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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6,511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2.09 03:41
조회
262
추천
7
글자
20쪽

348화 – 이 땅의 이들은 하늘의 그물을 의심할 수밖에 없으나

DUMMY

콰앙-


“빌어먹을, 대저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예상치 못한 유비의 이탈에 조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되려 미끼를 자처하니 좋을 일이지요.”


“이게 좋은 일인가? 자칫 잘못하면 이 모든 게 다 틀어질 판인데!”


아니, 미끼를 자처한 것은 좋았으나 정작 그런 유비의 이탈과 별개로 소제의 일신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일이 틀어진 것을 느낀 정혼조차 이를 반기는 모습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가능성은 열려 있으니 당장에 벌어진 일에 무작정 불만과 우려를 품고 있지는 않았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필경 멀찍이 떨어져 있던 이들이 다시금 개봉에 다가올 테고, 그러다 마차를 발견하고 눈이 뒤집힌 이들이 달려들면 설령 동한의 천자가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도 들어올 수가 없어! 그리되면 이 모든 게 다 끝이야, 조 맹덕을 비롯한 저놈들 병력 태운다고 좋아할 게 아니란 말이야!”


그에 비해 다급히 병사 하나를 부른 조총은 이내 다급히 이를 궁성으로 보냈다.


“아직 때가 아닌데 벌써 출진의 허락이라도 구하시려는 겝니까?”


“뭐 다른 방도라도 있는가? 당장에 유비 놈 저리 내친 덕에 그 시간이 당겨졌어, 전장의 열기가 고조 되었고 더 많은 홍건적과 청주병들이 몰려들었는데 저리 시선 팔려있을 차에 물고기 통발 안으로 고기 안 들어오다 다른 포식자 놈들에게 걸리면 그에 쫓겨 통발은커녕 엄한 곳으로 내몰릴지 모르는데, 억지로라도 붙들어와야지.”


“역할 놀이도 합은 맞아야 합니다. 홍건적 놈들이 따로 몰이를 시작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해서?”


본래의 그림과 어긋날 수 있음에도 정녕 그래도 일을 벌이실 생각이신지요?”


“당연한 것 아닌가!”


“허면 전위라도 부르십시오. 아니, 그대들 진류군에서 그 무위로 제일 이름난 무장과 병력을 불러 성문 아래 대기시키셔야 할 겝니다.”


그러나 그조차도 성에 차지 않는 듯 성벽 아래 펼쳐진 전장의 중심에 자리한 유비군에 시선을 뺏긴 정혼의 표정은 실로 알게 모를 우려스러움과 거슬림을 담고 있었다.


“뭐?”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심상치 않기에 하는 말입니다. 특히나 이것이 위전임을 알면서도 저리 미친 듯이 날뛰는 유비 측의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되려 울분을 토하는 것이, 저리 주변의 이목을 끌며 격정적으로 일을 키우는 것이 실로 거슬립니다. 저러다 자칫 엄한 이들이 난입하기라도 하면, 그땐 홍건적들과 합을 맞춰놓은 그림이 나타나고서도 되려 아무런 조치를 못 취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 어쩌면 공들여 키운 모든 것을 빼앗길 수도 있겠지요.”


“모두의 관심이 쏠린 마당이 더 위험하다? 이미 모두가 한데 뒤섞인 판이야, 한데 예서 더 합류할 이가 대저 누가 있다고? 아닌 말로, 앞서 전장을 이탈한 서주 것들 말고는.......!”


그와 더불어 저도 모르게 답을 찾은 조총의 눈이 절로 개봉의 서쪽 너머로 펼쳐진 너른 숲을 향해 옮겨졌다.


휘이이잉-


그러나 불행일지 다행일지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숲속엔 인기척이라곤 없었고 이내 안도하는 한숨과 더불어 그 시선이 곁에 자리한 정혼에게 옮겨졌다.


“설마, 아니겠지.”


“정확한 보고일지는 모르나, 인근의 약초꾼 하나가 서주군의 군영 내로 접근하는 한 무리의 이들을 보았는데, 조(曹)라 써 있는 깃발을 보았다 합니다.”


그러나 그 우려는 아직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 * * *


두두두두-


“이놈! 천자를.......!”


휘리리릭- 푸슈우웃-


“꺼흐흙......”


풀썩-


“내 오늘 일진이 더러우니, 네놈들의 피를 뒤집어써서라도 이 더러움을 씻어내야겠다.”


특히나 말등에 올라 쌍검을 휘두르다 못해 다가오는 상대의 가슴팍에 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던져 그 숨통을 끊어놓는 유비는 가히 그 눈이 뒤집히기라도 한 것마냥 주변에 자리한 모든 이들을 향한 칼질을 서슴지 않았다.


푸화아아악-


“어흑!”


“너희들 때문에.”


소제에게 이용당하다 못해 아예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쉬리릭- 서걱-


“끄흐윽......”


“이 무슨 개고생이더냐.”


정작 일을 꾸민 것은 자신이었으나 그에 놀아나며 오만 이들에게 치여 이 벗어날 수 없는 수렁 속에 갇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서 병사들이 달려들고 있고 그 와중에 마차는 떠날 생각을 않으니, 개봉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의 수가 점점 더 늘어갈수록 자신이 데려온 이들의 수는 점점 더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비! 정신 차려라! 이거 다 부질 없다! 되려 우리가 미끼다! 이러다 죽는단 말이다!”


오죽하면 중요 인사들의 호위를 서는 이들조차 떨어져 나갔고 그 와중에 말등에 올라 겨우 도망치고 있는 유비군의 참모인 경옹 또한 겨우 유비의 곁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었다.


“닥쳐! 내가! 이따위 뒤처리나 하려고 지금껏 이 개짓거리를 한 줄 알아!”


그러나 이미 소제 유변 때문에 그 눈이 뒤집힌 유비는 거진 이성을 상실한 듯 눈앞에서 제게 달려드는 이들을 쳐 죽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칠 줄 모르고 달려드는 이들 앞에 그저 인기척이 느껴지기만 해도 돌아보지 않은 채, 칼을 휘둘러 상대의 전신을 찢어놓으니 살기 위해 그에 다가섰다 졸지에 엄한 칼질에 인생 하직할 뻔한 경옹 또한 그리 종잡을 수 없이 설치는 유비 때문에 쉽사리 곁에서 그를 말릴 수가 없었다.


부우우웅-


“이크! 이 빌어먹을 개잡놈아! 그 빌어먹을 난도질도 옆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 휘둘러! 이제는 동향 친구의 조언도 듣지 않는 거냐!”


“누가 개잡놈이더냐! 나는 중산정왕 유승의 아들이요! 한 고조의 재림이다! 누가, 감히 누가 나를........!”


우지지직-


“커흡!”


푸화아악-


“푸흐으윽! 이 정신 나간 놈아! 이 씻팔, 진짜 뒈질 뻔했네! 야! 황제 끼고 호위를 서겟다는 놈이 남들 앞에 이를 다 들으라고 그리 지껄이냐!”


이러다 자칫 일천은커녕 애초에 그 첫 시작을 함께했던 5백조차 남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든 날뛰는 유비를 붙잡으려는 경옹이었으나, 이내 제 얼굴 앞에서 터지는 핏물과 찢겨진 고깃덩이 사이로 튀어나오는 유비의 매서운 칼끝에 놀라 되려 말에서 떨어질 뻔한 그였다.


“그 아가리 닥치고 친구이기 이전에 내 신하로 끝까지 남고 싶으면 당장에 이 빌어먹을 수렁을 벗어날 머리부터 굴려!”


“제기랄! 피라도 보면 정신이라도 좀 차리려나! 이걸 어떻게 벗어나려고, 빌어먹을! 아!”


그렇기에 작금의 그는 울분을 토하고 있는 유비를 뒤로한 채,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며 황제가 타고 있는 것처럼 연기 중인 마차를 향해 달려갔다.


“이놈! 유 현덕! 더러운 동한의 천자를 품어준 네놈이 어찌 이 땅의 백성의 원한을 알리요! 내 오늘 너를.......”


“그게 내 알바야야아아-!”


그 와중에도 아직 화가 식혀지지 않은 유비의 난도질은 지속되었고 이내 눈앞에서 숨통이 끊어진 이의 몸뚱이가 여러 갈래 조각으로 찢어져 떨어졌다.


그 끈적이고 비릿한 살점을 털어낸 그는 이내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훑었다.


다행히 효과는 있는 모양인지 이전보다 추격해오는 이들은 얼추 줄어있었고 그 와중에 마차를 쫓다 서로 충돌한 청주병과 홍건적들 또한 곳곳에서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치 물결과 같은 것이 서로 교차하여 한데 묶여 자리한 묘한 그 광경에 익숙함을 느낀 유비는 저도 모르게 이를 보고 소제 유변이 느꼈던 그것과 같은 소감을 읊고 있었다.


“빌어먹을 운명의 족쇄로구나, 그 운명의 사슬이 예까지 이어져 그에 섞인 모두를 죽이는 게야. 푸흐......, 다들 노예 같구나. 흐흐흐, 이놈이고 저놈이고 모조리 과거의 잔재가 사라진다.”


천라지망, 달리 말하면 하늘의 그물을 일컫는 그것이 어쩌면 제게도 있는 것은 아닐까? 유비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제 발치가 무거운 것을 확인한 유비는 이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건넸다.


“자, 잡았다! 이, 이....., 이, 위선자 놈!”


“뭐야? 말더듬이 병신인가? 설마 그 손에 칼 하나 쥐었다고 일개 백성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것은 아닐 테고, 혹시라도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리고 그곳에는 구부정한 허리에 주름지고 꾀죄죄한 얼굴을 지닌 한 천것이 있었다.


갑주도 없고, 두건도 없는 것이.


바지조차 없어 앙상한 맨다리에 짚신조차 없어 맨발을 드러낸 것이.


그 손에 든 것조차 철로 된 것이 아닌 것이, 고작해야 낡은 청동으로 만든 어설프고 녹이 남아있는 칼 한 자루를 쥐고 있으니 제 발목을 늘어진 그 어정쩡함에 실로 웃음이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푸욱-


“이........!”


그러나 그 별 것 아닌 것이 내지른 칼에 살점이 꿰뚫리고 통증이 느껴지며 핏물이 새어 나오면서 유비의 얼굴이 흉악스럽게 변했다.


“그, 그래! 이, 이 땅의 배, 백성이다! 그래도 딴에 네, 네놈은 좋게 봤으나 네, 네...., 놈도 저 도, 동한의 처, 처, 처니...., 처ㄴ자....., 놈을 비호하고 있, 있으니! 겨, 결국 네놈도! 주, 죽어 마땅한 이들과 또, 똑같아!”


“끄흑! 이 천한 것이, 지금 누구의 몸에 손을 대는 게야-!”


푸우우욱-


그렇게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이 느려지는 찰나의 순간에 그 몸을 수그린 유비가 내지른 칼이 어설픈 청동검을 쥔 백성의 입을 꿰뚫었다.


“카흙흐륵......., 르, 으, 브....., 느, 으늠......, 느 기으크 느르를......”


“허어? 뭐라 씨부리는 게야? 뭐? 유....., 유비 내 기어코 너를? 뭐 용서치 않겠다고?”


그 와중에 그 입이 꿰뚫려 목구멍 뒤로 칼끝이 튀어나왔음에도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든 자신의 말을 이어나가는 백성의 입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유비는 이내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눈치였다.


“그, 그르.”


“그래? 그런 거였어? 진실로 그래? 어! 정녕 그런 게야? 그러면 나도 그에 맞는 답을 줘야지. 이 빌어먹을 새끼야!”


이미 자신을 향한 원망도 알았겠다, 입이 꿰뚫린 와중에 남긴 그 말의 의미도 알았겠다, 뜻대로 일이 되지도 않은 마당에 제 위선 알아차리다 못해 그 앞길 방해하며 나타난 거슬리는 것의 입을 찢어내리고 마음먹은 유비가 이내 제가 찔러넣은 칼을 그 입 안에서 강하게 비틀어버렸다.


으지지지직-


“으르르륵! 끄흐라하핡-!”


“뭐? 말더듬이 새끼가 말조차 제대로 못하니, 이거 알아들을 수야 있나? 말을 해야지, 새끼야!”


그리 비틀어 입안에 구멍을 내는 것도 모자라 이내 찔러넣은 칼을 억지로 잡아당겨 그 아가리를 찢어버렸다.


“끄하아악! 하아아악! 흐으으윽!”


“다시 말해봐? 어? 이 씨발, 지금 승천을 못 해서 기분이 더러운 게 저기 저 동한의 천자뿐이 아니야. 내가......, 어? 지금 네까짓 병신 하나 상대하면서 이 지랄을 해야겠어? 아니, 뭐 너만 화났어? 나도 지금 사는 게 힘들어. 근데 가뜩이나 사는 거 서러워 죽겠는데 이제와 승천도 못하니까 너 같은 천것들이 꼬이네? 야, 너 씨? 내가 우스워? 너랑 같이 이 땅에 두발 딛고 사니까 내가 뭐 유씨 황족으로 안 보여?”


그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마당에 하늘에 대고 울분을 풀 수 없던 차, 그에 따른 분노가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거슬리는 아랫것에 쏟아졌다.


“끄흐윽...,, 흐으윽......”


“이 씨발 놈이 지금 쳐 울고 싶은 게 누구인데, 저까짓 천자 옹호했다고 남의 배때지에 칼을 쑤시질 않나? 그래놓고 울어? 야, 눈물은 내가 흘려야지. 정작 원통하다 못해 그 두 눈에 피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게 난데, 어? 울어도 눈물을 쏟아도 내가 쏟아야지. 아닌 말로 이거 다 내가 짠 판이란 말이야, 내가 그려낸 거라고. 내가 준비한 거란 말이야. 내 말 알아들어?”


어느덧 타고 있던 말의 안장에서 내려온 그는 이내 바닥에 쓰러져 눈물과 핏물을 쏟아내며 고통을 호소하는 말더듬이 백성의 멱살을 붙잡아 제 속에 담긴 모든 걸 쏟아냈다.


“그러니까 화가 나 안 나? 이 모든 걸 내가 그려냈어! 내가 준비했어!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서 이 모가지까지 내걸고 하늘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고! 그것도 나 혼자 잘되자고 한 게 아니라, 다 같이 잘 되자고 깔아낸 판이야! 내가 여기 자리한 모두를 위한 돗자리를 깔았다고! 내가-!”


“근데 다 같이 나눠 썼으면 분명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도 있어야 할 거고, 이 빌어먹을 돗자리도 귀한 거라 하자가 없어야 되는데, 어째 돌아가는 일이란 게 그렇지 않네. 어? 내가 어디 싸구려 파는 것도 아니고 비싸고 좋은 거 들여와서 그것도 딱 제값만 받고 팔겠다는데 왜 이렇게들 방해꾼들이 많아? 뭐가 그렇게들 불만이 많아? 아니, 씨. 짚신을 팔든, 덧신을 팔든, 천신을 팔든 천자를 팔든,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 내가 그래도 어디서 엄한 거 가져온 것도 아니고, 내 물건 떼어와서 떳떳하게 자리 깔고 장사하겠다는데 왜 이렇게들 지랄들이야! 돈만 주면 물건을 넘기겠다는데, 왜 돈도 지불하지 않을 네놈들까지 이렇게 지랄들이야! 이씨-!”


뻐억-


“아주, 씨! 볏짚 밟듯이 짓밟아야 정신을 차리지! 나무방망이로 짓이겨서 돗자리를 만들어버려야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어?”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말더듬이를 걷어찬 유비가 그칠 줄 모르고 발길질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는 이들 앞에, 마차를 향해 달려드는 이들과 이를 막아서는 이들 앞에, 제 벗겨진 가면 속 진실된 얼굴을 스스럼없이 내비치며 제 발치에 놓인 이의 안면을 짓밟으며 짓이기다 못해 터트리고 뭉갠 살점과 뼛조각으로 만들고 있었다.


두두두두-


“됐다! 됐어! 현덕! 마부를 바꿨다! 우리 중에 마차 몰 줄 아는 놈들이 있어서 마부 놈 죽여버리고 대신 마차 몰고 있으니까! 우리도 이대로 도망치면 돼! 어차피 기왕지사 미끼 자처한 거 이놈들 데리고 뒤따르는 놈들 데리고 개봉을 벗어나면 된다! 지금 운장이 남은 병력 수습하고 있으니까, 현덕 너는.......!”


그 와중에 잠시 이탈했던 경옹이 사태를 해결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앞에 피떡이 되다 못해 그 형상조차 알아보기 힘든 고깃덩이를 만들어낸 유비를 마주한 경옹은 저도 모르게 그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 또 뭐가 그리 불만이야?”


“홑겹에 밑에 치마도 안 걸친 게 홍건적에게 합류했던 근방의 백성이냐?”


“그런가 보지, 뭐.”


“하, 씨. 그래 뭐, 동한의 천자가 개판이니 그럴 수 있긴 한데, 아니, 너는 왜 꼭 일을.......!”


“왜? 일개 백성이 호복도 아니고 바지 입으면 오랑캐니 아무런 상관도 없고, 뭣도 걸치지 않았으면 비천한 신분이니 그 입에서 나온 소리를 듣고 믿어줄 이들은 없겠지. 뭐 같은 아랫것들이면 몰라도.”


“지켜보는 이들의 입은 또 어쩌려고? 같은 말이 계속 나오면 그도 골치야.”


“제 나라 제 백성 쳐 죽이며 예까지 온 한나라야. 그건 군졸이고, 도적이고 같은 백성이고를 가리지 않으니, 여기 모여든 놈들 중에 자랑스럽게 제 살육 자랑할 이들이 어디 있어? 그래도 이쪽은 한조의 충성하는 몸이고, 여기 이 고깃덩이야 대동사상에 빠진 광신도인데, 변명거리야 충분하지.”


“하여간 그 머리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깐.”


“그나저나 개봉을 이탈하자니?”


“오는 길에 봤는데 개봉 성내에서 병력이 움직이는지 얼추 부산스러운 모양이야. 또 미끼를 자처했으면 아예 제대로 저질러야 하니까. 이렇게 미끼를 자처했는데도 일을 그르칠 순 없으니까, 어떻게든 저 동한의 천자가 제 발로 죽을 자리에 들어가게 만들어야지.”


“기왕지사 죽게 되면 갈기갈기 찢어 죽었으면 하는데 말이지.”


“왜? 한 번 겪어보니까 도저히 못 삼킬 것 같아서?”


“그도 그렇지만, 내 손으로 죽이고 싶을만큼 거슬려. 놈이 네게 기어코 족쇄를 남겼음이야. 자칫 잘못하다간 이 땅의 이들에게 미움을 받을 뻔했어.”


“아서라, 아서. 제 손으로 천명을 놓아버린 짐승이고, 하늘에서 버려진 짐승이야. 비단 너뿐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이들이 놈의 죽음을 바라니, 그 충정도 이 정도면 충분해.”


“그래, 이쯤 해야지. 충성 장사도 이쯤 해야 또 다른 걸 팔아먹지.”


그렇게 무심한 얼굴로 말에 오른 유비는 이내 흩어진 병사들을 규합한 관우와 합류해 경옹과 더불어 마차를 이끌며 개봉에서 멀어졌다.


이에 이미 난전이 벌어진 이들과 별개로 마차를 쫓던 추격대가 여전히 그 후미로 따라붙었으니, 이로서 8대의 마차가 연이어 전장을 벗어나며 수만이 넘는 이들을 꼬드겨 전장의 바깥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개봉을 압박하던 포위망은 이로써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거진 절반이 넘는 외벽이 텅 빈 상태의 공백을 맞이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으으으으.”


그러나 되려 이러한 환경이 되어서야 그간 움츠렸던 몸의 기지개를 켜고 움직이려는 이가 있었다.


“이제 어쩝니까?”


“뭐가?”


“바라는 대로 되셨지 않습니까? 조조 놈 밑에 붙은 청주병의 본진이야 우리의 반대편에 있어 그 모습이 보이지도 않고, 내보낸 이들의 희생도 적지 않고 미끼로 쓰일 마차도 얼추 나간 것 같고, 그 와중에 저 유 현덕? 저놈은 마차랑 붙어있을 놈인 줄 알았는데, 어째 미끼랑 같이 가버렸고.”


“아서라, 아직 놈이 나오지 않았다.”


“놈이요? 하긴 진류 놈들이 너무 조용하긴 하지.”


“그것 말고.”


제법 많은 이들의 희생을 당하였으나 그럼에도 적지 않은 전력을 예편하고 있는 홍건적의 본대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양봉이 가늘게 뜬 눈으로 개봉 서쪽의 숲을 살피는 태도는 가히 예사롭지 않았다.


“아니, 거기 뭐가 있소?”


“올 때가 됐는데, 조용하네.”


“예? 아니. 참 내, 성벽 위에서 저리 계속 화살을 쏘는데 뭘 조용합니까? 뭐, 약속하기로는 이 모든 게 위전이다. 어쩌다 하더니, 이게 뭡니까?”


“스읍, 너는 어째 교주 대리한테 못하는 말이 없어?”


“아니, 뭐. 애들도 많이 죽었고 저 엄한 백성들도 많이 가셨는데, 저 빌어먹을 놈팽이 모가지 언제 따나 해서.”


“그래, 뭐 안 오면 안 오는대로 계획대로 밀어붙여야지. 저기 바깥에서 싸우는 애들 불러. 천자 놈 타고 있는 마차들 줄줄이 개봉 안으로 들어가게 몰아.”


“예예, 계획대로 합지요. 뭣들 해! 쏴!”


퍼엉- 펑- 펑- 쉬이이이익-


그렇게 홍건적의 술사들 중 몇몇이 하늘 위로 화살을 쏘아올려 작은 불꽃을 터트리다 못해 시커면 연기를 수 차례 남겼다.


“시, 신호다!”


“황제다! 저기 황제가 있다!”


와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그간 개봉에 멀리 떨어져 있던 3만에 달하는 병력 중 살아남은 이들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하니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뭐에 홀린 듯 개봉을 향해 몰려들었다.


이에 그런 그들과 교전을 하던 장비의 수하들 또한 자연스레 그들을 쫓으려 했다.


“놈들이 폐하를 쫓는다! 쫓......!”


“그럴 필요 없다!”


“예?”


“운장 형님도 큰 형님도 거기 계신다. 쫓을 필요 없어.”


“허나 그래도.”


“다 계획된 대로야. 죽거나 다친 이들이 많으니 주변부터 수습해라.”


허나 어느덧 그 입이 쓰다는 표정을 지은 장비가 이를 말렸기에 졸지에 어정쩡하게 멈춰선 이들이 그 명에 따라 흩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와 그 유비와 관우에게 온전히 동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린 그가 내릴 선택지라는 것은 결국 천자의 죽음을 방관하고 방조하는 일이었다.


드드드드-


“음?”


그러나 그런 장비조차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 있었다.


“어인 땅울림이냐!”


“서, 서쪽입니다!”


“서쪽? 설마.......!”


부우우우-


“서주군입니다! 뿔나팔 소리와 더불어 서주군의 기병들이 숲을 돌파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2.10 00:49
    No. 1

    어.. 입이 관통되고도 의식을 갖고 말을 할 수 있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2.25 01:39
    No. 2

    제가 뭐 의학이나 해부학은 모릅니다만 아무래도 폐가 뚫리지 않으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해서 적었습니다.

    또 뭐랄까? 위선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가 그리 제가 이용해야 할 천한 이에게 당한다는 측면에서, 그 와중에 그리 자신이 얕잡아보는 원인인 말벙어리 병신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통해 모욕을 당하고 치욕을 당했으니 그 부분에 분노를 쏟아내는 게 맞는 그림이라 생각을 했구요.

    그 와중에 진정 자신들을 이해해주는게 아니라 이용하고 배신한 이에 대한 분노가 작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입이 뚫렸음에도 그 뚫린 입으로도 계속 의식을 갖춘 채, 그 숨이 끊어지는 와중에도 의지를 보였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그리 묘사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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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427화 – 각자가 바라보는 그 너머의 세상, 그 끝을 향해서 22.10.29 152 3 21쪽
427 426화 – 절반의 실패와 더불어 남겨진 유산이 이룩한 진보 +1 22.10.22 166 4 16쪽
426 425화 – 백성이, 기득권이, 사족이, 관료가 아닌 군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어야 옳다 +2 22.10.05 194 3 21쪽
425 424화 – 실패한 시대의 이면, 이를 뛰어넘을 또다른 시대적 일면 22.10.04 158 5 21쪽
424 423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3) +2 22.10.03 158 3 24쪽
423 422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2) +1 22.09.28 159 3 20쪽
422 421화 – 미궁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 날개의 그것과는 사뭇 같은 이야기(1) +1 22.09.22 204 4 21쪽
421 420화 – 이는 공화정의 몰락인가 그도 아니면 크레타의 몰락인가 22.09.21 145 2 23쪽
420 419화 – 전조의 낙양과 다를 바 없이 붕괴하는 장안 +1 22.09.20 146 4 20쪽
419 418화 – 부패할 수 없는 자의 시대가 저물면 철혈의 재상이 집권할 시기가 찾아든다 22.09.19 149 4 24쪽
418 417화 – 마총 전투의 승리와 그 이후의 옹주 +2 22.09.15 165 3 21쪽
417 416화 – 마총 전투 22.09.15 147 2 22쪽
416 415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2) 22.09.13 157 3 19쪽
415 414화 – 전국책을 품에서 놓지 않은 남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1) 22.09.07 205 4 27쪽
414 413화 – 승천을 해야만 하는 용의 운명 22.09.06 152 4 19쪽
413 412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2) +3 22.09.04 162 5 22쪽
412 411화 – 진한대전의 시작과 용의 출현(1) 22.09.04 167 4 23쪽
411 410화 – 진한대전의 의의 +2 22.08.31 200 3 21쪽
410 409화 – 읍참진밀(2) +2 22.08.26 209 5 16쪽
409 408화 – 읍참진밀(1) 22.08.25 162 3 20쪽
408 407화 – 익주 재일의 기재 22.08.18 179 4 21쪽
407 406화 – 전쟁과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의 결의 +2 22.08.17 171 5 28쪽
406 405화 –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천명 22.08.14 160 4 23쪽
405 404화 – 그 정치와 전쟁의 사이, 조위와 유범의 출사표 22.08.12 152 4 25쪽
404 403화 – 진밀과 이권은 품 안의 비수요 전장의 방패이자 정치이며 전쟁이다 22.08.10 165 4 20쪽
403 402화 – 그 와중에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그들이 자리하고 있는 익주만의 사정이었다 +2 22.08.09 158 4 26쪽
402 401화 – 같은 꿈을 꾸는 자들을 위한 희생양과 대공황 22.08.06 177 3 22쪽
401 400화 – 실로 위험한 이들이 동화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같은 꿈을 꾸었다. +2 22.08.05 186 5 19쪽
400 399화 – 복수를 천명한 양치기 소년은 들개를 이리라 속이며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를 설 22.08.03 194 5 21쪽
399 398화 – 대나무를 입에 문 이리는 복수를 위해 누군가 던져주는 쌀밥을 씹는 들개가 되었다 22.08.02 191 2 23쪽
398 397화 – 선수 교체 22.07.25 230 3 24쪽
397 396화 - 관서대공황의 전조와 대국. 아니, 패권국의 위기(4) +2 22.07.25 216 3 16쪽
396 395화 – 붓과 낫과 망치, 벼 이삭과 월계수 잎을 두른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공화국 +5 22.07.21 225 5 34쪽
395 394화 – 밀감과 감, 검독수리와 크고 원대한 꿈을 품은 제국 22.07.20 190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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