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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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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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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86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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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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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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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8쪽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DUMMY

“허어, 과인의 의중을 알았다?”


“몸으로 겪게 하실 생각이시로군요.”


굴리엘모스의 답변은 의외로 정확했다.


그리고 그제야 포홍 또한 제 의중을 알아차린 그에 대한 만족감에 그 입가에 미소를 드러냈고 말이다.


“말로 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 듣잖아? 실컷 말해줘도 귓등으로라도 들으라고도 안 할 테고.”


“송구하오나......, 그래도 이건 너무 위험한 방법이자 도박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아테네를 비롯한 수많은 폴리스들의 몰락과 더불어 새롭게 자라나 지중해를 집어삼킨 공화정에서부터 비롯되어 제정으로의 변환을 마친 로마의 역사를 모르지 않는 굴리엘모스로서는 이에 노골적인 우려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사회구조의 변혁과 그에 따른 위기라는 것이 본디, 운이 나쁘면 국가의 멸망을 초래하고 운이 좋다고 한들, 그 사회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사람이 본디 그래, 뭔가를 머리로 받아들이면 지향점이 되고 몸으로 받아들이면 지양점이 되는 게지. 왜 공산주의도 책으로 배우면 공산주의자가 되고, 몸으로 배우면 반공주의자가 되겠어?”


“공산주의가 뭔진 모르겟사오나, 결국 이상사회를 촉발시킨 국가의 말로는 처참한 법입니다. 반대로 말씀드린다면 이는 자칫 진나라 자체를 붕괴시킬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헌데도!”


“공화정은 불가고, 결국 제정인데. 그렇다고 그 과정을 아니 밟을 수는 없는 일이고,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의 포홍은 그 수백 년의 세월 동안에 이루어진 과정을 아주 짧은 기간 내에 점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타임워프도 아닌 것이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 것을 굳이 출력을 높여 그 시간을 잡아당길 생각인 것이다.


이는 굳이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아도 될 이 땅에 장작을 쌓고 불을 지핀 뒤에 기름까지 끼얹어 그 혼란을 가중시켜 그에 몰려드는 부나방들을 모조리 불러들일 생각인 것이고, 굳이 그 정체성이 존속될 수십, 수백 년의 세월과 자신의 세운 나라와 그에 속한 이들 전체의 운명을 후대에 맡길 필요도 없이 자신의 생전에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백 년짜리의 사회상의 혼란을 짧은 시기 내에 요약하여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압축해서 백신마냥 미리 맞고 그에 따른 면역을 지닌 채, 그다음의 세상으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소위 먼 훗날, 내연차 시장의 후발주자인 자동차기업들이 하이브리드를 거치지 않은 채, 전기차 시장을 위해 아예 이를 건너뛰겠다는 정책과 비슷한데, 문제는 이놈의 사회구조와 시대상의 변화는 그리 중간과정 하나 뛰어넘듯이 쉽게 밀어붙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독재마냥 밀어붙이는 것도 한시적인 것이고, 자신이 죽은 이후라면 무작정 그 멱살을 끌고 가는 강제적인 개혁도 분명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반발은 당연한 것이고 어쩌면 먼 훗날 정치 하나 제대로 할지 모른 채, 멋대로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후대에 갈등만을 남긴 폭군, 폭정의 존재로 남게 될지 모른다.


뭐, 실상 욕을 얻어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언젠가는 이러한 변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만 갔다.


해서 강제적 계몽과 성장. 아니, 엄밀히 말하면 혁신이자 진화를 위해 국가와 국민들의 머리통은 깨야겠는데, 그렇다고 어줍지 않은 선함에 갇힌 이상적인 이념과 사상에 갇혀 만들어지는 기형적인 결과물 속에 국력을 소모하고픈 마음은 또 없었다.


그렇다고 이를 거부하고 강제하여 넘어가자니 그게 어디 그리들 쉬운가?


제아무리 천하를 일통 직전까지 몰아간 제왕적 권력을 지닌 조조라 한들, 이 시대는 필경 봉건제만큼이나 사족, 호족을 비롯한 이들의 자치권과 기존의 권역 등을 인정해줘야만 통합이 되는 시기였다.


그 말인즉, 진나라 또한 언젠가는 기존의 지배층에 해당하는 이들에 의해 발목이 잡힌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기득권층에 해당하는 저들의 눈치를 보고 저들을 포용하는 것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그러한 이들을 채워내고 새로운 이들을 기득권층으로 만들어내냐의 선택지가 자리매김하는데, 바로 여기서 먼 훗날의 조선과 같은 이상에 잡아먹힌 그릇된 선례를 원치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이쪽은 이미 똥인지 된장인지를 알고 있는데 저들은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모른단 말이지.’


그렇기에 그걸 굳이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야 아냐 되물을 수 있겠지만, 세상이 흘러간 꼴들을 보면 어째 꼭 그리들 똥통에 혓바닥을 굴리는 것뿐 아니라 아예 그 몸에 똥칠한 사례가 많다.


아예 절여져 똥독에 올라 추한 꼴로 무너진 국가의 사회상은 실로 이제 막 나라의 문을 개국한 이의 입장에서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기존의 권력층을 내버려두면 그냥 기존의 역사대로 흘러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될 것이 빤한데, 그렇다면 기존의 역사와 다른 행보를 걸어온 지금까지의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요, 허상이었다.


사상과 이념을 비롯한 학문에 환장한 저 사림들을 이전처럼 사회 지도층으로 그냥 남겨둔다면, 제아무리 제자백가의 난립을 허용한다고 한들, 또다른 하나의 학문이 튀어나와 하나로 귀결된 결론에 도달할 것이고 이는 결국 망해버린 전조인 진, 한 등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새롭고 좋은 게 있음에도 이를 시도하지 않으면 개혁 군주의 면이 서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기존의 질서와 국가와 국민을 챙기지 않은 못난 군주가 된다.


그 와중에 국정이란 것이 어느 개인 한 사람의 의중만으로 결정지어지는 것도 아니고, 문화변환, 사회변혁이란 것 또한 강제한다고 뒤바뀌는 것도 아니다.


“그대는 짐이 꿈꾸는 세상을 아는가?”


“이미 수 차례 폐하께 들었지요, 페르시아에 버금갈 관대한 제국. 이 사람 또한 이 핏빛 머리칼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 그에 협조하지 않았사옵니까?”


“관대한 제국이 되기 위해 필경 그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내적인 인격의 성숙과 성장이지. 껍데기뿐인 민주주의 네 글자가 마냥 아름다운 사회상은 아니었듯, 적어도 상대에 대한 기본 존중의 가치는 깔고 가야 함이야.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도덕적 측면에서 또 엄한 사회상이라는 측면에서 진과 한이라는 두 선례를 거쳐 겉으로나마 법을 존중하고 인간다움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내려진 이 땅은 실로 축복이라 할 수 있지. 그러나 여전히 우물이야, 교만이 남아있고, 기존의 제왕적 질서와 노골적인 지배, 계급사회의 공고화는 필연 내가 바라는 모습은 아니지.”


아닌 말로 자신이 내걸 개혁은 절대다수에 달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세상을 허락하면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체감하고 이를 보다 현실적으로 개혁해나가기 위해선 모순적으로 이상과 현실 그 둘 모두를 다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모두로 잡은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과도기의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모습을 우리는 이상향, 유토피아, 즉 낙원이라 부른다.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기에 존재합니다.”


“맞아, 그래서 내가 이를 갈구하는 게지.”


“이상을 거부하기에 모순적이게도 이상을 탐하게 되신 겁니까?”


“꿈이라 하긴 거창하고 욕심이 생겼다 해두지. 아닌 말로, 세상의 모든 역사를 비틀면서까지 내 이리 살아가는 연유가 무엇일 것 같은가?”


“이 땅에 헤스페리데스의 동산은 없습니다.”


“그와 닮으면 족해.”


“불가능한 걸 아시지 않습니까?”


“불가능하다고 한들 그 선례가 남았다.”


“그 또한 과장된 선례일 뿐, 이 땅에 엘리시온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초의 제국은, 내가 꿈꾸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페르시아는 이 땅에 실존했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지요. 신이 허락한 한시적인 축복이었습니다.”


“내 존재가, 그런 내가 걸어온 족적이야말로 기적이지. 나는 본디 죽었어야 할 사람이야. 그런 내가 나를 잡아먹고 다시 태어났으며, 이 땅을 새롭게 하였지. 한조라는 하늘을 멸하고 새로운 하늘을 열은 만백성의 어버이이자 태초에 자리한 하늘의 자손이며 저 스스로를 하늘과 동일시하는 짐승을 죽인 사람이기도 하지. 나는 하늘 아래 이 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왕이며, 이 땅에서 가장 강맹한 짐승이기도 하다. 그러한 짐승이 나라를 개국했고 이 땅에 풍요와 번영을 내렸다. 살려야 할 이들을 살리고 죽여야 할 이들을 죽이기 위해 옥새와 대도를 들어 이 땅 위에 자리한 만인의 생사를 정했다. 치수를 다스려 농토를 개간하고 비단길을 통한 부를 쌓았으며 재생의 치를 일으켜 중원이라 불리는 이 땅에 새롭게 황금의 세기를 열고 짐승의 시대를 열어젖혔으며 고이고 썩어 문드러진 시간을 뛰어넘어 진보라 불린 이름의 퇴보를 다시금 퇴보란 이름의 진보로 뒤바꿨다. 세상은 이전 시대로 회귀한 작금의 세기를 또다시 전국이라 말하나, 그 전국이 온전히 지옥이던가? 관동과 관서, 각기 동서로 갈린 하나의 세상은 천국과 지옥이라는 두 개의 세상이 되었으니 적어도 나는 이 땅에 절반을 살렸다. 한쪽의 부와 자유가 억압당할 때, 나는 그들의 부와 자유를 허락하고 헌신하며 희생했다.”


“감히 묻사오니 왕께서는 사투르누스. 아니, 크로노스의 현신이라도 되십니까?”


그 와중에 그 잘나디잘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들고 오는데 대저 여기다 대고 뭐라 해야 할까?


“아니지요, 페르시아를 말씀하셨으니 이리 물어야겠습니다. 폐하께서는 스스로를 바알이라고 여기고 계신지요?”


“..........!”


그 와중에 카르타고를 비롯한 페니키아인들이 믿는 주신이자 가나안 지역의 가장 원초적이며 절대적인 신들의 근원과도 같은 토착신의 존재까지 나왔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바알과 크로노스를 동일시하는 시각이 있다는 것인데, 이는 과거 그리스가 패권을 쥐던 시절부터 지역 간의 교류를 통해 동일시되었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고로 로마시대에 이르러 그 모든 지역이 통폐합된 상황에 이러한 동일시를 통해 여러 신들이 하나의 존재로 교차 해석되는데 뭐 그거야 부가적인 설명에 불과하고, 지금 당장에 굴리엘모스가 저러한 말을 꺼낸 것을 직역하면 실로 이쪽의 기분이 나쁠 수 있는 말이 된다.


- 네가 신이라도 되느냐?


“발칙하긴 하구나. 하지만 올바른 의문이기도 하지.”


제아무리 살아있는 생신, 절대적 존재로 해석되는 임금, 왕, 황제라 할지라도 이 땅에 자리한, 소위 하늘 아래 자리한 인세의 모든 것을 뒤바꿀 순 없다.


그러나 신이 아님에도 통치를 비롯한 정복 등을 통해 인간의 노력으로 그러한 기적적인 변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 땅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된 사회상을 지닌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러한 포부가 그에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자를 비롯한 제국의 이들만이 내비칠 수 있는 오만이자 착각으로 비춰진 것이다.


“고대의 바다를 다스린 그 아테네조차 스파르타에 의해 망했습니다. 허나 그 스파르타 또한 아테네를 흡수하여 제국이 된 뒤로는 제국의 부유함에 의한 계층의 분화와 갈등을 통한 내적 혼란과 더불어 그 사회가 무너져 내렸지요. 로마는 다릅니까? 공화정과 시민을 비롯한 의회로 시작된 이 나라가 어찌 자영농이 몰락하고 라디푼디움이 들어서고 그라쿠스 형제의 투쟁과 몰락 속에 공화정은 귀족정이 되었지요. 극단성을 띤 정치와 경제, 부정부패한 자들의 결속, 해결되지 않은 민족 갈등, 폭력과 암살 정치의 대두, 시민권과 선거권 확보를 둘러싼 격정적 갈등, 썩어가는 지도부, 순한 되지 않는 사회상 등 세상을 지탱하던 모든 것이 삐걱이며 흔들렸습니다. 이에 사회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이미 커져 버린 로마는 그 큰 영토와 혼란한 사회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군단병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선 그라쿠스의 암살과 더불어 그 이전에 몰락한 자영농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지요. 애초에 몇 남지 않은 시민들만으로는 이러한 소요 사태 및 혼란이 지속되는 로마 전역에 안정을 이룩할 수 없으니, 로마는 억지로 군단병들의 징집을 위한 시민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민권을 뿌려야 했고, 그 와중에 부족한 군병의 충원을 위한 병제 개혁을 추진하며 빈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병을 모집하게 됩니다. 이게 뭘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그렇지?”


“혼란의 시기, 유구르타 전쟁의 영웅이요, 평민 출신인 마리우스에 의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뀐 이 로마의 개혁은 전쟁 당시 아주 적절하다는 평을 받았으나 이후, 가진 것 없는 빈민이 자신에게 녹봉을 주는 주인에게 매달리게 되는 경제적 의존을 초래하게 됩니다. 사회 경제구조의 개혁이나 별다른 조치가 없으니, 빈민이 줄어드는 일도 사회가 안정화되는 일도 없었고 그 와중에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빈민들은 더더욱 자신들의 힘든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힘 있고 부유한 이들에게 충성하는 사병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고, 이는 중원이라 불리는 이 땅의 군벌이라는 이들이 난립하던 형세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헌데 겨우 그러한 혼란을 빠져나온 작금에 이르러 다시금 진국의 내에 그러한 사회상을 풀어놓겠다는 것은.......”


“거기까지.”


“하오나 그 뒤가.......”


“애초에 내가 계획한 대계(시나리오)는 거기까지야, 그 뒤까지 흘러가게 둘 여지도 연유도 없지.”


“그런.........”


“그래, 누가 로마인 아니랄까 봐 제나라 역사 줄줄 꿰고 있는 것은 당연히 칭찬해, 대단하다고. 거기에 특별한 페르시아 혈통에, 굴리엘모스, 아니 윌리엄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먼 훗날 이름 떨칠 예로부터 아주 오래된 그 장래가 촉망받는 집안을 이끌고 계신 우리 똑똑하신 상인 나리의 놀라운 통찰과 혜안을 비롯한 비범한 사고 또한 나도 알겠단 말이지. 거기에 그 이후에 펼쳐질 혼란과 군인 정치가들의 등장과 내전을 비롯해 옥타비아누스의 제정이 들어선 로마까지 잘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거기까지 하시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짚어야 할 대목을 돌아보자고.”


그러나 더 이상의 지레짐작은 사절이었다. 더 이상 의미 없는 말들이 늘어지는 것도 사절이었다.


“가진 것 없는 빈민이 자신에게 녹봉을 주는 주인에게 매달리게 되는 경제적 의존을 초래하게 된다. 사회 경제 구조의 개혁이나 별다른 조치가 없으니, 빈민이 줄어드는 일도 사회가 안정화되는 일도 없었고 그 와중에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빈민들은 더더욱 자신들의 힘든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힘 있고 부유한 이들에게 충성하는 사병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진나라의 특수성을 더하면 뭐가 될까? 작금에 이 진나라에 닥친, 그것도 예상되는 위기가 뭐가 있어?”


“전쟁......, 그렇군요. 그 끝에 진에게 닥친 내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계한과의 전쟁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무언가 납득이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굴리엘모스 또한 더 이상의 우려가 무의미한 것을 알았다.


“그래, 거기까지. 그러니까 역사 속 위기고 멸망이고 나발이고 거기까지만 쓰겠다고. 국가와 국민 그 둘 모두를 억지로 일깨워 성장시키고 각성시켜 의미 없을 것들에 할애할 수백 년의 세월 축약해서 뛰어넘겠다고.”


“그때가 되면 앞서 만난 이들의 우려 또한 씻어내실 생각이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겠지. 그때가 되면 장로도 부간도 나를 이해해 줄 것이야.”


“..........”


하지만 그렇기에, 그와 같은 개혁의 끝자락을 닮은 공화정 로마의 마지막 발악이자 최후를 알기에, 굴리엘모스는 조용히 그 눈을 감은 채,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폐하께선 실로 사회질서와 국가체계를 재정비하려고 했던 개혁가인 동시에, 공화정을 파멸시킨 독재자이자 양극의 평가가 존재하는 인물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되실지도 모르겠사옵니다. 하오나 제국의 절대자시여, 로마를 꿈꾸는 파르티아의 임페라토르시어, 동방의 카이사르시어.”


세상이 반으로 접힌 듯 동방의 로마를 자처하는 제국의 토대를 이룩한 국가가 기어코 그 수레바퀴를 강제로 돌리며 또 한 차례 세상과 시간을 주무르려 하고 있었다.


“크로노스와 바알에 비견될 신이시어, 그대가 원하는 원하는 시간과 공간의 축에 정해놓은 좌표를 찍고 세계를 굴려 그곳에 멈춰서기를. 하여 그에 한 치도 어긋남이 없어 그에 따른 비극이 펼쳐지지 않기를.”


“듣자듣자 하니, 그 우려를 넘어선 망발을 더는 들어줄 수가 없군.”


“신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폐하께 복종합니다. 폐하께서 약조를 지키신 이상, 신은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폐하의 뜻만을 따르옵니다. 허나 변혁과 방임의 세기를, 그 위기를 매번 넘어온 로마조차 이를 원해서 불러들이지는 않았사옵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그 비좁은 반도에서 기어 나오질 말았어야지. 꿈틀꿈틀 기어 나와 기어코 제국의 토대와 기반을 마련해놓고 어떻게든 제국이 되면 아니 된다 발버둥 치면 그 잘난 공화정이 유지가 된다던가?”


그러나 신에 버금가고 신을 대체하며 신에 대변될 절대자의 권능을 일개 인간이 막을 수는 없었다.


“이를 알면서도 이 땅에 공화정을........, 이상사회의 끝은........”


“정해져 있는 게야. 나 또한 그 결과를 아니까 일을 저지르는 게고.”


“폐하......”


“인간이 주사위를 던지면 그 결과가 어찌될 지 모르지. 허나 그 범주를 벗어난 이가 던진 주사위라면 이미 그 답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야. 내 스스로 신이라 부르짖을 수 없을지언정 내 안에 담긴 약 이천년에 달하는 세월만큼은 신화와 역사를 아우른다.”


이미 정해진 수레바퀴는 또다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이 던진 주사위 또한 그렇게 신에 버금갈 절대자의 손에서 무심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확실히 주제풀이가 어려운 대목이라 짧게 끊내기가 쉽지 않으나 그래도 줄이고 줄여 한편에 담았습니다.


이 다음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상과 다룰 것이며 그 사이사이에 모조리 잘라내고 편집해 덜어낸 이야기 중 꼭 필요한 대목들만 들어설 예정입니다.


글주변이 없지만 어떻게든 재미없는 부분은 더 줄여볼게요 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5.07 11:39
    No. 1

    저 친구의 시선에서 포홍은 헛소리를 실현할 힘을 지닌 미치광이인가요, 뭔가 이상한 걸 많이 알고있는 기재인가요?
    세월을 압축하겠다느니, 원래 죽었어야하는데 살았다느니 뭐라느니 하는데 보이는 반응을 보면 뭔가 범상치 않다는 건 인지한 것 같은데, 미래인으로써 과거로 환생했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한 것 같진 않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5.07 22:08
    No. 2

    이게 다음 부분에 나올 약속과 더불어 풀어질 내용이긴 합니다. 다만 포홍이 직접적으로 이를 이야기할 이유는 없고요, 굴리엘모스의 시선에서 어느 정도는 미치광이에 가깝게 볼 수 있긴 합니다만, 많은 걸 알고 있는 기재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그 시선이 맞지 않습니다.

    보통은 임금이나 군주가 제 휘하에 들고자 하는 인물 등을 논하거나 윗사람들이 아랫사람을 평할 때 주로 그 능력을 인정해주며 기재 운운하는 사회상이었다 보니, 한 나라의 임금에게 묘하게 신하이자 아랫사람 뉘앙스를 풍기는 표현으로 묘사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없는데서는 나랏님도 욕한다고 하지만요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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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6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2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1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3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3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3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3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1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3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7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59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8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89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5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3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2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7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7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1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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