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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앵민 서재

소환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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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쑤앵민
작품등록일 :
2018.09.02 04:27
최근연재일 :
2020.12.31 06:00
연재수 :
201 회
조회수 :
202,688
추천수 :
3,753
글자수 :
1,068,567

작성
20.12.29 06:00
조회
280
추천
5
글자
12쪽

흑화

DUMMY

그 후로 별 다른 사건이 없이 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흘러 준비를 완벽하게 끝낸 루인과 다니엘의 결혼식 날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다니엘은 두 팔을 벌린 채 서있었다.


“호호, 긴장하셨나 봐요?”


“아, 네... 그... 넵...!”


여럿의 엘프들이 예복을 입혀주고 있었다. 다니엘은 그 가운데에서 뻣뻣하게 굳어 있다.


‘으...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무 긴장된다!’


다니엘은 어제까지만 해도 여유가 넘쳤다. 잠시 어제로 돌아가 보자.


“많은 일이 있었네...”


“응? 뭐가?”


어둠이 내리깔린 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던 둘이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고 행복한 침묵은 조금은 들뜬 루인의 목소리에 깨진다.


“그렇지만... 내일 우리 결혼하잖아? 나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막상 다음날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 일, 저런 일들이 떠올라서...”


“풋... 루인은 차분한 이미지인데... 가끔 엄청 귀여워져. 어떤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정말! 이길 수 없다니까... 그런 다니엘이 좋은 거지만... 다니엘은 전혀 긴장 되거나 하지 않아?”


농담 반, 진담 반이 섞인 다니엘이 말한다. 그 소리에 루인의 긴장이 풀리고 다시 미소를 짓는다.


“결혼은 뭐... 음... 형식이잖아? 정식으로 부부가 된다는 것 빼곤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그렇게 긴장하거나 할 필욘 없지 않아?”


“흐응... 그래? 가끔 다니엘은 대범한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니까.”


“이왕이면 대범한 것으로 해줄래요?”


“응! 그렇지! 대범한 나의 왕자님!”


뭐, 이런 식으로 웃음이 넘쳤다. 물론 다음날 다니엘은 평범했다. 허나, 엘프의 숲에 도착하니 점점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저런 상태이다.


“자, 차렷 해보세요.”


“네...엡!”


로봇이 형님 할 수준으로 딱딱한 움직임이다. 엘프 전통의 예복을 입혀주고 있는 여럿 엘프들이 그 몸짓에 웃음을 짓는다.


“이렇게 좋은 날인데 웃어야죠. 자 미소를 지어 봐요!”


“아.하.하.”


예복은 잘 수선되어 다니엘의 몸에 딱 맞았다. 흰색 바탕에 푸르른 신록을 닮은 색으로 자수가 들어간 옷이었다. 과하지 않은 자수로 전체적인 조화가 돋보이는 옷이다. 움직일 때 펄럭거리는 것이 평소 편하게 입는 다니엘에겐 조금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무런 느낌조차 받지 않았다. 일단 외관상은 매우 잘 어울리고 있었기에 문제는 전혀 없다고 본다. 여기서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이다. 즉, 다니엘 자신이 문제였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굴의 근육조차 경직되어 있다. 도움을 주는 엘프가 웃어보란 말에 눈은 웃지 못하고 입만 억지 미소만을 지은 모습은 꽤나 기괴했다.


“이건... 틀렸는지도...”


“그러게 어떻게 해야 하지?”


다니엘의 모습에 치장을 도와주는 엘프들이 작게 소곤거린다. 그러다 아직 치장이 전부 끝난 것이 아니었기에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허나 점차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듯 표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다니엘~ 준비 끝났어?”


“루인님! 아직 화장이 남았습니다!”


그 순간 엘프 전통의 예복을 입은 루인이 나타난다.


“루인? 호오오오옭!”


다니엘은 평소처럼 루인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번개를 맞은 것처럼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다니엘님?”


“다니엘님이 루인님을 보더니 긴장이 터져서 고장나버렸어요!!!”


숨이 멎은 것 같은 이상한 소리와 함께 굳어버린 다니엘!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든 되살려 보려고 하는 엘프들! 다니엘의 모습에 당황한 루인! 현재 지금 이곳은 혼돈의 도가니 상태이다!


“아이참, 이럴 줄 알았어.”


루인은 다니엘이 이럴 줄 알았는지 작은 한숨을 내쉬고 말한다.


“어제는 그렇게 당당하더니... 참, 귀엽다고 해야 할지... 으음... 하지만 이 상태면... 으으으응...”


다니엘은 여전히 굳어있다. 그 모습에 루인은 눈을 감고 고민 한다. 잠시 그렇게 있으니 다니엘이 삐그덕 거리며 움직이더니 말한다.


“여신...! 여신이 여기에...!”


“풋... 여신은 무슨... 다니엘 정신이 들어?”


“음... 루인이 너무 예뻐서 정신이 조금 나갔나봐. 지금은 조금 정신이 들어.”


“농담 하는 것을 보면 괜찮나보네?”


“응, 루인을 보니까 으음... 기력이 회복된다? 음... 기운이 난다?”


“진짜... 어쩔 수 없다니까... 아, 나는 준비 더 해야 한다니까 가서 끝낼게? 이번엔 정신 차리고 나를 찾아와야해?”


“알겠어!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그렇게 루인이 방을 나간다. 다니엘은 정신을 다잡고 치장을 마저 한다. 조금 뒤 치장을 끝낸 다니엘은 루인이 준비하는 곳으로 간다. 찾아왔을 때 보다 더욱 아름다운 모습에 또 멍하니 보고 있다 정신을 차린다.


“루인은 여신이었어...!”


“푸훗... 화장하고 있으니까 웃기지 말아줘...!”


“아, 응. 그래... 그럼 일단 다른 준비를... 아, 고르디아스 왕께서 곧 오실 테니까... 마중을 나가야겠네...”


화장을 하고 있는 루인을 두고 밖으로 향한다.


“아, 디드 형님 먼저 와 계셨군요. 거기에 레위시아 누님까지...”


루인의 오빠, 언니 호칭을 한다면 형님과 처형이다. 이 세계에서 같을지 몰라 물었더니 디드는 분해하며 끝내는 형님이라 부르라 했다. 레위시아는 전과 같이 누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음... 엘프의 숲에 인간을 들이는 것이 처음이니까... 신경 쓸 것이 많아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슬슬 왕가의 사람이 도착하겠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디드. 길드에선 온종일 웃고 있지만 이쪽의 모습이 본래의 모습일 것이다. 물론 레위시아는 언제나 미소 짓고 있다. 그것 역시 본모습일 것이다. 다만 미소가 무섭다는 표현은 레위시아를 위해 쓰이는 것일 거다.


“아, 저도 왕가 분들을 마중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흠... 그래 그럼 같이 가도록 하지.”


엘프의 숲을 들어오기 위한 것은 길드에 있는 게이트와 다르다. 마법과는 다른, 아마도 정령과 관련된 기술로 되어 있을 것이다. 보통은 세계수의 앞으로 나오기 때문에 마을의 중앙, 세계수로 향한다.


그곳엔 이미 디드와 레위시아, 그리고 루인의 부모인 디에드와 레나를 중심으로 다른 엘프들이 있었다. 결혼식은 이곳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행해진다. 고개를 조금 돌리면 이미 많은 엘프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디에드와 레나 등은 인간의 첫 방문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격식이 있는 복장을 입고 있었다. 이미 인사를 나누었었지만 다시금 간단히 인사를 하고 있으니 세계수 중앙에 빛이 모이기 시작한다. 빛은 천천히 내려와 땅에 닿았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 류자? 어째서 일행에 포함되어 있지?’


나타난 인물은 고르디아스 왕과 왕비. 리코리스, 에릭, 데릭 친위대 몇과 중이호에 소환된 용사, 류자였다.


“흠... 초대되지 않은 인물이 하나 있군.”


다니엘이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가장 윗사람, 디에드와 고르디아스 왕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류자는 그저 선대의 용사를 축하하기 위해 호의로 왔다고 한다.


‘호의...? 흠... 딱히 문제는 없으려나...?’


감정을 해보니 류자의 레벨은 20이었다. 모든 능력치가 26으로 여전히 낮다. 스킬에 흑화라는 매우 중2병 같은 것이 늘어있었다. 아마 전투에 사용하면 능력의 증폭이 되나 이성을 잃는다는 패널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스킬 같다.


‘문제없겠지...?’


조금 불안한 감정이 있었지만 류자의 능력치는 여전히 낮았다. 한계돌파에 흑화를 사용한다고 해도 100이하일 것이 분명했고 이곳엔 디드까지 있다. 전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 디드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굳이 나설 필요는 없겠지. 축하하겠다는데... 뭐...’


그렇게 다니엘 역시 인사를 나누고 준비가 더 남아있었기 때문에 홀로 먼저 이동한다. 그리고 차근차근 결혼식의 준비가 끝이 났다. 루인은 아냐들의 도움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 다니엘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식장으로 향한다.


“경사스런 날에 모여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그곳에는 진행이 되고 있었다. 다니엘의 세계에서는 주례와 진행자가 따로 있다. 허나 이곳은 주례가 다 하는 것인지 주례용 단상위에 엘프 중 가장 연장자이며 대표인 디에드가 말을 하고 있었다. 차근차근 진행되는 말에 두근거림은 더욱 커진다.


“아, 저번의 무례를 사과하기 위해...”


순간 루인이 있는 곳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류자가 그곳에서 웃음을 지으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첫 만남이 나쁜 인상이었지만, 사과를 하고 루인 역시 고개를 끄덕여준다.


‘애초에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지 말던가... 그래도 뭐 나쁜 놈까진 아닌가?’


그 뒤로 매우 아름답다~ 여신이다~ 등등의 미사여구를 붙여 칭찬을 한다. 하지만 결혼식의 주인공은 다니엘과 루인, 곧 근처에 있던 아냐들이 웃음을 지으며 뭔가 말하니 류자는 걸음을 돌려 식장의 의자로 돌아간다.


“그럼, 먼저 신랑이 입장 하겠습니다.”


원래 세계에서 결혼은 하지 않았다. 허나 친구나 선배, 후배의 결혼식은 몇 번 갔었다. 뭐 이런 저런 긴 말과 양가 부모님의 촛불 점화, 인사 등 꽤나 긴 순서였다. 하지만 이곳에 다니엘의 부모님은 없다. 그것을 감안한 것인지, 아니면 디에드가 주례를 해서인지 모르지만 양가 부모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또한 촛불 점화나 뭐 그런 기타 의식 같은 것도 없었다. 이야기로 들은 것에 다른 점은 세계수의 가호와 정령의 축복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지만, 그것은 신랑과 신부의 입장 이후 행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당당하게...!’


어깨를 피고 당당하게 가운데에 놓아진 길을 걸어 단상의 앞까지 간다. 주변에서는 축하의 소리와 박수가 있었지만 다니엘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어서 신부가 입장하겠습니다.”


그 소리만은 뚜렷하게 들렸다. 몸을 돌려 뒤를 보니, 루인이 살포시 걸어오고 있었다. 원래 세계의 드레스처럼 펑퍼짐하거나 하지 않았기에 홀로 차분히 걸어온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오고 있었기에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루인... 너무 고마워...!’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감사한 마음만이 가득한 따스한 기운이 가슴 한쪽부터 온 몸에 퍼진다. 시간은 매우 천천히 흐르는 것과 같았지만 루인은 어느새 다니엘의 옆까지 와있었다. 다니엘은 몸을 돌려 단상을 본다. 루인 역시 단상을 올려본다.


‘떨림이 멎었어. 이제 나와 루인은 정식으로 부부가...’


따스한 기운에 긴장이 풀렸는지 조금 뻣뻣하던 어깨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당당하게 단상위의 디에드를 본다.


“그럼...”


무언가 말을 하려는 디에드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다. 마치 감정이 없는 것 같은 모습이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매우 차가운 목소리. 이상함을 느낀 다니엘은 루인을 돌아본다. 그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다. 루인은 다니엘을 원수 보듯 보고 있었다.


“저는 이 결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내어진 차가운 말은 비수가 되어 다니엘의 가슴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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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소환상인(完) 20.12.31 499 9 13쪽
200 흑화 마무리 20.12.30 302 5 13쪽
199 흑화 3 20.12.29 264 5 11쪽
198 흑화 2 20.12.29 263 5 12쪽
» 흑화 20.12.29 281 5 12쪽
196 또 다른 용사 20.12.28 280 6 13쪽
195 평화협상 20.12.28 277 6 13쪽
194 마왕 또 다시 20.12.28 295 6 15쪽
193 교섭 마무리 20.12.26 289 6 11쪽
192 교섭 2 20.12.26 272 6 11쪽
191 교섭 20.12.26 268 6 13쪽
190 결혼 준비 3 20.12.26 316 6 11쪽
189 결혼 준비2 20.12.26 305 6 12쪽
188 결혼 준비 20.12.26 314 6 12쪽
187 근위기사단장 20.12.25 299 5 11쪽
186 기사도 20.12.25 286 5 12쪽
185 영지전 20.12.25 298 5 13쪽
184 평원의 전투 20.12.25 296 5 14쪽
183 재판 20.12.24 279 5 13쪽
182 문제 20.12.24 287 5 12쪽
181 레인저 부대 20.12.24 289 5 12쪽
180 강력한 물건 20.12.24 290 5 13쪽
179 위험한 물건 20.12.24 297 5 14쪽
178 제한 해제 20.12.24 298 5 13쪽
177 엘프의 숲 20.12.23 301 6 13쪽
176 엘프의 축제 20.12.23 296 7 14쪽
175 세계수 20.12.23 29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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