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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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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3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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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DUMMY

뭐,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상이 뒤집힌 것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고, 그 여파가 더 큰 세상을 휩쓸었음은 이루 말할 길이 없다.


소제의 죽음, 그 이후의 파장이 다른 곳도 아닌 하북으로 퍼져 그곳에 이전에 없던 전화를 낳고 그것이 이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또다른 양강 체제를 낳으면서 한과 비한, 공손찬과 유우라는 두 걸물의 사생결단을 자초하는 대전쟁의 불씨가 되었음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뭐가 어쩌고 어째?”


“하오나 참이옵니다.”


허나 그보다 더 경악스러웠던 것은 거진 황건적조차 성공시키지 못한 민중봉기이자 농민봉기의 바람이 전혀 다른, 그것도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변수를 내어놓았다는 것이다.


기주 남부에서 벌어진 소란과 교전을 비롯한 민중봉기, 거기에 흑산적 준동 그리고 업성의 함락도 모자라 기주목 한복의 몽진이라는 그 틈새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조나라의 개국 문제가 튀어나왔다.


“이건 또 뭐야?”


“보고에 적혀있는 그대로이옵니다. 복잡한 사정이 얽힌 모양인데, 이쪽도 세세히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그거 말고, 왜 거기에 상관 없는 놈들까지 줄줄이 구슬 꿰듯 꿰어져 나오냐 이 말이야.”


장연과 장우각의 갈등하고 세세한 사정이야 크게 알 바는 아니지만, 어찌 되었든 그리 정리되지 않은 서열 다툼 속에 얻어걸린 사안 하나가 업과 인근의 백성들, 도적들, 거기에 찾아드는 번영 속 달관한 모습으로 주변에 벌어지는 모든 사안을 방관한 채, 자가 발전 하나만을 돌리고 있던 하내까지 꾀어내면서 큰일이 난다 싶었던 것이, 이제는 아예 병주의 7할과 하동을 쥐고 있는 여포를 비롯해 남은 3할의 병주와 사연택 일대를 쥐고 있는 남흉노까지 끌어들이면서 하북 전체가 대전쟁의 불씨를 거대한 화마로 뒤바꿨고, 이는 곧 작금의 관동에서 펼쳐진 동서대전과 다를 바 없는 두 세력의 충돌을 전혀 다른 개념으로 환치시키는 노골적인 변수가 되었다.


“하남 태수의 일은 독단적이기는 하나.......”


“내, 이를 두고 뭐라 하는 게 아니야. 다른 이도 아니고 저수라고. 내게 가장 먼저 연이 닿은 책사요, 그만큼 믿음직한 기재야, 이 친구가 이리 나왔다는 건 필경 연유가 있다는 게고, 그게 이쪽의 손해는 아니겠지. 뭐, 대충 돌아가는 판을 보아하니 하북의 무게추가 기우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인데, 그것도 이쪽에게 득이면 득이지 손해는 아니니까.”


뭐, 그 와중에 이름을 날렸다는 이들은 많으나 가장 반가웠던 것은 다름이 아닌 저수였고, 그 저수가 이내 기존의 공손찬과 함께 기주를 둔 양면 전선을 주장했다는 장우각의 정책의 단점까지 상쇄시킨 세여정족 이론은 이내 조나라 연맹론이라는 개념으로 제시되었으니, 이내 이것이 전국에 세기 속 이 시대의 주류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배덕자들끼리의 생존전략이자 봉합수술로 통하면서 기존의 유래가 없던 자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거기에 실상 그 내막을 짐작도 가능한 것이 애초에 공손찬이 득세를 하든 그도 아니면 유우가 득세를 하든 그도 아니면 원 역사처럼 유우가 죽고 그 밑에 자리한 원소가 득세하여 하북을 처먹든 뭐가 되었든 거대한 하북의 세력균형이 무너지고 어느 한 세력을 중심으로 그 세력 구도의 재편을 이룩하게 되면, 그때부턴 실로 서진과 계한에 비견될 또다른 거대 세력의 등장을 야기하는 꼴이니 저수가 이리 나온다는 것은 되려 이쪽에서 상찬을 해야 할 것이다.


허나 그 와중에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저 그리고 새로이 들어온 소식이온데.........”


“뭔가?”


“진 국상 풍방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행렬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또한 사례 측에서도 연락을 받았는데, 그간 하내에 기거하고 계시던 왕사(왕의 스승)께서도 이곳으로 오시는 중이시라 합니다.”


“.........”


의외로 작금에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이 아니라, 기어코 그 먼 길을 떠났으면서도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와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려 하는 회귀자들이었다.


* * *


두웅- 둥- 둥-


푸히히히잉-


“길을 비켜라! 진 국상 어른 행차시다!”


- 길을 비켜라! 진 국상 어른 행차시다!


웅성웅성-


장안성 인근의 대로에 몰려든 백성만 수십 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나라에 제일가는 부호이자 현 진나라의 태조인 포홍의 장인이라 알려진 풍방의 행렬임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거대한 깃발을 휘날리며 길을 터는 이들이 있고, 이를 필두로 수백 대의 마차, 수천 대의 수레, 수만 명에 달하는 군대, 그리고 근 10만에 이르는 유민들에 이르기까지 가히 엄청나게 긴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으며 그 중심에 화려한 비단을 걸친 이가 섬섬옥수에 옥면을 드러낸 채 미소를 짓고 있으니 자칫 미인으로 헷갈릴 수 있는 사내도 여인도 아닌 그녀를 보며 알게 모르게 열광하는 백성들은 많았다.


물론, 그 곁을 지키는 지옥참마 양봉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고 말이다.


“어찌 본다면 무례 아닙니까?”


“후후훗, 저들이 내게 사내스러운 희롱을 섞었나요? 아니면 저들의 욕정을 드러냈나요? 저들은 그저 이 모든 게 신기하고 신비롭고 색다르니 그에 매료된 것뿐이에요.”


“매료라, 아무런 힘도 없는 저들에게 저게 그리 중요합니까?”


“산만한 덩치에 범마냥 무섭게 생겨서 절로 수그리고 움츠러들게 만드는 사위보다야 그나마 허리 펴고 고개 들고 환호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이쪽이 더 나은 법이지요. 그리고 나는 이를 나를 위한 방패요, 갑주로 활용하는 중이라서요. 이리 인기몰이를 해놓고 긍정적인 인식을 저들에게 미리미리 심어줘야 나중에 저들이 나를 비호하고 감싸줄 것 아닙니까? 설사, 그게 이 장안에서 가장 높으신 분의 뜻일지라도.”


“............”


허나 그조차도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중 하나이자 미리미리 앞날을 대비하는 정치적 행보의 일환인 것을 깨달은 양봉은 작금의 이것이 정녕 일가를 이룬 가족의 모습이 맞는가 싶었다.


둘 중 하나가 제 가진 것을 내려놓는다면 모를까, 작금에 그 어떠한 힘이건 일단 취하고 보는 이 둘은 절대 제가 지닌 것은 내려놓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와 느끼는, 아니 이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소장이 실로 위험한 분을 뫼시게 된 것 같습니다.”


“후후훗, 본래 제일 위험한 게, 경계에 서 있는 존재에요. 내 사위가 짐승과 인간의 사이에, 그 경계에 서 있듯, 나도 사내와 여인 사이에 서 있거든. 우린 참 다르지만, 닮았어.”


“한데, 왜 이리 자꾸 대척점에 서려고 하시는지 그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뭐, 시작은 그래. 내 실수이기도 해요, 그 이전에는 그 빌어먹을 선제, 아니. 선제 이전의 선제니까 선선제인가? 그 양반이 강제로 묶어버렸거든. 뭐, 그래도 처음엔 좋았지. 함께 하자, 같이 하자, 우리들의 시대를 만들자. 그렇게 뜻을 같이 하고 함께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서부터 내게 군권이 배제되었거든. 내 사위가 처음으로 내 실수를 안 게지, 그리고 경고를 날린 게고. 그래도 사위고, 사위 정도 되는 인물이면 그리 나를 경계할 필요가 없는데 아무래도 내 실수가, 그래. 그게 크긴 했던 모양이야.”


“그래도 실수 아닙니까?”


“맞아요, 실수지. 그래서, 화가 나. 본인도 그러면서. 왜 나한테만, 아니, 그렇잖아? 이건 너무 가혹하다고 순진무구하게 찾아와 사람 꼬드겨 놓고, 같이 하자, 함께 하자 이리 설레게 만들어놓고, 막상 나라 뒤집고 세상 뒤집고 노친네들, 떨거지를 처리하면서 내가 얼마나 기뻤는데, 십상시들, 외척들, 선제, 권신들 뒤져버리질 잘한 인간들 모가지 떨어지는 꼴 보면서 내가 얼마나 방방 뛰고 희열에 차서 즐거워했는데, 이러면 아니 되는 거잖아? 그 사위 챙기겠다고 내가 천금을 뿌리고 백방의 상인들을 휘하에 두고 낙양 도성 뒤집었다고. 새로이 몰려든 유력자, 부호, 지주, 상인, 명가 놈들 상대하면서 세력 거주지 나누고, 합당한 세수 거두고, 관련 정보 넘겨주고, 서로 적절히 견제할 수 있게 묶어두고 하면서 누구 하나 독점하는 이 없이, 엇나갈 이들 없이 이 나라의 부와 번영을 가져오는 구조를 만들어줬다고. 어디 그뿐만이야? 장안에서 출병시킨 정예 20만 손상시킬 일 없이, 거기에 작금의 하북까지 들쑤셔놓을 수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소제 참살과 민중봉기! 홍건적 황건적까지 엮어낸 판에, 예주까지 들쑤시다 못해 연주 내부에 불화의 씨앗까지 심어두고 왔다고 내가!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나는 함께 할 수 없지? 그 작은 것 하나를 용서를 못 하나?”


“.........”


그러나 그것이 비틀린 애정에서 출발한 그것이자 서로 간에 비틀인 입장과 시선으로 귀결된 현실임을 모르지 않게 된 이상, 당장에 양봉이 손을 쓸 수 있는 방도는 없었다.


“그래, 짐승이지, 짐승인데 초장부터 길들인 짐승이 아니라서 그래. 개새끼는 못 되는지라, 그 지랄 맞은 성정이 꼭 주인을 물려고 해서 그래. 그에 비해 우리 지옥참마는 내게 다른 존재야, 그죠?”


“아, 소장은 그야 당연히.......”


“후후훗, 참 개와 이리가 한 끝 차이인데 이리 달라. 차라리 주는 밥 얻어먹고 주변을 빙빙 도는 들개라면 그 목줄 채우지 않아도 편했을 것을. 아예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이리 제멋대로지. 음?”


그 와중에 또다시 그 비틀린 평행선을 자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그닥- 다그닥-


“진 국상 되십니까?”


“이야, 하필 마중을 나와도 백호군이 마중을 나오네요, 이것 참. 기분 더러워서, 내가 받은 상처 위로 다시 소금이 뿌려지는 느낌인데?”


“송구하오나 그리 따지면 작금의 진 국상께서 밟고 계신 그 정비된 대로 또한 금군이 직접 순검을 오가며 관리한 동서금로의 한 줄기이니 아예 발을 못 들이시옵니다.”


이미 허정과 허저를 비롯한 허가장의 이들 또한 원 역사 속 조조가 그러하였듯 온전한 포홍의 호위로 들어선 지 오래였고 그 와중에 그들이 집어삼킨 이 백호군 또한 어느덧 그들의 향취와 사고를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우후훗, 이 싸가지 좀 봐, 그래서 그냥 조용히 닥치고 따라와라?”


물론, 그 위에 포홍이 있고 진정으로 포홍의 말에 끔벅 죽는 게 더 신기하긴 하지만, 정작 이를 두고 열불이 뻗치는 것은 당연 백호군의 전신인 서원군을 포홍과 함께 이끌었던 풍방일 수밖에 없었다.


아닌 말로, 저건 허씨들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었다.


되려 하모, 순우경 등을 포함한 자신들에게 허락되었어야 할 자리였다.


“예, 소장들은 아조의 태조를 상징하며 그분을 뫼시고 그분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충성을 바치는 금군이옵니다, 진 국상.”


“하아........,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주제도 모르고 그 근간인 뿌리도 모르고, 너무 설치니까 이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그 노골적인 갈등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끼어있던 양봉은 수만의 군대를 이끌고 있음에도, 실로 죽을 맛이었다.


재수 없이 예서 제 주인을 위한답시고 반기를 들면 황제를 상징하는 어군(어림군, 금군 등)에 반기를 드는 게고, 그리되면 역적이 되는 것이니 곧바로 뎅겅이다.


허나 그렇다고 당장에 사람 죽일 듯이 저리 눈이 뒤집힌 제 주인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대 저 무슨 화가 닥칠지 모르고, 무슨 일이 터질 줄 모르니 그저 바라는 것은 이 둘의 충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 그 하나를 품고 양봉이 조심스레 나서려는데,


“저, 송구하오나 소관은.......”


꼬집-


“윽!”


돌연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풍방이 그 입가에 미소를 드리운 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 아니, 진 국.......”


“그래, 뭐. 이렇게 하면 되겠다. 장안성까지 코앞이니까? 뭐해요? 가져온 비단 모조리 깔아.”


그리고 그 장난이 진실로 천하를 놀라게 할 또다른 미친 짓이자 작금에 내부에 또다른 분란의 불씨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 * *


콰앙-


“지금 뭐가, 어쩌고 어째? 딴에 환대 준비한다고 이리 개지랄을 떨고 있는데 사고를 쳐!”


“그, 그것이......”


“미쳐도 단단히 미쳐야지, 아니 장안성 성문 앞까지 제 발로 비단을 깔아 이를 밟고 들어오는 미친 것들이 어디 있나!”


“하오나 국상 측에서 이는 손님맞이로 내보낸 금군이 무례를 저질러 벌어진 일이라고.......”


“그걸 아니까 하는 말 아니야!”


살다 살다 이런 미친 짓은 처음이었고, 그것도 이런 사치는 또 처음이었다.


암만 장안성과 그 거리가 가깝다고 한들, 성의 몇 리 밖 대로에서 그 길을 전부 비단 포목을 깔아 메운 채, 저만의 레드카펫을 만들었다는 게 문제인데 이게 하필 또 수십 만 백성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을 저지른 터라 그 여파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벌써 저자에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지?”


“뭐, 각 세력이나 계층별로 각기 다른 반응이 나오긴 합니다만, 민심은 거진 같은 향방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유입된 유민들은 이에 큰 충격을 받아 아예 만세까지 부르짖고 있는 형국이옵니다. 역시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면서, 진나라가 천하제일 부국이라면서, 세상 어느 나라가 이리 십 리 길을 비단으로 깔아 행차하겠느냐고, 대저 어느 유민들이 비단으로 깔린 길을 걸어보겠느냐고........”


“유민들이야......, 후우. 그건 그렇다 치고, 십리 길은 얼어 죽을 십리 길! 누가 뻥튀기 좋아하는 새끼들 아니랄까 봐 아주 부풀리기도 정도껏 해야지 무슨!”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결과가 눈에 선하다.


이조차 또다시 천하를 놀라게 한 다른 풍문들처럼 또 하나의 거대한 풍문이 되어 진나라 밖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진나라가 대체 얼마나 부유한지, 비단으로 십리 길을 만들어 행차하더라 하고 말이다.


뭐, 당연히 원 역사 속 동탁이나 망하기 직전 한조에서 이런 일을 벌였으면 주지육림같이 뭔가 이 시대에 비견될 부정부패와 사치의 남발을 비판하는 목적으로 사자성어로 그럴듯한 게 남았을 텐데, 반대로 진나라가 경제고 군사력이고 초강대국이라 그런 초강대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로 남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은 들었다.


허나 문제는 과연 그 여불위라는 이름답게, 그에 어울리는 짓거리를 즐기며 이리 노골적으로 정치적 공세를 더해오는 제 장인의 날뜀이 어느덧 제 선에서도 슬쩍 거슬리는 것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제의 목을 가져왔고 민중봉기를 성공시켰으며 연주를 비롯한 예주 등지와 청주 등 관동의 전역을 들쑤시고 흔들어 각 세력의 갈등을 야기시키다 못해, 그 와중에 작금의 뒤집힌 하북이 전란의 세기로 접어드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으니 가히 그 공이 너무나도 엄청나서 건드릴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거기에 수천 대의 수레에 실어 가져온 공물에 거진 10만에 달하는 유민들까지 데려온 공까치 치면 가히 어지간한 공신들 세운 전공은 전공으로 치부할 수 없을 진나라 제일의 공을 세운 인물이 되어버렸으니 그게 더 골치 아픈 문제였다.


“이 정도면 너무나도 환상적인 정계 복귀지, 거기에 쓸데 없이 이쪽은 제 개 버릇 못 주고 책이나 잡히고 말이야.”


쿠웅-


그렇게 구석을 노려보니 돌연 암중 경호를 하던 허저가 거칠게 꿇어앉고는 그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쿠웅-


그 한번을 시작으로 또다시 머리를 찧는데 아무리 그에 애정이 있는 자신이라도, 이번만큼은 허가장의 행태를 용서하기 어려웠다.


쿠웅- 쿠웅- 쿠웅-


그렇게 대전 한구석을 울리는 소리가 지속되니, 이내 그 주위 바닥에 붉게 물들었다.


“쯧. 형이나 동생이나 아주........, 머리 찧는 것까지 똑같으니, 원.”


그렇게 스스로 죄를 청하는 그의 자해를 멈추게 한 포홍은 이내 그런 허저를 제 앞으로 불러들여 와 앉혔다.


“아무리 윗놈들인 자네 형제가 욕심이 없어도 그 내재된 불만과 사고는 은연중에 아랫것들에게 흘러 들어가기 마련이지.”


“그러하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따위 일로 책잡힐 일을 만드나?”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확실히 무장의 가문이라 그런가, 아랫것들이 요상한데서 새어나가는 것도 잘 모르고 정치적인 감각도 좀 떨어져. 그 자부심이 너무 과해도 사고를 치게 되는 법인데, 마냥 잘 나가면서도 위에서 들은 게 있으니까 또 같은 가문의 식솔들도 섞여 있으니까 본의 아니게 해야 할 말 못할 말 섞기도 했겠지.”


“그건 아니옵니다. 소장이나 형님이나 당시 그 자리에 자리하던 이들이나 작금의 진 국상이 주공께 저지른 무례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흘러나왔을걸? 그에 노출된 이들도 그 감정을 답습하고 그 감정이 곁들여진 행동과 태도를 배웠을 테고.”


“..........”


말문이 막힌 허저 또한 딴에 실수를 깨달은 모양이다.


다행히 장인의 앞을 막아선 금군이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선 아는 이들이 없는 듯 보였다.


장인 또한 서찰을 보내 그에 대한 항의를 하였고, 그 항의를 하는 와중에도 나라에 해가 되고 싶진 않아 이리 진나라의 부강함을 선전하는 식으로 돌렸다고는 했는데, 이게 말이야 그런 것이지 작금에 자신을 상징하는 금군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여불위라는 제 입지를 살리는 최고의 정치적 행보이기는 했다.


“어떻게 할 거야?”


“소관이 조치하겠습니다.”


“무엇을?”


“금군으로서의 그릇된 성정과 못난 가문의 인식을 지닌 채, 폐하께 누를 범한 이들의 목을 베겠습니다.”


“잘하는 짓이다, 해서 이 진왕이 결국 여불위에게 졌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


“누가 봐도 지고 나서 분풀이로 개지랄 떠는 것밖에 안 돼. 나중에 치워도, 조용히 어디 사람 없는 데서 정리해야지.”


그러나 정작 내용을 듣고 보니 진작에 쓸데없는 내부 소모 말라고 한 차례 경고 날린 선례가 남았음에도, 이쪽에서 실수를 보였던 건 아무래도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 와중에 이 일련의 광경을 지켜보고서도 아직 자리를 지키는 이가 있었으니 이는 작금의 소식을 전해 올리는 내관이었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이제 장수가 아니라, 임금이 다 된 모양이야. 다른 때 같았으면 내관이니 환관이니 하는 존재를 곁에 두는 행위조차 요사스럽게 생각했을 터인데.”


“히끕!”


물론, 딴에 제게 충성하는 것이 좀 어렵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긴 한지라 이리 겁을 먹는 이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딴에 제가 아니면 보듬어주고 비호해 줄 권력이 하나 없으니 절대적 충성을 바치는 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믿음직한 심복이나 신하들이 아닌 별개로 이러한 집단들을 곁에 두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듣고 일을 판단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현실적으로 자신이 왕이나 황제에 걸맞게 변해간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 난리를 친 명나라도 종국에는 그리 환관들의 필요성을 인식했듯, 이미 그에 크게 데인 후한이라는 사례가 있음에도 어느덧 자신은 이를 종용하고 있으니, 실로 모든 것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회귀의 변화는, 거진 부활과도 같이 무서운 것이었다.


조만간 도착한다는 제 스승도 그러하고, 이리 돌아와 사고를 친 제 장인도 그러하며, 기존의 질서를 타파하겠다 외친 와중에도 끝내 살아남아 이리 제 곁에 선 내관, 환관과 같은 이들도 그러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더더욱 소름이 돋아나는 것은 권신이자 외척의 득세를 막기 위해 이리 이들을 가까이 하여 힘을 실어주기 시작한 자신이었다.


역사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고, 그 역사가 몸으로 체득이 되며, 과거의 이들이 제 몸에 깃드는 것과 같은 실로, 오묘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 아닌가?


“아무래도 평정을 준비해야겠어.”


“예?”


“뭐, 새해도 되었고, 겨울도 끝이나 봄이 찾아들었지. 변화된 천하의 귀추에도 주목을 해야 하고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논공행상도 해야 해. 또 앞일도 논의해야지.”


“아, 예.”


“음, 그 이유가 너무 뻔한가? 허면 이리 다시 말해주지.”


그래서였을까?


“평정을 준비하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건지, 사람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건지, 그게 하늘의 농간인 건지, 그도 아니면 정해진 운명인 건지 그것부터 알아야겠으니까.”


기왕지사 벌어진 일, 이리 사람에 대한 것부터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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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57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7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50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9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8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5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7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73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2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14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4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86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4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2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5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8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60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9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90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6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4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5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9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8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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