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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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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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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7
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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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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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밝혀진 오해 / 시나리오

DUMMY

모든 수업이 끝나고 어느덧 집으로 돌아가는 귀가시간.


"사토리..!"


오늘도 어김없이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려던 사토리를 뒤쫓아온 히토미는 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외쳤다.


사토리 역시 히토미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여전히 고개를 외면한 채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으.. 응.. 같이 돌아가고 싶어서.. 안 될까..?"


혹여나 자신의 부탁을 거절이라도 당할까봐 불안한 마음으로 히토미는 묵묵히 대답을 기다렸다.


"뭐, 같이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호시야 씨한테 제대로 이야기했어? 요즘 호시야씨랑 같이 돌아갔잖아."


자신이 누구와 집으로 돌아갔는지 지켜보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사토리의 그 대답에 히토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예전처럼 둘이서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히토미는 먼저 용기내어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문화제 준비였지..? 대본쪽은 어때..?"


"그럭저럭 늦지는 않을 것 같아."


"그.. 그래?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어색한 침묵.

말없이 길을 걸으며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던 히토미가 굳게 마음을 먹고 사토리에게 물었다.


"저기.. 사토리..! 미나모토 씨한테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을 한 것 같던데.."


반사적으로 멈춰선 발걸음.

사토리는 설마 미나모토가 히토미에게 자신이 했던 말을 털어놓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미나모토에게 느끼는 배신감보다 사토리를 더욱 충격에 빠뜨린 것은..


"나.. 남자친구 같은 거 없어.."


"..뭐?"


남자친구가 없다는 히토미의 발언이었다.


"아니.. 하지만 주말마다 히토미가 고다랑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그건 고다 씨가 내가 다니는 노래방 주인 아저씨랑 아는 사이라서 잘 이야기 해준다고 바래다 준것 뿐이야..! 데이트라니.. 내가 왜 고다 씨랑.."


"그럼 저번에 우리 집 앞에서 고다한테 좋아한다고 말했던건..?"


"문화제를 좋아하냐고 물어봐서 좋아한다고 대답한 것뿐인데..? 그보다 그 때 집에 왔었으면 왜 말을 안 해준 거야..!"


틀림없이 히토미가 고다와 교제중이라고 생각했던 사토리는 지금까지 자기 혼자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민망해지고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고다를 위해서 벌렸던 거리감에 혹여라도 그녀가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두려운 것이었다.


"미안해.. 난 두 사람이 사귀는 줄 알고.."


"..혹시 그래서 체육대회 뒤풀이도 안 온 거였어..?"


호시야를 달래주기 위해서라고 변명을 하기에는 늦게라도 찾아가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분명했기에 사토리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정말.. 사토리는 가끔씩 바보같은 면이 있다니까..?"


"미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할 수 있는 말이 사과밖에 떠오르지 않는 사토리를 향해 히토미는 배시시 웃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사토리. 내 소원.. 아직 들어주지 않았지..?"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뽀뽀는.."


이전에 히토미가 소원 하나를 들어달라며 꺼낸 부탁을 떠올리고는 얼굴을 붉히는 사토리였지만 현재 그녀의 소원은 명백하게 바뀌어 있었다.


"사토리가 이번 문화제에서 남주인공 역할을 해줘.."


어쩌면 이번에도 거절당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꺼낸 부탁이었지만 사토리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한숨을 푹 내쉬고는 대답했다.


"남주인공 때문에 연극이 인기없어도 난 모른다..?"


그저 바람으로 남았을 수도 있는 부탁을 드디어 받아들여준 사토리의 대답에 히토미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팔을 꼬옥 껴안았다.


"뭐 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괜찮아! 문화제 연극 연습이라고 하면 되는걸! 헤헤.."


이쯤되면 히토미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토리는 단념하고서 기뻐하는 그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대본도 완성되고 주인공도 정해졌으니 이제 남은 건 연습뿐이네."


"갑작스럽게 남주인공이 나로 바뀌었는데 아무도 반대를 하지 않는 게 믿기지가 않는걸."


"그야 여주인공이 메이 양인 시점에서 떠오르는 상대역할의 적임자는 사치 너밖에 없으니까."


미나모토의 낯간지러운 이야기에 사토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순조롭게 진행중인 문화제의 준비.

주말이 지나고서 문화제가 시작되기에 몇몇 학생들은 학교의 허가를 받고서 주말까지 학교에 나와 문화제를 준비하려는 모양인 듯했다.


"예전에 연극부에서 사용했던 무대 소품들이 남아있어서 다행이야. 의상도 제법 괜찮은 게 가득하고.. 이대로면 우리는 딱히 준비할 것도 없겠는데?"


담임인 아키야마 선생님의 권유로 아주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연극부의 부실에 찾아온 사토리와 미나모토는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소품과 의상들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감탄이 멈추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연극 의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화려한 붉은 색의 파티용 드레스였다.


"옛날에 연극부에는 엄청난 미인이 있었던 모양이네."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렇게 화려한 옷은 어지간히 외모가 뛰어난 여성이 아니면 입으려고 하지 않거든. 외모가 옷에 가려진다고 할까.."


어쩐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토리는 이렇게까지 연극부에 많은 애착을 가졌던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연극부가 사라진 게 언제냐고?"


"네. 연극부 부실에 가보라고 권해준 선생님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소품과 의상을 챙겨 부실에서 나온 미나모토를 뒤로하고 사토리는 교무실에 들러 아키야마 선생님에게 연극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마 20년 정도 되었을 거다. 당시 연극부의 부장이 학교를 졸업하고서 연극부는 그대로 폐부가 되었으니."


"폐부라니.. 남아있던 부원들은 연극부를 계속 이어가지 않은 거예요?"


누구나 당연히 가질법한 질문을 꺼낸 사토리를 바라보며 아키야마는 허탈한 미소로 물었다.


"있잖냐, 사치. 엄청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자신감을 잃고 좌절하는 법이다. 연극부의 부장이었던 학생은 연기를 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어. 그 학생의 연기를 봐왔던 부원들은 깨달은 거야. 자신은 절대 저 사람처럼 될 수 없다는 걸."


마치 아키야마 선생님 본인이 좌절을 겪은 것 같은 이야기에 사토리는 차마 그 이상 아무것도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교실로 돌아온 사토리는 완성되었던 대본을 들고 굳어버린 미나모토와 자신을 바라보는 클래스메이트들의 시선에 살짝 주춤거렸다.


무대 배경이나 의상과 같은 것은 모두에게 미리 전달하긴 했지만 사토리가 완성한 대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었다.


"사치.. 너.."


완성된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미나모토는 주먹을 꽉 쥔 채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이내 사토리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이렇게 참신한 시나리오를 써내다니 대단하잖아!!"


"응응!! 이 여주인공이 특히 메이 양의 이미지랑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야!"


예상외로 자신이 써낸 시나리오가 큰 호평을 받는 상황에서도 사토리는 마음놓고 웃을 수만은 없었다.


적국에게 납치된 공주를 오래동안 사랑해 온 남주인공이 포기하지 않고 갖은 노력끝에 구해내는데 성공하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쓸쓸한 이야기.


그렇다.

이 시나리오는 사토리와 히토미의 과거를 각색해서 만든 이야기였다.


"사토리.. 이 대본.."


"응?"


개인적으로 이 대본의 결말을 바꿔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던 히토미는 모두가 현재 시나리오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자~ 그럼 연습 시작하자!"


미나모토의 감독 하에 순조롭게 진행된 연습.

모두가 예상했던대로 히토미를 여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사토리만큼은 히토미가 현재 대본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연기 자체는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올만큼 좋았지만 히토미와 오랜 시간을 지내왔던 사토리는 그녀의 표정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일부터는 주말이니까 각자 맡은 대사는 확실히 연습해올 것!"


그렇게 끝나버린 연습.

오늘도 여전히 히토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사토리는 그녀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역시 내가 쓴 시나리오라 별로 재미없지..?"


"응..? 아, 아니야..! 그런 게.."


천천히 말끝을 흐리던 히토미는 이내 용기내어 사토리에게 대본에 대해서 말했다.


"그 대본.. 사토리랑 내 이야기지..?"


"역시 눈치챘구나.."


"그야 당연히 눈치채지!"


자연스럽게 뒤로 걸으며 대답한 히토미는 잠시 후 멈춰서고는 사토리의 앞에 마주섰다.

말해야 한다면 지금밖에 없다며 시나리오의 결말을 바꿔달라는 말을 꺼내려는 그 순간.


"아, 잠깐만.. 전화가 와서.."


타이밍 나쁘게 사토리의 휴대폰이 울리면서 히토미는 터질 뻔한 심장을 진정시키며 입을 꾹 다물었다.


"여보세요. 고다?"


사토리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고다였으며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문화제에서 할 연극을 준비하는데 전념하라며 이번 주 주말의 아르바이트를 모두 쉬게 해주었다.


물론 여주인공이 히토미인만큼 반드시 연극을 성공시켰으면 하는 목적일테지만 사토리는 그런 고다의 배려를 순순히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통화가 끝나고 우연히 사토리가 주말에 있는 아르바이트를 쉬게 되었음을 알게 된 히토미는 기뻐하는 얼굴로 말했다.


"사토리! 이번 주 아르바이트 쉬는 거야?"


"그렇게 됐네..하하.."


"그.. 그럼 있잖아.. 주말에 우리 집에서 같이 연습.."


용기내어 연극 연습을 자신의 집에서 같이 하자며 제안하려던 히토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울리는 사토리의 벨소리에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미안.. 잠시만.."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은 사토리의 휴대폰에서 호시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히토미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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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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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수족관 데이트 22.07.09 40 0 11쪽
» 밝혀진 오해 / 시나리오 22.07.09 22 0 11쪽
54 어긋나버린 사이, 그리고 오해 22.07.03 34 0 11쪽
53 문화제를 준비하다 22.07.03 21 0 10쪽
52 체육대회가 끝나다 22.07.02 20 0 10쪽
51 모두의 체육대회 (3) 22.07.02 19 0 9쪽
50 모두의 체육대회 (2) 22.06.26 24 0 10쪽
49 모두의 체육대회 (1) 22.06.26 31 0 10쪽
48 고다가 기다리는 체육대회 / 두 사람의 내기 22.06.25 26 0 10쪽
47 사랑이 서투른 소녀 22.06.25 25 0 10쪽
46 사토리의 선택 / 학생회장 코우카 22.06.19 27 0 10쪽
45 차였던 남자의 한심한 복수 22.06.19 22 0 10쪽
44 두 사람의 불꽃축제 22.06.18 21 0 11쪽
43 아버지의 동창 22.06.18 38 0 10쪽
42 남자친구 자격을 시험받다 22.06.12 24 0 10쪽
41 그녀가 아이돌이 될 수 있었던 이유 22.06.12 28 0 10쪽
40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응원받다 / 흔하지 않은 자매의 싸움 22.06.11 21 0 10쪽
39 연락처를 교환하다! 22.06.11 20 0 10쪽
38 잔인한 부탁과 이기적인 협박 22.06.06 20 0 10쪽
37 전해지지 못한 고백 22.06.05 23 0 11쪽
36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찾아가다 22.06.04 22 0 10쪽
35 포기하지 않는 마음 22.06.04 21 0 10쪽
34 소녀는 노력을 보상받고 눈물을 보였다 22.05.29 29 0 10쪽
33 추억과 오해와 생일 22.05.29 24 0 10쪽
32 고다의 친해지기 위한 노력 22.05.28 24 0 10쪽
31 밝혀진 고다의 짝사랑 22.05.28 40 0 10쪽
30 세 여자의 비밀 회의 22.05.12 26 0 10쪽
29 헤어진 여자의 남자친구를 연기하다 22.05.12 35 0 12쪽
28 수영복도 데이트도 포기하지 못해! 22.05.11 28 0 10쪽
27 이런 데이트도 자료 제공이 될 수 있을까? 22.05.11 4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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