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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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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3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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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DUMMY

짹- 짹- 짹- 푸드득-


“어서, 가세! 어서!”


새해의 봄을 맞이한 진나라의 오늘은 여전히, 어제와 같이 바빴다.


평정을 마치다 못해, 예상치 못한 이들의 복귀도 모자라 사회적 혼란까지 더해진 상황 속에 골목골목 지저귀는 새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로 수없이 많은 이들이 오고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웅성웅성-


“거기, 밀린 소송 처리부터 먼저 하라니까! 먼저! 그 외에 민원은 새로 들인 관료들에게 넘기라고!”


촤르르륵-


“형법 편재 마친 사례, 판례를 모조리 긁어모아서 정리하라는 지시다. 이를 토대로 법제를 개편한다고 하니, 기록을 마친 죽간은 먹을 잘 말린 뒤에 별도로 포장해.”


대소송, 대고변, 대고발 시대의 유행은 잠시 시든 듯 보였으나 어디 재판이고 송사라는 것이 그리 쉽게 진행이 되는 것은 아니니 장안성을 비롯한 삼보 일대의 관청들은 매양 몰려든 이들로 인한 인산인해의 북적임들을 지속적으로 겪어야 했다.


“아니, 이보세요! 이게 말입니까! 왜 이 사람 증언은 받아주고 내 증언은 안 받아주는데!”


“어허! 조용히 하지 못할까! 송사에 필요한 증언 또한 판례를 위해 모조리 기록해야 하는바, 말이 섞이면 그 입장이 뒤엉켜 기록이 혼재될 수 있으니, 순서를 나눠서 듣는 것 아닌가!”


“아니, 그럴 거면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도 따로 데려올 것이지 지금 고작 저 한 사람이 다 적는다는 말이요? 저리 식은땀을 흘리니 글씨도 번지는 데다가, 이것 봐라? 아주 필체도 삐뚤빼뚤이잖아!”


“어허! 이 작자가 그래도! 지금 온 관사가 모조리 다 송사니 고변이니 여기저기서 난리통이라 사람이 없는 것을 어떻하란 소리냐!”


“사람을 더 뽑으면 되는 것 아냐! 이렇게 일 처리가 늦어서야 쓰겠어!”


“야, 이 무식한 놈아! 지금 당장 관사 밖을 나가보아라! 애초에 송사니 고변이니 하는 것을 거쳐 그 청명이 입증된 이들만 다시금 복직할 수 있는 이 마당에, 뭐 그 청명이 검증되지 않은 부패한 이들을 아무나 들여서 기록하는 관리로 써? 그래, 썼다고 치자! 그렇게 썼다가 뒷돈이라도 받아 증언을 위조하여 기록하면 어쩌려고! 그땐 네놈이 책임이라도 질 것이야!”


“크흠! 그게......., 에휴, 내 거는 잘 좀 적어주쇼, 행여나 글씨라도 잘못 적어 못 알아보게 만들지 말고.”


그 와중에 급한 대로 새로이 관헌들을 뽑아 충원하고 부랴부랴 한 차례 사퇴를 했던 기존의 관료들에게 복직까지 권하면서 다시금 정상화의 길을 걸으려 하였으나 되려 그간의 사태를 통해 관료들을 비롯한 이들에게 큰 실망을 한 백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널리 알려진 송사의 결과 등을 통해 스스로의 청명이 입증된 이들만이 다시금 관직에 복직하게 되는 일종의 거름망이 형성되어 진나라 내의 행정 처리는 이전보다 더 늦어진 속도로 천천히 정상화가 진행되는 와중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사부회가 정식으로 출범할 것인데 다들 어쩌실 생각이시오?”


“막을 방도가 없으니, 우선 그에 참석할 이들의 자리를 우리 계파의 사람들로 채워야지요.”


“이제는 유림이라 할 수 없는 사림이라도 그 규모가 커졌소. 허나 사부회의 등장과 더불어 그 와중에 우리가 설자리는 더더욱 줄어들었지, 이는 한조의 관제를 따랐던 기존과는 다른 변혁이요, 당장은 외조와 내조를 비롯한 모든 것이 비슷할지 몰라도 추후에 어떠한 직위가 새로 생겨나고 어떠한 부처와 관제가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를 일. 그렇다면 새롭게 드는 자리든 나는 자리든 그것이 비어있는 자리라면 어떻게든 우리 측의 이들을 앉혀야 하는 것이 숙명이자, 숙원이 될 게요.”


그 와중에 자신들의 입지에 대해 너무 잘 알게 된 사림의 이들의 경우 그 계파와 관계없이 공통된 입장과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애초에 포홍이 새롭게 서원을 허락하기 이전에 일찍이 그 영수요, 우두머리나 다름이 없었던 갑훈을 욕보이며 갈라져 나온 것이 이후, 소송과 고변으로 얼룩져 청명과 위선의 문제로 붉어지면서 다시금 본연의 입장을 취하려고 해도 이를 지켜보는 주변의 시선이 있으니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이 고착화되고 굳어져 자연스레 기존의 제자백가 갈라지듯 더 작은 무리의 학파가 생겨나고 그에 걸맞게 변화되는 입장과 정체성이 나타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어찌 제자백가에 기존의 갈래들만 논할 수 있겠는가. 선진을 모심에도 필경 그 차이가 있는 법.”


그 와중에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이들 또한 생겨났다.


대놓고 유학의 계보를 이어온 이들 앞에도 공자, 맹자 등의 후인인 것은 확실한데 진대, 한 대를 거쳐 그 후인을 자처하거나 제자로서 활약하여 내용에 주석을 달고 저만의 해석을 이어온 지금의 이들을 기준으로는 또 선진에 해당하는 이들이었다.


대표적으로 한나라 초기에 쓰여진 맹자의 위서로 나타났다 사라진 4권을 신봉하는 이들도 있었고, 이를 후한 말에 제하면서 기존의 7편에 주석을 달아 지금에 전해지는 7편 14장구의 맹자를 있게 만든 조기도 그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었다.


“기존의 제자백가의 난립으로 많은 학파들이 생겨났소. 그 외에 왕사 어른의 사임과 더불어 기존의 큰 세력을 지니고 있던 유종의 이들 또한 그 갈래와 무리가 나뉘었고 우리와 같이 그 곁가지에 해당하는 후인들을 섬기고 그에 따른 해석을 신봉하는 이들 또한 생겨났지.”


소위 샌드위치에 해당하는 중간기, 과도기의 선진들 또한 어느덧 나름 한때의 영수요, 이름난 이들로서 적정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중들이 모여 새로운 파당이자 무리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적 난립과 더불어 새로이 조당을 휘어잡은 포홍은 변혁과 방임이라는 이 혼란스러운 사회상 속에 쪼개지고 나뉘어진 학문의 다변화는 이내 기존에 하나의 분류로 자리매김하던 한 줄기의 흐름조차 그 갈래에 해당하는 여러 물줄기, 즉 새로운 유파들을 만들어내었다.


“뭐라? 서역에서 넘어온 이들이 새로이 서원을 열어? 그것도 왕명으로, 이를 허락까지? 아니, 그 전에 서원이라는 것이 우리가 이해하는 그것이 맞는가?”


“예, 배움을 가르치기에 기술과 학문 등을 교육할 수 있고 그 와중에 제자를 들여 그 진전을 잇게 할 수 있으며 그 목적은 뜻이 맞거나 배움이 맞거나 업이 맞거나 같은 신을 믿거나 하는 이들끼리 뭉쳐 교류하고 자신들의 결집을 뚜렷이 할 수 있는 것이라 합니다.”


“이 또한 서역에서 넘어온 바람인가? 왜, 아조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 저 먼 서쪽 끝의 또다른 대진국 말일세.”


“그렇사옵니다, 거기다 아조는 아직 제국을 선포하지 않아 왕국에 머물러 있고, 그 와중에 스스로를 높이기 위해 대를 붙였으나 저들은 진정으로 천자의 위에 오른 임금이 있다 합니다. 벌써 다섯에 달하는 현명한 임금이 있어 그 영토가 바다를 호수로 만들 정도라 하며 그 웅장함과 장대함은 건축과 문화, 예술, 유흥과 사회상을 비롯한 모든 방면에서 아조를 놀라게 할 정도라 합니다.”


그 와중에 진나라 땅에 처음으로 콜레기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옥새까지 찍다 못해 새롭게 서원령이라 관련 법령까지 반포하면서 절대적인 왕명을 빙자한 밀어주기의 여파는 가히 기존의 이들을 놀라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이거 아무래도........”


“사부회입니다. 무조건.”


“.........!”


“서원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설파할 수 있어야 한다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필경 다수의 자율적 결집에 의거하여 다양한 목적을 위해 존재토록 할 것이라 했습니다. 사부회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저 서역에서 건너온 회의체입니다. 저들의 말로는 민회, 공회, 등이라 하여 각 신분의 대변자들을 선출하여 그 대변자들끼리 의제를 정하고 안건을 설정하며 정책을 정하는 것이라 하는데, 문제는 그 대표성을 어디서 갖추냐는 겁니다.”


“그렇지! 사부회의 앞서 청문회다 뭐다 그 자질을 심사한다 하기는 했지만 그 본질은 결국 향거리선제. 그러니까 월단평과 다를 바 없는 추천과 천거야. 그러나 폐하께선 이를......”


“마냥 달가워하지 않으셨지요. 결국 사인들끼리의 나눠 먹기, 끌어주기 등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그렇지, 그렇지. 그럼 그와 다른 방식으로 대표자를 뽑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저 서역의 이들마냥 아랫것들에게 이를 결정한 권한을 넘겨줄 순 없지. 사족이고 호족이고 결국 그 백성 잘 달래는 이들 앞에 표가 모일 것이고 이는 결국 기존의 청명을 비롯한 주변의 평가로 정해지는 향거리선제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테니. 아, 그 와중에 괴이한 이들도 설치겠지? 방사니, 술사니, 음양사니, 저 스스로 종사니, 교주니, 천지신명이니, 태을이니 어쩌니 하는 이들 말이야.”


“그러하옵니다. 애초에 교화조차 되지 않은 아랫것들이 나라의 명운이 갈리는 중한 사안들에대해 대저 뭘 알겠습니까? 그저 당장에 눈앞의 것에만 혈안이 되어 흔들릴 것이고, 저 무도한 태평도를 믿는 이들마냥 사이한 이들의 혹세무민에 놀아나 그들의 추종자를 자처할 것이 뻔하지요. 벌써 그 그림이 선해집니다. 울며 불며 기도하고 수그리고 붙들고 늘어지고 살려달라 구해달라 도와달라 굽신대며 빌빌거릴 것이 빤하지요. 그리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다른 이들을 못살게 굴고 오만 협잡질에 패악질이나 벌일 것이 뻔합니다. 광신도마냥 맹목적인 충성과 헌신 그리고 믿음 아래, 다른 서원을 비롯한 상징물을 때려 부수거나 다른 이들을 무작정 공격하고 그 장기짝으로 쓰이다 버려지겠지요.”


“구원이니 어쩌니 수십 년 전에 천축에서 들어온 불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사회의 혼탁함이 생겨날 거야. 의외로 그 서적들은 연구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괜찮은 것들이 많았지만, 정작 문제는 서책이 아니라 사람이지. 아닌 말로, 저 관동의 착융이 이끄는 도적 떼와 같은 정신 나간 민간신앙이 또 늘어나는 것도 골치고......., 결국은 선거다, 투표다 요상한 짓을 벌인다고 뭣 모르는 아랫것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 되겠지. 그러니까.......”


“예, 알아서 사부회의 참석할 대변자를 만들어내라는 겁니다. 사농공상에 포함된 모든 이들을 대변하는 회의체인 사부회에 이름에 걸맞게, 그에 배석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후보의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라는 셈이지요. 그에 따른 자신의 지지자들,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그 분류까지 한꺼번에 알아서 가져오라는 소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서원의 허락과 서원령이 선포된 이래, 이 땅에 처음으로 서원이 그 모습을 드러낸 이래 처음으로 포홍의 의중을 간파해낸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로군, 귀찮은 건 모조리 떠넘기겠다? 그러고도 이리 개혁이 되나?”


그 와중에 포홍에 대한 평가는 더더욱 올라가고 있었고 말이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지요. 남들은 이를 변혁이자 방임이라 부르나 우리는 이를 개국 이후 지속해왔던 개혁의 연장선이라 여겼습니다. 허나 이제와 확실히 알겠습니다. 이렇게도 나라가 변해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참, 여러모로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분이시군. 손바닥 안에서 나라를 굴리고 계시니. 물론, 원치 않는 변화이나 그렇다고 따르지 않는다면 그 손바닥과 더불어 드높은 하늘에 올라설 수 없을 테고.......”


“다만 여기서 우려할 것은 서원령 그 어디에도 종교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겁니다.”


“그건 또 아니 될 말이지. 혹여 불도를 비롯한 태평도의 이들마저 그 존재의 이유가 있다 운운하면 이 나라에 더한 혼란이 올 것 아닌가!”


“예, 고로 재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미리미리 사부회의 중한 자리를 하나라도 더 많이 차지하여 이들이 들어설 자리 하나 남기지 않아야 하며, 그리 차지한 입지를 바탕으로 저들이 어떻게든 사부회에 들어서는 것을 허락해서도 아니 될 것이옵니다.”


“허면 그에 따른 명분은?”


“폐하께서 일찍이 좋은 것을 던져주셨지요. 거름망 말입니다.”


“부국강병......!”


“애국이 아닌 매국이자 나라와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은 제아무리 옳고 좋은 것이라도 부정하고 거부할 수 있으며 무조건적인 찬동이 아닌 반대를 할 수 있습니다. 고로 이 모든 것은.......”


“다 나라를 위해서지. 이게 다 나(라)를 위한 것이야.”


달리 말하면 이 땅의 두 번째 서원이자 뒤이어 등장하게 될 맹자 서원의 등장 이전에 이 진나라에도 드디어 대의요, 국익으로 포장된 명분을 빙자하여 그 아래 사익을 탐하는 것에 눈을 뜬 후인들의 등장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조금 더 정확히, 조금 더 명문화하여 설명하자면 거진 사족이라는 지배층 출신의 이들 중 진나라의 건국을 비롯한 번영의 과정에 참여함과 동시에 포홍이 허락한 제자백가의 난립을 통해 그 정체성과 존재의 이유를 비롯한 정당성을 온전히 확보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아 다음 시대의 새로운 기득권층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이들의 등장이 확실시되었다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출범한 서원을 두고 말들이 많네. 허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들이 그저 저들끼리 뭉친다 하여 이 나라의 벼슬자리를 비롯한 권력을 나누어 가진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지. 그렇지 않은가?”


“암, 어불성설인 게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학문 그 하나를 붙들고 끝내 손에 쥔 그 벼슬자리 하나 외에 우리가 차지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작금에 이르러 그조차 놓으라 하면, 이제와 그것이 쉬이 놓아질 리가 있겠는가?”


“맞네, 자격도 없는 이들에게 자리를 허락한다는 것은 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것도 우리가 앉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실로 것은 가당치 않은 말이야.”


콰앙-


“그렇지! 이제 막 첫발을 디딘 이 나라에 그 건국의 정신을 기억하며 그 방향성을 놓지 않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닌 것을! 아닌 말로 지금껏 우리는 우리의 아비를 비롯한 친족들과 더불어, 스승을 비롯한 사형사제와 더불어, 친우를 비롯한 지기와 더불어 고생고생 생고생을 하며 쉬지 않고 나라를 위해 일했어! 한데 이제와 조금 살만해지니까, 저들에게 떨어질 콩고물이 조금 보이니까 그거 뜯어먹겠다고 기웃대는 저 후안무치한 것들에게 내 이를 양보할 것 같은가!”


“흥분하지 말게, 적어도 폐하께서 기회는 주셨으니. 서원은 필경, 그 답이 돼.”


“암, 우리의 손으로 일군 이 나라다! 우리의 손으로 일으켜 세운 이 나라야! 그에 따른 위로와 보상을 바라기 이전에 우리의 개혁은 이제 시작인 것을, 벌써부터 내려오라고? 마차를 이끄는 마부나 다름이 없는 우리의 엉덩이를 걷어차 저들이 그 자리를 대신 꿰차고 새롭게 이 나라가 나아갈 방향성을 정하겠다고? 새로이 청사 위를 내달리며 그에 쓰여지는 모든 것이 역사로 남을 아조라는 이 위대한 마차에서 우리의 존재를 지워내겠다고? 절대로 허락할 일 없네, 허락지 않을 게야!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될 것이야!”


소위 조선 초기 건국에 참여한 신진사대부를 비롯한 이들이자 그 공신록에 이름이 올라 그에 따른 후인들이 결집하여 하나의 거대한 파벌로 자리매김한 존재.


드디어 이 진나라에서도 훈구파라는 정체성이 확립된 이들이 속속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뭐라? 전 왕사(갑훈)께서 새롭게 서원의 건립을 허락해 달라 청원하셨다?”


“예, 그리고 그에 대한 허락이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 또한 흘러나오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기어코 제자인 부간을 보낸 갑훈의 맹자서원 이야기가 퍼졌다.


“언제야, 대저 언제 그러한 이야기가 돌았어!”


“벌써 사흘이 지났사옵니다. 지금 장안성 내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들이 없을 지경이고, 벌써부터 자신들도 새롭게 자신들만을 위한 서원을 준비해야 한다 말들이 아니옵니다. 특히나 이를 미리 인지한 사림에 속한 이들의 경우, 기존의 제자백가의 연장선에서 이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그 선례까지 이미 나왔으니, 이제는 거칠 것이 없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보다 많은 이들의 다채로운 이합집산을 비롯한 분열과 야합을 비롯한 증식을 부추겼다.


그 해석과 장구에 따라 별개의 것으로 보게 만드는 더 작은 무리를 생성해내는데 일조했던 사림의 이들을 필두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각한 훈구를 비롯한 기득권과 지배층의 이들을 필두로, 보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거나 스스로가 아직 나설 때가 아니라 여기고 있었던 이들마저 아직 채 여름이 오지 않은 마당에 벌써부터 두 개의 서원이 허락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제기랄, 이게 대체 무슨 바람인지 원. 도성엔 갑자기 외국인들이 늘어나지 않나, 곳곳에서 서역을 비롯한 비단길 너머 세상을 배워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 와중에 대진국을 비롯한 외세의 문화와 체제를 비롯한 정치와 사회상이 담긴 물건들이 도성을 중심으로 퍼지지 않나, 그 와중에 외국식으로 정원을 비롯한 전각을 짓겠다 오만 곳에 자재가 드나들고 공사판으로 변해버리질 않나.”


“그래도 동참하셔야지요. 뒤처지다가는 영영 버려지게 될지 모를 일이옵니다.”


“허면 뭘 기다리고 있어? 당장에 우리와 뜻을 함께할 이들을 모조리 불러들여! 아, 참. 그리고 우리도 서역의 사회상에 대해 잘 하는 놈들 좀 구해와. 노예도 좋고 상인도 좋으니까, 알아야 그 사부횐지 공의인지 뭔지 어떻게든 그 안에서 판을 짤 것 아니야!”


“부족하나마 그간 군량을 비롯한 군수물자를 대면서 생긴 연줄이 하나 있습니다. 호적아라고, 그 머리가 붉은 것이 이민족 출신이라 했는데, 이 자가 이번에 새롭게 석공들의 서원을 허락받은 그 서역 상인과 제법 안면이 있는 모양이니, 그에 부탁해보지요.”


이렇게 포홍의 손을 떠나간 의회의 생성과 그에 따른 후보의 선출을 비롯한 정당의 문제는 그의 손아귀에서 굴러간 주사위 놀이에 따른 여파에 따라, 지금껏 그가 지향하던 방임과 변혁의 공식을 거쳐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어명이요, 폐하께서 맹자의 가르심을 몸소 이 땅에 남길 맹자 서원의 건립을 허락하셨으니, 이는 이 땅에 두 번째로 자리매김한 서원이 될 것이자, 이 땅에 최초로 건립될 유가서원이 될 것이요.


“곳곳에 방을 붙여라! 새로운 어명을 비롯한 소식을 만백성에게 전하여라!”


그리고 얼마 뒤, 새롭게 맹자 서원의 허락이 기정사실화를 넘어선 온전한 사실로 확인이 되면서 또 한차례 들썩이기 시작한 이들의 준동은 이내 엄청난 수의 청원서가 포홍이 자리한 궁궐로 몰려들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위 너도 나도 자신들의 결집과 존립을 위해 어떻게든 저들끼리의 구심점을 만들어내겠다는 그 의지는 이내 청명과 뇌물을 비롯한 오만가지 것들이 얼룩진 복종과 굴신의 처세로 이어졌고, 이는 아직 그 후보조차 없어 시범적인 운영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는 사부회를 제한 살아있는 유일무이한 권력인 포홍의 앞에 줄 세우기로 돌변했다.


물론, 이는 한시적인 현상으로 이후 사부회가 들어서게 되면 절로 없어지게 될 현상이었다.


왕의 허락과는 별개로 공립서원의 건립을 허락할 수 있는 사부회라는 선택지에 의거, 굳이 포홍의 앞에 엎드리지 않아도 되고 그 와중에 자신들의 지분이 녹아있는 회의체의 존재는 권력의 양분과 별도의 정치체계를 의미하였으니 이는 달리 말하면 왕권의 축소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포홍은 시대의 점핑을 빌미로 제 권력을 스스로 제한하며 저들이 설칠 빌미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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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4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6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5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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