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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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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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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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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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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부탁과 이기적인 협박

DUMMY

사토리가 무사히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호시야는 곧장 코우카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갖고 있다는 사치 오모이의 책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전화를 받은 코우카는 흔쾌히 그녀에게 책을 빌려주겠다고 대답하면서 점심시간에 맞춰 작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여기다!"


카페로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소리치는 코우카 선배의 모습을 발견한 호시야는 천천히 걸어가 같은 자리에 합석했다.


"흔쾌히 빌려주셔서 감사해요, 후유 선배."


"신경쓰지 마라. 나도 네 덕분에 사토리 군과 다시 친해지지 않았느냐!"


그렇게 대답한 코우카는 의자에 걸어둔 가방 속에서 호시야가 원했던 사치 오모이의 소설책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표지에는 병에 걸린 남자가 쓸쓸해보이는 분위기로 침대 위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그림이 담겨있었고 호시야는 그 표지를 보는 순간 사치 오모이라는 작가가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떠올렸다.


자신을 오로지 단 한 권의 책으로 소설에 빠지게 만들었던 작가. 그토록 간절하게 찾아다녔지만 결국에는 포기했던 작가의 이름이 사치 오모이라는 것을.


"책은 다 읽고 돌려드릴게요."


"으, 응..?! 바로 가는 것이냐?!"


책을 빌리는 목적을 달성한 호시야는 코우카 선배를 혼자 카페에 내버려두고 곧장 집으로 돌아와 책을 펼쳤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토리를 만나고 사치 오모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전해듣게 된 호시야는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아픈 씁쓸함을 느꼈다.


병에 걸린 주인공이 아무리 사랑하는 여자에게 구박당하고 미움을 받아도 사랑하는 마음을 변치않고 한 사람만을 위한 글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아쉽게도 작품 속 주인공은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사랑했던 여자는 주인공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을 해주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고마웠어. 사랑했어. 고생많았어..


이야기 속 여성은 별 것 아닌 이 세 가지의 진심을 이미 죽어버린 남자의 옆에서 말하며 살아있을 때 들려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호시야는 그 말들이 사치 오모이가 정말 사랑했던 여자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음을 사토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건 너무하잖아.."


사치 오모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책을 그의 아내였던 사람은 거들 떠 보지도 않고 오히려 그의 곁을 떠났다고 했다.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었던 남자의 마지막을 지켜봐주지 않았다.


호시야는 설령 사토리를 낳아준 어머님이라도 매정하게 가족을 버리고 떠난 그녀에게 하염없이 화가 치밀었지만 그렇다고 원망하는 것은 아니었다.


작품 속 주인공, 즉 사치 오모이는 오랜시간을 자신과 함께 해준 아내에게 충분히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토리의 어머니 역시 분명 힘든 생활을 참고 견디다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났을 것이기에 호시야는 그런 그녀를 원망할 자격이 없었다.


그렇게 과거에 읽었던 책을 저녁이 되어서야 두 번째로 정독을 끝낸 호시야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반찬거리를 만들어 어느덧 사토리의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딩-동


"누구세.."


"저녁. 아직 안 먹었지?"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서 나온 사토리를 보며 호시야는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망설였다. 사치 오모이의 책을 다 읽고난 뒤에 찾아오는 감정이 워낙에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불안한 표정으로 직접 만든 반찬을 건네준 호시야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려했다.


"그럼 가볼게."


"아, 저기..!"


하지만 사토리는 그런 호시야의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그녀를 불러세웠다.

발을 멈추고 고개만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러워 보여서 사토리는 용기내어 물었다.


"바래다 줄까..? 길도 조금 어두워지기도 했고.."


차마 솔직하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볼 수 없었던 사토리에게 있어 가장 무난한 한마디였지만 호시야는 그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신경써줘서 고마워."


그 말을 끝으로 호시야는 사토리의 집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혼자서 어두워진 길거리를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녀는 누군가가 몰래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저번에 자신을 쫓아오다 사토리에게 걸렸던 남학생이 다시 뒤를 밟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호시야는 천천히 걸음속도를 높이기 시작해 모퉁이를 지나 직접 스토커를 기다렸다.


다급한듯 가까워지는 발소리.

기회를 노려 한쪽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스토커를 제압하려고 했던 호시야는 자신을 쫓아오던 인물의 정체를 확인하자 당황스러운 얼굴로 굳어버렸다.


"메이 양..?"


"왜 갑자기 속도를 높이는 거예요..!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잖아요..!!"


사토리의 옆집에 살고 있는 히토미는 집으로 돌아가는 호시야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걱정이 되어 쫓아왔지만 정작 말을 걸지 못하고 스토커로 오해를 받은 것이다.


가로등이 켜진 골목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된 두 사람은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아 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왜 메이 양이 날 쫓아온 거야?"


"호시야 씨의 표정이 너무 안좋아 보여서..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걱정이 되는 바람에.."


사토리의 앞에서도 느꼈지만 자신의 표정이 그렇게나 좋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한 호시야는 그제야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문득 사토리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그녀라면 사치 오모이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물었다.


"메이 양은.. 사치 군의 아버님이 쓰신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어?"


"아뇨.. 저는 책을 읽는 걸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럼 사치 군의 아버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아?"


히토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내 머릿속에 떠오른 대답을 그대로 입밖에 내었다.


"남자로서는 훌륭하지만 작가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일까요..?"


사치 오모이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면서 그가 작가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히토미의 발언에 호시야는 살짝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희 엄마는 사토리네 아버지가 쓴 소설을 읽어봤는데 그렇게 말했거든요.. 사토리네 아버지는 작가이면서 성공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 같다고요.."


그제야 호시야는 히토미가 꺼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사치 오모이가 쓴 작품은 오로지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쓴 글이라는 게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호시야 씨는 읽어보셨나요? 사토리네 아저씨가 쓴 소설.."


"응.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소설보다 가장 좋아하게 되었어."


"..그런가요..? 호시야 씨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그럼 한 번 읽어볼래? 마침 후유 선배한테 책을 빌려왔거든. 후유 선배한테는 내가 말해둘테니.."


히토미는 호시야 뿐 아니라 코우카 선배까지 사토리의 아버지가 쓴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은 상황에 또 다시 스스로에게 열등감을 느꼈다.


"네! 꼭 읽고 싶어요!"


그녀가 사치 오모이의 소설을 읽고 싶다고 대답한 이유는 간단했다. 사토리에 대해서 자신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만일 두 사람이 사치 오모이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히토미 역시 앞으로도 계속 사치 오모이의 소설을 신경쓰지 않고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뭐야.. 이게.. 흑.. 뭐냐고.."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이야기라는 호시야의 조언과 함께 책을 모두 읽고난 히토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토리를 위해서만 읽으려고 했던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사치 오모이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이 피어나 있었다.


다음날 아침.


히토미는 숙연한 모습으로 일찍 사토리의 집을 찾아왔다.


"하암.. 뭐야, 히토미..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막 깨어난 사토리는 크게 하품을 하며 문을 열었다.


"사토리.. 사토리도 소설.. 쓰고 있다고 했지..? 아버지같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응..? 그렇긴한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히토미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사토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탁이야, 사토리.. 소설.. 쓰지 말아줘.."


갑자기 찾아와 소설을 쓰지 말아달라는 히토미의 부탁에 사토리는 잠이 싹 달아났다. 어째서 자신을 향해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사토리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미안, 히토미.. 그건 무리야.."


"어째서..? 사토리는 내 부탁은 다 들어줬었잖아..!"


"물론 히토미가 도움이 필요하면 난 언제라도 널 도와줄 거야. 히토미가 나를 모진말로 비난해도 난 절대 히토미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아.. 하지만 히토미.. 이건 내가 유일하게 이루고 싶은 꿈이야."


사토리는 어떻게든 히토미를 납득시키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애써 웃으며 그녀가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사귀어 줄게.."


"뭐?"


"사토리가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내가 사토리랑 사귀어 줄게.."


히토미는 끝까지 사토리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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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모두의 체육대회 (2) 22.06.26 24 0 10쪽
49 모두의 체육대회 (1) 22.06.26 31 0 10쪽
48 고다가 기다리는 체육대회 / 두 사람의 내기 22.06.25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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