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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범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들이 사는 세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노하범
작품등록일 :
2021.01.15 13:48
최근연재일 :
2021.10.02 21:00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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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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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글자수 :
341,565

작성
21.08.22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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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42화.

DUMMY

휘청이는 걸음 속에서, 단단한 무언가가 발끝에 걸린다. 뒤통수가 반쯤 으스러진 감염자다. 아직 완전히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건지, 아니면 사후경직의 과정인지 몸뚱이가 잘게 경련한다.


김현이 발끝으로 감염자의 어깨를 밀어 찼다. 감염자의 얼굴이 드러나며 눈구멍에 간신히 걸쳐있는 눈동자가 초점 잃은 시선으로 이쪽을 응시한다.


샛노란 광기가 빠져나간 눈동자는 잿빛으로 탁하게 물든 채였다.


감염자의 죽음을 확인한 김현이 비틀, 걸음을 옮겼다. 시체가 끝도 없이 늘어진 복도는 질척이며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마치 진창에 빠진 듯, 걸음걸음이 무겁다.


그때였다.


“김현?”


낯선 목소리다. 감염자 특유의 끈적이는 욕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날카롭게 곤두선 감각은 그 목소리에 담겨있는 미미한 적의를 놓치지 않았다.


“누구···?”

“장우석이란 이름을 알고 있나?”


그게 무슨 소리냐, 묻기도 전에 본능이 경종을 울린다. 몇 번이나 그의 목숨을 구했던 본능의 속삭임. 김현이 반사적으로 척력의 역장을 세웠다.


탕!


역장에 빗겨나간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귓바퀴를 스쳤다. 그것의 정체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김현의 눈매가 분노로 일그러진다.


총알.


감염자는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 고로 상대는 인간이다.


탕탕!


영문도 모른 채 총알 세례를 받는다. 하지만 그중 김현에게 직접 닿는 것은 없다. 김현의 역장은 총알에 담긴 물리법칙을 역전시켰다. 역장에 몸을 부딪친 총알이 이리저리 튕겨 마구잡이로 도탄 된다.


스스로의 능력에 감탄할 틈도 없이 김현이 적을 향해 돌진해갔다.


거리가 단숨에 좁혀진다.


김현이 오른손을 뻗었다. 일단 팔을 부러트려 놓을 심산이었다. 그다음은, 제압하고 나서 생각하면 된다.


허공에서 김현의 손이 폭발적으로 가속했다. 척력을 집중해 한 차례 가속하는, 수십의 감염자를 쳐죽인 기술이다.


후웅.


김현의 손끝이 총구 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오종후가 몸을 비틀며 쥐고 있던 권총을 놓아버린 것이다. 명백히 평범한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는 반응속도였다. 상대를 ‘인간’으로 상정했던 김현의 눈에 당혹감이 깃들었다.


오종후의 왼손이 쭉 뻗은 손목을 잡아 온다. 김현이 손목을 떨치며 척력을 방출하는 것으로 접근을 차단했다.


푹.


오른쪽 팔뚝에서 화끈한 감각이 느껴진다. 권총을 놓은 손이 어느새 나이프를 쥐고 있다. 예상 범위를 한창이나 뛰어넘는 대처. 오종후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나이프를 기민하게 움직였다. 나이프가 김현의 팔뚝을 해체할 기세로 살점을 베어 갈랐다.


김현이 노성을 터트리며 재차 척력을 방출했다. 오종후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난다.


시간을 번 김현이 팔뚝에 꽂힌 나이프를 쑥 빼내었다. 챙그랑! 나이프가 거친 쇳소리를 내며 바닥을 뒹굴었다. 팔뚝을 엄습하는 격통 탓에, 머리가 얼얼할 정도로 올랐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는다.


감염자의 무식한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격투술. 서늘한 위기의식이 분노가 머물렀던 자리를 대신한다.


“넌···.”


정체가 뭐냐고 물으려는 찰나, 오종후가 짓쳐들어온다. 문답 무용의 태도임과 동시에, 차분하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왼쪽으로 주먹이 날아온다. 김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눈에 뻔히 보이는 공격이다. 김현이 마주 주먹을 뻗었다. 위력은 이쪽이 한참 위, 감염자의 공격도 단숨에 분쇄하는 주먹인 것이다. 정면으로 격돌한다면, 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김현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폭발적으로 뻗어 나간 주먹이 허공을 휘젓는다. 주먹의 궤적을 쫓던 김현의 눈이 번쩍 뜨인다.


페이크!


김현의 시선이 다급히 반대 방향을 쫓는다. 언제 빼 들었는지 모를 나이프가 거꾸로 쥐어진 채 무릎을 베어 갈랐다.


“큭!”


서늘한 통증이 무릎을 훑었다. 힘줄을 건드렸는지, 기우뚱 균형이 무너진다. 그리고 오종후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손에서 춤추듯 방향을 돌린 칼날이 김현의 옆구리를 찍었다.


깡.


쇳소리가 나며 칼날이 튕겨 나갔다. 김현이 가까스로 역장을 세워 칼날을 막은 것이다. 김현이 그를 잡아채려 손을 뻗었지만, 오종후는 지체 없이 뒤로 물러났다.


“이익···!”


오종후의 치고 빠지기에 열이 뻗친 김현이 잇새를 앙다물고 몸을 날렸다. 척력을 추진력 삼은 가속은 어느새 완숙에 이르러,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으로 오종후의 코앞에 도달했다.


그에겐 눈 깜짝할 새 김현이 다가온 것처럼 보일 터.


하지만 오종후는 당황한 기색조차 없다.


“큭!”


되려 불쑥 튀어나온 칼날을 피하느라, 김현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서걱, 김현의 뺨에 붉은 실선이 그어진다.


‘익숙해.’


칼날이 급격히 방향을 틀어 머리를 찍어온다. 깡! 역장에 막혀 튕겨 나온 칼날이 호를 그리며 되돌아온다. 이번에는 심장이다. 다급히 역장을 세우고, 손을 뻗어 반격한다.


‘이 자식, 이런 싸움에 익숙해!’


하지만 칼날은 튕겨 나가지 않는다. 칼날이 역장의 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것이다. 동시에, 오종후가 땅으로 꺼지듯 시야에서 사라진다. 김현의 손이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제기랄!’


안쪽 허벅지에 뾰족한 통증이 느껴지고, 강한 타격이 오른쪽 무릎을 친다. 방금 힘줄이 잘렸던 무릎이다. 김현이 완전히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칼끝이 목젖을 노리고 찔러온다.


자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내, 정체 모를 이 남자가 자신에게 도대체 왜 이러는지,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김현은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길래, 다짜고짜 총을 쏘고, 칼침을 놓냐고!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하지만 사내의 눈을 보는 순간, 김현은 질문에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 그 눈은 오로지 상대의 죽음만을 응시한다.


그 상대는 바로 김현 자신이었다.


분노가 부글부글 치밀어오른다.


안 그래도, 참회자니, 감염자니 하는 별 같잖은 것들 덕분에 기분이 참 더러운 날이었다.


‘이게, 인간이라고 오냐오냐 참아줬더니···!’


김현은 먼저 목 부근에 역장을 단단히 세웠다. 국소 부위로 전개된 역장이지만 그 방어력은 탁월했다. 제깟 나이프 따위가 찔러봐야 감히 뚫지 못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양손에 척력을 집중시킨다. 양쪽에서 머리를 쳐 잘 익은 수박처럼 산산조각내 줄 것이다.


분노에 찬 김현의 두 눈이 희번뜩인다.


“죽어!”


하지만 김현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


김현이 가만히 서서 멍청한 소리를 냈다. 그 사이, 나이프가 아슬아슬하게 역장 위를 빗겨나가며, 오종후가 몸을 부딪쳐왔다. 몸 위로 덮쳐오는 무게감. 이미 균형을 잃은 김현은 그걸 감내할 수단이 없었다.


쿵.


김현이 뒤로 쓰러지자, 오종후가 무릎으로 명치를 찍으며 자세를 취했다. 온전한 체중이 실린 니온밸리Knee on belly였다.


“컥!”


김현은 갈비뼈가 부러질 것 같은 통증보다도, 방금의 감각이 더 신경 쓰였다. 그리고 방금 느낀 게 착각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키듯, 여전히 그의 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뭘 한 거야!”

“······.”

“내게 뭘 한 거냐고!”


김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종후는 입을 꾹 다문 채 나이프를 역수로 쥐었다. 연이은 격전에도 그는 호흡이 조금 흐트러졌을 뿐, 피로한 기색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


‘나이프로 투입된 양이라면, 지속시간은 약 5분.’


특수 나이프에 내장된 신경독은 중독까지의 소요 시간이 짧은 대신, 중독 시간 자체는 꽤 빠듯한 편이었다. 게다가, 5분이라는 지속 시간은 일반적인 감염자를 기준 삼은 것이다. 눈앞의 존재는 감염자가 아닌 네피림.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몰랐다. 그렇다면···


‘변수가 생기기 전에 숨통을 끊는다.’


오종후가 나이프를 내리찍었다.


목표는 김현의 이마.


쉭! 날카롭게 내리꽂히던 칼날이 덜컥, 멈춰 섰다. 이마와의 거리는 한 뼘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다. 하지만 손에 쥔 칼자루를 타고 강한 반발력이 느껴진다.


예의 김현의 능력이었다.


“으으으!”


사지가 마비된 상태임에도, 김현은 시뻘겋게 충혈된 두 눈을 부릅뜨고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내리누르는 힘과 밀어내는 힘, 상반된 두 힘이 칼날을 사이에 두고 맹렬히 대치한다. 칼날이 풍 맞은 듯 덜덜 떨려온다.


불붙은 천장의 타일이 그들의 옆으로 쿵, 하고 떨어졌다.


그때였다, 오종후가 입을 연 건.


“이진호.”


흔들림 없이 김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오종후가 명령했다.


“총을 들어라.”



***



이진호의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진 권총으로 향했다. 방금까지 오종후가 김현에게 쏴 갈겼던 권총, 그리고 이진호가 오종후에게 빌려주었던 권총이었다.


오종후가 채근하듯 재차 말했다.


“총 들어.”


이진호가 비틀거리며 권총을 주워들었다. 탄창을 빼내 잔탄을 확인했다. 한발, 장전된 것까지 하면 총 두 발이 남아있다. 철컥, 권총을 장전하니 오종후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이제 김현을 쏴라.”

“예?”


이진호의 표정이 순간 멍청해졌다.


“그게, 무슨, 무슨 말입니까?”

“두 번 말하지 않겠다. 김현을 쏴라.”


오종후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왜, 왜, 이유가 뭡니까? 저희의 목표는 분명···.”


김현의 생포 아니었습니까?


당혹감에 휘청거리는 이진호의 목소리와는 대조되게, 오종후의 그것은 흔들림 없었다.


“넌 이게 뭐로 보이나?”


화르르, 화마의 소음이 짧은 정적을 채운다. 이진호는 답하지 못했다.


“너도 보지 않았나? 이건 이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괴물이다. 이놈의 근본은 감염자와 별반 다르지 않아.”

“개소리!”


필사적으로 칼날을 막던 김현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입안에 고이다 못해 조금씩 입가로 흐르던 핏물이 왈칵, 사방으로 튀었다.


“네놈은! 네놈이라고 달라!? 네놈도, 네놈도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잖아!”


오종후는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칼날을 꾹 내리누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이진호를 그 서늘한 눈에 담았다.


“네가 어제오늘 보았던 광경을 떠올려라.”


어제와 오늘.


이진호는 참 많은 걸 봤다. 공포에 질려 시체처럼 기절한 사람들. 참회자에 의해 감염자가 돼버린 피해자들과 그들에게 당해 죽은 또 다른 피해자들까지.


그가 평생 모르고 살았던 이쪽의 세상은, 폭력이 넘쳐흐르는 세상이었다.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증오의 연쇄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모두 무고한 피해자였다. 모두 통제할 수 없는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이었다.”


이진호는 문득 손에 든 권총이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다.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은, 악이다. 참회자와 감염자, 그리고 이 네피림까지 전부, 사람이 아닌 괴물이고 없어져야 할 악이다.”


한 손으론 그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워 총구가 잘게 떨린다.


“괴물을 죽여라.”

“어디서 개똥철학을 씨부리고 있어어어!”

“이진호! 쏴!”


고성이 교차한다. 총구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하염없이 흔들린다.


“나는, 나는···.”


이진호는 무엇하나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괴물과 사람, 그 둘의 경계를 가로 짓는 기준선이 도대체 무엇인지. 정체 모를 이능을 발휘하며 감염자를 도살한 김현이 괴물인 건지, 아니면 자신에게 살인을 강요하는 오종후가 괴물인 건지.


무엇하나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젠장! 빌어먹을!”


그토록 많은 일을 겪어왔건만, 제대로 된 답 하나 내지 못한 스스가 지독히도 혐오스러워 무작정 총구를 들었다.



“지금, 네가 뭘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오종후가 물었다. 마치 방황하는 학생을 꾸짖는 엄정한 선생님처럼.


“예, 알고 있습니다.”


이진호는 떨리는 목소리와 총구를 애써 감춘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건,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저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생···포였습니다.”

“목적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경우에는 생포에서 사살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럼 납득이 될 만한 이유를 대주십시오! 김현이 괴물이다! 단순히 그런 말로 납득이 될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쿨럭.”


둘이 언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김현의 입에서 다시 한번 핏물이 울컥, 치솟았다. 덩달아, 오종후의 칼날이 점점 그의 이마와 가까워졌다. 김현의 힘이 약해진 것이다.


그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버럭버럭 고함을 지르던 김현도 반쯤 정신을 잃은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썩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시퍼런 칼날이 시시각각 김현의 이마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그에, 번뜩 정신이 든다.


‘일단 살려! 살리고 생각해!’


이진호가 턱 근육을 거칠게 당기고, 씹어뱉듯 말했다.


“비키십시오.”


김현의 죽음 앞에서, 총구는 흔들리지 않고 오종후를 겨냥했다.


“당장, 그 위에서 비키십시오. 그는 죽어선 안 됩니다. 그를 살려서, 살려서 데려가는 것이 저희가 여기까지 온 이유입니다!”

“이진호.”

“위협이 아닙니다! 당장 비키지 않으면, 쏘겠습니다!”

“멍청한 짓 하지 마.”

“두 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진호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당장 물러서십시오.“

“이진호!”

“당장 물러나!”


타는 듯한 이진호의 시선을 마주한 오종후는 직감했다.


‘위험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진호가 진정 자신을 쏠 생각이란 걸.


판단은 빨랐다.


오종후가 전력으로 칼날을 내리그었다.


“안돼!”


이진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방아쇠가 발작적으로 당겨졌,


“그만, 그만. 거기까지.”


불현듯 사위가 깜깜해졌다.


스아앗, 소름 끼치는 기척이 꾸물꾸물 등허리를 타고 오른다. 생리적인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기다란 몸통이 이진호의 목을 휘감는다. 그의 귓가에서 사악한 지혜를 속삭이는 뱀의 혀가 날름거린다.


쉭, 쉬익.


덜컥, 멈춰버린 이진호의 곁을 웬 노인과 강아지가 스쳐 지나갔다. 노숙자와 같은 추레한 차림의 노인을 앞질러 간 하얀 강아지가 김현의 뺨을 핥았다.


“에잉, 쯧쯧. 상태가 영 말이 아니구만.”


불가해한 현상에, 이진호의 관자놀이 옆으로 식은땀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손끝 하나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끙끙대며 힘을 주어도 마찬가지. 마치 온몸이 고장이라도 난듯, 꼼짝하지 않는다.


이진호가 필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자 눈알을 데구루루 굴리는데, 정체불명의 노인과 딱 눈이 마주쳤다.


장생농이 입술을 비틀어 생긋 웃었다.


“네 뇌는 생각이란 걸 하기엔, 비좁아 보이는구나.”


그 순간, 스위치가 꺼진 듯 이진호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두 팔이 축 늘어지고, 고개가 밑으로 툭 꺾여 투명한 침이 길게 늘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오종후라고 다르지 않았다.


정박아처럼 우두커니 선 그들에게, 장생농이 명령했다. 마치 날파리를 쫓듯 건성인 손짓으로.


“썩 꺼져.”


두 사람이 실 달린 목각인형처럼 뻣뻣하게 다리를 움직였다. 교차하는 다리가 서서히 속도를 높이며 복도를 가로지른다. 그리고 거의 뛰는 수준이 이르렀을 때,


쨍그랑!


그들은 유리창을 깨고, 환하게 타오르는 밤하늘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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