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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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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4.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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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22쪽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DUMMY

그렇게 또다시 평정을 위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뭐, 그 덕에 실로 오랜만에 장안성의 궁궐 안으로 들어오는 이들의 면면이 호화롭고 그 숫자 또한 바글바글해졌는데, 이제와 대전에 모여든 이들을 앞에 두고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하다.


‘너무 일이 쉽게 풀렸는데? 아니, 그보다도 장인을 비롯한 저들이 모자란 것들인가? 그도 아니면 그 반대되는 족혈을 품은 것들이 진정 모자란 겐가?’


그래, 다른 것도 아니고 고변과 송사를 통해 일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건 안다.


신생국가에 여러 사회적 기반이 흘러넘치고 아직 나라가 썩지 않은 마당에 군대까지 살아있는데다가 그 왕이 눈을 부라리고 있으니 최대한 공정한 쪽에서, 송사의 판 위에서 서로 칼침놓기 바빴을 것이다.


근데 문제는, 너무나도 생각이 없는 반응들이다.


주제도 모르고 덤비는 각계각층, 특히나 일 저지르고 판 벌리며 주변 눈치 안 보고 소송을 남발하는 이들이 이 나라에 영향력을 끼치는 계층에 속한 무리인 것을 생각하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로 방심하고 있던 차에 예상치 못한 충돌에 그 머리가 헤까닥 돌아버렸을 순 있는 일이긴 한데 이건 누가 봐도 자충수요, 주변의 이목이 노골적으로 집중될 법한 일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곁에 있던 내관 나인들이 그에 얽힌 이들의 신원까지 적힌 축약된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했다.


해서 그 분쟁의 얽힌 대다수의 이들을 훑어보니


사락-


“다 어중간한 이들 뿐이군.”


웅성웅성-


왕의 한마디에 움찔했다 시끌벅적해졌다 하는 것이 뭐 당연한 그림이긴 한데 정작 그 한마디의 여파가 꽤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조차 지금의 포홍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진실로 이 나라에서 알아주는, 적어도 이 장안성 내에 저택 하나씩 크게 꼬라박고 있는 문중의 이들의 피해는 적었다는 것이고 그 와중에 제법 규모를 갖춘 중대 상공인들의 피해 또한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에 재미있는 건 작금의 제일 시끄러운 이 갈등에 노출되지 않은 이들도, 제법 많다는 것인데....., 이것 참. 이를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싫어해야 하나?”


그도 그럴 것이 마냥 장안성 안팎으로 이 문제가 시끄러워지며 신분제에 가까운 충돌이 생기기도 하였으나 반대로 그 신분제의 갈등을 벗어난 이들도 제법 존재했던 것이, 이전과 같았으면 족혈을 품은 가문에서 천한 상업에 뛰어든 이들이 적었을 것이나 작금의 확고한 경제성장을 통한 자본주의의 성공 신화가 써 내려지는 마당에 집에서 백수마냥 지내느니 뭐라도 하자 하고 뛰어든 이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저 관동에서도 호족을 비롯한 이들이 대농장을 운영하고 공장제와 다를 바 없는 장원제를 통해 대규모 수공업 단지를 돌리는데, 그보다 더한 경제력과 자본력을 갖춘 관서에서 이러한 사업체계를 갖추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관동과 관서의 방식에도 차이는 분명 존재했는데, 이는 작금의 진나라가 수많은 유민들의 유입과 더불어 비단 경제를 위해 내부에서 계속 재화가, 화폐가 돌아야 하는 사정이었던 만큼, 그 노동력을 제공하는 다수가 고용된 도시 노동자의 형태를 띄게 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 신분이 천하지도 않은 것들이 나름 집안의 지원에 힘입어 경기 좋은 호시절을 통해 이러한 상공업계에 성공적인 데뷔를 치르면서 나름 그 자리에 안착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고로 이들은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고 사농공상에 따른 천시적 사고도 없는 데다가 반대로 그에 따른 차별을 받아 평소에 불만이 쌓여있었으나 그래도 성공해서 이 진나라에서 만큼은 사회적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이들에게도 속하지 않으니 그저 이러한 분쟁을 먼나라 이웃나라 불구경 싸움구경 보듯 하면서 그냥저냥 피해갔던 셈이다.


물론, 이 부류 중에서도 예상 외로 크게 얽히고 고꾸라진 이들도 제법 많긴 한데, 그야 부정부패한 것들 중에서도 안목이 떨어지거나 눈치가 없거나 해서 알아서 걸러진 이들이니 어차피 도태될 것들이라 큰 관심이 가게 되진 않았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충돌의 판에서 노골적인 부의 편중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인데........’


사락-


아무런 피해도 없이 양측에 속해있지도 않은 이들이 그저 가만히 제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알아서 그 경쟁자들이 고꾸라지는 판국이니, 졸지에 그 수혜를 받으며 수익과 자본을 비롯한 자산 규모가 증대되는 이들이 생겨났는데, 이게 애초에 개천에서 올라와 열심히 살았던 이들에게 그 모든 수혜가 흘러 들어갔으면 몰라도, 애초부터 그 집안에 빌어먹고 살다가 그 집안의 지원을 통해 우습게 자본 전선에 안착해 선전하다 못해 급성장을 통해 궤도에 오른 이들이 생겨났다는 게 문제였다.


뭐, 처음이야 이러한 사소한 부분들이, 별 것 아닌 사회의 유동적 이동이 그저 당연히 넘어가도 될 문제이기는 하나 반대로 귀족적 권위를 비롯한 신분제가 공고한 시대상의 지배층이 급변하는 시대의 위기까지 우습게 뛰어넘어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는 자본력까지 갖추게 되면 그때부턴 실로 계층 간에 사회적 이동이 불가능한, 소위 썩고 고여 문드러지고 사회 동력원을 잃게 되는 수준의 사회구조가 찾아들게 된다.


그리고 이는 적어도 작금의 문제는 아니나 빠르면 2, 30년 늦으면 50년, 100년 후에 따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데, 물론 이에 따른 반박도 존재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따지면 다 뒤집히는 난세고 애초에 있는 놈들 중심으로 돌아갔던 고대 국가요, 고대 사회가 아니냐 물으면 그래, 그 또한 맞는 말이 될 것이다.


허나 문제는


‘이걸 내가 바라지 않지. 적어도 내 생전의 행보에 내가 세운 나라가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거나 내 눈에 거슬리는 일은 없어야지.’


지난번에도 읊었을 것인데 사람이 자리에 영향력을 아예 안 받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 이 자리까지 오고 나니까 여러 부분에서 욕심이 생겼다.


성군이 되고픈 욕심, 명군이 되고픈 욕심, 황제를 뛰어넘을 제왕이 되고픈 욕심, 관대한 제국을 일으키고픈 욕심.


그러다 보니 애초에 완전무결은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 첫 구슬을 끼워 맞추는 한순간, 순간에 거슬리는 부분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이를 바꿔 끼우거나 다시 끼우는 일들이 많아졌다.


일찍이 한수를 정리한 것도 어쩌면 그 구슬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이를 빼버리고 그 자리에 정리된 다른 구슬을 끼운 것이고, 그 이전에 상인들의 득세를 경계했던 것도 먼 훗날 구슬을 꿰었을 때, 그 색이 바래 흐트러진 그림이 나올까 우려했던 일들 중 하나였다.


고로 한수의 정리와 더불어 신선국을 포함한 서역 36국이 익주와 접점을 가지고 하서주랑이 아닌 저족의 영역을 통해 새로운 교역로를 세우려는 일을 방해했던 것이고 그 와중에 저족의 영역을 쓸어버린 것 또한 그에 따른 일처리였으니, 이는 지금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마냥 민의가 성장하고,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청렴과 결백을 증명하고, 해서 잠깐의 고생 끝에 보상받고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시대상이 자리하고, 그래도 다수가 수혜를 입고, 그 와중에 작게 자라 난 우려와 함께 이걸로 이 아름다운 이야기와 업적을 끝내자고 하기엔 이 지랄 맞은 성격이 이를 용납할 수가 없다.


“그대들은 사부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부회라고 하심은?”


“뭐, 삼부회라도 불러도 좋아. 상위, 중위, 하위의 이들 중 자신들의 계층을 대변할 이들을 내세워 그들로 하여금 국정의 운영에 도움이 되게 만들 생각인데, 사농공상의 대표자들을 뽑는다고 해도 좋으니 일단 사부회라 명명을 했네만........”


웅성웅성-


“소, 송구하오나 폐하! 하, 하오시면 그러한 부회의 활동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겠나이까?”


“뭐 당장에 송사와 고변을 비롯한 분쟁의 문제도 그러하고, 왕사께서 양심선언을 통해 스스로의 부정을 밝혀 다수의 관료들이 사직하여 관의 사무처리에도 차질이 있을뿐더러 당장에 조당에 속한 여러 이들이 새로이 관헌들을 뽑아야 한다 수 차례 주장을 해왔으니, 일단 기존의 월단평과 같은 임관제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을 해야겠지. 기왕지사 청문회라 해서 관직에 천거된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도 가져볼 셈인데, 어찌들 생각하시는가?”


그렇게 또다시 한 차례 대전에 거대한 적막이 자리했다.


그에 따른 충격도 보통 충격이 아니었던 것이 적어도 그 적막을 깨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 뒤에야 술렁임이 자리했다.


기존의 임관제도만큼 이들의 신분제를 공고히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것도 없었으나 이제부터 이를 지워낸다고 하니, 필경 족혈을 품은 이들 거기에 대다수의 조정에 출사한 이들 중 다수가 그 눈빛에 노골적인 우려와 두려움이 물들었던 것이다.


“뭐, 너무 그리 걱정들 하는 모양인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되려 잘 된 일일세. 떳떳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게지. 또한 아조라고 언제까지 유종의 이들이 답습해 계속 자리를 차지해왔던 향거리선제를 두고 볼 수는 없는 게고, 이는 곧 특정 파벌을 비롯한 이들이 지속적으로 관직에 공급되게 하며 그들의 임관을 비롯한 출세를 보장해주니 결국 능력에 상관없는 이들이 저들 계층 사이에 금칠하고 인간관계만 잘 쌓아 올리면 나랏일을 도맡아 차지하고 녹봉을 받아가는 기형적인 구도가 만들어졌음이야. 오죽하면, 한조를 망친 임금이기는 하나 초기 집권 당시 그 향거리선제를 개혁해보겠다고 설친 효령황제(영제) 유굉이 외척 그리고 환관과 손잡고 벼슬자리를 팔았겠나? 기존의 향거리선제가 결국은 그 자리를 차지한 이들의 지속된 알박기임을 모르지 않는 게야, 거기다 딴에 저들 계층 사이에서 명망이 좋다 평판이 좋다 하여 나중에 그 자질이 없어도 자리에서 퇴임시킬 수도 없도록 신하들이 우르르 찾아가 만류하고 나서니 그 임금으로서 어찌 저들의 잇속만 챙기는 이들의 꼴이 좋아 보이겠나?”


“.............!”


거기에 임금인 포홍이 직접 죽은 영제 유굉을 빗대어 그 입장을 비호하면서 나선 것이 문제였다.


오죽하면, 오죽 그 문제가 심각했으면 나라를 망친 암군에 스스로를 입각해 지금까지 내 이를 지켜봤는데 이거 기분 더럽다, 그냥 두고 보지 못하겠다 하고 나서는데, 예서 자칫 잘못하다간 민심마저 이반되는 상황 속에 나랏님에게까지 찍힐 여지가 있었다.


“물론, 이제 그러한 배경을 그럴싸한 핑계 삼아 환관을 비롯한 새로운 권력 계층을 만들고 그들을 앞세워 매관매직이라는 병신짓을 통해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제 주머니를 채우고 나라를 망친 놈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놈의 악행이야 비판받아 마땅하다. 허나 반대로 그리 나라에 망조를 불러들인 임금에게 책이 잡힐 정도로 무능하고 관행에 입각한 저들만을 위한 출세 가도를 만들어놓고, 나중에 가서 제것들 다 빼앗기고 나라 기우니까 그제야 입바른 소리 옳은 소리하면서 세상이 잘못되었다느니 임금과 그릇된 제도를 비판하기만 하면 과연 그때가서 그 위선적인 꼬라지를 본 임금이 과연 코웃음이라도 치겠느냔 말이지? 저들 출세 보장하는 그릇된 정책은 아주 당연하고 옳은 거라 여기면서, 그 출셋길 막고 돈 많은 놈들 출셋길 열어줬다고 찡얼찡얼대는 건 실로 너무한 위선 아닌가?”


그리고 포홍 또한 이를 모르지 않으니, 아예 이참에 신이 난 기색으로 이들의 심간을 후벼파며 찔러대고 있었다.


부동산만 알박기가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으니 이참에 확실하게 이를 드러내고자 하는 마당에 변화하는 사화상까지 따진다면 누가 뭐라 한들 민심은 왕의 편일 터.


“크흠!”


“허흠!”


“어험!”


“봄이 되었는데도 어째 다들 마냥 고뿔이 걸린 모양이니, 누구인가? 다들 나랏일에 힘써야 할 상황임에 이리 질병을 퍼트려 사기를 낮추려는 이가 누구야?”


그 불편한 현실이 낯이 부끄러운 이들의 헛기침 소리를 이끌었고 하여 곳곳에서 유행성 감기도 아닌 마른기침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데, 이게 여간 재미있는 반응이 아니었다.


“소, 소관은 아니옵니다!”


“소관 또한......”


“그래, 뭐 다들 아니시겠지. 여하튼, 앞서 작금의 장안성의 온 대로변이 송사, 고변의 이야기만 주구장창해대는 것도 다 이러한 위선이 까발려져서 그런 것 아니겠나? 그 와중에 제 청명과 결백을 지킨 이들의 인품은 드높아졌고 그에 걸맞은 청명 그리고 이를 응원하는 백성들의 지지가 더해졌네. 스스로 어떠한 것을 배웠던 어떠한 세상 속에 몸을 담았던, 그 누가 보아도 떳떳하고 공정하며 세상에 해악을 끼치지 않은 채, 살아온 이들의 고결함은 그리 증명이 되어 만인의 축원을 받는 법이지.”


그러나 마냥 재미만 추구하며 나랏일을 돌볼 순 없으니 밀어붙일 땐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쿠우웅-


“........!”


“거기다 아조는 이제 막 세워진 신생국가요, 기존의 천하에 오만 부정을 뿌려대고 그릇된 위선을 일삼은 한조에 반하며 일어난 나라이거늘, 어찌 벌써부터 이리 이 나라의 사회를 이끌고 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들이 썩을 수가 있나! 어찌 내 이 나라의 임금으로서 이를 마냥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있어!”


대전의 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발 구릉 한 번에 그곳에 자리한 신료들이 우르르 움찔하며 몸을 떨었고, 대전의 공기를 찢는 우렁찬 외침에 다시금 그 고개를 수그렸다.


“오래된 놈들이나 새로운 놈들이나 똑같고, 배운 놈이나 못 배운 놈이나 똑같고, 가진 놈이나 못 가진 놈이나 똑같으면 해서 똑같이 부패하고 무능하면 그냥 이 나라의 벼슬자리에 발을 들일 생각을 말아야지. 일이 터져 그때 그때 걸러내면 너무 늦는 것이니 미리미리 걸러야지. 그래야 나중에 썩더라도 그 표본이 작지. 제도는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니, 모두에게 일어날 미래의 비극을 축소시키기 위함이라, 먼 훗날에 죄를 지어 죽어 나갈 이들을 줄이기 위함이라. 이는, 이 나라를 일으킨 임금으로서의 바램이요, 부탁이기도 하니 나는 나와 함께 창업공신으로 남은 그대들과 되도록 오래 가고 싶은 마음인즉, 내 손으로 그대들의 부정을 들추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그 본을 확실히 세울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향거리선제 또한 한계에 봉착했고, 그 한조에 반하고 일어선 이 진나라 또한 그와 같은 임관의 제도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에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상 나라를 세우고, 새 나라의 이름을 거는 것이야 쉬워도 그 안에 자리한 그 나라의 색채와 본질을 무엇으로 가꾸느냐에 따라 이를 기억하는 이들 앞에 어떠한 국가로 자리매김하느냐에 면모는 달라지는 것이니, 그렇게 대전의 모여든 대소신료들의 앞에 임관제도의 개혁을 천명한 그의 의중은 이내 대전을 거쳐 궁성의 외곽으로 뻗어나가 각계각층의 수많은 이들이 자리한 장안성의 안팎까지 뒤흔드는 실질적 개혁이자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


* * *


“그래요, 결국 그리 나오셨다니, 잘 알겠네요.”


그리고 이러한 소식은 작금에 수많은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것과 별개로 이전에 벌어진 고변과 소송으로 얼룩진 사회상을 방조했던 각 계층의 지도자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으니 소식을 들은 이들의 반응은 실로 남다른 것이었다.


“하오나 국상, 지난날의 저치들이 저리 방만하게 날뛴 것은 모두가 국상을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닌 말로, 이 진나라에 무력과 더불어 가장 중한 힘이 금력인즉, 그러한 금력을 바탕으로 한 신흥 세력이나 다를 바 없는 저들의 요구를 조금은 들어줬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요, 그도 아니면 저들을 조금이라도 비호하고 나서야.......”


“쯧쯧쯧, 모자란 사람.”


“예?”


“남들의 위에 서는 사람이 그 아랫것들에게 매달리고 굽신거리면 애초에 온전히 제 힘으로 위에 서 있는 게 맞는 건가? 그리고 아닌 말로 이 진나라에 금력이든 정치력이든 무력이든 제 힘 하나 가지고 있는 이들 모두가 내 고객인데, 그런 내가 이제와 일부 고객들만 편애하면 다른 이들은 어찌하려고?”


“고객(顧客)입니까?”


“아, 우리 사위가 일전에 쓰던 말이긴 한데, 본질적으로 높든(高), 다시 돌아오든(顧) 결국 우리 집 대문을 두들기고 찾아올 객이라 이거지요. 다들 어디 가서 떵떵거릴 객들이 굽신대고 찾아오는 연유가 뭐겠어요? 정치든 장사든 다 그런 것 아닌가?”


“하오나 우려스러운 것은 되려 이번 일에 단 한 차례도 나서지 않으시니, 그에 실망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흘러나오는지라.”


“됐어요, 고작 이 따위 일에 살아남지도 못하고, 주제도 모르고 제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리 씹어댈 것들이면 하등 그 앞날에도 큰 도움은 안 되요. 애초에 나도 솎아낼 생각이었는 걸, 거기에 사위는 아려나 몰라? 그 주머니 채워준 게 이쪽인데 말이야.”


“어쩌면 그래서 이번 조당의 평정에서 그 이야기를 꺼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그래서 내 이렇게 지켜만 보고 있는 거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뭐,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이번 일에 내 언질을 남긴 가문의 이들이 그에 따른 고마움을 표시해주고 있거든.”


“족혈을 품었음에도 상업에 뛰어든 가문의 이들 말입니까?”


“그렇지, 거기에 그간 하릴없이 놀던 세객들도 그에 동참해서 사소한 업무라도 봐주니까, 산학을 비롯한 잡학의 이들도 제법 일을 가지는 추세고, 뭐 그 덕에 제자백가라는 이명에 말단에 속한 이들도 나름 먹고는 살게 되었으니까 인심까지 좋아졌고. 거기에 부정 저지를 필요가 없으니 조만간 기회가 온다고 하니 실로 경쟁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그 사업 확장할 기회가 왔으니, 이 정도면 나만한 은인이 없다니까?”


특히나 작금의 진나라, 그것도 이 장안에 자리한 사회지도층 중 다수와 연이 닿아있는 풍방의 경우 거진 이러한 계층 갈등과 다툼에 상관없이 자신의 목적과 의도 하에 착실한 구상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남들은 이런 날 두고 기왕지사 가진 놈들이 더 많이 가져야 관리가 쉬울 것이라며 있는 놈들 더한 배만 불려준다 욕을 할지 모르지만, 이 또한 중요한 밑 작업인 셈이지. 적어도 이전 시대의 늙은이들이 사라졌으니 다음 시대의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세상을 가져가야 하는데, 여전히 꽉 막힌 늙은이들은 그 대화가 안 통해. 그러니까 그 가문 내에 어린 것을 키워 돈맛을 보게 하고 그에 노출을 시켜서 가문 내에 주류의 이들로 만들어놔야 그놈들이 내 말을 듣지, 그리 말을 들으면 놈들의 가문이 움직이는 게고, 그리되면 이 나라라 사회 전체가 들썩이게 되니, 아. 그날은 언제 올까요? 세상 모든 것이 이 섬섬옥수와 같은 손끝에서, 금력에 가치로 결정짓는 그날이 오기를 나는 희망하는데, 후후훗.”


달라지는 세상의 모습 속 노골적인 사회문제를 일으키다 못해 제 잠재적 추종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대거 이탈을 야기한 이러한 방만의 끝엔, 변화하는 세상 속 그 세상의 주된 가치로 떠오르는 번영과 풍용의 상징인, 물질 중심주의에 기반한 자본(재화)의 존재가 있었고, 금력으로 통용되는 이것은 적어도 무력과 더불어 이 진나라를 상징하는 가치로 올라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통용되던 국시나 다름이 없었던 유학, 이하 학문이자 사상이라 할 수 있는 비물질적, 정신적 가치에 정반대되는 결과물로서 작금의 전국에서 새롭게 재평가를 받고 있는 가치이기도 했다.


천하의 무게추가 그리 기울었으니 이미 세상은 하서주랑을 통해 이어진 비단길과 그 너머의 동서금로, 사연택과 같은 물질만능주의가 주는 혜택과 영향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며 세상이 그리 돌아갈수록 반대로 그 수혜를 보며 이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진나라는 더한 이득을 가져가나, 실상 그 중심엔 풍방이라는 절대적 존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사위, 적어도 이 난세가 끝날 때까지 무력은 지워지지 않을 으뜸의 가치로 남겠지만, 적어도 그다음의 가치는 두말할 것 없는 금력이에요. 백호군이 실수한 것도 그러하고 그래도 이쪽의 배려를 눈치채고, 이번만큼은 내 손을 들어준 것이라면 그 또한 장인으로 고맙고 또 감동할 일이겠지만, 미안하게도 사위는 이번만큼은 내 손을 들어주면 안 됐어. 아이, 정말. 돈 가진 놈들에게 벼슬길을 열어주면 어떻게 해. 어? 우후훗.”


그리고 마침 계몽이자 개혁이며 그에 따른 변혁의 가치를 추구하는 포홍이 노림수가 되려 풍방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과연 그대는 나만큼 이러한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사위의 무력은 당연하고, 의외에 지모를 비롯한 사고는 간혹 나를 놀라게 하지만 그렇다고 사위가 투전판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이 돈 굴리는 판에서 나는 져 본 적이 없어요. 권력 앞에 수그리고 무력 앞에 겁은 먹어 봤지만, 돈 앞에선 그 누구도 내 발목을 잡지 못해. 그 돈이 재화가, 미곡이, 물자가, 아쉬워서라도 사위는 조금씩 조금씩 내게 손을 벌리게 될 거에요. 아니, 사위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야, 다들 내게 빚을 지고 조금씩 가진 것을 빼앗기기 시작하겠지. 이건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어요, 당장엔 이주 경쟁이, 그다음은 진짜 전쟁이잖아?”


과거 여불위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이룩할 능력이 있으며, 그럼에도 그 여불위와 같은 약점도 없는가 스스로를 그와 동일시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위험한 짓에 맛을 들리기 시작했다.


포홍은 족혈을 품은 이들과 기득권의 결집을 비롯해 신분 이동이 이뤄지지 않는 경직된 사회구조를 걱정해 일을 벌였으나, 반대로 그 사회 구석구석에 노골적인 자본의 침투를 허용하는 변수를 허락했던 것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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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0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5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59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59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1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6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8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48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3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6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49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8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6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3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6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2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1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3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3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3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3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1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3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7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59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8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89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5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3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2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7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7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1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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