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6,887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4.05 00:22
조회
245
추천
7
글자
21쪽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DUMMY

콰앙-


“그게 무슨 소리인가! 사퇴라니! 대저 왕사께서 왜 사퇴를 하신다는 게야!”


새해가 찾아들어 눈이 녹고 꽃이 피는 봄날의 날씨에 어긋나지 않을 진나라의 정국은 겨울날보다 더한 한파를 맞봐야 했다.


꽃들이 날리고 꽃잎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얼음이 날리고 눈이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 저자에 파다한 풍문이 진정 사실이기에 그런 것이라는 예측이.......”


“그건 예측이고! 작금 같은 중한 시기에 왜 그 따위 오판을 하시냔 말이야! 설사 그게 진실이어도 왜 지금 같은 시기에 이리 나오시는 게야! 아닌 말로 뭣 모르고 그 뒤안길을 따른 젊은이들, 그 앞날 창창한 어린 것들 앞길 다 막아버릴 셈이신가! 왜 그리 못난 선택을 해! 왜!”


특히나 가뜩이나 부족한 세를 바탕으로 기존의 유학의 이들, 특히나 그중에서 청류계 이들처럼 오직 배움 하나에 몰두하여 옳음을 깨우치고 그에 대한 실천과 운용의 묘리를 배워온 이들에게 있어 이는 가히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과 같았으니, 생전 처음으로 갑훈이 저를 추종하는 이들에게 욕을 먹게 된 것도 바로 이즈음이었다.


“노환이 드신 계지요, 암만 옳다 어쩐다 한들 어찌 세상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이리 이기적인 선택을 내리신단 말입니까?”


“그러게 말이옵니다. 어찌 작금과 같이 중한 시국에, 저 무도하고 천박한 것들이 공직을 넘보는 이 판국에 저리 나오시는지, 원. 어휴.”


“어허! 그래도 다들 그 말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답답해서 그럽니다! 답답해서! 어, 존장이면, 어른이면, 선진이면 그답게 행동해야지, 어린애마냥 이게 뭣 하는 겁니까, 이게? 내 요즘 밑에 있는 후배들 보기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에요! 어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이래서야, 어디 제자백가의 후인들을 비롯한 학우들이 올바른 세상을 이끌 수 있겠습니까? 그 선배들이 길을 닦아놔야 하는데, 지금 그 길을 다 때려 부수고 있어요! 그래놓고 우리더러 후배들 잘 다독이고 가르치라는데, 이게 어디 할 소립니까!”


역시 곳간에서 인심 나는 법이고 사람이 궁지로 내몰리면 그 본성이 튀어나온다고, 평생을 옳은 것, 바른 것에 집착하며 이를 설파한 이들조차 결국 제 앞길 막는다고 자신들의 우두머리나 다름이 없는 갑훈을 욕보이길 바빴다.


물론, 이들의 입장도 마냥 이해를 못 해줄 것은 아닌 것이 그래도 유학의 몰락 이후, 한 차례 물갈이된 이들은, 나름 진나라가 주도한 제자백가의 난립이라는 새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자라난 어린싹과 같은 이들로 아직 유종의 이들처럼 고인물이 되어 썩기에는 제법 그 장래가 촉망되는 존재들이었다.


한마디로 그 앞날이 기대되며 마냥 부패했다 내몰기에는 그 유통기한이 아주 오래 남은 신선한, 이제 갓 짜낸 우유 같은 이들인데 문제는 그리 갓 짜낸 우유라고 해도 그 향을 싫어하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요, 유당불내증마냥 그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무력적 측면을 기반으로 소위 기존에 학문적 질서와 권위에 반하는 체제로 그 기반을 쌓아 올린 진나라로서는, 또 그 장인인 풍방을 비롯해 비단길을 통한 동서 교역을 부활시킨 포홍을 추종하며 그에 따른 지지 세력으로 돌아선 지주, 부호, 호족을 비롯한 상공인 계층을 바탕으로 경제력이란 또다른 힘을 휘두르게 된 진나라로서는, 과거 한조의 몰락에 가장 큰 원흉과 다름이 없었던 소위 경전이나 읽고 입바른 소리만 하며 무능과 부패를 자처한 학종(이하 유종)의 이들이 또다시 설치려는 그림을 마냥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물론, 진왕 포홍이 기존의 유학과는 다른 제자백가를 통해 학문의 다양성 그리고 전문성을 보증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조와 유학의 파탄으로 얼룩진 학습된 과거가 있던 지라 이들은 그 트라우마 때문에서라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거부하며 보다 노골적으로 배움만을 좇는 학종의 이들을 규탄했다.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이가 사회에서 대우를 잘 받고 싶다 함은, 결국 출세뿐이니 그 속에 제 지닌 배움과 재주를 살려야 함은 자명한 것. 허나 그 출세 중에서도 유일무이하게 대접받고 싶다는 속내를 대의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배움의 길뿐이니, 지식을 습득하여 출세 가도를 달리는 지자 계층의 이들은 이 난세를 끝내는데 일조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칼 찬 무인은 스스럼 없이 황제요, 왕 앞에 서고 싶다는 야망을 밝혀야 하며, 장사치는 그 야망조차 밝힐 수 없이 그저 돈만을 벌어들이고 탐해야 하니,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농공상의 틀 안에서 가장 많이 포장된 이들은,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학종을 향한 규탄이 의외로 노골적인 학문적 논조를 띄고 있었다는 것이다.


딴에 교역이든 무역이든 상업이든 공업이든 그저 돈만 번다고 우습게 여겨졌던 이들이 밝힌 전문과 그에 따른 입장이 곳곳에 뿌려지면서 이는 더한 논란의 불씨를 키웠고, 이것이 다름이 아닌 맹씨 가문에 속한 일개 상공업자가 저술한 내용임이 밝혀지면서 다시금 진나라의 학계를 비롯한 정, 재계는 예상외로 큰 충격을 받고야 말았다.


애초에 학종에 대한 비평의 속에 이제는 수백 년의 세월 변치 않았던 신분제나 다름이 없는 사농공상이라는 계급구조와 그에 종족된 사회적 틀까지 건드렸으니,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야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 너희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너희만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체득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너희만 다른 이들의 그릇된 점을 꼬집을 수 있는 게 아니니, 세상은 너희가 없어도 이러한 비판과 힐난을 통한 자정작용과 사회적 여론을 조성할 할 수 있다.


특히나 이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면 기존의 전통이나 다름이 없는 질서에 대한 반발이자 도전이었다.


시대를 뒤집어 아직까지 그 신분제로 직업을 비롯한 사회활동의 구분과 제약이 남아있는 영국이나 인도의 사회상을 규탄하듯, 그 이전으로 돌아가면 왕족과 귀족 중심의 사회상을 깨부수듯, 이리 새롭게 들어선 진나라의 부르주아의 해당하는 이들의 선전 활동은 작금에 금의환향한 진 국상 풍방을 등에 업고 벌어진 또 하나의 격변이자 사회 계층 간의 주도권 싸움을 놓고 벌이는 충돌이었다.


“어디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이리도 선을 넘을 수가 있나! 그 무례도 정도가 있어!”


당연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나라의 지배계급에 속하는 사회지도층을 중심으로 또다시 난리가 났다.


깔 거면 학종의 이들만 깔 것이지, 그 와중에 기존에 족혈을 품고 자리한 이들까지 모조리 한데 묶어 까버리니 이건 뭐 노골적인 광역 도발이 아닐 수 없어 그에 따른 규탄 성명과 힐난, 비난의 이야기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더 이상, 이를 목도할 수 없다! 감히 스스로의 부정으로 얼룩진 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 채, 학종을 핑계로 족혈을 품은 이들을 모독하고 그 권위를 욕보였다! 이는 무도하다, 실로 참극이다! 이 진나라에 부끄러운 현실이다! 저 학종의 영수조차 스스로의 죄를 밝혀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으려는데 저 탐욕스러운 것들은 제 죄악조차 돌아보지 아니한다! 고로 우리가 저것들을 교화시켜야 한다! 스스로 깨이지 못하면 그 머리를 두들겨 깨워 강제로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야 한다!”


그렇게 포홍의 예상과는 달리, 갑훈의 왕사의 직을 내려놓은 퇴임을 시작으로 학종의 이들이 줄줄이 사퇴하며 고변에 엮이는 그림은 당장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보다 먼저 등장한 그림이 있으니 바야흐로 족혈을 품은 이들이 주축이 되어 벌이는 수백 차례의 고변과 송사였다.


“관리들을 시켜 알아보니 성진상단의 이들은 정해진 수익만큼의 세수를 납부하지 않았더군, 이게 그 증거일세.”


“유형행장의 공인들이 찾아와 뒤를 좀 봐달라 뇌물을 바치더군, 내 당시에는 이를 거절했는데 그 증좌는 이리 남아있으니 이를 고변할까 하네.”


“한월곡장의 미곡상들이 아직까지 조당에 바쳐야 할 분량의 군량을 가납하지 않고 있네, 헌데도 그에 따른 경고장만 두어 차례 갔을 뿐, 그와 관련된 행정처분이 없는 모양이야.”


이름하여 대소송시대, 바야흐로 대고발시대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한쪽만 피해를 본 일이었으면, 이리 대소송시대니 고발시대니 하는 표현이 아니라 00사화와 같은 이름을 가져가게 되었을 터.


이 말이 무슨 말이냐?


콰앙-


“아주 배웠다 어쨌다 오만 깨끗한 체는 다하더니 진실로 저들이 깨끗한 줄 아는구나! 이거, 이리된 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야 있나!”


그리 불시에 소송과 고변을 통해 공격을 받은 진나라의 신흥계급인 상공인을 주축으로 한 부르주아들 또한 이에 참지 않고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덜컥-


“무슨 일이요?”


“송사요! 내 대금 값을 치르지 않은 유덕 어르신과의 분쟁을 고하러 왔소!”


콰앙-


“고변이요! 내 법조에 몸담은 속관 위시령 나리의 죄를 고발할 것이오!”


대놓고 군사를 일으켜 싸울 수도, 그렇다고 권력을 휘둘러 어찌할 수도 없으니 그나마 할 수 있는 제일 공정하고 만만한 일이 소송이었다.


서로가 뒤집어쓴 위선의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 수백 통의 고소장을 남발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누구 하나 물러섬이 없다고들 하니 그 와중에 누가 공금을 횡령했네, 보상금을 얼마나 처먹었네, 뇌물을 달라고 했네, 정해진 수익만큼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네, 부당이득을 취했네 하는 등 전통의 족혈을 품은 이들과 신흥계급으로 등장한 상공인들이 서로를 향해 살기 가득한 분쟁의 판을 엄청나게 키워대고 있었다.


“작금의 왕사께서 내린 판단은 되려 정확한 것이다. 그분께선 우리 제자백가의 학종들이 유학과 같이 썩어 문드러지길 원치 않으시기에, 가장 먼저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가장 먼저 그 청명이 더럽혀짐을 허락하시면서 스스로를 희생하여 만대의 후인들 앞에 본보기가 되기를 원하신 것이다. 고로 오늘부로, 그분을 따라 스스로의 부정과 과오를 느낀 사대부의 이들은 스스로의 잘잘못을 돌이켜 자발적으로 그 자리를 내려놓고 야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와중에 이미 욕 먹을 각오를 자처한 갑훈이 휘하의 이들을 다독여 학종을 주축으로 한 이들의 사퇴 운동까지 주도를 하니, 내부에서는 수백 통의 사직서가 쌓이고 외부에서는 그 분쟁소송과 관련된 문건이 수천 통이 쌓였다.


사락-


“이건 또 뭐야?”


“사직을 하겠다 올린 이들의 상소입니다.”


“또다시 사표라니! 아니, 지금 이 나라에서 처리해야 할 굵직한 송사가 몇 개인데 승상부에 몸담은 이들이 정신 못 차리고 사표를 내!”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든 곳에서 문제가 터진 진나라의 상황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오나 그들 중 다수가 학종 출신으로 자신들이 나랏일을 돌봄에 있어 한치의 부정도 저지르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이 씨발 것들이, 진짜! 야! 어디 지들만 어디 깨끗한 사람이야? 이기적인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지금 저 바깥의 것들도 저들끼리 깨끗하네 마네 개지랄을 떠는 마당에, 이게 무슨 짓이냔 말이야!”


“하오나 왕사 어르신을 따르는 이들의 태도가 원체 완강합니다. 그나마 그러한 왕사 어르신의 무리를 힐난하고 그와 갈라선 다른 여러 학종들은 사직서를 내려놓지 않고 있으나 반대로 이제는 사직을 하지 않은 관료들을 되려 뻔뻔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저자에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으아아아아아!”


콰앙-


“저, 정위 나리!”


“이건 악몽이야, 악몽!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랏일은 늘어만 가는데, 일처리 할 사람은 계속 줄어만 가는데, 그 와중에 사직하는 놈들이나, 분쟁을 일으키는 놈들이나 아주 저들만 옳다 똥멍청이 같은 개짓거리만 일삼고 있지 않은가! 아니, 그리고 애초에 사직을 안한 이들이 왜 욕을 처먹어? 우리라고 싯팔, 어디 더러운 꼴 안보고 살아서 이러는 줄 알아? 개나 소나 다 사직하면 나랏일은 대저 누가 보나! 어? 누구는 뭐 욕 처먹고 싶어서 나랏일 하는 줄 알아! 이 개 같은 것들아!”


이러한 결백의 증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면서, 장안성을 필두로 한 진나라 내부에는 스스로의 떳떳함을 드러내고 부정부패를 최대한 빨리 털어내는 게 마치 유행처럼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죄가 있으면 남이 이를 고변하기 전에 그 죄를 밝혀야 하는 분위기가 자리매김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뻐팅기고 있다가 남에게 고변을 당하면 그야말로 만인의 지탄을 받아 창피해 고개를 들 수 없고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사회상이 자리를 하게 된 것이다.


“소식 들었는가? 아주 대단들 하시더구만?”


“그러게 말이야, 평상시에 그리 성공한 교역상인 양 운운하더니, 뭐? 참, 뭣도 모르는 어린 백성들 홀려다가 사기를 쳐? 그것도 서역과의 교역에 쓰이는 금화를 사들이면 나중에 돈이 된다고, 차용증과 대금을 받지 않나. 유명한 대인까지 불러들여 그 얼굴 비추고 보증과 후원 운운하지 않나, 헌데 뭐? 실제론 서역으로 보낸 마차가 한 대도 없고, 서역의 금화도 가진 게 없어? 이게 어디 사람 새끼가 할 짓이여?”


“거 그짝만 문제가 아니라요, 그 얼마 전에 송사에 임하게 된 관료는 내가 아주 좋게 보던 사람이었는데 그 실체가 장난이 아니더라고. 아니, 장안성 외곽에 임야며, 전답이며 있지도 않은 나라 땅까지 멋대로 팔아치웠다는 게 말이나 되냐는 거지. 그것도 겨우 안착한 유민들까지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이게 어디 나랏님 욕보이고 우리 진나라 사람들 욕보이는 거지, 어? 사람이 양심이 있으면 그러면 안 돼.”


“에잉, 더러운 것들. 작금의 이 천하에 이 진나라의 이름이 천지를 진동하고 있는데, 다 같이 열심히 살자는 판에 저들 배 불리는 개짓거리는 아주, 퉷! 에이, 저자의 똥개만도 못한 더러운 새끼들!”


그도 그럴 것이 작금의 사회적 고변으로 이루어진 이 소송 분쟁과 갈등이, 현 진나라를 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계층 간의 충돌이자 물러설 수 없는 대결로 자리를 잡은 만큼, 그 집요함에 의한 결과가 하나둘씩 까발려지면서 그간 막연하게 좋게만 여겨졌던 진나라 내부에 썩고 있던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딴에 입 좀 털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많은 호사가들을 시작으로 부유한 이들이 거치는 주루, 수많은 정보를 교환하는 상공인들과 저자의 풍문들까지 뒤엉켜 오만 이야기를 쏟아내니, 하나같이 그에 속한 이야기들 모두가 작금의 진나라를 이끄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지배층에 대한 자격에 대한 의심이요, 그에 따른 힐난이자 심사요, 비평이었다.


고로 제아무리 잘나디잘난 이들이라고 해도 어째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그러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주변의 눈치를 안 보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니 되려 딴에 잘나가는 사람들일수록, 높으신 양반들일수록 그 거취와 행동거지에 되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유행 아닌 유행이 되었다.


거기에 과거 갑훈을 비롯해 그를 추종하는 학종의 무리를 비판했던 다른 학종의 이들과 그 후인들조차 이제는 되려 저자의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더한 욕을 먹게 되었는데, 차라리 스스로의 죄를 밝혀 자리를 내려놓고 반성하는 것이 낫지, 여전히 정신 못 차린 채 저들만 깨끗하답시고 상공인들과 서로 똥 튀기는 소송 분쟁하고 있는 꼬라지가 뭐 그리 좋은 거냐는 등의 사회적 인식과 비판적 시선을 마주한 이들은 더는 제 옳음과 자신들이 기득권이 되어야 한다는 양상을 주장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면서 그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이 진나라 사회의 주류라 할 수 있는 각계각층의 이들이 거진 이참에 나서 한 자리씩 차지해보겠다, 그래도 우리가 저 새끼들보단 낫지, 어디 근본도 없고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하며 설치던 발정난 사회상은 서로에게 노골적인 상처만 입힌 채,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되었다.


서로가 저들끼리 잘났다고 설치다가 그 뚝배기를 깨겠다고 달려든 것이 서로에게 제대로 된 치명타, 유효타를 먹이면서 소송과 고변 등을 통한 흠집내기 공방은 이내, 사회 주류 계층의 공멸이자 위축이라는 자충수를 낳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은 이를 지켜보는 포홍으로 하여금 실로 흥미로운 사회상의 변화를 체감하게 했는데,


“각종 주루를 비롯한 술과 유흥을 제공하는 곳들의 수입이 줄었다고?”


“예, 허나 마냥 줄어든 것은 아니고 되려 돈 많고 높으신 분들을 상대하는 곳들 위주로 수입이 줄어들었나이다. 또한 대다수의 이들이 찾는 평범한 주가의 경우 제법 수익이 늘은 것으로 압니다.”


이는 그간 억눌려있던 이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의 증대였다. 저들의 공멸을 통해 자라난 것은 기존의 기득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여론의 생성이 아닌 민의에 기반한 각계각층의 다채로운 의견과 평가였던 것이다.


“어이쿠야, 이거 사회가 건강해졌네?”


예상보다 더한 혼란이라면 혼란이지만, 반대로 예상보다 더한 이득이라면 이득이었다.


덜컥-


“폐하, 금조와 창조에 속한 관료들이 연이어 사람을 보내왔사온데, 작금의 부정축재를 비롯한 위법행위를 통해 몰수된 이들의 가산과 물자가 현 장안성 내에 배치된 관창의 수용량을 넘어섰다고 하옵니다. 하여 간청드리오니 궁성 내에 구비된 창고에도 이를 추가로 배치하심을 허락해 달라는 청이 있었사옵니다.”


“얼씨구?”


그것도 사회상만 좋아진 게 아니라 어째 나라를 운영하는 이쪽의 주머니 사정 또한 좋아지게 되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정도인가?”


“송구하오나 국법은 지엄해야 하고 작금에 송사가 벌어지는 안팎으로 그 눈을 부라리고 있는 이들이 많아 공정하고 엄중한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팽배하옵니다. 사족을 비롯한 호족의 이들도 물러섬이 없고, 상공인을 비롯해 지주와 부호와 같이 그 자산이 비대한 이들 또한 물러섬이 없사오며 바깥에 자리한 민의마저 이에 일희일비하며 휘청일 정도이옵니다. 또한 이번에 새로이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린 이들의 신상과 청명이 널리 알려지고 그 와중에 스스로의 청렴과 결백을 증명한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면서 유력인사들로 치부되던 이들의 면면들이 하나둘 뒤바뀌고 있는 추세이옵니다.”


‘그러니까 기왕지사 이참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누가 더 공정한지 깨끗한지 스스로의 결백과 청렴을 증명하는 제로섬 게임이 정작 그 예상을 벗어난 결과를 초래했고, 그게 이 나라에 구리고 썩은 부분을 싹다 물갈이 하고 새로운 바람을 집어넣는데 이바지했다? 스읍, 이거 대박인데?’


정작 그 둘은 서로 하나씩 제낄 때마다 그 이득이 제게들 오는 줄 알았는데, 정작 그 빈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그간 진나라 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그 존재감이 미약했던 절대다수의 이들이었다.


덕분에 지배층에 쓰인 꺼풀도 벗겨지고 그들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으며 그 와중에 기존에는 그 존재감이 미비했던 이 나라의 사법부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새로운 인물들이 발굴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으니,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아도 아주 제대로 잡은 격이 되었다.


거기다 기존의 갑훈이 예견하였든 여기엔 포홍이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이득이 더 있었다.


- 폐하, 조당의 대소신료들이 모두 모여 청하옵니다. 유래가 없는 사직의 유행과 그에 따른 도덕성의 증명이 비단 소수의 관료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사오니 수많은 이들이 퇴청은커녕, 끼니조차 거르다 못해 그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쓰러지고 있는 형국이옵니다. 부디 이를 가엽게 여기시여 지금이라도 기존의 이들이 비워낸 자리를 조속히 채울 수 있도록 새롭게 각 관부의 인사들을 뽑는 자리를 만들어주시옵소서.


“좋구나. 이걸로 임관을 비롯한 관료제 전체를 손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뭣들 하느냐? 당장에 지난날 사정으로 휴정된 평정의 자리를 다시 열어 현 정국의 문제를 수습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번 명절 기간은 연재를 쉽니다.[9/30 - 10/4] 20.09.29 413 0 -
공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4 20.06.25 1,444 0 -
공지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월 21일 업데이트] +2 20.06.14 792 0 -
공지 새로 시작합니다. +8 20.05.11 5,100 0 -
430 429화 – 그때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다 상처투성이에 불과하겠지 22.11.09 521 5 18쪽
429 428화 – 나아감에 그 끝엔 오직 영광뿐인 상처뿐이 없나니 22.11.05 157 3 15쪽
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5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70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5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59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59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61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5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8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47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3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6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49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8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6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3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6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1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1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3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3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3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3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1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3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7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59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8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87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5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3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2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7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7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1 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