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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124
추천수 :
892
글자수 :
532,633

작성
21.09.05 13:05
조회
247
추천
4
글자
11쪽

낙뢰

DUMMY

주동화는 결국 물리학 참고서를 집어 던지고 말았다.


"거지 같네 진짜!"


물론 거지 같은 건 물리학 참고서가 아니라 자신의 머리다. 그것을 알고 있는 주동화는 집어던진 참고서를 다시 주워서 책상 위에 가지고 왔다.


그래도 생명과학이랑 화학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물리학은 전혀 차원이 다른 영역이었다.


"메타물질이라는 말이 나오지도 않는데?"


심지어 권채선이 말한 메타물질은 아무리 찾아봐도 참고서에 없었다.


"어? 핵융합이다."


참고서를 넘기던 중에 낯익은 단어를 보았다.


예전에 하명호 박사가 룩시온 모드에서 빛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추측할 때 말했던 단어다.


"핵융합이란 두세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하여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반응... 질량 결손이 생겨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설명을 읽어봐도 썩 와닿지는 않는다. 주동화는 원자핵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핵이란 원자를 구성하는 물질이었다. 그리고 주동화는 룩시온 모드에서의 원자를 알고 있다.


"원자는 그 제일 조그마한 동그라미인데..."


원자라는 것은 분자보다 작은 단위, 룩시온 모드의 도형들을 세밀히 바라보면 보이는 동그란 물질이다.


그리고 그 동그란 것을 더 자세히 파고들면 동그랗지 않고 사실은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그 소용돌이가 전자고... 그 소용돌이 안에 원자핵이 있는 거구나."


그렇다면 그 전자의 소용돌이 속의 원자핵이 결합하면, 그때 핵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룩시온이 원자핵도 결합시킬 수 있을까?"


참고서에는 핵융합을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 구체적으로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룩시온 모드에서는 물리법칙과 상관없이 분자를 결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핵 단위에서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지금은 일단 메타물질."


주동화는 다시 메타물질을 찾기 위해 참고서를 뒤졌다. 하지만 맨 뒤의 색인을 봐도 나와 있지 않다.


"고등학교 과정에 없는 거 아니야?"


혹시나 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그제서야 내용이 나온다. 권채선은 고등학교 과정도 아닌 내용을 알아보라고 시킨 것이었다.


"어느 세월에 이걸 이해해."


주동화는 한숨부터 나왔지만, 인터넷 백과사전의 해설을 한 글자씩 읽어 보았다.


"전자기파의 굴절 방향을 조절하여... 음의 굴절을 통해... 음의 굴절이 뭐지?"


주동화는 참고서와 인터넷을 뒤지며 내용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이해하게 될 때까지 꽤나 고생을 하게 될 것 같았다.


한편 권채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소식이 없었다. 만약 피스메이커에서 방법을 찾지 못하면 정말 대통령을 광화문에 대령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주동화가 알 리 없다.


청와대에 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국민청원을 해도 20만명 동의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SNS로 디엠을 보내야 되나.


어쨌든 권채선이 기다리라고 했으니 조금 더 믿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피스메이커 입장에서도 다른 차원의 인간들이 썩 반가운 손님은 아닌 듯하니.


주동화는 그동안 그 자들이 썼던 투명 인간 기술의 원리를 알아내는 게 중요했다. 그들과 버금가게 싸울 수 있으려면, 그들이 사용하는 룩시온의 능력을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다.


'삐익- 삐익!!'


그때 요란하게 재난경보 메시지가 울렸다.


"아오 깜짝이야!"


이 밤중에 재난경보 문자라니. 어디 사고라도 났나 싶어 확인했더니,


'광화문 광장 주변 낙뢰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있습니다. 즉시 건물 안, 지하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낙뢰?"


낙뢰가 얼마나 심하면 재난 문자까지 보낼 일인가. 평소라면 그냥 넘겼겠지만 광화문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여 주동화는 바로 기사를 찾아보았다.


기사에는 부상자에 대한 소식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 벼락이 내리치는 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번개 줄기가 족히 수십 개는 되었다.


"이게 말이 돼?"


한 번에 세 줄기 보기도 어려운 번개가 수십 개 내리꽂히고 있다니.


"그놈들 짓이야."


이건 분명히 룩시온으로 만든 인공 번개일 것이다. 주동화는 바로 광화문으로 향했다.



***



늦은 밤이라서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룩시온 모드로 날아갈 수가 있었다.


금방 광화문에 도착한 주동화는 일단 비를 그치게 했다. 그러자 낙뢰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인공적인 번개가 맞았던 것이다. 주동화는 엘 글래스를 쓰고 주위를 확인했다. 근처에 숨어 있을 수도 있어서 전파카메라 모드를 켠 것인데, 주동화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ATP가 너무 높은데?"


광화문 앞 해태상 근처에 ATP가 말도 안되게 높은 사람이 있었다.


엘 글래스는 그 사람의 신체정보를 인식하지 못하고 버벅이다가, 결국 ‘남성, 50대 초반 추정.’ 이라는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50대 남자가 저기서 이 밤중에 뭘 하고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여기는 낙뢰 때문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 곳이다. 저 말도 안 되는 ATP는 또 뭐고.


"엘 글래스가 고장 났나?"


엘 글래스를 의심하는 순간, 해태상 옆에 있던 사람이 무서운 속도로 주동화의 앞으로 날아왔다.


"대통령을 데려온 건가?"


범헌이었다. 주동화는 깜짝 놀라 물러섰다. 그러자 범헌은 재촉하며 물었다.


"대통령을 데려왔는지 물었다."

"아니. 그렇게 쉽게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주동화의 말에 범헌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주동화는 범헌에게 낙뢰에 대해 물었다.


"아까 내리치던 번개는 네 짓이야?"

"그건 우리 누나가 만들었어."

"낙뢰에 다친 사람이 있어. 일부러 공격을 한 거야?"

"사람을 다치게 할 생각은 아니었을 터인데. 내가 대신 사과하마."


범헌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공격할 생각이 없었으면, 왜 번개를 내리친 건데?"


주동화는 지금까지 한국에 온 다른 차원의 인간을 두 명 만났다.


눈앞에 있는 범헌과, 장군처럼 생긴 최민의.


호칭을 보면 이들이 사는 세계는 신분제 사회인 것으로 보인다.


최민의는 범헌에게 전하라고 불렀고, 범헌은 최민의에게 형이라고 했으니 범헌의 서열이 최민의보다 위.


범헌의 누나는 아직 본 적은 없지만 범헌보다 서열이 높을 것이었다.


"사실 누나가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거든."


그리고서 범헌은 경복궁 쪽을 가리켰다.


"사실 이 나라의 지존이라면 저기에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제일 큰 궁궐이니까."


예전에 거기서 나라의 지존이 살긴 했었으니, 범헌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근데 대통령이 사는 곳은 저 뒤에 있는 기와집이더라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알려주더군."

"잠깐. 물어봤다고?"

"응, 말이 통하는데 못 물어볼 이유가 없지."


주동화는 어이가 없었지만, 범헌은 한복을 입고 있는 것 말고는 크게 이상한 부분이 없다. 게다가 이 근처에서는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말이다.


"다 네 덕분이다. 우리는 이 나라의 지존을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걸 몰랐거든."


주동화는 아차 싶었다. 그가 이 자들에게 대통령의 존재를 알려준 셈이 되었다.


범헌은 하던 말을 이었다.


"누나는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자마자, 당장 쳐들어가겠다고 했어."

"쳐들어간다고?"

"응, 그래서 나랑 민의 형이 누나를 말렸지. 그렇게 다짜고짜 쳐들어갔다간 협상을 하기 전에 싸움이 날 거라고."


범헌은 짧게 한숨을 쉬고서 말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못 하는 게 열받아서 이래 놓은 것이야."


주동화는 어이가 없었다. 결국 아까의 무지막지한 낙뢰는 자기들끼리 다투다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뜻이다.


혹은, 당장 대통령을 눈앞에 데리고 오라는 무언의 협박이거나.


의도가 뭐가 되었든 낙뢰에 부상을 당한 사람이 있다. 이대로 이 자들을 날뛰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주동화는 범헌에게 물었다.


"너희 누나 지금 어디 있어?"

"대통령이 사는 곳에."

"청와대에 갔다고?"

"그래. 내가 너한테 부탁해 놨으니까 여기서 기다리자고 했는데..."


범헌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를 믿을 수 없다면서, 혼자서라도 가겠다고 나섰어."

"그 최민의라는 사람은?"

"누나를 말리러 갔지."

"그럼 너희는 세 명이 다야? 세 명만 여기 온 거야?"


범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룩시온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면 상대가 불가능했겠지만 세 명이라면, 수적인 우세를 내세워서라도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셋 중에 둘이 청와대에 있다는 점이었다. 일단 청와대로 가야 했다. 대통령이 관저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에 쳐들어가도록 놔둘 수는 없다.


주동화가 하늘로 날아오르려 하자 범헌이 물었다.


"어디에 가려는 거지?"

"청와대."

"설마 우리 누나를 막으려고?"

"응."

"안 돼!"


범헌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동화를 붙잡아 내렸다.


"너, 우리 누나한테 맞서면 잘못하다 죽는다."

"뭐?"

"고려성에서 제일 강한 무장이야. 네가 못 이겨."


범헌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동화는 범헌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에 쳐들어가게 놔둘 수는 없어."

"그럼 나도 같이 가도록 하자."


그렇게 주동화는 범헌과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상황이 좀 이상하게 되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자와 함께 날아가고 있다니. 심지어 이 사람은 주동화가 자기 누나에게 죽을까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청와대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아 곧 도착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라 청와대는 조용했다.


범헌은 곧바로 청와대의 파란 지붕으로 날아갔다. 주동화는 잠시 룩시온 모드를 끄고 나무 위에 서서 범헌의 행동을 살폈다.


지붕 위에 내린 범헌은 아무도 없는 옆을 보고 말했다.


"누나."


이에 주동화는 바로 룩시온 모드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지붕 위에 사람의 형상 셋이 보였다. 범헌 혼자 서 있는 줄 알았던 지붕에, 사람이 둘이나 더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최민의와 범헌의 누나일 것이었다.


저들은 어떤 기술로 가시광선을 조작하여 모습을 숨긴 것이다. 권채선이 말한 메타물질 원리를 사용한 건지, 또 다른 방법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 상태로 지붕 위에서 기다리다가, 대통령을 만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일단 저 자들을 청와대에서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주동화는 온몸에 빛을 밝히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여기 사람 있어요!!"


그 순간, 청와대의 모든 건물이 불이 켜지면서 사이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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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0 4 10쪽
79 제온 21.09.11 236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0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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