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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yst님의 서재입니다.

빛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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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yst
작품등록일 :
2018.08.08 20:22
최근연재일 :
2018.08.08 20:34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15
추천수 :
0
글자수 :
31,891

작성
18.08.0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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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1장 1화] 어둠 속 빛 (1)

DUMMY

하루 아침에 나라가 사라지는 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게 두 번 겪기도 힘든 일이니까.


살면서 한 번 쯤은 생각해봤지만, 결코 현실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굳이 현실이라 여길 필요도 없고, 설령 현실이라고 한들 내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


정말 화가 난다.


정말 슬퍼서 눈물도 나지 않는다.


······.


내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을 두고도, 내 눈 앞의 비현실적인 현실 속에서 나는 꿈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도 꿈에서 깨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쯤엔, 나는 꿈에 갖힌 것인지 애초에 꿈을 꾸지 않았던 것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하나였다.


······.


어쨌든 내가 살아가야 할 곳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없다는 사실.


······.


괴로웠다.


* * * * * * * * * * * * *


루메니아 럭스(Lumenia Lux), 광명의 집안의 광명이라는 뜻인가. 빛 중의 빛, 그게 내 이름이다.


아버지는 에마라다 왕국 제1기사단장, 어머니는 샤프니아 왕국 제1마법조합장, 누나는 ······.


뭐, 어쨌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누군가는 우리집을 부러워하겠지. 아니, 실제로 대부분이 우리 집안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싫다. 누군가가 나를 부러워하는 것이. 끔찍히 싫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누가 나를 부러워하는 것을 싫어하는 모습을 비추면 사람들은 그거야 말로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러겠지만, 나 역시 인간이니까 굳이 다른 녀석들의 입장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


······.


평범해질 수는 없는 걸까.


“어이, 럭스. 이미 안다고 해서 수업을 듣지 않는 거냐? 멍 때리지 말아라.”


“······. 죄송합니다.”


이미 안다고 해서? 하······. 질린다.


“자, 그럼 어디까지 설명했더라? 흠······.”


“노바(Nova) 상태를 위한 주문의 과정을 설명하고 계셨습니다, 선생님.”


“오, 고맙구나. 마루한 테스(Maruhan Tess). 그럼, 계속 설명을 이어가도록 하지. 노바 상태란 말이다. 마법을 위한 기초적인 주문을 외운 상태란 말이야. 마법은 기본적으로 창조신 노바께서 우리에게 주신 힘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힘을 빌려도 되겠냐는 기도를 올려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그게 아까 말한 주문, 즉 베이직 스펠(Basic Spell)이다. 좋아, 테스, 베이직 스펠의 종류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네, 베이직 스펠은 기본적으로 4개가 존재합니다. 각 보좌신 에리아, 라그니아, 플라마나, 그라나다의 힘을 빌려오는 것으로 다음과 같이 주문합니다. ‘라-아-에리아’, ‘라-아-라그니아’, ‘라-아-플라마나’, ‘라-아-그라나다’. 또한 각 속성은 순서대로 다음과 같습니다. 바람, 물, 불, 대지. 이상입니다.”


“훌륭한 대답이군, 모두들 박수 한 번 줘라.”


박수 소리가 교실을 울린다. ······. 짜증난다.


수많은 녀석들이 같이 쓰는 한 교실, 서로의 박수 소리가 겹쳐서 울리는 이 파동, 잘난 듯이 웃는 테스 녀석, 학교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 또 한 번 불만으로 가득 찰 쯤 종소리가 울린다.


“흐음, 벌써 종이 울리는 군. 수업은 여기까지. ······. 그나저나 1교시 끝나고 우리 반에 전학생이 도착하기로 했다. 다들 전학생이라고 너무 괴롭히지 말고 잘 대해줘라.”


전학생? 이 타이밍에 전학생은 너무 뜬금 없지 않나. 가뜩이나 좁은 교실에······. 또 한 명 추간가, 귀찮네.


이윽고 앞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 들어와라.”


그리고, 누군가 들어온다. ······.


······.


······.


순간의 정적, 이유는 알 것 같지만.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에마라다 왕립 고등학교 Z반이게 된, 에메···. 아, 아! 에리아(Eria)입니다.”


“그래, 이쪽은 에리아(Eria)고, 너희들이 학교에 대해서 잘 알려줬으면 좋겠다. 에리아, 자리는 저쪽으로.”


“아, 네.”


담임이 가리킨 자리는 내 옆자리였다.


아무도 내 옆에 앉지 않으려고 했기에 내 옆 자리는 비어있었던 것이다.


뭐, 누가 옆에 앉던 말던 내 알 바는 아니지만. ······. 아, 저 녀석에 경우는 조금 다를 거 같기는 한데······.


하, 귀찮다.


녀석이 자리에 앉자 애들의 시선이 다 이쪽으로 향한다.


부담스럽다. 물론 나를 보는 건 아니겠지만.


나는 신경 끄고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어둠 속의 세계가 나는 훨씬 편하다.


아무의 방해도 없이······. 그저 나의 세계를 즐기면 된다.


······.


‘저기 에리아양은 어디서 전학왔어?’ ‘어, 학교는 처음이야.’ ‘우와, 근데 이 학교에 왔다고? 대단한 실력잔가 본데?’ ‘아냐, 아냐.’ ‘에리아라고 불러도 될까?’ ‘응, 당연하지.’ ‘너무 예쁘다, 에리아.’ ‘아니,아니야. 예쁘긴 무슨.’ ‘근데, 바람의 여신이랑 이름이 똑같네.’ ‘아,어,응. 어쩌다 보니.’ ‘에리아양, ······.’ ‘······.’ ‘············.’ ·········.’ ‘······················································.’


내 세계로 가야하는데, 반 애들과 저 에리안가 아리안가 하는 여자 때문에 눈을 감아도 교실이 보인다. ······.


짜증난다.


띠리리리리리리리링-


다시 수업이 시작된다. 쉬는 시간이야 말로 나의 세계인데... 귀찮은 전학생 때문에..


후- 한동안은 내 유토피아와는 작별이다.








·············································.


띠리리리링리리리리리리링. 수업 종료.


·············································.


띠리리리링리리리리리리링. 수업 종료.


·············································.


띠리리리링리리리리리리링. 수업 종료.


·············································.


띠리리리링리리리리리리링. 수업 종료.


·············································.


띠리리리링리리리리리리링.


일과 종료.


질린다.


매일 반복되는 삶은 어둡다. 아무것도 바랄게 없으니까.


도대체 언제쯤이여만 사람들이 이 세계가 어둠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될까. 이 세계는 정말 짜증난다고.


“······. 짜증나.”


“히익! 미, 미안.”


엥? 아직도 옆에 누가 있었나.


······. 아. 전학생.


“아, 아, 그, 너한테 한 말 아니니까.”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처음이네.”


“음, 뭐가?”


“럭스, 네가 말한 거 말이야.”


“······. 그런가.”


확실히 오늘 하루 동안 이녀석이 전학 온 뒤로 한마디도 안했으니까.


“나는 벙어린줄 알았어.”


“······. 그러냐?”


“읏.. 저기 럭스군.”


“······. 왜?”


“럭스군은 원래 그러네, 그러냐, 그런가, 이런 말밖에 하지 않는거야?”


“뭐, 그렇지.”


“그, 그럼 다행이고.”


뭐라는 거냐 이 여자.


"어, 어쨌든 나랑 짝도 됐으니까 친한게 지내자. 반가워, 나는 에메라..ㄹ.. 읍! 하핫, 그냥 에리아면 돼.”


“······. 이름은 아까 들었어. 난 루메니아 럭스.”


“어, 나도 이름은 알고······. 에? 루메니아?”


“······. 너도 알고 있는 거냐?”


하, 정말 앞으로 소개할 때는 성 빼고 이름을 대던가 해야지. 이제 뒷이야기는 뻔하다. 또 집안이 어쩌구 저쩌구······.


“아, 아니. 그냥 이름이 예뻐서.”


“······.”


뭐지? ······.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린데.


······.


··················. 뭐지, 진짜.


“왜, 왜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 혹시 내가 뭐 잘못 말했다면 미안.”


“어, 얼굴이 빨개지다니! 그게 아니라, 어, 어? 남자애한테 이름이 예쁘다니. 예상치 못했을 뿐이야.”


“······. 풋! 푸하하하하하하핫.”


“뭐, 뭐냐고! 왜 그렇게 웃는건데.”


“너도 소리를 지를 수 있는가 해서. 정말, 처음 전학 와서 네 옆자리를 앉았던 불과 7시간 전만 해도, 네 표정 때문에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확실히, 세상에 대한 분노로 찬 나의 표정이 좋을 리는 없지.


“우, 웃지마! 그나저나 어째서 이 시간까지 집에 가지 않는 건데.”


“음······. 그건 비밀.”


에? 자기소개는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이건 또 왜 비밀이냐.


“그럼 넌?”


“나는 원래 어두운 곳을 좋아해서. 불 꺼진 학교에 남는 게 취미.”


“에에? 꽤나 이상한 취미구나. 혹시 변태?”


“변태······. 라고 말한다면 반박하긴 어렵겠지만, 나는 어둠이야 말로 이 세상이라고 생각하니까.”


“흐음······. 여기가 에마라다 왕립 고등학교.. 맞지?”


“그렇지. 갑자기 왜.”


“아니, 네 대사 중학생같아서 중학굔가 하고.”


“뭐?! 이 세상의 검은 부분을 맛보지도 못한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에엥?! 여태까지 목소리 중에 제일 컸어.. 너 진심이구나.”


“그럼 진심이지. 세상을 둘러 봐. 다 자기 일은 똑바로 되길 원하면서 남의 일은 자기 멋대로 해석하지, 왜곡하지, 곤란하게 하지, 그 때문에 누군가는 지독하게 아파. 그런데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다들 자기 일에만 관심있으니까. 이런 세상이 어둠이지. 어둠이 아니고서야 뭐라고 설명할 수 있는 건데?”


에--. 나 뭐라고 하고 있는 거지, 처음 보는 애한테 별 소리를 다 하고 있네.


“미, 미안. 대충 뭔지는 알 거 같아.”


“······. 아니, 웬만해선 모를 걸.”


“흐음······. 그래, 솔직히 네 맘을 다 알 수는 없지. 그래도 네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지는 알 거 같아.”


흥, 네가 뭘 알겠냐.


“너, 친구가 필요하지?”


“에엥? 갑자기 결론이 그렇게 나냐.”


“그도 그럴게, 너 사람들이 자기 일에만 관심 있어서 아프다며. 친구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냐.”


“친구 녀석도 다 있었지, 그렇지만 녀석들은 내 아픔에 공감하지 못해. 녀석들도 결국 인간이니까.”


“흐음······. 좋아! 결정했다! 루메니아 럭스, 잘 들어. 오늘부터 나는 네 빛이다. 이 나라에 세상을 어둠이라고 여기는 녀석은 없었으면 좋겠으니까. 그게 내 사명이니까 말이야. 오늘부터 나는 네 빛이 되어줄게.”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처음 만난 녀석한테 이상한 소리나 한 내가 미쳤지.


“······. 됐어. 이상한 소리해서 미안.”


“에에? 그렇지만, 너 진심이었잖아.”


“오늘 처음 본 녀석한테 뭐라고 하고 있는 거냐, 나. 오늘 들었던 건 잊어줘, 그럼 이만.”


“자, 잠깐만! 기껏 내가 네 빛이 되겠다고 선언했구만, 그런 반응이라니.”


“······. 그래, 뭐, 그건 고마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은 바뀌지 않아. 이 세상은 너와 나 둘 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나도 내 철학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했다고, 그렇게 쉽게 변하는 세상이 아니야, 이 세상은.


“흐으으으으으으, 루메니아 럭스! 날 봐.”


“아 또, 뭐어······.”


으잇, 가까워.


녀석은 얼굴을 내 쪽으로 내밀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예쁘구나······. 에잇,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루메니아 럭스. 첫날부터 세바스찬(Sevas-chan)과의 약속을 어기고 싶지는 않지만. 너를 보니, 더 중요한 게 생각나 버렸어. 잘 들어. 내 이름은 에메랄드 에리아(Emerald Eria), 에마라다 왕국 제1왕녀, 너에게 명령이다. 오늘부터 나는 네 빛으로써 너와 함께함을 약속한다.”


“····································. 에?”


자, 잠시만.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건데요? 와, 왕녀라니? 에?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자, 잠시만. 너, 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어허! 어디 에마라다 제 1왕녀님에게 ‘너’라는 호칭을 사용하느냐. 즉각, ‘공주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세바스찬! 다 듣고 있었어?”


지, 집사마저. 이거 진짠가 보구나.


“죄, 죄송합니다. 공주님. 사실, 아까 30분 전부터 공주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웬일인지 내려오시지 않으시기에.”


“그, 그게. 이 애 때문에.”


“네 녀석, 공주님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공주님이 정체마저 드러내신 채 대하신다는 말이냐. 어서 고하지 못할까.”


“아, 아. 그, 그. 죄, 죄송합니다!”


“누가 사과하라 그랬더냐. 설명을 해라!”


히익, 집사 아저씨 너무 무섭잖아ㅠ


“세, 세바스찬. 너무 그러지마. 얘도 자기 나름대로 좀 당황했을 거야.”


“죄, 죄송합니다. 공주님. 시정하겠습니다.”


“아, 뭐, 그렇게까진 할 거 없고. 큼, 큼. 어쨌든 루메니아 럭스, 너는 내 명령을 따라줘야 겠어. 나는 말이야 이 나라의 공주로서, 이 나라의 아픈 국민들은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괴로워하고 있는 너를 보고 지나칠 수는 없지.”


“네, 알겠습니다. 에리아, 아, 아니 에리아 공주님.”


그냥 에리아라 부르려고 했을 때, 세바스찬의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공주인 건 당연히 비밀이야. 그 정도는 눈치로도 알겠지?”


“ㄴ..넷!”


“그리고···.”


“네, 공주님?”


“앞으로는 부탁이니까 에리아라고만 불러. 둘이 있을 때도. 공주는 부담스러우니까.”


“네! 시정하겠습니다.”


“아-, 존댓말도 쓰지 마.”


“네, 아, 아니, 응.”

















그 날은 내 어둠의 세상에 촛불이 켜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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