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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범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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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괴물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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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범
작품등록일 :
2021.01.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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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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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비전교회 (2)

DUMMY

여섯째 날.


오늘은 무료급식소가 운영하지 않는 날이었나 보다, 김성훈은 컵라면과 소주 한 병을 사서 먹었다. 그를 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눈은 곱지 않았다. 김성훈은 이제 완연한 노숙자의 모습으로 거듭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김성훈은 내리쬐는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길거리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졸고 있는 김성훈의 모습을 가만 보고 있자니, 이진호는 절로 하품이 나왔다.


“하암~”


이진호의 얼굴도 꽤나 초췌했다.


사실, 장소가 길거리에서 차로 바뀌었을 뿐이지, 그도 지난 5일 동안 김성훈과 거의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김성훈보다 상황이 더욱더 안 좋았다.


김성훈은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잠도 많이 잔다.


반면, 이진호는 하루 3시간 쪽잠에 수면을 취하는 장소도 차량 안. 여태껏 대부분의 시간을 차 안에서 보냈다. 5일, 120시간 동안 밖으로 나간 적이 손에 꼽을 지경이다.


초반 며칠은 버틸만했으나, 이 짓도 6일째에 접어드니 고역이었다.


슬슬 몸뚱이 어딘가가 고장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진호가 운전석에 기대 반쯤 누웠다.


몸 곳곳이 찌뿌둥하지 않는 데가 없어 당장이라도 따듯한 물로 한바탕 샤워를 한 다음에, 푹신한 침대 위에서 숙면을 취하고 싶었다···.


이진호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려, 이진호.”


아직,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그가 자세를 바로하고 애써 눈매를 좁혔다.


저 멀리, 꾸벅꾸벅 졸고 있는 김성훈이 보인다. 그와 대조되는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그리고 조금은, 부러운 모습이었다.


아주 조금, 영어로는 a little, 비유하자면 개미 눈곱만큼. 부러운 모습이었다.


절대, 결단코, 역할이 바뀌었다면! 하고 속으로 부르짖을 정도로 부러워하는 건 아니었다.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한다고?


자신은 그렇게 쪼잔하고 속 좁은 남자가 아니었다.


맹세코 아니었다······.


“하, 인생······.”


갑자기 우울해진다.


이진호가 운전대에 머리를 처박고, 흐릿한 눈으로 김성훈을 응시하며 이리저리 머리를 틀었다.


조금은,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20대 초반의 남자가 김성훈에게 다가갔다.


김성훈이 길거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지나가던 행인들이 몇 푼 적선하는 모습을 보아온지라, 이진호는 이번에도 적선의 목적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진호는 자신의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음···?”


적선치고는 대화가 길어지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적선이라면, 몇 마디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이진호의 의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절정으로 치달았다.


“설마?”


그의 손목시계가 지잉, 진동하고 있었다.


짧게 한번, 길게 한번, 짧게 두 번. 짧게 한번. 길게 두 번.


모스부호였다.


이진호가 재빨리 머릿속으로 모스부호를 해석했다.


그 길이가 워낙 짧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내용은 짧고 간결했다.


[ 감 ]


단 한 음절.


이진호의 시선이 황급히 김성훈을 쫓았다.


김성훈은 방금 대화를 나눈 남자를 따라, 회색 승합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잠깐.


이진호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급격하게 눈동자의 크기를 키웠다.


차량 옆면에 부착된 문구가 선명하게 커다란 눈동자에 틀어박혀왔다.


[ 광주 비전교회 ]



***



김성훈이 승합차 안에 들어섰다.


차 안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전부 김성훈과 비슷한 행색이다.


즉, 노숙자들이란 말이다.


그 수는 다섯. 김성훈까지 포함하면 차 안에 탄 노숙자는 총 여섯이었다.


면면을 훑어보니, 익숙한 얼굴이 한 명 있었다.


“아저씨!”

“어? 어어, 너도 왔어?”


김성훈이 먼저 아는 체를 하자, 노숙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그는 넷째 날 김성훈과 말다툼을 하다가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고, 그를 딱하게 여겨 무료급식소의 존재를 알려준 노숙자였다.


마침 그의 옆자리가 비어있어, 김성훈이 앉았다.


“아저씨는 이런 데 많이 가봤어요?”

“어~ 그렇지, 뭐.”


김성훈이 좌우를 둘러보다가, 짐짓 목소리를 낮췄다.


“막 장기 떼가고 그런 거 아니겠죠?”

“하하, 장기?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며칠 가서 세끼 꼬박꼬박 먹고, 푹 쉬면 돼. 중간에 봉사니, 재활이니 하면서 쓸데없는 짓 시키면, 바로 도망치면 되고.”

“아하.”


김성훈이 곧바로 다른 질문을 이어가려는데, 쾌활한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모두 안전벨트 매셨어요~?”


스스로를 광주 비전교회 청년부 부장이라 소개한 남자, 김상민이었다.


그가 룸미러로 뒷좌석을 살피며 물었다.


“다들, 식사 못 하셨죠?”


노숙자들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식사하실 수 있게, 제가 먼저 말을 해둘게요~”


다들 김상민의 말에 별다른 호응을 않았다.


그들은 이미 여러 재활센터를 전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잿밥에 관심이 많았지, 김상민이란 사람과 그의 선의에 관심이 있지 않았다.


김상민에게 관심이 있는 건, 딱 한 사람뿐이었다.


“상민 씨, 근데 진짜로 매일매일 세끼 꼬박꼬박 주고, 잠자리까지 전부 제공해주는 거예요?”

“네, 그렇다니까요.”

“전부 무료로요?”

“하하하. 당연히 무료는 아니죠~”


김성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아까는 분명 무료라고···.”


김상민이 씨익 웃으며 그를 돌아봤다.


“형제님~ 형제님이 나중에 사회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가셨을 때, 틀림없이 저희 교회로 보답하러 오실 텐데, 그게 어떻게 무료겠어요~ 나중에 헌금으로 다 보답받는 거지~”

“아하, 그렇네요!”

“네, 그런 거죠~ 하하하!”

“하하하!”


김상민이 쾌활하게 웃자, 김성훈도 그의 웃음소리에 전염돼 하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거, 빨리 좀 가지?”


해맑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한 노숙자가 부루퉁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김상민은 웃는낯을 구기지 않고,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아, 죄송해요. 그럼, 딱 통화 한 통만 하고 바로 출발할게요~”


그 노숙자는 김상민이 영 마음에 안 드는지,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김상민이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금방 전화를 받았다.


“장로님! 저 상민입니다.”


김성훈이 귀를 쫑긋 세우고 통화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음량을 줄인 건지, 상대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예! 오늘은 총 여섯분이에요.”


“예, 예. 모두 긍정적이신 분들 같아요.”


“아, 장로님! 아직 식사를 안 하신 분들이 있대요. 오늘 무료급식소가 쉬는 날이었나 보더라구요.”


“예! 바로 준비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예~ 이따 뵙겠습니다~”


뚝, 통화를 마친 김상민이 뒷좌석을 돌아봤다.


“자~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역시, 호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성훈만 격렬히 고개를 끄덕여 호응할 뿐이었다.


김상민은 예의 쾌활한 미소를 짓고, 천천히 엑셀을 밟아갔다.


회색 승합차가 도로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갔다.



***


“아이고~ 목사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에게 감사를 표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기도를 통해, 형제님의 간절함을 저 하늘에 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전해드렸을 뿐입니다. 주께서 형제님의 청을 들어주신 거지,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목사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목사님이 기도를 해주셨으니까, 예수님께서도 들어주신거죠~ 제가 백날 기도한다고 예수님께서 들어주시겠어요? 우리 목사님이! 딱! 기도하시니까 바로 먹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요, 조 장로님?”

“맞습니다. 저희 목사님이 예수님과 좀 가깝죠, 하하하!”

“그렇죠! 조 장로님이 잘 아시네~ 하하하!”


목사라 불린 검은 사제복의 사내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30대 중반의 그는 누가 봐도 성직자라는 직업이 납득될 정도로 선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몇 차례 환담이 더 오가고, 누군가의 휴대전화가 진동음을 울렸다.


지잉-.


그 주인은 조 장로라 불린 60줄은 넘은 노인이었다.


“잠시,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조 장로가 양해를 구하고 목사실을 빠져나갔다.


조 장로가 자리를 비우자 목사실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태까지의 대화는 대부분 조 장로와 이곳에 손님으로 온 50대의 중년 사내가 나눈 것이지, 목사는 거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년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사님, 그럼 저는 이제 일어나보겠습니다.”

“예, 형제님.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이야 목사님이 더 고생하셨죠~”


한 차례 악수를 나누고, 중년 사내도 목사실을 떠났다.


이제 목사실엔 방의 주인, 그 혼자뿐이었다.


목사는 중년 사내가 나간 것을 확인하자마자, 몸을 돌려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칠게 서랍을 열어 원통 모양의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피와 같이 새빨간 액체가 가득 차 찰랑거리는 투명한 유리병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병뚜껑을 따, 방금 중년 남성과 악수했던 오른손 위로 기울였다.


졸졸 흘러내리는 새빨간 액체로, 그가 오른손을 씻었다.


상종 못할 불결한 것이 뭍은 듯, 아주 섬세하고 꼼꼼히.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조 장로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조 장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방금의 통화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운을 뗐다.


“목사님, 제가 방금 통화를···.”

“그 따위 호칭으로 날 부르지 마라.”


아까의 따뜻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이질적인 목소리.


그건 차라리 짐승의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분노에 차 으르렁, 낮게 울리는 소리.


온몸의 털이 삐쭉 솟을 정도로 흉포한, 낮디낮은 저주파를 동반한 소리.


조 장로가 재빨리 바닥에 엎드렸다.


양 무릎과 양팔, 머리를 바짝 바닥에 붙인 오체투지의 자세였다.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여섯을 데려오고 있다 합니다.”

“그래?”


유리병을 거의 다 비우고 나서야, 그는 손 씻는 행위를 멈추었다. 그리고 남은 액체를 들이켜, 유리병을 비웠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손으로 입가를 쓱 닦았다. 입가에 핏물처럼 붉은 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조 장로.”

“예!”


그의 부름에, 조 장로가 한층 자세를 낮췄다.


“그분께서 점지하신 질 좋은 제물 하나가 도망치는 바람에, 우리에겐 아주 많은 양의 제물이 필요해. 게다가 요즘 사냥개 놈들이 무슨 냄새라도 맡았는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제물 수급도 슬슬 힘들어지고 말이야···. 조 장로,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오는 즉시 지하로 내려보내겠습니다!”

“그래그래, 내가 이래서 조 장로를 좋아한다니까? 머리가 좋아.”


조 장로는 그의 칭찬이 내심 기뻐 입꼬리를 올렸다.


불현듯, 그가 엄숙히 선언했다.


“때가 머지않았다.”

“아아, 설마···.”


조 장로의 목소리가 아까와는 다른 떨림을 가졌다. 그건, 공포가 아닌 희열에 가까웠다.


“고해(告解)하여, 고해(苦海)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으냐?”


쉭쉭거리며, 뱀처럼 사이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를 스쳤다.


“예, 예! 그렇습니다!”


조 장로에겐 달콤한 과실을 약속한 구원의 목소리였다.


“너의 소명에 충실해라. 그리하여 때가 되면, 너는 죄를 뉘우치고 나와 같은 자리에 오를 것이니.”


조 장로가 격정에 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침을 튀겨가며 열정적으로 외쳤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이마를 붙이고 있는 조 장로는 알 수 없었다.


아랫사람을 치하할 때에도, 엄숙히 미래를 약속할 때에도, 뱀처럼 유혹의 말을 속삭일 때도.


조 장로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지독히도 차가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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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21.09.04 11 1 14쪽
45 45화. +1 21.08.29 15 1 13쪽
44 44화. 21.08.29 15 1 13쪽
43 43화. 21.08.22 16 1 14쪽
42 42화. 21.08.22 17 1 16쪽
41 41화. 21.08.15 17 1 12쪽
40 40화. 21.08.14 17 1 12쪽
39 39화. 21.08.08 15 1 14쪽
38 38화. 21.08.07 17 1 13쪽
37 37화. 21.08.01 18 1 12쪽
36 36화. 21.07.31 15 1 14쪽
35 35화. 21.07.31 14 1 13쪽
34 34화. 21.07.25 16 1 13쪽
33 33화. 21.07.25 18 1 13쪽
32 32화. 21.07.24 20 1 13쪽
31 31화. 21.07.18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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