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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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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2,669
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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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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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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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막다른 길

DUMMY

호시야가 아카이 선배에게 고백을 받는 순간을 엿듣게 된 사토리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주말에 있는 아르바이트를 쉬고 있었다.


머리로는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전혀 따라주지 못했다.


'한심하다. 정말..'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서 조금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 사토리는 차마 돌려주지 못하고 가져와버린 호시야의 도시락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했던 여자.

사토리는 새삼 그런 여자와 함께 밥을 먹고 있었던 자신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호시야 씨.. 지금은 아카이 선배랑 데이트하고 있으려나..'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계속해서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사토리는 결국 억지로라도 그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한적한 길을 혼자 걷고 있자니 사토리는 어쩐지 조금 신기하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막과자 집에서 과자를 고르는 아이들. 강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토리는 자신이 처음으로 좋아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렸다.


비록 외모를 지적당하며 꼴사납게 차이긴했지만 그녀와 함께하고 그녀를 좋아했던 마음만큼은 평생 잊어버리지 못할 정도로 소중했다.


"..역시 아르바이트는 갈 걸 그랬나.."


친구도 없고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냈던 사토리에게 갑작스레 생긴 하루라는 자유시간은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결국 아무도 없는 빈 공터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던 사토리는 마음을 굳게 다 잡고서 생각했다.


'돌아가서 소설이나 쓰자..'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뭐야, 너. 이 근처에 살아?"


청색 자켓에 갈색 반바지의 사복차림으로 공터를 지나가던 호시야가 먼저 사토리를 발견하고서 말을 걸어왔다.


"아.. 오, 오랜만이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제도 봤잖아."

"그랬던가..? 아하하.."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호시야와 마주친 것을 원망하며 사토리는 주먹을 꽉 쥐고서 고개를 슬쩍 외면했다.


"잘 됐네. 괜찮으면 어제 건네준 도시락통. 돌려주지 않을래?"


호시야가 아무렇지 않게 뱉은 그 말은 사토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도시락통이라면 호시야가 사용하는 별개의 도시락통이 있음에도 이렇게 급하게 도시락통을 되찾으려는 목적이 아카이 선배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집에 두고와서.."

"응? 집 가까운 거잖아. 너희집까지 같이 갈 테니까.."


사토리는 어떻게든 그녀가 도시락통을 받아가려는 태도에 그만-


"미안..!! 다음에 돌려줄게!!"

"뭐?! 잠ㄲ..!"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집에 도착한 사토리는 그대로 굳게 닫아버린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서 힘없이 주저앉았다.


'뭐가 행복하기를 빌어준다는 거냐..'


분명히 행복하기를 빌어주기로 마음먹은 호시야의 눈앞에서 오히려 민폐가 되는 짓을 저지른 자신이 사토리는 한심하다 못해 경멸스럽기까지 했다.


아직까지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탓이라며 어떻게든 자기합리화까지 해버린 사토리는 결국 내일도 아르바이트를 나가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멍하니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찾아온 월요일.

학교에서는 호시야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던 사토리는 학교에까지 꾀병을 부리고서 집밖으로 전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 오늘까지만 쉬고 마음을 다잡으면 돼..'


오늘날까지 꾸준하게 학교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서 등교했던 사토리는 처음으로 꾀병을 부리며 학교를 빠졌다. 주말동안 책상 앞에 앉아서도 전혀 소설의 진도를 나가지 못한 사토리는 휴대폰을 꺼내 유명한 동영상 웹사이트를 시청했다.


소설에 쓸 소재나 아이디어의 영감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멍하니 동영상을 보다가도 사토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딩동-

딩동-


얼마나 잠을 잤는지도 모른 채 집안에 울려퍼지는 초인종 소리를 듣고 일어난 사토리는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집 안을 헤매이며 현관 앞에 도착했다.


덜컥-


하지만 잠에서 막 깨어난 탓에 누구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현관문을 열어준 그 행동이 불러오는 결과를 사토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누구세.."

"뭐야. 아프다고 들어서 와봤는데 멀쩡해보이네."


3초간의 침묵.


쾅-!!


호시야의 얼굴을 보고서 잠기운이 달아난 사토리는 황급히 현관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잠시도 양보하지 않고 문고리를 잡아당겨 사토리가 문을 잠그려는 행동을 막았다.


"왜.. 왜 호시야 씨가 우리 집 앞에 있는 거야!! 아니, 그보다 우리 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주말에 도망치는 널 쫓아서 집이 어디인지 확인해두었을 뿐이야."

"그거 스토커잖아!!!"


막으려는 자와 들어가려는 자.

치열한 이 승부의 결과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 호시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거칠게 문을 잡아당기고서 당황한 기색으로 뒷걸음치는 사토리를 노려보며 호시야는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주말에 만났을 때부터 신경쓰였는데 뭐야, 그 태도는? 꼭 나를 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미안.. 거기서 잠깐 기다려줘.."


그녀가 집 안까지 들어온 이상 더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던 사토리는 잠깐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기고서 깨끗하게 설거지까지 마친 도시락통을 가져왔다.


"..여기.."


사토리에게 있어 이 도시락통은 유일하게 호시야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이었다. 그런 도시락통을 결국 돌려주게 되었으니 그는 이후 자신이 호시야와 만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퍽-!


"커헉-!!"


호시야는 그가 돌려주는 도시락통을 받지도 않고 그대로 사토리의 복부를 걷어찼다.


"뭐하는 짓이야!!"

"아, 미안. 왠지 대화가 안 통하는 짐승이랑 이야기하는 줄 알았어."


걷어차인 사토리가 뒤로 자빠지면서 손에 들고있던 도시락통이 바닥 위로 떨어졌지만 호시야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나는 지금 너한테 왜 나를 피하는 거냐고 묻고 있잖아."


호시야는 대답에 따라서 사토리를 평생 안보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차갑지만 슬픈 감정이 묻어있는 눈으로 호시야는 조용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호시야 씨가 아카이 선배랑 사귀게 됐으니까 더 이상 내가 호시야 씨 옆에 머무르는 건.."


사토리는 분하다는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말을 이었다.


"이 도시락통도 호시야 씨가 아카이 선배한테 도시락을 만들어주려고 급하게 가져가려는 거라 생각하니까 좀처럼 호시야 씨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어..

이걸 돌려주면 그 때는 정말 호시야 씨랑 다시는 마주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스스로도 말하는동안 비겁한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이유를 털어놓은 사토리를 바라보며 호시야는 천천히 입을 열고서 대답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딱 두 가지만 말할게. 우선 첫 번째.

너 되게 기분나쁘거든?"


용서없이 험담을 내뱉는 호시야의 일침에 사토리는 아무것도 부정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도시락통을 안 돌려준다고 아카이 선배랑 사귀게 된 내가 너랑 다시 만날 거라 생각한 거야? 착각도 정도껏 해야지."

"..미안."


따지고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시락통 하나로 호시야와 다시 마주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였다는 것을 사토리는 뒤늦게 깨달았다.


한껏 풀이죽은 사토리를 내려다보며 호시야는 아직 남아있던 마지막 한 가지 발언을 꺼냈다.


"그리고 둘 째. 분명히 난 아카이 선배한테 고백을 받긴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어."

"응.. 응..? 뭐라고..?"


고백을 거절했다는 호시야의 이야기에 사토리는 적잖이 놀란 모습으로 물었다.


"다시 한 번 말해줘? 아카이 선배의 고백은 거절했다고."

"아니아니..!! 그건 들었는데.. 왜..?"

"방금까지 내가 아카이 선배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줄까봐 조마조마했던 주제에 고백을 거절했다니까 왜 놀라는 거야?"

"그건 그렇긴한데.. 뭐랄까.. 호시야 씨랑 아카이 선배는 둘다 외모도 뛰어나고 각자 재능도 있으니까 잘 어울린다는 말이 많아서.."


자신감이 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사토리를 향해 호시야는 당당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들의 평가가 뭐가 중요해? 자기가 좋아하는 건 자기 스스로 정하는 거야. 그걸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쟁취하는 거고. 너처럼 지례짐작으로 원하는 걸 포기하려는 버릇이 너 자신한테도 상대방한테도 상처를 입히는 거라고. 알겠어?"


최고로 멋지고 마음을 울리는 말이었다.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쟁취한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그 말에 사토리는 안심이 되어 최고로 기뻐보이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역시 호시야씨는 멋지다니까.. 대단해."


그 미소에 살짝 붉어진 얼굴을 외면한 호시야는 바닥에 떨어진 도시락통을 주워들며 말했다.


"내일.. 학교 나와."

"응! 꼭 갈게!"


그 대답을 듣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호시야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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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유원지 데이트 22.05.08 27 0 9쪽
17 들켜버린 광경 22.05.08 28 0 9쪽
16 첫사랑과 단 둘이 22.05.08 27 0 9쪽
15 빼앗긴 사랑 22.05.08 27 0 9쪽
14 엇갈린 마음 22.05.08 27 0 9쪽
13 돌아선 마음 22.05.08 28 0 9쪽
12 거절의 이유 22.05.08 29 0 9쪽
11 뜻밖의 고백 22.05.08 35 0 9쪽
10 움직이는 마음 22.05.07 36 0 10쪽
9 전쟁의 서막 22.05.06 39 1 9쪽
8 자신감 22.05.06 43 0 9쪽
7 예상치 못한 재회 22.05.05 39 0 9쪽
6 간접 키스 22.05.05 51 0 9쪽
5 신뢰받는 남자 22.05.04 52 1 9쪽
» 막다른 길 22.05.04 62 2 10쪽
3 고백의 현장 22.05.03 67 2 9쪽
2 인기와 비례하는 괴롭힘 22.05.03 78 1 10쪽
1 곰돌이무늬 팬티를 입은 소녀 22.05.02 17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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