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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욤뮈소입니다~

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차욤뮈소
작품등록일 :
2022.05.02 13:08
최근연재일 :
2022.09.04 12: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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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
글자수 :
3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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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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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찾아가다

DUMMY

사토리에게 자신의 각오를 들려준 미나모토가 떠나간 뒤.


"사, 사토리 군..! 미나모토 군이랑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던데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이냐..!! 역시 내가 고백을 거절하는 방법이 잘못되서 상처를 받은 게.."


"아니에요, 선배. 말했잖아요.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고요. 저 녀석도 진심으로 코우카 선배가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런 것이냐..?"


그녀는 비록 미나모토의 마음을 받아주진 않았지만 선배로서 진심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미나모토가 사토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녀는 두 사람에게서 좀처럼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토리의 그 대답을 듣고서 코우카는 조금이나마 미나모토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길었던 폭죽놀이의 시간이 모두 끝이 나고-


사토리는 모두가 돌아간 뒤에도 혼자서 어두운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던 히토미를 발견했다.


"히토미! 슬슬 들어가자. 너무 오래 나와있으면 감기걸려!"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시끄럽긴 했어도 분명히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히토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토리는 어쩔 수 없이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히토미."


지그시 눈을 감고서 바닷바람을 느끼고 있는 히토미를 사토리는 순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라우마가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히토미는 예전에 방안에 틀어박혀서 밖의 풍경을 외면하며 지냈기 때문이었다.


그런 히토미가 지금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앞에 서서 바람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사토리는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바다 냄새.. 뭔가 신기해.."


"히토미는 바다에 처음 와본 걸지도 모르겠네. 어때? 직접 맡은 바다냄새는?"


"응.. 싫지 않아.."


"그럼 다행이네."


사토리는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히토미가 이 순간을 충분히 만족할 때까지 옆에 있어주었다.


짧게만 느껴졌던 3일간의 시간이 지나가고 어느덧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찾아오면서 모두가 별장을 떠날 준비를 마친 그 때.


"정말 잘 찾아가실 수 있겠어요?"


"어린아이 취급은 하지마라! 이래뵈도 사토리 군보다 선배라고..!"


코우카는 육상부의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먼저 별장을 떠났지만 고다와 하루나는 별장을 부탁한 삼촌이 오기 전까지 기다렸다 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덕분에 사토리 일행이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시간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버린 뒤가 되어버렸다.


"미안해서 어쩌지? 생각보다 출발이 늦어졌네."


"괜찮아요, 아주머니. 어차피 방학이라서 한가한데요, 뭐."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두 사람도 잘 놀았니?"


"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호시야와 히토미도 재미있게 즐겼다는 말에 하루나는 다행이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다시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차를 타고서 이동한 뒤에야 도착한 그리운 마을. 그 중에서도 자신이 사는 집으로 돌아온 사토리는 뒤늦게 모처럼 가져갔던 카메라를 전혀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좌절했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었어.."


비록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던 이번 여행을 떠올리며 사토리는 곧장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히토미의 노래가 담긴 MP3플레이어를 재생하고서 다시 소설을 쓰는데 집중하는 사토리.


천천히 글을 적어나가는 그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는 행복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


여름방학이 한창인 어느 한가한 오후.

사토리는 주변 사람들의 익숙한 시선을 받으며 어느 한 장소에 도착했다.


"저 애 좀 봐봐. 또 왔어."

"정말 효자라니까.. 혼자서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나까지 뭉클해지는 거 있지."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깨끗이 닦고 주변의 잡초를 모두 뽑아낸 뒤에 그 옆에 앉아서 소설을 쓰며 시간을 보내는 사토리.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사토리는 아버지의 묘를 찾아와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평소보다 더 글이 잘 써지는 것 같았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5시까지 같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사토리는 묘를 찾아오는 몇몇 사람들에게 꽤 유명인이었다.


"후우.. 슬슬 돌아갈까.."


오늘도 오후 5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사토리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그런 사토리의 정성은 만일 그곳에 사치 오모이가 보고 있었다면 눈물까지 보였을만큼 지극했다.


미성년자라 술을 살 수 없어서 아버지에게 드릴 수는 없었지만 그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빼먹지 않았다.


뽑은 잡초를 담은 비닐봉투와 희미하게 모래먼지가 닦여있는 손수건. 빈번하게 찾아오는만큼 쓰레기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사토리의 두 손이 비어있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디 다녀오는 길이야?"

"아.. 호시야 씨."


아버지의 묘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호시야와 마주친 사토리는 조금 부끄러운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학에는 아버지의 묘에 자주 찾아가는 편이거든. 글도 조금 잘 써진다고 할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호시야는 그의 옷에 가득 붙어있는 잡초나 흙먼지를 보고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너무나도 잘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토리가 소중한 아버지의 묘를 찾아가면서 분명 준비하지 못했을 것들을 호시야는 잘 알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대접해드렸어? 술은?"


"아니..그게.. 정말 면목없지만 그렇게까지 형편이 여유롭지는 않아서.."


물론 사토리 역시 끝없는 절약으로 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겼을 때는 시장에서 반찬을 사서 가져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주말에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토리가 형편에 여유를 갖게되는 날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하아.. 그럴 줄 알았어. 그럴 때는 나한테 부탁해도 되잖아."


"그렇지만 호시야 씨한테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게다가 호시야 씨가 우리 아버지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 이유도 없으니까."


자신이 사토리의 아버지를 위해서 반찬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사토리의 일침.


분명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의 호시야는 사토리와 친구 이상의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열받아..'


사토리를 좋아하고 있는 호시야는 속으로 왠지 모르게 화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화는 호시야의 오기를 불러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음에 갈 때는 나도 데려가."


"응? 호시야 씨를 왜.."


"이유는 묻지 말고 알았다고 대답해."


"아, 알았어.."


그렇게 사토리가 다시 한 번 아버지의 묘비에 찾아가는 날.


이번에는 한껏 힘을 써서 음식을 만들고 집에 있던 사케를 가져온 호시야가 함께였다.


늘 그랬듯이 사토리는 묘비 앞에 돗자리를 펼쳤고 호시야는 처음으로 마주한 아버님의 묘 앞에 서서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는 직접 만들어 온 반찬들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한 호시야는 집에서 가져온 사케까지 술잔에 따라 정중히 올렸다.


"고마워, 호시야 씨. 아버지도 분명 호시야 씨의 음식이라면 굉장히 좋아하실거야."


"그래주신다면 다행이지만.."


사토리의 아버지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무작정 만들어 온 호시야는 그저 불안할 따름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묘비에 적힌 '사치 오모이'라는 이름을 보고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그리운 감각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너희 아버지도 작가라고 했었지?"


"무명작가이긴 하셨지만.."


호시야는 '사치 오모이'라는 작가가 남긴 소설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어 검색하려 했다.


하지만-


"학생! 이 묘에 자주 찾아오는 학생 맞지?! 아버님 묘니?"


"네? 그, 그런데요..?"


갑자기 전혀 면식이 없는 아주머니가 사토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호시야는 황급히 휴대폰을 집어넣고서 물었다.


"아시는 분이야?"


"아니.. 전혀 모르는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호호! 나도 참..! 미안해, 학생. 실은 학생이 자주 이 묘에 찾아오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거든. 굉장히 기특한 아이라고 생각해서 멋대로 음식을 좀 만들어왔는데 설마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을 줄은, 호호홋!"


사토리는 아주머니가 호시야를 완전히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믿고 있는 모습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신같은 남자와 연인사이로 오해를 받은 그녀가 불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사토리는 당연히 아주머니께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사실대로 말하려 했지만-


"다행이야. 분명 학생의 아버님도 안심할 수 있겠어. 이렇게 좋은 여자친구가 있으니 말이야~"


아버지가 안심할 수 있을 거라는 그 한마디가 사토리의 입을 꾹 닫게 만들었다.


호시야는 당연히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부정할 줄 알았던 그가 입을 굳게 다문 모습에 의문을 느꼈지만 굳이 나서서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해명하지는 않았다.


"그럼 이 아주머니는 먼저 가볼게~ 둘이 좋은 시간 보내렴~"


그렇게 아주머니가 떠나간 뒤에야 사토리는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고서 사과헀다.


"미안, 호시야 씨.. 괜히 내 여자친구라고 오해받게 만들어서.."


"그러네. 좀 의외였어. 당연히 네가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말할 줄 알았거든."


이기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토리는 호시야의 질문에 고개를 푹 떨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순간 조금이지만 생각했거든. 만약.. 정말로 호시야 씨가 내 여자친구라면 아버지가 안심할 수 있을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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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군은 여주인공을 정하지 못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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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수족관 데이트 22.07.09 40 0 11쪽
55 밝혀진 오해 / 시나리오 22.07.09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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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문화제를 준비하다 22.07.03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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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모두의 체육대회 (3) 22.07.02 19 0 9쪽
50 모두의 체육대회 (2) 22.06.26 24 0 10쪽
49 모두의 체육대회 (1) 22.06.26 31 0 10쪽
48 고다가 기다리는 체육대회 / 두 사람의 내기 22.06.25 26 0 10쪽
47 사랑이 서투른 소녀 22.06.25 26 0 10쪽
46 사토리의 선택 / 학생회장 코우카 22.06.19 28 0 10쪽
45 차였던 남자의 한심한 복수 22.06.19 22 0 10쪽
44 두 사람의 불꽃축제 22.06.18 21 0 11쪽
43 아버지의 동창 22.06.18 38 0 10쪽
42 남자친구 자격을 시험받다 22.06.12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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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응원받다 / 흔하지 않은 자매의 싸움 22.06.11 23 0 10쪽
39 연락처를 교환하다! 22.06.11 20 0 10쪽
38 잔인한 부탁과 이기적인 협박 22.06.06 21 0 10쪽
37 전해지지 못한 고백 22.06.05 23 0 11쪽
»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찾아가다 22.06.04 23 0 10쪽
35 포기하지 않는 마음 22.06.04 22 0 10쪽
34 소녀는 노력을 보상받고 눈물을 보였다 22.05.29 30 0 10쪽
33 추억과 오해와 생일 22.05.29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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