밑바탕에, 쫙 벌려져 있는 닭의 몸 안에 가득 채워져 있는 찹쌀, 대추, 밤, 수삼은 일행의 입 안에 침을 잔뜩 고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다 먹을 수 있겠어요? 이 닭들이 모두 토종닭이라 고기양이 엄청나게 많은데?”


이제 막 닭백숙을 먹기 좋은 위치에 올려놓은 중년 여사장이 휘수 일행을 근심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럼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장님. 저도 그렇고, 여기 친구들 모두 식욕이 왕성하다고요.”

“그래요? 흐음······.”


휘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여사장은 과연 그럴까 하며 의문을 품은 채 일행 한 명 한 명을 슥 훑어보고 퇴장했다. 건장한 남자 손님은 현휘수 한 사람 뿐, 알카디우스와 샤키라, 세나는 가냘픈 아가씨로 이 많은 백숙을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을지.


“후후, 우리 함께 사장님 깜짝 놀라게 해드릴까? 우리들 식성을 알면 기절초풍하실 텐데.”


여사장이 놀라지 않도록 테이블 아래 숨어 있던 리스가 슬그머니 기어 올라오며 히죽 웃었다. 저 네 마리 닭백숙 중 하나는 온전히 내 것이리라!


“휘수 오빠, 이 방에 우리들 밖에 없는데, 식사할 때만 웨어울프로 돌아가면 안 될까?”


샤키라 또한 리스와 다르지 않게 군침을 꿀꺽 삼켰다. 리스 다음으로 건장한 친구에 속하는 웨어울프 샤키라 또한 닭 한 마리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울 수 있으니까.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건장한 웨어울프 모습일 때나 가능하지만.


“미안하지만 샤키라, 사람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해서 굉장히 위험해. 불편하겠지만 인간 모습 그대로 유지해.”

“히잉, 고기는 원래 숟가락, 젓가락 필요 없이 두 손으로 들고 통째로 뜯어먹어야 제 맛인데.”

“오빠가 나중에 집에서 백숙해주면, 그때 실컷 먹으라고.”

“봉지에 장시간 방치되어 뼈가 다 바스라지는 인스턴트 데워주겠다는 건 아니겠지?”

“그것도 가격대비 나쁘지는 않은데······.”

“오빠!”

“농담이야, 농담!”


휘수와 샤키라가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막내 세나는 벌써 백숙 한 마리를 통째로 앞으로 끌어당겨 망설임 없이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세, 세나야, 안 뜨겁니?”


휘수는 물론 이제 막 능구렁이가 벌릴 수 있는 입을 최대로 벌려 살덩어리를 한 점을 덥석 물려던 리스가 행동을 딱 멈추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잘게 찢어 입에 넣던 세나가 나중에는 불편했는지, 아예 맨 손으로 닭다리를 찢어 거침없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뜨겁다고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냥 미지근한걸요?”

“김이 펄펄 나는 백숙을 맨손으로 만지는데 미지근하다고?”


놀라워하는 휘수의 모습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나. 샤키라와 리스는 그런 세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자신들 앞에 놓여 있는 백숙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집은 손으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적당히 식혀서 나오나?”

“그게 말이 돼? 손님한테 찬밥 먹이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

“그렇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여겨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결국 두 친구는 행동으로 직접 모든 것을 확인해보기로 하는데.


“앗, 뜨거, 뜨거!”

“웩! 아이고, 입 안 천장 다 까졌다!”

“샤, 샤키라 언니, 리스 오빠, 괜찮으세요?”


샤키라는 두 손을, 리스는 입을 벌려 김이 펄펄 나는 백숙과 접촉했다가 화들짝 놀라며 온갖 부산을 다 떨었다.

덕분에 맛있게 백숙을 흡입하던 세나는 잠시 즐거움을 내려놓고 철없어 보이는 언니, 오빠를 챙겨야 했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키메라니까. 이 정도 뜨거움은 세나 입장에서 코웃음 밖에 안 나올 정도일거야.’


휘수는 초반에는 놀라웠지만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당연한 결과라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아르피아 대륙에서 함께 다니며 그녀가 보여준 능력은 지금도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니까.


‘굳이 키메라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겠지. 좋은 추억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엄연한 인간이자 내 동생이니까.’


키메라라고 하면 아르피아 대륙 브크롯 과학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생체병기, 분명 세나의 기분만 상하게 할 것이다.

휘수는 지금도 뜨겁다, 화상 입었다며 부산떨고 있는 친구들이 알아서 수습되도록 내버려두고, 조심스럽게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알카디우스를 쳐다보았다.


“알카디우스, 여기가 주변 경치도 좋고, 음식도 최고인 맛집으로 통하는 곳이야. 내가 먹기 좋게 잘라줄 테니까 어서 먹자.”


휘수가 닭을 먹기 좋게 토막 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집에서부터 이곳에 도착하여 음식이 나오기까지, 알카디우스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만 지키고 있어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고마워, 휘수. 잘 먹을게.”


엷은 미소를 보이고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입에 넣는 알카디우스.


“으음, 정말 맛있는데? 겨우 한 점만 먹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기운이 솟는 것 같아.”

“그, 그래? 다행이야. 많이 먹어. 혹시 부족하면 이번에는 오리 백숙으로 하나 더 주문해줄 테니까······.”

“괜찮아. 휘수랑 이것 나눠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겠는 걸?”


침묵만 지키고 있던 알카디우스에게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혹시 안심해도 괜찮을까?


‘하아, 아니야. 알카디우스에게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휘수 자신은 백숙을 먹는 둥 마는 둥, 알카디우스에게서 근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좋게 말하면 노력하고 있다고 할까? 알카디우스의 모습은 딱 거기까지로, 식사를 끝내고 이곳을 벗어난다면 어두운 그림자가 언제 또 드리워질지 모르겠다.


******


허기는 물론 든든하게 기운까지 차리며 식당을 나선 휘수 일행은 곧장 저 멀리서 콸콸 물소리가 요란한 방향으로 향했다.


“와아! 폭포다, 폭포!”

“정말! 아르피아 대륙에서 본 폭포보다 훨씬 웅장하게 생겼어!”


샤키라가 눈이 휘둥그레진 세나에게 맞장구쳐주며 함께 폭포를 향해 뛰어갔다. 천진난만한 자매를 보는 듯한 두 아가씨는 서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주고 물을 튀기기도 하는 등 신나게 장난을 쳤다.


“어이구, 시원하다! 알카디우스, 너도 여기 와서 손 좀 담가봐! 뼛속까지 시원하다니까?”


리스는 아예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시원한 기분을 마음껏 만끽했다.


“후훗, 그래.”


알카디우스는 여전히 엷은 미소를 유지한 채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투명한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제,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친구들과 달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휘수. 사실 이곳 폭포지대로 친구들을 데리고 온 이유는 다음 행선지를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든든하게 식사도 하고 경치 좋은 이곳까지 데리고 오긴 했지만, 알카디우스의 마음은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 않아. 이래서는 안 되는데······.’


친구들의 말에 미소도 짓고 대답도 해주고 있긴 하지만, 그녀의 모습 어디에서도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힘든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친구들 기분만 겨우 맞춰주고 있다고 할까?


‘아, 그래! 유원지로 가자. 평일이라 사람도 별로 없을 테고, 여러 가지 놀이기구 타면서 신나게 놀다보면 기분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지도 모르잖아?’


다음 행선지를 위해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해보니, 이곳에서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유원지가 위치해 있었다. 입장료는 물론 바이킹, 롤러코스터, 풀룸라이드 등의 놀이기구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정보도 함께.


“얘들아, 이만 출발하자! 이번에 가려는 곳은 아주 신나는 곳이니 기대해도 좋을 거야!”


******


내비게이션에 유원지 위치를 지정하고 운전을 시작하는 휘수. 평일이라 뻥 뚫린 외곽도로를 달리는 중간에 힐끗 조수석에 앉아 있는 알카디우스를 쳐다보았다.


“······.”

‘알카디우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개를 창문으로 돌린 채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는 알카디우스. 생각해보면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그녀의 자세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처음에는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지, 아니면 피곤하여 눈을 붙이는지 생각했지만 앞유리에 살짝 비친 그녀를 보면 말똥말똥하기만 하고.


‘유원지든 어디든, 못 갈 곳은 없지만 이대로 아무 의미 없이 시간만 흘러가면 어떻게 하지?’


어렵게 마련한 시간인데, 이대로 계속 아무 의미 없이 흘러만 가니 점점 근심이 커져간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알카디우스 본인인데, 휘수를 비롯한 친구들의 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사라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기운 없는 알카디우스와 마주해야 한다면······.’


평소에 누구보다 차분하고 밝은 알카디우스가 아니었던가. 축 늘어진 모습은 정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그 모습이 계속 이어지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럴 때 신비의 오카리나라도 있었다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걱정만 태산 같을 때 그거라도 불면 기분이 한결 편안해졌는데. 신물답게 신비한 일도 일어났고······.’

“휘수! 잠깐 차 좀 세워줘!”

“으응?!”


답답한 마음에 아르피아 대륙에서 자신이 불었던 신물 오카리나를 떠올리던 휘수는, 느닷없이 침묵을 지키다 차를 세우라며 소리치는 알카디우스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갑자기 왜 그래, 알카디우스? 혹시 몸이 불편하기라도 한 거야?”


얘가 혹시 차멀미를 하나? 살짝 의심이 들긴 했지만 곧 고개를 젓는 휘수.


‘멀미는 무슨!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안색 하나 안 변했었는데. 아니면 닭백숙 먹고 체했나?’


그것 또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소식을 하는 그녀가 백숙집에서 먹은 고기양은 가뜩이나 기분도 우울한 상태에서 굉장히 적었으니까.


“부탁이야. 저기 졸음쉼터에서 잠깐만 세워줘.”

“그, 그래, 알았어.”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부탁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마침 근처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졸음쉼터가 보여 차를 세우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휘수, 잠깐만 다녀올게.”

“아, 알카디우스! 어디 가는 거야?!”


휘수가 차를 세우자마자 곧바로 문을 열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알카디우스. 놀랍게도 그녀가 향한 곳은 졸음쉼터 너머 나무가 울창한 산으로, 휘수를 비롯한 친구들의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곧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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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3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1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1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7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2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1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0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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