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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신백일홍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민창
작품등록일 :
2021.03.03 11:43
최근연재일 :
2021.04.21 08:0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496
추천수 :
22
글자수 :
111,895

작성
21.04.04 11:10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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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신백일홍전 12

DUMMY

"뭐야!!"


뭔가가 허리를 묵직하게 치고가는 느낌에 나는 번쩍 눈을 떴다. 돌고래 세 마리가 눈앞을 헤엄치고 있었다.


"너희가 깨웠구나."


돌고래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얼마나 의식을 잃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바다 밑이다 보니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일단 부채에 빛을 모았다. 바닷속이라 광자가 쉽게 모이지 않는다. 나는 흐릿하게라도 시야를 밝힌 뒤 상태를 살폈다.


왼팔이 완전히 부러졌다. 왼쪽 무릎도 너덜너덜하다. 치유결계를 해체한 대가다. 머리를 다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다.


나는 몸속의 세포와 몸 밖의 원소들을 결합하여 손상된 조직들을 복구했다. 상처가 커서 치유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소원이와 이나린은 무사히 도망쳤을까.


생각만큼 충분히 이무기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두 사람이 바닷가를 벗어날 시간을 벌어 줬어야 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고작 몇 초 정도밖에 이무기를 붙잡아 놓지 못했다.


그러나 이나린은 강하고 영리하니 호락호락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가문의 무기도 갖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니 대충 팔다리가 제 모습을 찾으면 바다 위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외눈박이?"


멀지 않은 곳에 외눈박이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연분홍 비늘에 커다란 눈이 하나. 틀림없이 괴물이다.


괴물이라면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나는 황급히 외눈박이를 불렀다.


"잠깐! 물어볼 게 있어!"


외눈박이는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이무기가 어디 있는지 알아?"


내가 질문을 마치기가 무섭게, 외눈박이는 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허둥지둥 내빼기 시작했다.


"잠깐만! 기다려!"


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왼팔과 왼다리를 삐걱거리며 헤엄쳤다. 다친 탓에 속도가 나지 않아 외눈박이의 뒤를 쫓는 것이 겨우였지만 놓칠 수 없었다.


"지금 이무기가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 줘!"

"나는 몰라!"


외눈박이의 까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구에 있는지 바다 밑에 있는지만 알려주면 돼!"


항구에 있다면 아직 소원이와 이나린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고, 바다 밑에 있다면 교전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외눈박이는 대답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모른다고! 물어보지 마!"

"이무기가 두려워서 말을 안 하는 거야?"


나는 외눈박이를 쫓아가며 물었다. 바다 괴물들은 이무기가 나타난 뒤부터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다. 외눈박이도 마찬가지였다.


"외눈박이야! 대답해 줘!"


이제 대꾸도 안 하는 외눈박이를 다시 불렀다.


"너는 뭔데 내 친구를 괴롭히니?"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외눈박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어...?"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 바다를 닮은 푸른 눈동자. 손과 발에는 지느러미. 인어는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인어를 마주친 내가 헤엄을 멈추자 외눈박이는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을 쳤다.


나는 긴장이 되어 부채를 꽉 쥐었다. 인어는 외눈박이 물고기와는 다르다. 훨씬 상급의 괴물이고, 무엇보다 반신과 인어는 예로부터 사이가 좋지 않다.


인어는 나에게 차가운 말투로 경고했다.


"지금 이무기 때문에 모두들 겁을 먹고 있어. 괜히 들쑤시지 마."

"들쑤신 게 아니야. 내 친구들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친구?"

"그래. 항구에서 이무기랑 싸웠거든."

"너같이 어린 애가 이무기를 상대했다고?"


인어는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무모한 짓을 벌였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당장 중요한 건 이무기의 위치다.


"이무기 지금 어디 있어? 아직 항구 쪽에 있나?"

"아니."


이무기가 바다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혹시 반신이나 인간이 이무기에게 잡혀 들어오진 않았지?"

"오늘 말이야?"

"그래, 오늘."

"오늘은 없었어."


인어의 말에 나는 한숨을 놓았다. 소원이와 이나린은 무사하다. 이무기는 두 사람을 놓치고 바다로 돌아온 것이다.


"이걸 물어보려고 외눈박이를 괴롭힌 거야?"

"응... 미안해."

"사과는 됐어. 빨리 육지로 돌아가."


인어는 단호하게 말한 뒤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였다. 방향을 틀며 돌아서는 인어의 뒷모습에 나도 긴장을 풀었다.


별 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인어들 중에는 반신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는 자들이 많아 주의를 해야 한다고 배웠다. 운 좋게도 저 인어는 반신들에게 강경한 입장은 아닌 듯했다.


소원이와 이나린이 무사한 것을 알았으니 치유가 되는 대로 뭍으로 올라가면 된다. 나는 흐물거리는 왼팔을 붙잡고 치유술을 시작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인어의 뒷모습을 보며 성격 좋은 인어를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데 말이야."


인어가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서 어깨가 뻣뻣해졌다.


"응? 왜?"

"왜 너처럼 어린 애가 이무기를 상대했던 거야? 어른들은 뭐하고?"

"아 그게... 어른들은 내 친구가 실종이 되어서 찾으러 갔어."

"어디로?"

"이무기 말로는 먼 바다로 나갔을 거라던데."

"그럼 지금 성인 반신은 마을에 없다는 얘기야?"

"응."

"그렇군."


인어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가던 길을 가려는 듯 몸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인어를 보낼 수 없었다.


어른들에 대해서 왜 물어본 거지?


마을에 어른들이 없다는 걸 확인해서 뭐 하려고?


"왜, 왜 물어봐? 어른들에 대해서?"


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인어에게 물었다. 그러자 인어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뭐 해코지라도 할 것 같아서 그래?"

"그.. 그럴 수도 있잖아."


아무리 의식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라지만 벌벌 떨리는 마음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아니, 육성이 아니고 의식이기 때문에 더 드러나 버리는 것 같다.


"우리가 무슨 수로 해코지를 해. 물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데."

"그.. 그건 그렇지만."

"너희 반신들이 바다를 침범하지만 않으면 우리는 공격하지 않아."


그리고서 인어는 '너무 겁먹지 마. 안 잡아먹어.' 하면서 나를 달래기까지 했다. 나는 조금은 안심이 되어 말했다.


"그러면 어른들은 왜 찾은 거야?"

"이유가 궁금하면 성인 반신을 데려 와."

"어른을 데려오라고...?"


인어가 왜 반신을 찾는 거지?


"너한테 손해가 되는 일은 아닐 거야."


인어는 이유는 알려주지 않고 이렇게 말을 덧붙일 뿐이었다.


인어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


나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니.


이 바다에서 인어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설마.


'오늘 말이야?'

'그래, 오늘.'

'오늘은 없었어.'


나는 조금 전 인어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인어는 굳이 '오늘' 이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설마 너, 반신이 이무기에게 잡힌 걸 봤어?"

"못 봤다고 했잖아."

"오늘 말고 어제 말이야!"


내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인어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조용히 대답을 했다.


"본 적 없어."


나는 힘이 쭉 빠졌다. 내가 잘못 짚은 건가. 그래, 인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혼자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인어가 입을 열었다.


"성인 반신을 데려 와."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말했다.


그것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이 인어는 분명히 규빈이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다.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을 뿐.


실제로 바다의 모든 괴물이 입을 다물고 있지 않나. 인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무기 때문에 말 못하는 거야?"


내 질문에 인어는 대답 없이 몸을 틀었다. 다시 헤엄쳐 가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다급히 인어를 불렀다.


"이무기는 내가 없앨 거야! 그러니까 알려줘!"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어른을 데려 오라고."


인어는 단호하게 말하고 지느러미를 움직였다.


하지만 나는 바다 위로 올라가 어른들을 데려올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멀리 나갔던 어른들이 돌아왔는지도 모르겠고, 어른들을 데려온다 한들 인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른을 데려올 때까지 기다려 줄 거야?"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지."


예상대로 인어는 협조적이지 않았다. 사실 인어는 반신들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여기에서 놓친다면 이 인어를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다.


찾고 찾아서 다른 인어를 만난다고 해도, 이 인어처럼 반신에게 우호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공격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천운으로 규빈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은 인어를 만났는데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여기서 인어를 설득하려면,


"그러면!"


내가 소리치자 인어가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보았다. 나는 내 힘으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말했다.


"이무기가 너를 공격하더라도."


내 능력으로 가능한 것.


"다치지 않게 해줄게."


그리고 나는 바로 치유결계를 만들어 분홍빛 광채로 인어를 감쌌다. 그리고 부채를 장검으로 바꿔 인어에게 던졌다.


"아얏!"


검은 인어의 어깨를 스쳤고, 붉은 피가 물속에 퍼지며 인어가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상처는 깨끗하게 아물었다.


"봤지? 절대 다치는 일 없을 거야. 온 몸이 으스러져도 결과는 같아."


인어는 검이 스쳤던 어깨를 어루만지며, 놀란 표정으로 상처가 났던 곳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는 인어에게 약속했다.


"결계는 사흘 동안 유효해. 사흘이 지나기 전에 와서 다시 쳐줄게."


이무기가 이 바다에 존재하는 한, 사흘마다 바다에 찾아와 결계를 쳐주면 된다. 그러면 이무기에게 공격을 받아도 인어는 무사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인어가 나에게 진실을 알려줄까. 인어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전부. 이제 남은 건 인어의 선택이다.


인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너 치유술사구나. 어린 애가 실력이 제법이네."


그리고는 나에게 물었다.


"다친 허파를 치료할 수 있겠니?"

"다쳤다는 게 얼마나..."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

"폐 기능이 완전히 멈췄다는 얘기야?"

"응."


그렇다면 치료가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괴사가 시작되었다면 건강한 폐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한번 살펴봐야 알겠는데..."

"역시 어린 반신에게는 어려운 일이겠지."


내 말에 인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에 나는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가, 가능해! 치료할 수 있어! 치료해 볼게!"


일단은 인어를 놓치지 않는 게 먼저였다.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말을 던지고 봤는데, 인어가 말했다.


"따라와."


그리고서 인어는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 뒤를 놓칠세라 나는 있는 힘껏 따라갔다.


인어가 어른을 찾고 있었던 이유는 폐 치료 때문이었다.  크게 손상된 폐를 고칠 수 있는 뛰어난 반신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허파를 다친 인어가 있는 건가. 인어의 허파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고칠 수 있을까. 괜히 지키지 못할 말을 뱉어놓고 인어의 분노를 사면 어쩌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북적거렸다.


인어와 겨우 속도를 맞추어 헤엄치면서, 나는 허파에 대해 물었다.


"허파 얘기는 왜 한 거야? 허파를 다친 인어가 있어?"

"아니. 다친 건 네 또래의 반신이야."

"내 또래의..."

"그래, 어제 발견했어."


아, 눈물이 울컥 솟았다.


규빈이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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